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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27화 (27/200)

#27화. 경매장

한국 경매장.

게이트와 헌터 관련 물품들을 다루는 경매장이다.

손님들은 다들 부자들이었다.

럭셔리한 옷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몰았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행동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품위가 남달랐다.

걸음걸이도 우아했다.

한국 경매장에서 5년간 근무한 직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파킹해드리겠습니다.”

그가 고개 숙이며 절도 있게 말하자, 중후한 세단 주인이 차 키를 넘겼다.

직원은 주차 일을 하였다.

“에휴.”

그는 차에 타자 한숨을 내쉬었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본심이 나왔다.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는 예의 바른 척 연기했지만.

사실 이런 일을 하는 게······

‘맘에 안 드네.’

솔직히 주차나 하는 일에 비전이 어디 있겠나.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 있는 직업이었다.

월급도 낮아서 불만이었지만, 때려치우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취업도 어렵다던데.’

대학 졸업하고 취직이 되질 않아 알바 차원으로 했던 일이 벌써 5년째다.

이젠 나이도 많이 찼다.

주차를 끝내고 주차장을 나오는 직원.

그는 눈앞에 즐비한 비싼 차종들을 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

마음이 찹찹하다.

자신도 성공해서 이런 비싼 승용차들을 몰고 싶다.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싶다.

“에휴, 빨리 일이나 하러 가자.”

그는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경매장 정문으로 올라갔다.

다음 손님을 기다리던 와중.

그는 또다시 웃는 얼굴로 감정을 숨겼다.

서비스 업종이니 무조건 웃으란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

참 인생 덧없다.

‘분명히 이 얼굴 가죽은 내 것인데······. 내 것 같지 않다.’

마치 가면을 쓴 기분이다.

미소 짓는다고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어색해 죽겠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그리 생각하던 와중.

저 멀리서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어? 뭐야?”

직원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한국 경매장.

어마어마한 부자들이 몰려드는 이곳에 싸구려 경차가 달려온다.

그것도 분홍색 경차가!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보자 얼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어떤 미X놈이야??’

직원은 저 경차에 타고 있는 인물이 누군지 궁금했다.

‘서민체험 좋아하는 괴짜 재벌일까?’

끼이익.

경차가 경매장 정문에 섰다.

차 문을 열고 어떠한 사내가 내렸다.

직원은 그의 차림새를 살폈다.

‘뭐야? 싸구려 옷이네?’

정장 차림이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값싼 브랜드 제품이었다.

기장이 조금 길어 보였다.

이곳 방문객들은 맞춤 양복을 입으셔서 저런 경우가 드물었다.

게다가 저런 스타일은 유행 지났다.

바지 밑단을 살짝 줄여 발목이 드러나는 게, 요새 트렌드였다.

직원이 남자에게 조심스레 말문을 텄다.

“저기······.”

“무슨 일이죠?”

“아니, 아닙니다. 성함 알려주십시오. 파킹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마음속에 묻었다.

사내는 그에게 차 키를 줬다.

“어디 긁히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재 애마가 좀 섬세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선우영입니다.”

차 키를 건넨 사람은 다름 아닌 선우영이었다.

그는 직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기, 손님?”

“잘 부탁드립니다. 박인혁 씨.”

선우영은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경매장 건물로 들어갔다.

직원의 이름 박인혁. 훗날 무명검을 만들어 명인이란 칭호를 손에 넣는 사나이였다.

선우영은 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옛날에 자서전 많이 읽었지.’

회귀 전에, 짐꾼으로 살았던 시절.

성공했던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대리만족했었다.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이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짜릿했었으니까.

그때 박인혁의 자서전도 읽어봤다.

‘한국 경매장에서 자동차 파킹 일을 했던 시절이 제일 답답했다고 했었지.’

아까 얼굴을 살펴보니, 10년 후 박인혁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경매장에서 자철광을 낙찰받으면 박인혁에게도 접근해야겠군.’

자서전을 통해 그가 어떤 고생 끝에 실력을 키웠는지, 그리고 어떠한 영감으로 아다만티움을 만들 수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실력을 키우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5년! 그걸 1년 안으로 줄여주지.’

선우영은 그리 다짐했다.

* * *

선우영은 경매장 복도를 걸었다.

레드카펫이 깔려 굉장히 고풍스럽단 느낌이 강했다.

벽에는 거울들이 많이 달려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보통이 아니다.

유명한 사람들뿐이었다.

선우영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명기업가도 있고. 뭐야? 거물 정치인도 있네?’

오른쪽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 있었다.

‘저쪽은 주식의 제왕?’

한국 주식 정보를 꽉 잡고 있는 양반도 있었다.

사방에 돈 많은 사람들 천지였다.

선우영도 통장에 15억이 있지만, 저들이 가지고 있는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진짜배기 상위 1%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에 왔다.

선우영은 경매장으로 들어가 의자에 착석했다.

조금 있자, 직원이 배지를 줬다.

‘97번.’

배지엔 숫자가 적혀있었다.

97이 경매장에서 선우영을 나타내는 번호였다.

잠시 뒤, 사람들이 착석하며 경매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물품이 나왔다.

“이번 경매품은 자철광입니다. C급 게이트에서 구해온 물품이죠. 아시다시피 귀금속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경매장 직원들이 수레를 끌고 왔다.

거기에 가득 담긴 자철광들이 보라색 빛을 뽐내었다.

그 무게만 521킬로그램.

어마어마한 양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시큰둥했다.

“경매가는 가볍게 5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경매 사회자가 소리쳤다.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하여 관심을 끌었지만 소용없었다.

