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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10화 (10/200)

#10화. 능구렁이 신입

일주일이 흘렀다.

선우영과 백영희는 쉬지 않고 대련을 하였다.

타앙-!

목검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선우영은 삼환검을 더욱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한층 발전된 실력을 보여줬다.

백영희도 많이 성장했다.

미래의 검제답게 오러의 발전이 눈부셨다.

겨우 일주일 만에 E급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목검이 강렬하게 부딪쳤다.

바드득.

그 순간 백영희의 목검이 부러졌다. 선우영이 가진 강력한 검기를 버텨내지 못했다.

“이걸로 오늘 대련은 끝이네요.”

백영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일격에 패배하는 일은 줄어들었으니, 거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선우영은 자신의 목검을 지긋이 바라봤다.

‘삼환검에 많이 익숙해졌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검술로 꿀릴 일은 없겠다.

선우영은 검을 갈무리했다.

“일주일이 지났네요. 저도 슬슬 팀에 합류해 게이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가요.”

백영희는 살짝 아쉬웠다.

그와 함께 더 대련해보고 싶었지만, 약속 기간이 끝났다.

“그럼, 앞으로 잘되시길 빌게요.”

선우영은 짤막하게 말하며 대련장을 내려왔다.

그때였다.

백영희가 그의 소매를 슬며시 잡아당기며 물었다.

“어느 팀에 들어가세요?”

“어제 연락을 받았는데, 1팀으로 발령 떨어졌어요.”

“그렇군요. 그럼 가까운 시일에 또 뵙죠. 저는 좀 더 훈련하고 있겠습니다.”

백영희는 그의 소매를 놓았다.

선우영은 엘리베이터에 타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찌이잉.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는 벽에 기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까운 시일에 또 뵙겠다고?’

훈련기간 1년도 아직 수료 못 했으면서 또 만나겠다니.

‘저건 뭔 소리야?’

나중에 팀으로 놀러 오겠단 뜻일까?

하여튼 재미있는 아가씨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쭉쭉 올라가 3층에 멈췄다.

그는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자동문이 찌이잉 열리자 기다란 복도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선우영은 문 앞에 섰다.

- 1팀 사무실 -

문에 떡하니 붙어있는 글자를 보고, 선우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곳이 내가 몸담을 1팀인가.’

뭐, 당분간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내 목표는 돈을 버는 거니까.’

열의 있는 행동을 보여야 승진에 유리하다.

승진이 빠르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도 더 두둑해지고, 500억을 벌겠단 목표에 더 가까워진다.

따라서 지금 취해야 할 모습은···

‘열의가 넘치는 신입사원!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막내!’

그러한 모습으로 상사들한테 점수를 따면 인사고과 때 유리해진다.

‘적당한 연기력이 필요하겠군.’

뭐, 직급이 적당한 궤도에 오르면 그딴 연기도 필요 없겠지만 말이다.

생각을 끝낸 선우영이 문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소속 헌터들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선우영은 맨 끝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중년남성에게 다가갔다.

저 남자가 바로 김용대.

1팀의 부장이다.

근엄해 보이는 얼굴과 늠름하게 벌어진 어깨.

딱 봐도 실력 있게 생겼다.

특히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남아 속살이 보이는 정수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신입 헌터 선우영, 오늘 1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선우영은 절도 있게 허리를 숙였다.

사회생활의 절반이 첫인상으로 결정되지 않던가.

첫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나중에 좀 더 대우받고 회사 생활하는 법이다.

특히나 김용대 같은 중년남성들은 답답한 모습을 싫어한다.

“오, 자네 왔군.”

김용대는 선우영을 바라보며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놓았다.

“······.”

“······.”

김용대는 아무 말 없이 선우영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왠지 께름칙했다.

마치 관찰당하는 기분이랄까.

선우영이 적막을 깨고 먼저 말꼬를 틀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김 부장님?”

“아니, 아닐세.”

김용대는 그리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네, 지금 등급이 어떻게 되지?”

