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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36화 (36/200)

#36화. 너의 등급은?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 신용한.

그는 요즘 웹서핑하는 일에 취미가 들렸다.

왜 안 그렇겠나.

[선우영, 육해양에서 아이를 구하다.]

[선우영의 다음 행보는?]

[크루그먼 길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기사 제목들이 맘에 들었다.

선우영 덕분에 점점 크루그먼 길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덕분에 정부로부터 받아오는 게이트 수량도 소폭이지만 늘어나. 수입이 상승했다.

“하하하하.”

신용한은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는 헌터 1팀에 전화를 걸어 김용대를 호출했다.

“신 회장님, 무슨 용건으로 부르셨습니까?”

“아, 존대는 됐어. 어차피 사무실에 우리밖에 없는데. 가서 담배나 태우자고 불렀지.”

신용한과 김용대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주머니에서 돛대 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을 꺼내 한 개비 물었다.

잿빛 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요즘 선우영 어때? 언론에서 아주 난리던데. 아주 인기 최고야.”

신용한이 물었다.

김용대는 물고 있던 담배를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고 대답했다.

“신입 주제에 잘하고 있지. 가끔 보면 베테랑 헌터 같다니까. 사실 신입 때는 누가 앞에서 이끌어줘야 하는데… 혼자서 다 해결하고 있어.”

“정말 대단한 놈이군. 그래, 가르칠 맛은 있어?”

“가르치긴. 옆에서 좀만 도와주면 알아서 다 해결하니까 가르칠 건더기도 없더라.”

“그래?”

그 얘기에 신용한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선우영의 재능이 생각 이상이다.

앞으로 1년만 있으면 B급······ 아니지, A급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기대되었다.

김용대는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말이야, 얘기를 들어보니까··· 선우영이 무슨 공방을 차렸다고 하던데.”

“뭐?!”

순간 신용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헌터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려는 건가 싶었으니까.

내심 당황했다.

“야, 용대야. 자세히 좀 말해봐라.”

“손민하랑 선우영이 스캔들 떴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그래, 꽤 떠들썩했으니까.”

“그게 선우영이 만든 공방에서 광고 촬영하다가······”

“그래서 결론이 뭐야? 헌터 그만둔대?”

“글쎄다. 나도 유심히 지켜봤는데, 그런 기색은 없어 보이더라고.”

신용한은 팔짱을 끼었다.

그런 기색이 없어 보였다니 다행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게 아닌가.

물론 그 사실은 김용대도 알고 있었다.

“선우영이 헌터를 계속하고 싶은지, 아니면 사업을 할 건지 알고 싶어서 비전을 세워보라고 시켰지. 그러면 속내를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그랬더니 뭐래?”

“자기 비전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거래. 헌터로서 말이야!”

“그렇단 뜻은 계속 헌터를 하겠단 의미군. 그나저나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라니, 그게 뭔 소리야? 나중에 정치라도 하겠다는 건가?”

김용대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참신한 비전은 처음이라 의미를 해석할 수 없었다.

하여튼 선우영도 괴짜다.

신용한은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첫인상에서 보통 독특한 놈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진짜 보통 놈이 아니군.”

“그래도 복덩이지?”

“사건 사고를 해결하면서 길드 이미지 올려주는데, 당연하지.”

신용한은 담배를 뻐끔거리며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 얘기도 나왔다.

“김철수나 백영희는 어때? 선우영만큼은 아니지만, 걔들도 꽤 실력 있다며?”

“대단하더라. 확실히 가진 재능이 엄청나. 선우영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지만, 다른 길드였다면 차세대 에이스라고 내세웠을 인재들이지.”

“오호, 그래?”

“이번 상반기 측정검사 기대할 만할걸?”

김용대가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측정검사는 헌터들의 오러와 실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어느 정도 실력에 도달했는지 파악하여 승급시험을 치를지 말지 상담해준다.

D급 승급시험은 만만하지 않다.

F급 게이트를 혼자 닫는 수준의 차원이 아니니까.

시험을 치르는데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오러의 총량이 D급이어야 한다.

둘째, E급 게이트를 1회 이상 클리어했단 증명이 필요하다.

F급 게이트를 홀로 닫으면 끝나는 지난번 승급시험과 전혀 달랐다.

승급시험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시험조건이 어려워진다.

뭐, 그래도 선우영이라면 널널하게 합격할 거다.

오러의 총량이 D급에 도달했으며, 전투 센스는 회귀 전과 똑같은 B급이었으니까.

신용한이 중얼거린다.

“선우영의 합격은 기정사실이고, 가장 궁금한 건 그거야.”

그가 턱을 만지작거렸다.

“김철수와 백영희도 합격할 수 있느냐는 거지.”

“합격할 거야. 내가 보증해.”

“1년도 안 돼서 D급 헌터가 된 인물은 극히 드문데?”

“아, 이 사람아. 속고만 살았나? 가능하다니까! 걔들이 떨어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김용대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 * *

오후 6시 30분.

선우영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음?! 저거 또 뭐야?”

집 앞에 누군가가 보였다.

근육질 체형에 폭탄 머리를 한 사내자식이었다.

풍채가 범상치 않다.

셔츠를 입었음에도 불끈거리는 근육들이 도드라지게 보일 정도였다.

어딘가의 조직에서 보낸 걸까?

선우영이 주차장에 경차를 세우고 얼른 집으로 걸어갔다.

“선우영 씨!! 잠시만요.”

놈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선우영은 경계심을 느끼며 그를 바라봤다.

놈이 후다닥 달려왔다.

“저는 데일 미디어에서 나온 기자입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인터뷰 한번 가능할까요?”

선우영은 그가 일개 기자였단 사실에 김이 빠졌다.

