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23화 (23/200)

#23화. 신종 몬스터

선우영은 책상에 앉았다.

‘그나저나 결과가 올 때가 되었는데······.’

그는 한쪽 다리를 달달 떨며 사내 메신저를 계속 쳐다봤다.

김말단에게 부탁한 부산 쪽 게이트.

슬슬 소식이 올 때가 되었다.

띠링!

사내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누군가 싶어 얼른 클릭해 열어보니, 발신인이 김말단이었다.

[메신저 내용.]

선우영 씨, 말씀하신 부산 동구 쪽 게이트를 확보했습니다만······. 사건이 복잡해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파일을 열어보세요.

선우영은 첨부된 파일을 다운받았다.

서론 생략하고.

본론부터 읽어보기 시작했다.

‘어라? 내가 아는 미래랑 많이 달라졌는데?’

선우영은 손에 턱을 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게이트는 다른 길드와 함께 클리어하기로 결정됐단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원래 미래에선 중소길드 하나만 들어갔었는데.’

선우영은 손을 깍지 끼고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신종 몬스터가 있는 게이트.

그게 보물창고란 걸, 다른 길드도 알고 있다.

이번 게이트를 차지하기 위해 각 길드 서포트 부서들이 으르렁거리며 언성이 오고 갔을 거다.

‘분위기 험악했겠지.’

헌터가 게이트에서 목숨 걸고 싸운다면, 서포트 부서 사람들은 게이트 토벌권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게이트 관리부는 골치 아팠을 거다.

‘왜 안 그렇겠어. A급 신종 몬스터는 위험하지만, E급 신종 몬스터는 안전한 보물창고인데.’

얻는 게 쉽진 않겠구나 싶었는데, 다른 길드랑 같이 들어가라니.

게이트 관리부는 왜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번뜩 이유가 떠올랐다.

‘맞다. 뇌물 먹고 A급 게이트 토벌권을 아랑 길드에 몰아줬단 사실이 드러났지.’

그걸 밝히는데, 결정적인 힌트를 준 건 자신이었다. 덕분에 사건이 본래보다 일찍 드러났다.

선우영의 행동이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가 되어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냈다.

현재, 게이트 관리부 상황이 어떻겠나.

여론 눈치 보기 바쁠 거다.

이번 게이트를 아무에게나 줘버렸다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무원들은 문제 생기는 걸 싫어하니, 어떻게 머리를 굴렸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몇몇 대형 길드를 묶어서 같이 공략하라고 했겠지.’

선우영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비리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주자,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다니….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뭐, 변수가 생겼지만, 여전히 내 목표는 하나야.’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고, 괜찮은 스킬석 하나를 손에 넣겠다.

오러를 화염으로 바꾸는 능력.

저기에 그 스킬석이 있다.

‘내가 가진 [평타 강화] 스킬에 저 [화염] 스킬이 융합된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화염을 뿜어내는 검기로 몬스터를 베어낸다면 얼마나 멋지겠나.

그 위력은 또 어떻고!

선우영의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는 문서 파일의 마지막 줄을 읽어봤다.

[게이트 공략 참가 길드]

크루그먼 길드.

디파이 길드.

네오 길드.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길드가 이번 게이트에 참가하겠단다.

각 길드에서 3명씩 인원을 뽑는단 내용도 첨부되어 있었다.

선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김철수랑 백영희를 고정 멤버로 끌어들였으니···.’

인원수가 딱 맞았다.

‘그럼, 이제 일하러 가보실까.’

선우영은 사내 메신저로 김철수와 백영희에게 게이트를 닫으러 가자고 말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문밖을 나왔다.

* * *

부산 동구에 위치한 조그마한 폐건물.

사람이 살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심지어 건물 외벽에 쥐구멍도 있었다.

찍찍.

쥐가 구멍에서 얼굴만 쏙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오늘은 사람이 많았다.

쥐들은 인간들을 피해 구멍 깊숙이 들어갔다.

부르릉.

선우영 일행을 태운 차량이 이곳에 멈췄다.

차 문을 열고 그들이 내렸다.

이 폐건물에 선우영이 찾던 게이트가 있었다.

곧이어 다른 길드도 폐건물을 향해 집합했다.

고급 차량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은 껄렁한 차림새에 값비싼 명품 무기를 여러 개 들고 다녔다.

김철수는 눈을 크게 떴다.

‘이소율?!’

디파이 길드 소속 유망주.

다큐 영상도 찍고 팬클럽까지 보유한 인기인.

방금 차량에서 내린 사람 중에 이소율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들 어디 소속이야?”

이소율이 선글라스를 콧등에서 살짝 내리며 물었다.

