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정운2
선우영은 정운을 차량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지막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렸다.
덜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주차장이 자동차로 만석이었다.
‘이상하네?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여기 주차장은 좀 비싼 편이라, 사람들이 옆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로 간다.
공영주차장이 만석일 때만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주차한다.
평소에는 많아 봐야 15대 정도였는데….
묘하다.
이렇게 100대가 꽉 차는 일이 없었다.
더군다나, 주차된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리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차창으로 전부 보였다.
누굴 기다리는 걸까?
선우영은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냈다.
“운아, 차 밖으로 내리지 마라.”
“예?”
차 문을 열려던 정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우영이 손을 까딱였다.
“어여, 차 문 잠가.”
“네.”
정운은 곧바로 차 문을 잠가버렸다.
이제 밖에선 자동차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선우영은 손을 꺾어 풀었다.
뚝뚝뚝.
그는 목청을 높였다.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나오지 그러냐?”
그러자 차 문을 열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운은 그 모습에 솜털이 삐쭉 섰다.
“허억?!”
저기 오는 사람들, 전부 양부모님 신도들이었다.
설마, 자신을 잡으러 온 걸까.
무섭다.
지난날의 악몽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정운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선우영은 자신에게 몰려는 인파를 향해 소리쳤다.
“야, 뒈지기 싫으면 꺼져라.”
“저 아이만 내놓으면 조용히 사라져주지. 싫다고 말하면 곱게 뒈지긴 힘들 거야.”
놈들이 거들먹거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니꼽던지, 선우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열이 머리에 뻗쳐 한마디 해줬다.
“사이비 종교나 믿는 미X놈들이 똥오줌도 못 가리네.”
“사이비 종교? 우리 육해양 종교는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종교다!”
놈들이 발끈했다.
선우영은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저 새끼들은, 자기들을 미X놈이라고 불렀는데도 신경조차 안 썼다.
육해양을 사이비 종교라고 불러서 화났지.
‘완전 미X놈들이네.’
선우영은 녀석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여겼다.
그가 놈들을 삿대질했다.
“웃기고 있네. 그 우월한 종교가 어린 애를 입양해서 그렇게 학대하고 자빠졌냐? 종교가 아니라 범죄조직이 같은데?”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놈들이 숨겨둔 날붙이들을 꺼냈다.
선우영은 중지를 보였다.
“엿이나 먹어라.”
“각오해라!!”
녀석들이 선우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망치며 칼이 날아들었다.
선우영은 대부분의 공격을 쉽게 피해냈다.
‘대다수가 일반인이군.’
날붙이 제대로 휘둘러 본 인간들이 아니다.
동작에서 어수룩함이 묻어있다.
선우영은 오러를 사용해 몸을 강화시키고 놈들을 때려눕혔다.
인정사정 안 봐줬다.
대놓고 사람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놈들인데, 봐줄 필요가 뭐 있겠나.
“끄아악”
“크어억!!”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맞은 부위가 퉁퉁 부은 걸로 봐선, 아마도 뼈가 부러지지 않았나 싶다.
선우영은 쓰러진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신음을 내뱉으며 낑낑거리는데, 그게 왜 굼벵이처럼 보이는 걸까.
몸을 둥글게 말아서 그런가?
아니면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서 그런가?
남은 신도들 중 다섯 정도 되는 녀석들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제법 실력이 있었다.
선우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각성자?!’
놈들의 칼날에 미세하지만 검기가 맺혀있었다.
‘검기를 완벽하게 터득하지 못했군.’
보아하니 F급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잘 쳐줘 봐야 E급은 되려나.
우습다.
선우영의 실력은 이미 D급.
아니, 그동안 다른 스킬석들을 흡수한 덕분에 C급에 근접해있었다.
저런 놈들은 상대도 안 된다.
선우영은 팔다리가 부러져 무기를 놓친 신도들을 쳐다보았다.
바닥엔 날붙이들 천지였다.
채앵.
발로 칼을 밟아 순식간에 허공에 띄웠다.
그걸 손으로 낚아챘다.
선우영은 [화염검기]를 사용했다.
뜨거운 화염과 오러가 칼날에 압축되며 엄청난 위압감을 표출했다.
부웅.
선우영이 칼을 휘둘렀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칼날이 영롱한 궤적을 그렸다.
어설픈 검기로 맞서던 각성자들.
선우영의 칼날이, 녀석들의 무기를 통째로 잘라버렸다.
잘려 나간 놈들의 무기에서 미세하지만 연기가 났다. 마치 어마어마한 온도에 녹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실력 차이가 두드러진 상황이었다.
선우영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퍼억!!