얼굴은 깡패처럼 생겼는데···.

설마 기자였을 줄이야.

그는 기자의 질문에 지체 없이 대답해줬다.

“아니요. 제가 지금 바쁩니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해주시죠. 국민들이 선우영 씨에 대해 많이 궁금해합니다.”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죠. 진짜로 바쁜 일이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집안으로 휙 들어갔다.

선우영은 얼른 현관문을 닫았다. 그걸로 모자라 걸쇠까지 걸어 잠갔다.

저 기자도 참 대단한 놈이다.

‘우리 집 주소는 또 어떻게 알았다냐?’

따로 뒷조사한 건가?

기자는 아쉽단 표정으로 선우영의 집을 빤히 쳐다보더니, 문 앞에 자기 명함을 테이프로 붙였다.

“선우영 씨, 문에 명함 붙였습니다. 나중에 인터뷰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면 연락 한 번 주세요.”

기자는 그리 말하고 얌전히 물러갔다.

선우영은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그는 넥타이를 벗어 책상에 던지고, 정운을 찾았다.

“정운, 뭐하냐······.”

얘가 조용해서 궁금했는데, 요 녀석 새근새근 잠자고 있다.

검도 도복을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침까지 흘린다.

보물처럼 목검을 꼭 끌어안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수련생이었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

삼환검 도장에서 제대로 검술 훈련받고 있나 보다.

헌터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으니, 정운도 죽자 살자 노력하고 있겠지.

참 기특하다.

‘깨우지 말고 내버려 둬야지.’

선우영은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정운에게 덮어줬다.

“이제 씻고 밥해야겠다. 오늘은 뭐 먹지?”

그때였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누가 보냈나 확인해봤더니, 크루그먼 길드에서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간략했다.

다음 주에 상반기 측정검사가 있단 소식이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빤히 바라봤다.

“측정검사라······.”

확신하건대, 자신은 D급 승급시험을 보란 이야기가 나올 거다.

‘아마 백영희도 그러겠지?’

그녀의 오러 총량도 이미 D급이니까.

‘훈련생이었던 시절, 내가 오러를 높여주는 훈련법을 가르쳐줬었지.’

그녀의 검술 실력이면 승급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할 거다.

김철수도 많이 성장했다.

그의 오러 총량도 D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훈련했겠지.

뭐, 누나가 크루그먼 소속 헌터니까 여러모로 지도를 받았나 보다.

‘아마, 큰 문제 없이 승급시험에 합격하지 않을까.’

그러면 세 명 모두 D급이 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선우영은 중얼거렸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크루그먼 길드에서 상반기 측정검사가 시작되었다.

헌터들이 다목적실에 모였다.

다들 얇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몇몇이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달랬고, 또 다른 몇몇은 한쪽 다리를 덜덜 떨었다.

측정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 줄이 제법 길었다.

“어휴, 긴장되네.”

“측정검사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되잖아.”

“아오!! 이번엔 대리에서 탈출하고 싶은데. 나도 과장님 소리 좀 듣고 싶다.”

“대리님이라면 꼭 되실 겁니다. 힘내세요.”

“고맙다. 너도 이제 주임에서 탈출해야지, 우리 같이 힘내자.”

다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요주의 인물이 등장했다.

“어? 선우영이다.”

“뭐, 선우영!?”

“······.”

그가 나타나자 다들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왜 안 그렇겠나.

입사한 지 1달 만에 대리까지 진급한 인물이지 않은가.

매번 파란을 일으키고 다녔다.

이번 측정검사에서는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일까 걱정이 앞섰다.

그가 업적을 많이 이룰수록 자신들의 승진이 늦어지니까.

그 때문에 그들의 시선은 뜨거웠다.

어떤 사람은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고.

또 어떤 녀석들은 질투심이 가득한 눈총을 쏘았다.

인원이 다 모이자, 측정검사가 시작됐다.

측정기기는 매우 특이하게 생겼다.

요람처럼 생긴 캡슐에 들어가, 전선이 잔뜩 달린 헬멧을 써야 했다.

그러면 기기와 연결된 모니터에 자세한 측정값이 나온다.

이번 측정 업무는 서포트 부서 사람들이 지휘하고 있었다.

“1번 김수민 씨.”

“넵.”

첫 타자는 E급 헌터였다.

그는 경직된 몸짓으로 측정기기에 들어갔다.

삐리릭.

기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측정이 끝났다.

“저기, 제 등급은 어떻습니까?”

“변화가 없으시네요. E급으로 측정되셨어요.”

“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짓는 E급 헌터.

눈매가 아래로 축 처졌다.

너무나 불쌍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위로의 한마디를 던져줬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는지, 표정이 펴지지 않았다.

그렇게 차례로 검사가 흘러갔다.

수많은 사람이 측정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며, 다목적실엔 환희와 슬픔이 교차했다.

“15번, 선우영 씨! 기계에 들어가 주세요.”

드디어 선우영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측정기기에 들어가 오러를 검사받았다.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서 모니터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곧이어 모니터에 등급이 떴다.

“이럴 수가?!”

“기계 고장 난 거 아니야?”

“우와. 대단하다.”

“아아!! 설마 저 정도였을 줄이야.”

“아이고, 나는 망했다.”

여기저기서 감탄과 한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장을 노리고 있던 D급 헌터가 모자를 벗어 땅바닥에 던졌다. 놈은 버럭 화냈다.

“이번에도 만년 대리란 소리 들어야 하는 거냐!!”

녀석은 무릎을 꿇으며 오버액션을 하였다.

“이럴 순 없어, 나보다 늦게 들어온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이건 사기라고.”

사람들을 이토록 경악하게 만든 선우영의 오러 총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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