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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8화 (18/200)

#18화. 강하다, 백영희!!

백영희가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선우영 씨는 당신들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저한테도 많을 걸 가르쳐주셨습니다.”

교관들은 피식거렸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단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선우영이 강하긴 하지만 고작 신입이었다.

신입 헌터가 수년간 헌터들을 가르친 교관보다 많은 걸 알고 가르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거다.

그들이 약간의 웃음기를 보였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백영희가 교관들에게 마지막으로 쏘아붙였다.

“대련장으로 가시죠.”

“정말 저희랑 대련하시려고요?”

백영희는 대답도 하지 않고 대련장으로 향했다.

교관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어찌할까 눈짓을 주고받았는데, 한 교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어쩌겠어? 대련하자는데··· 이참에 교관이 왜 교관인지 가르쳐 주자고.”

그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특히나 덩치가 조그마한 녀석이 어깨를 빙빙 돌렸다.

놈의 이름은 정대한.

D급 수준의 실력자로 교관들 중에서는 가장 강했다.

교관들은 모두 대련장으로 향하였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교육생들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백영희가 교관님들이랑 대련한다고?”

“와, 쩐다.”

“백영희 씨 강하던데······ 그래도 교관님들 이기긴 어렵겠지?”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훈련생들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백영희.

그녀가 교관들을 이긴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대사건이었다.

“구경이나 하러 가볼까?”

“흐음, 누가 이길지 솔직히 궁금하긴 해.”

“만약 백영희 씨가 이기면 교관님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완전 망신살 뻗치는 거잖아.”

훈련생들의 눈이 호기심에 반짝였다.

그들도 대련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대결을 관람했다.

덕분에 대련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자, 백영희는 순간 어떠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선우영과 김철수가 대련을 펼쳤던 그때가 말이다.

참으로 재미있다.

지금 쓰는 대련장도 그들이 싸웠을 때 썼던 곳이다.

때마침 훈련생들이 구경하러 몰려왔으니, 그 당시처럼 관중이 꽉 찼단 느낌이 들었다.

백영희는 목검 두 자루를 손에 쥐었다.

휘익~.

그녀가 대련장으로 휙 올라갔다.

첫 번째 상대는 정대한.

D급인 그가 대련장으로 올라가며, 주 무기인 창을 집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창날.

사람이 다칠 위험은 적었다.

백영희와 정대한은 검기를 발동시켰다.

각자의 무기에 오러가 코팅됐다.

“선공을 양보하죠.”

정대한이 그리 말하며 창대를 어깨에 기댔다.

아주 자신만만했다.

그는 패시브 스킬을 2개나 가졌고, 공격형 스킬은 1개가 있었다.

반면 백영희는 어떤가?

스킬을 단 하나도 습득하지 않았다.

‘내가 패배할 리 없지.’

놈은 자만했다.

그 여유가 선공을 양보하도록 만들었다.

이다음 순간, 정대한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타앙!

경공을 이용한 백영희가 순식간에 정대한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바람 가르는 소리마저 들리는 돌진이었다.

그녀의 머리칼이 뒤로 휘날렸다.

“!!”

정대한은 순간 낯빛이 변했다.

‘뭐야? 백영희는 스킬도 익히지 않은 반쪽짜리 헌터인데?!’

놈이 황급히 어깨에 기댄 창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백영희는 삼환검을 펼쳤다.

두 자루의 목검이 서로 다른 성격의 검술을 펼쳤다.

타앙!!

창대와 목검이 부딪쳤다.

경공으로 가속도가 붙은 백영희의 일격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크윽!!”

정대한의 입술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놈의 발바닥이 바닥을 쓸며 밀려났다. 그 이동 경로를 따라 먼지가 피어올랐다.

백영희의 공격은 강력했다.

분명 창대로 막았거늘, 묵직한 진동이 창대를 타고 손끝을 강타했다.

손목이 저리단 게 이런 느낌이던가?!