주먹으로 명치를 가격해 전부 쓰러뜨렸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진 않았다.
‘물어볼 게 있으니까.’
캑캑거리며 숨을 간신히 쉬고 있는 놈들.
선우영은 멱살을 잡았다.
“야, 얘기나 한번 해보자. 도대체 왜 어린애들 학대하는 종교를 믿냐?”
“······.”
“오호, 묵비권 행사를 하시겠다.”
선우영이 씨익 웃으며 놈의 귀에 조곤조곤 속삭였다.
“너네들, 정운이 말고 다른 얘들한테도 이런 짓거리 계속해왔지? 기존에 제물로 삼았던 아이가 의식 도중에 죽으면, 다른 아이를 새로 입양해서 제물로 삼고.”
“그, 그걸 어떻게!?”
놈이 흠칫 놀라며 입을 턱 벌렸다.
게이트 사태 이후.
종말론을 앞세운 몇몇 종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이 육해양도 그렇겠지.’
교주가 종말을 피해 천국으로 가기 위해선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을 거다.
‘대부분은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육해양은 진짜배기 사이비 종교인 듯싶었다.
보통 종말론 종교가 돈벌이를 위한 사기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이놈들은 그 정도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선우영이 신도에게 소리쳤다.
“죽은 얘들 어디에 묻었는지 얘기해라.”
“큭! 교주님을 배신할 순 없다.”
“왜 얘들한테 그래? 안 그래도 고아잖아. 불쌍한 얘들이잖아!!”
“고아니까 그러지! 부모가 버린 놈들인데, 죽이든 살리든 그건 입양한 사람 마음이라고.”
선우영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씨X, 역겨운 새끼들.”
구역질이 올라온다.
어떻게 그딴 소리를 지껄인단 말인가.
“그런 개소리 지껄이는 게 종교냐? 범죄자 소굴이지!!”
“닥쳐라, 우리 육해양은······.”
선우영은 뒷말을 듣지 않고 녀석의 안면을 후려쳐 기절시켰다.
이 새끼들의 만행을 두고 볼 수 없다.
당장 쇠고랑 차도 시원찮다.
‘이 동네 경찰들도 육해양 신도랬지?’
112에 전화해봤자, 오히려 증거를 은폐하려 움직일 게 뻔했다.
이 사실을 알리려면 도움이 필요한데······.
‘김용대 부장님한테 전화해볼까. 도와주시겠다고 말씀까지 하셨으니까.’
선우영은 그에게 통화를 걸어 지금 있었던 모든 얘기를 들려줬다.
“허······.”
김용대는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왔다.
그 새파랗게 어린 핏덩이를 종교의식을 위해 입양했고, 학대까지 해왔다고?
분노가 치밀었다.
“나와 친분이 있는 경찰 총경에게도 연락해두겠네. 그 동네 경찰들은 믿을 수 없지 않나.”
“감사합니다. 한데,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뭔가?”
“제가 육해양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잠시 운이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김용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그거 좋군. 아이는 일단 내가 맡아서 보호하지.”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그렇게 통화를 끊었다.
곧이어 경찰 총경이 경찰특공대를 출동시켰다.
경찰특공대는 일반 경찰서에 있는 놈들과 급이 달랐다.
테러 사건에 주로 출동하는데, 방탄 방패와 자동소총을 지니고 있으며, 군대 특수부대를 전역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사격이나 체력측정에서 능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가차 없이 전출시키기로도 유명했다.
말만 경찰이지, 사실상 최정예 군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경찰특공대는 경찰 총경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빠진 녀석이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출동도 못 했을 거다.
주차장에 도착한 경찰특공대는 선우영을 습격했던 신도들을 몽땅 체포했다.
아주 신속하게 말이다.
심지어 기절해있는 사람들에게도 총구를 겨누는데, 여차하면 발포할 기세였다.
선우영을 습격했던 신도무리들이 전부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 * *
김용대 부장님이 나서주자 일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정운의 안전이 보장되었다.
김용대가 친히 옆에서 지켜주고, 그와 친분이 있는 경찰 총경도 함께했다.
경찰 중에서도 굉장히 높은 직급이 총경이었다.
그는 경찰 사진을 정운에게 보여주고, 육해양 신도 경찰이 누군지 특정해냈다.
“당장 가서 체포해!”
총경의 명령이 경찰특공대에 떨어졌다.
육해양 신도 경찰 체포 작전이 시작됐다.
총경의 작전은 매우 간단했다.
육해양 신도 경찰에게 업무지원을 요청해 건물로 유인하였다.
물론 건물에는 경찰특공대들이 잠입해있었다.