“공식적으론 F급입니다.”

“허, 공식적으로?”

김용대는 짤막한 웃음을 흘리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

저 대답이 뭘 뜻하겠나, 비공식적으론 그 이상이라고 은근슬쩍 어필하고 있는 거지.

“부장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선우영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단 듯이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면서!

김용대는 팔짱을 끼었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보통 녀석은 아니란 직감이 팍팍 든다.

제법 재미있는 녀석이다.

‘어디서 이런 능구렁이 같은 신입이 들어왔을꼬?’

김용대는 등급 이야기도 나왔겠다, 내친김에 그에게 업무 하나를 지시했다.

“혼자서 F급 게이트를 클리어해 와.”

“그 말씀은······.”

“E급으로 올라가야지. 승급조건은 알지?”

헌터가 등급을 올리려면 승급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보여야 할 것은 경험과 오러의 총량.

어떤 게이트를 몇 번 닫았는가?

기계로 측정한 오러의 총량이 얼마나 되는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등급이 올라간다.

F급에서 E급이 되긴 쉬웠다.

다른 등급과 다르게 오러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지 않았으니까.

F급 게이트를 혼자 닫아버리면 됐다.

등급이 점점 올라갈수록 승급조건이 까다로워지지만 말이다.

선우영은 김용대의 지시를 듣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감을 잡았다.

‘보통은 뭘 좀 더 가르치고 게이트에 보낼 텐데. 대놓고 초면에 F급 게이트 공략하라는 뜻은 역시 그거겠지?’

간을 보면서 찔끔찔끔 실력 보이지 말고 시원시원하게 공개하란 의미였다.

능력 있는 신입이 들어오면, 보통은 질색하며 싫어하는데······ 아무래도 김용대는 다른 인물 같았다.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사람이로군.’

이러면 오히려 맘이 놓인다.

귀찮게 어느 상사에게 연줄을 댈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실력을 맘껏 펼치면 됐다.

‘운이 좋군.’

이런 상사 만나는 것도 복이다.

선우영은 큰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승급조건을 달성하겠습니다!!”

김용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젊은 친구가 목청이 좋군. 시원시원해서 아주 맘에 들어.”

“감사합니다.”

“만약 혼자서 F급 게이트 못 닫으면, 우리 팀에 자네 책상은 없는 거야. 명심하라고.”

“넵. 명심하겠습니다.”

김용대는 서포트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F급 게이트에 신입을 혼자 보내겠다고 하자, 금방 준비하겠단 대답이 돌아왔다.

곧이어 1팀으로 서포트 부서 직원이 올라왔다.

“아, 이 친구를 보내실 겁니까?”

그가 김용대에게 물었다.

“그래, 헌터가 된 지 한 달도 안 된 녀석이지만 제법 기개가 있어서 말이지.”

“오호,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서포트 부서 직원이 선우영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서포트 부서 과장 이태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가 매우 깍듯했다.

서포트 부서는 일반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길드의 중심인 헌터들을 함부로 대할 순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우영입니다.”

선우영도 똑같이 인사했다.

이태식은 그를 데리고 2층에 있는 작전회의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게이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이번 F급 게이트 몬스터는 고블린입니다. 딱히 위협적인 개체는 아니지만 뭉치면 까다로워지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이태식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고블린이라니.

최약체 몬스터가 걸렸다.

자신의 실력은 이미 D급 수준이니 이번 게이트를 닫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후 이태식은 무기 대여에 관해서도 설명해줬다.

“선우영 헌터님! 길드에서 무기를 대여해주는 데 쓰시겠습니까? 물론 따로 구비하신 무기가 있다면 그걸 쓰셔도 됩니다.”

“아, 대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태식은 작전회의실 맞은편에 있는 무기 보관함으로 그를 안내했다.

치이익.

자동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다양한 무기가 있었다.

방패와 도끼.

언월도.

망치.

기다란 장검.