정대한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일격에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백영희가 강해졌단 말인가.

‘이 정도면······.’

백영희는 더 이상 E급이 아니었다.

수준으로 따지면 이미 D급에 도달한 상태였다.

‘겨우 며칠 만에 이렇게 됐다고?’

정대한의 머릿속에 선우영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E급이었던 사람을 며칠 만에 D급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던 걸까.

쐐애애액!!

백영희는 두 번째 공격을 날렸다.

충격에 휩싸여 있던 정대한은 허리를 뒤로 젖혀 공세를 피하고 거리를 벌렸다.

‘침착하자. 어차피 백영희한텐 스킬이 없어. 침착하면 내가 이긴다!!’

정대한은 빠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몸집이 급작스레 부풀었다.

근력을 2배로 늘려주는 [머슬폼] 스킬.

속도와 공격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만, 유지 시간이 1분 미만이며 오러의 소모가 매우 극심하다.

위기 혹은 기회의 순간에만 사용 가능한 스킬이었다.

부우웅.

놈이 흉포하게 창을 휘두르며 거력을 선보였다.

공기압이 터지듯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백영희는 발뒤꿈치를 회전축으로 삼아 빙글 돌았다.

콰아앙.

정대한의 공격이 그녀를 빗나가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백영희는 다시 경공을 사용했다.

속도를 높여 다시 한번 강렬한 일격을 선사해주었다.

퍼어억!!

그녀의 발차기가 정대한의 턱을 가격했다.

놈의 머리가 위로 들렸다.

호쾌한 타격감이 백영희의 발끝으로 느껴졌다.

“커어억!!”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정대한은 정신이 아찔했다.

손에 쥔 창을 놓치고.

그대로 자빠져 몸을 움찔거렸다.

정대한의 스킬, 머슬폼의 효과도 끝나며 부풀었던 몸집이 줄어들었다.

첫 번째 대결이 끝났다.

백영희는 남은 교관들을 째려보며 싸늘하게 소리쳤다.

“다음 올라오시죠.”

“······”

남은 교관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대한은 그들 중에 가장 강했다. 나머지들은 E급에 머무는 수준이라, 그가 당했다면 이겨낼 방도가 없었다.

“어, 어쩌죠?”

“쫄아서 물러나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을 텐데······.”

교관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을 가득 메운 다른 훈련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X됐다.

이리 보는 눈이 많아서야, 대결을 피할 수 있겠나.

진퇴양난이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교관들이 속닥거리자 백영희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쌀쌀맞은 특유의 화법으로 제안을 신청했다.

“교관님들, 두 분 모두 대련장으로 올라오십시오.”

“예?”

“한꺼번에 상대해드리죠.”

교관들은 마른 입술로 침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2명이 함께 덤비는 게 승률은 더 높다.

하지만 그리 이겨봤자 무슨 소리를 듣겠는가? 둘이 덤벼서 겨우 이겼단 조롱이나 받겠지.

‘그래도 패배하는 것보단 낫다.’

교관들은 그리 판단했다.

패배하면 자존심이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이런 식으로 이기면 체면만 구기고 끝난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다.

터벅, 터벅.

교관들은 목검을 들고 대련장에 올라왔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D급인 정대한도 당했는데······.”

“그래도 싸워봐야죠. 정대한은 교관 노릇만 5년째 하느라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겁니다.”

“그, 그렇겠죠? 그래서 패배한 거겠죠?”

“일단 대련에 집중합시다.”

교관들은 목검을 세우며 품세를 잡았다.

헛된 희망을 품고 백영희에게 달려들었지만, 승패는 너무나 자명했다.

퍼억!!

시원한 타격 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강타했다.

놈들의 시야가 흔들렸다.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순식간에 백열전구가 번쩍이는 천장만이 동공에 비쳐졌다.

머리를 얻어맞고 뒤로 자빠진 것이다.