경매장은 고요했다.

경매 사회자는 자철광을 보며 X됐단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안 팔리려나?’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선우영은 경매 수지도를 떠올렸다.

어떤 손가락 모양을 하느냐에 따라 구매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없어서 다행이군.’

가지고 있는 금액은 15억 언저리.

경쟁이 붙으면 부자님들을 이길 수 없는 상태였다.

선우영은 검지를 피고 손을 올렸다.

“97번, 5억을 부르셨습니다. 다른 분은 없으신가요?”

경매 사회자가 물었다.

“정말 없으신가요?”

재차 물었지만, 경쟁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였다.

선우영의 앞자리에 앉아있던 노신사가 어깨를 들썩거렸다.

설마, 자철광을 원하는 걸까?

선우영은 그가 자신과 경쟁에 붙을까 봐 심장이 조마조마해졌다.

여유로웠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아이고, 간지러워.”

앞자리에 있던 노신사가 중얼거리며 어깨를 긁었다.

선우영은 불안을 쓸어내렸다.

괜히 놀랐다.

경매 사회자가 선우영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좋습니다. 97번께서 모든 자철광을 낙찰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우영은 자철광의 주인이 되었다.

이제 볼일은 끝났다.

경매가 완전히 끝나야 경매품을 받아 갈 수 있다.

그는 팔짱을 끼었다.

느긋한 표정으로 부자들이 얼마나 돈지랄하는지 구경하기로 했다.

새로운 경매품은 계속해서 나왔다.

유명 무기 제작자의 검.

그걸 보자,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나 헌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경매가가 단숨에 3배를 넘겼다.

10억이나 하던 검이 1분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30억으로 치솟았다.

‘다들 대단하구만.’

선우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수십억을 애들 장난이라 여기는지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하긴 저래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니까.

얼마까지 올라가나 지켜봤는데, 끝내 50억에 낙찰되었다.

“싼 가격에 좋은 무기를 얻었군.”

낙찰받은 사람이 그리 말하자 선우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50억이 싼 가격이라니.

선우영은 상위 1%가 되어 편하게 사는 걸 목표로 해왔다.

그 금액을 500억으로 잡았는데.

‘이제 보니 어림도 없잖아?!’

경매장 10번 오면 탕진하는 금액이었다.

부자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목표 금액을 더 높여야겠다.

‘3,000억을 목표로 해야 하나?’

아니다.

분위기를 보면 1조를 목표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구나.’

선우영은 미간을 오므리며 불만스러운 숨소리를 냈다.

그 순간.

경매장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끄아아악!!”

“으아악!!”

비명이 모두의 귓가를 때렸다.

바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봐, 무슨 일이지?”

“설명 좀 해보게.”

부자들은 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불안해했다.

콰앙!

문을 부수고 누군가가 등장했다.

낯선 사내의 등장에 모두 숨을 들이켰다.

녀석은 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을 순식간에 기절시켰다.

놈은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강도였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강도가 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알이 발포되었다.

경매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모두 엎드려!!”

강도가 소리쳤다.

곧이어 녀석들의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계획적인 범행이었다.

경매장에 있던 사람 대다수가 의자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몸을 수그렸다.

하지만 이곳엔 민간인만 있는 게 아니다.

헌터들도 있었다.

그들은 몸을 수그리지 않고 강도들을 노려보았다.

“권총을 든 강도라······.”

헌터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서로에게 눈짓을 줬다.

누가 나서서 싸울지를 정하듯이 말이다.

그때, 선우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도들이 인질을 잡은 상태라면 싸우기 어려웠겠지만, 그것도 아니지 않나.

타닷.

선우영은 빠르게 움직였다.

강도들이 그를 향해 총을 발포했지만 소용없었다.

선우영이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는 바람에 총구를 겨냥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꺄아아악!!”

민간인들은 총소리에 비명을 지르며 벌벌 떨었다.

퍼억!

선우영의 주먹이 강도들의 턱에 명중했다.

“크억!!”

“아아악!!”

녀석들은 주먹을 맞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선우영은 얼른 권총을 발로 차서, 녀석들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

솔직히 강도 녀석들이 멍청한 짓을 했다.

한국 경매장은 헌터나 게이트 관련 물품을 경매하는 장소.

당연히 헌터들도 이곳에 자주 온다.

고작 권총으로 이곳을 털려고 했다니, 비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못해도 RPG-7은 가져왔어야지.’

탱크를 공격하는 무기.

그 정도는 가져왔어야 헌터들이 위기의식이라도 느껴보지.

권총이 뭔가 권총이···.

사건이 이렇게 일단락되는구나 싶었던 그 순간.

“X발!! 개새끼가!!”

복도 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직 강도가 남아있나 싶어서 경매장을 나와 복도에 도착했더니.

껄끄러운 사태에 직면했다.

권총을 든 강도가 인질을 잡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눈물 콧물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는 인질.

선우영은 그를 보자 흠칫했다.

그 인질이 다름 아닌···

‘박인혁?!’

선우영은 순간 미래에서 그가 썼던 자서전 내용이 기억났다.

‘그래, 박인혁은 강도한테 죽을 뻔한 일을 겪고, 무기 제작자가 되자고 결심했지!? 경매장에서 1년을 더 일해서 모은 돈으로 공방을 차렸고.’

그걸 계기로 무기 제작자가 되었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셨다.

설마, 그날이 오늘일 줄이야.

‘아니, 자서전에 1줄 정도 짤막하게 적혀있어서 자세한 날짜나 상황까진 몰랐지.’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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