그 눈매가 거북스러웠다.

초면부터 사람을 평가하겠단 의사가 노골적으로 담겨있었으니까.

“크루그먼 길드 소속입니다.”

선우영이 대표로 답했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이소율이 비웃음을 날렸다.

“아, 거기?”

녀석의 눈동자가 선우영에게서 김철수로 옮겨졌다.

그러다 백영희를 바라보았다.

놈이 웃음소리를 키우며 감히 삿대질하였다.

“하하하, 크루그먼 길드도 맛이 갔군. 유명한 유망주가 없잖아?”

김철수는 순간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자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무시야, 무시는!!”

“나? 나를 몰라? 나야, 디파이 길드 최고 유망주 이소율!!”

녀석이 자신의 가슴을 팍팍 때리며 자기소개했다.

스르릉.

놈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어깨에 걸쳤다.

아주 똥폼을 잡고 자빠졌다.

김철수가 콧바람을 강하게 불며 삿대질을 했다.

“최고 유망주? 그럼 뭐해. 초면에 사람 무시하는 놈인데. 인성이 글러 먹었잖아.”

이소율의 이마에 화딱지가 앉았다.

놈이 윽박지른다.

“이런 씨X-!!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이빨을 드러내는 이소율.

선우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본래 미래에선, 저 녀석은 이번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래가 바뀐 탓에, 결국 저놈도 들어가게 되었나 보다.

‘젠장, 저딴 놈이랑 같이 게이트에 들어가야 한다니. 기분 더러워 죽겠군.’

선우영은 화가 났다.

이소율이 인상을 찌푸린 선우영을 보고 괜히 언성을 높였다.

“너 뭐냐? 어디 한판 붙어보려고?”

“······.”

선우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불꽃 튀는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

끼이익.

네오 길드 차량이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어이고, 다들 모여 계셨네.”

“안녕하십니까, 네오 길드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오 길드에서도 유망주 헌터들을 내보냈다.

그 중엔 손민하도 있었다.

유망주 헌터로 은행 광고까지 찍은 인기스타였다.

그녀도 본래 미래에선 이번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손민하는 선우영과 이소율을 번갈아 보더니, 대강 흘러가는 분위기를 파악했다.

“자자, 같이 게이트 들어갈 사이인데 싸워서 뭐 합니까.”

그녀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소율 씨가 참아요. 원래 더 강한 사람이 넘어가 주는 거예요.”

그녀가 달래자 이소율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이 식었단 표정이었다.

유명한 유망주들이라더니,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 같았다.

김철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원래 더 강한 사람이 넘어가 주는 거라고?’

저게 무슨 소리인가?

도대체 저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신과 백영희 그리고 선우영이 약하다고 깔보는 건가!! 김철수는 손민하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손민하 인품도 개차반이네.’

김철수는 손민하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을 느끼며 팔짱을 끼었다.

그때였다.

이소율이 묘한 웃음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놈이 이상한 제안을 걸었다.

“난 무임승차 하는 쓰레기들이 제일 싫어. 각자 쓰러뜨린 몬스터는 각자 챙기자고. 어때? 같이 다녀봐야 귀찮기만 할 텐데.”

선우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니까, 흩어져서 싸우잔 소리 아닌가.

‘그러다 후회할 텐데.’

지금부터 상대할 몬스터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니까 저런 소리를 하지···.

그런데 손민하도 찬성하고 나섰다.

“이소율 씨 제안 괜찮네요. 저도 찬성합니다. 게이트는 보통 5명이 닫지만, 실력 있는 사람들의 경우 3명이서 닫는 경우도 있잖아요?”

“끌끌끌, 말이 통해서 좋군.”

이소율이 그리 말하며 손민하를 쳐다보았다.

선우영이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신종 몬스터는 위험하니 흩어지면 안 됩니다. 뭉쳐 다니죠.”

선우영이 나서서 설득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설마 겁나세요?”

“딱 봐도 발목 잡게 생긴 놈이, 혓바닥은 아주 기네.”

이소율과 손민하는 들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상황이 이리 흘러가니 어쩌겠나.

“에휴, 맘대로 하쇼.”

선우영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저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펼쳐질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다.

신입 헌터들이 저곳에서 단체로 죽어 나갔단 걸 알면, 저 녀석들도 저리는 행동 못 할 텐데.

‘됐다. 저런 놈들까지 내가 왜 챙기냐.’

사실, 이소율과 손민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눈치챘다.

‘신종 몬스터 시체 부산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한몫 단단히 챙기겠단 심보겠지.’