곧이어 눈앞이 흐릿해졌다.

“뭐, 뭐가······”

그 한마디를 끝으로 교관들은 정신을 잃었다.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른 채로.

그걸 지켜본 교육생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너무나 압도적이다.

뒷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백영희의 완벽한 승리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저게 훈련생이라고? 우리랑 격이 다르잖아.’

‘마지막 공격은 어떻게 한 거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백영희는 쓰러진 교관들을 바라보며, 꼴좋단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미래에 검제가 될 백영희.

그녀가 앞으로 그려나갈 업적의 첫 페이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 * *

교관들의 패배.

그 소식은 빠르게 길드로 퍼져나갔다.

특급 뉴스였다.

“백영희 훈련생이 교관들을 쓰러뜨렸다며?”

“대단하다곤 들었는데, 진짜 장난 아닌데.”

이 소문은 서포트 부서까지 퍼져나가게 된다.

당연히 회장님 귀에도 들어갔다.

신용한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 백영희를 훈련생 신분에서 졸업시켜줬다.

‘교관들을 이긴 마당에 훈련은 무슨!! 당장 실전 투입해야지.’

신용한 회장은 백영희와 면담하였고, 그녀를 곧장 헌터 1팀에 꽂아줬다.

“후후후.”

신용한은 사무실에서 홀로 웃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그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선우영과 백영희······.’

설마 이런 천재들이 둘이나 들어오게 될 줄이야.

‘운이 좋군.’

좋아도 너무 좋았다.

선우영과 백영희가 순조롭게 커준다면 크루그먼 길드는 한국 1위 길드가 될지 모른다.

‘아니지, 어쩌면 세계 1위가 될지 모르겠군.’

신용한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쿠하하하!!”

* * *

선우영의 옆자리에 새로운 책상이 생겼다.

새로 생긴 자리엔 두 자루의 목검이 놓여있었다.

끼이익.

의자에 아리따운 여성이 앉았다.

야무지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가 눈에 띄었다.

여자의 정체는 백영희였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선우영을 쳐다봤다.

자신이 해냈다는 듯이 말이다.

옆자리에 있던 그가 백영희를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축하합니다.”

“고마워요.”

“근데 얘기 들어보니까, 마지막엔 두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셨다면서요?”

“네.”

“왜 그러신 거예요? 소문 들어보니까 몹시 화가 나 있었다고 하던데.”

선우영의 물음에 백영희는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옅은 웃음기로 대답을 대신했다.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는지 말해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

선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맘먹었다.

굳이 캐물어서 뭐 하겠나.

무슨 안 좋은 대화가 오고 갔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선우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딜러는 구했고.’

이제 든든한 탱커 한 명만 있으면 딱인데.

‘탱커······ 탱커······’

딱 요놈이다 싶은 녀석이 안 떠오른다.

이참에 괜찮다 싶은 놈을 발굴해서 키워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 고민하던 순간.

벌컥.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 한번 우렁찬 놈이었다.

누구인가 슬쩍 확인해봤더니, 놀랍게도 상대는 지난번 선우영에게 깨진 김철수였다.

“음······.”

선우영은 검지에 턱을 댔다.

김철수가 누군가? 자신과 대련을 붙어 패배한 사내가 아닌가.

몸의 일부를 강철로 만드는 능력자.

붉은 스킬석으로 엄청난 방어형 스킬을 손에 넣은 남자였다.

‘지금은 오러가 부족해서 팔뚝까지만 강철로 변환하던데. 나중에 성장하면 전신을 강철로 바꾸겠지?’

저 남자도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다.

미래에선 동료를 지키려다 몬스터한테 죽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운명을 피해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능히 S급 탱커가 될 재목이었다.

‘좋아, 탱커는 저놈으로 정했다.’

선우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김철수는 순간 오한이 찾아와 몸서리가 쳐졌다.

“뭐지? 느낌이 싸한데.”

그는 팔뚝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자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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