무기를 대여하는 헌터가 직접 만지고 고를 수 있었다.

“흐음, 어떤 녀석이 좋으려나.”

선우영이 원하는 롱소드도 개수가 다양했다.

선우영은 유심히 상태를 살폈다.

‘무기 제조사마다 한 개씩은 구비를 해놨네.’

선우영은 그중 괜찮아 보이는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매끈하게 잘 빠진 검신.

손잡이를 휘감는 손맛이 좋다.

부우웅.

한번 휘둘러보니 칼날의 움직임이 부드럽다.

무게 중심도 잘 잡혀있다.

‘대형길드라서 그런지 대여해주는 무기도 봐줄 만하네.’

나쁘지는 않지만, 미래에 쓰일 무기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다.

그때보단 기술력이 확실히 부족하긴 했다.

‘나중에 좋은 칼을 구해야겠다. 명인 박인혁은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그 양반이 만든 무기가 진짜 최고인데.

선우영은 그리 생각했다.

‘지금이 10년 전이니까······ 아직 무기 제작자로 데뷔하지 못한 상태려나?’

나중에 한 번 만나봐야겠다.

투자 좀 해서 좋은 무기를 얻어야 하니까.

뭐, 어쨌든!

고블린 따위를 없애는데, 길드에 대여받은 롱소드면 충분했다.

“그러면 이제 출발하죠.”

선우영이 이태식에게 말하며 롱소드를 허리춤에 찼다.

* * *

부르릉.

선우영은 차 안에서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했다.

차는 인천으로 향했다.

운전대를 잡은 이태식이 말을 걸어왔다.

“근데, 선우영 헌터님.”

“네.”

“승급조건 달성하러 가시는데 무섭지 않으신가요? 처음으로 게이트 들어가시는 거잖아요.”

“앞으로 매번 겪을 일인데, 긴장해서 뭐 하겠습니까. 그냥 열심히 해야죠.”

이태식이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히야, 멋지십니다. 게이트에 처음 들어가는 헌터들은 긴장해서 벌벌 떨던데, 선우영 헌터님은 마치 베테랑 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다시 풍경을 구경했다.

슬슬 바닷가가 보인다.

인천에 가까워졌단 의미였다.

끼이익.

송도에 있는 카톨릭 대학교.

차량이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봉을 휘두르며 멈춰 세웠다.

“게이트 발생 구역입니다.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크루그먼 길드 소속입니다.”

이태식이 소속을 밝히며 크루그먼 길드 증명서를 보여줬다.

경찰은 그걸 대강 살피더니 봉을 휘두르며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예, 들어가세요.”

차량은 카톨릭 대학교로 들어갔다.

그곳 내부는 텅텅 비어있었다.

고작 F급 게이트이긴 해도 학생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

게이트 발생 이후, 일주일 안에 닫지 못하면 몬스터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걸 전문 용어로 [게이트 브레이크]라고 부른다.

끼이익.

차량이 주차장에 멈춰 섰다.

선우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따라 햇볕이 쨍쨍하다.

학교 광장 한가운데에 발생한 게이트가 보였다.

선우영이 그곳에 들어가려 하자, 이태식이 그에게 마지막 말을 걸어왔다.

“게이트를 하루 안에 닫으셔야 합니다. 하루를 넘길 시에, 다른 길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훗, 알겠습니다.”

선우영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하루를 넘기면, 정부로부터 힘겹게 따낸 게이트 토벌권이 다른 길드에게 넘어간단 말이니까.

법적으로 게이트는 정부 소유다.

길드는 정부에게서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토벌권을 힘겹게 따온다.

즉, 이태식은 서포트 부서가 힘겹게 따온 게이트 토벌권을 무용지물로 돌리지 말라고 눈치 준 것이다.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여태껏 아부만 잘 떨더니······.’

게이트에 들어갈 때가 되니까 반드시 성공하라고 압박을 준다.

‘이래서 인간관계가 피곤하다니까.’

선우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게이트 내부로 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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