같이 몬스터를 사냥하면 부산물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들은 선우영 일행을 얕잡아 보고 있으니, 어떤 마음이겠나.

별 도움도 안 되어 보이는 녀석들과 공평하게 나누기 싫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이미 행동에서 그런 낌새를 팍팍 냈다.

터벅, 터벅.

이소율이 먼저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발목이나 잡지 마라. 쓰레기들.”

놈이 선우영 일행을 쳐다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정말 건방진 새끼였다.

손민하는 두 번째로 입장하였다.

“위험하면 소리 지르세요. 근처에 있으면 구해줄 수도 있으니까.”

자기가 선우영 일행보다 우위에 있단 말투다.

아주 도도하시다.

“참나, 우리도 들어갑시다.”

선우영은 동료들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들어갔다.

* * *

게이트 내부는 공기가 맑았다.

쨍쨍한 하늘과 우거진 나무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밀림.

이번 게이트 배경은 대자연이었다.

바닥에는 손민하와 이소율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녀석들, 행동 하나는 겁나 빠르네.”

김철수가 투덜거렸다.

이러다 신종 몬스터 시체 부산물을 전부 빼앗기는 거 아닐까 싶어 걱정이 들었다.

백영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선우영은 달랐다.

녀석들이 신종 몬스터를 잡을 거란 생각조차 안 했다.

‘골렘은 공략법을 모르면 잡을 수 없으니까.’

골렘은 아주 성가신 몬스터다.

머리를 자르고 불로 지져도 끝없이 부활한다.

이거 때문에 약점이 밝혀지기 전까지 많은 헌터들이 무진장 애를 먹었다.

약점은 오직 단 하나.

복부 내부에 숨겨진 빨간 구슬을 부숴야 한다.

그게 본체다.

빨간 구슬을 중심으로 흙과 바위를 흡수해 만들어진 몬스터가 골렘이다.

그것만 부수면 흡수했던 흙과 바위가 도로 흩어지며 죽는다.

물론 빨간 구슬을 찾는 건 꽤 어렵지만 말이다.

거기다 보스인 파이어 골렘은 화염까지 뿜어내는 진짜배기 괴물이었다.

‘다행히 파이어 골렘의 약점도 똑같지만.’

“자, 우리도 이제 갑시다.”

선우영은 동료들을 데리고 서쪽으로 걸어갔다.

북쪽과 남쪽으로 떠난 다른 녀석들과 반대 방향이었다.

거기엔 일반적인 골렘만 있다.

‘파이어 골렘이 있는 장소는 서쪽에 있는 사원이지.’

선우영의 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십 분가량 걸었을까.

쿵쿵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울렸다.

콰지직.

주변에 있던 굵은 나무가 부러지며

“찌르르르!!”

기계음 같은 소리를 내는 골렘이 등장했다.

선우영은 검을 뽑았다.

김철수와 백영희도 전투 자세를 취했다.

“타하하압!!”

먼저 김철수가 달려들었다.

배짱 있게 달려들어 골렘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골렘이 김철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퍼억!!

방패가 놈의 공세를 막았다.

제법 묵직했지만, 충분히 막을만한 공격이었다.

백영희가 신들린 검술을 보였다.

골렘의 움직임이 둔하단 걸 파악하자마자 쌍검술로 녀석의 팔을 절단시켰다.

“오오!! 백영희 씨 대단한데요.”

김철수는 그걸 보고 칭찬을 날렸다.

그들은 승리의 저울이 자신들에게 기울었다 판단했다.

골렘의 팔이 재생하기 전까진.

잘려 나간 놈의 팔뚝이 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회복하는데 2초도 안 걸렸다.

“!!”

“뭐야, 저거 왜 다시 자라나.”

김철수와 백영희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위기가 덮쳐오는가 싶었던 그때였다.

선우영이 나섰다.

타앗.

그가 빠르게 뛰어올라 골렘의 복부를 갈랐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에 숨겨진 빨간 구슬을 노렸다.

스걱-!!

빨간 구슬이 두 동강 나자 골렘이 형태를 잃어버렸다.

흙먼지를 휘날리며 무너지는 건물처럼 바위와 흙더미가 되어 쓰러졌다.

선우영은 빨간 구슬을 손으로 낚아챘다.

이게 유일한 부산물이니까.

백영희와 김철수는 그 모습에 입을 턱 벌렸다.

“선우영 씨,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 복부를 공격했더니 빨간 구슬이 나오더라고요.”

그는 갈라진 빨간 구슬을 보여줬다.

“이게 약점인가 봐요.”

“혹시, 알고 하신 거 아니죠?”

백영희가 물었다.

“글쎄요?”

선우영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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