놈이 건물로 들어가자, 숨어있던 경찰특공대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구속했다.
“젠장, 이거 놓지 못해!!”
놈들이 암만 버둥거려도 경찰특공대들한테 벗어날 순 없었다.
녀석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특공대들이 놈에게 한 마디씩 악담을 퍼부었다.
“너, 이 새끼!! 넌 우리 경찰의 수치야.”
“어떻게 어린아이한테 그러냐.”
“명예 하나 보고 경찰했는데, 저런 놈들이 꼭 경찰 배지에 먹칠한단 말이야.”
육해양 신도 경찰도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이제 습격할 곳은 딱 한 곳이다.
육해양의 본거지.
선우영은 경찰특공대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김용대와 친분이 있던 경찰 총경은 선우영이 함께하는 걸 허락하였다.
이번 사건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신도들이 칼로 무장하고 선우영을 습격하지 않았나. 보통 미X놈들이 아니니, 또 어떤 미X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 경찰 총경은 선우영의 도움이 오히려 반가웠다.
부르릉.
선우영은 경찰특공대와 함께 방탄 차량에 올랐다.
한 삼십 분을 달렸을까.
드디어 육해양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
마당까지 있었다.
입구에는 대문짝만한 간판이 달려있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육해양]
선우영은 그 고까운 문장에 치가 떨렸다.
‘사랑을 실천한다고?’
아주 염병을 떨고 자빠졌다,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사이비 종교 놈들이!!
선우영은 경찰 특수부대와 건물을 포위했다.
아주 신속하게 말이다.
창문으로 내부를 슬쩍 살펴보니, 안에서 교주가 신도들과 기도하고 있었다.
신도들은 흰색 가운을 입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를 천국으로 인도하소서.”
“우리에게 거룩한 축복을 내려주소서.”
어린애를 학대한 주제에, 신에게 축복을 바라다니!!
그 모습이 참으로 역겨웠다.
경찰특공대가 손으로 수신호를 보내 명령을 내렸다.
돌격 명령이었다.
경찰특공대들이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총구를 겨누었다.
“꼼짝 마라,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그러자 육해양의 교주가 신도들을 자애로운 미소로 바라보았다.
“여러분, 우리를 천국에 가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악마들이 나타났습니다. 저들과 싸워 순교합시다. 순교하여 죽어야 우리가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신도들은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중얼거리더니, 가운에서 무기를 꺼냈다.
칼을 들고 있는 놈들이 대다수였지만.
탕탕탕.
권총을 쏘는 놈도 있었다.
심지어 다 같이 죽자며 화염병을 던지려는 놈도 존재했다.
‘이게 무슨 종교 단체야?’
선우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정도면 테러 단체다.
보아하니, 자기들 행동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서 미리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
‘권총부터 화염병까지 준비하려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왔겠네.’
선우영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찰특공대는 방탄 방패로 총알을 막으며 자동소총을 갈겼다.
총구가 불을 뿜었다.
신도들이 아무리 무장했어도, 조직적으로 싸우는 경찰특공대를 이길 순 없었다.
신도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사방에 핏자국이 낭자했다.
화염병을 던지려던 놈이 쓰러지며 불길이 건물 커튼으로 번졌다.
하지만 경찰특공대들은 전부 예상했단 듯이.
틱!
허리춤에서 투척용 소화기 꺼내 던졌다.
유리병이 깨지며 액체가 사방으로 퍼져 나와 불길을 순식간에 진압했다.
“이런 젠장!!”
정운을 입양했던 양부모들, 교주 부부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선우영은 놈들을 뒤쫓았다.
“마, 막아라!!”
선우영을 본 신도들이 그를 향해 몸을 던졌지만.
드르르륵.
경찰특공대가 갈겨대는 총알에 무참히 쓰러졌다.
“이 새끼들아! 어딜 도망가.”
선우영이 높이 뛰어올라 교주와 그의 부인 앞길에 착지했다.
놈들은 그를 보고 움찔했다.
“이, 망할 녀석이.”
“네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알아!”
선우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미X 새끼들은 자기들 피해 본 것만 생각하고 있다.
“미치광이 싸이코패스 새끼들!! 하여튼 자기 잘못한 건 모르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너네도 피눈물 흘리는 거야.”
선우영이 으르렁거렸다.
교주와 그의 부인이 이를 악물며 숨겨두었던 무기를 꺼냈다.
명품 헌터 무기였다.
매끈한 칼날이 선우영의 눈동자에 비쳤다.
우우웅.
교주와 그의 부인이 검기를 사용했다.
선우영이 눈을 부라렸다.
“너네들도 꼴에 각성자라 이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