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8화 (8/200)

#8화. 가르쳐 줘!!

선우영은 교육실을 빠져나왔다.

호영수의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른 교육생들이 훈련실로 향했다.

1년간 빡세게 오러와 육체를 단련해야, 비로소 헌터로 활동할 수 있으니까.

반면, 선우영은 따로 훈련할 맘이 없었다.

‘이대로 퇴근하자니···.’

아직 오후 1시라서 집에 가기도 뭣했다.

‘대충 뭔가 하는 척 연기하다가 6시에 칼퇴근해야겠다.’

선우영도 훈련실로 향했다.

다른 훈련생들은 벤치프레스와 근육 단련에 매진하였다.

쇠질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크흐읍!!”

몇몇 녀석들은 이빨을 꽉 깨물며 기합성을 냈다.

모두가 250킬로그램 벤치프레스를 할 때, 선우영은 2킬로그램짜리 깜찍한 분홍색 덤벨을 잡았다.

그는 훈련을 대충하였다.

구석에 앉아 2킬로그램짜리 덤벨로 운동하며 잡생각을 했다.

‘내가 가진 돈은 고작 10억.’

계약금으로 받은 금액이 꽤나 많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저 그런 부자가 될 생각은 없어!!’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롯탬 타워 시그니엘] 사진을 검색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타워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도 언젠가 저기에 살 거야.’

상위 0.1%만이 입주할 수 있다는 건물!!

평당 금액이 1억은 하며, 최소 평수가 60평이나 된다.

60억 주고 입주하면 소소하게 산다며 이웃들이 이야기한다는 [롯탬 타워 시그니엘].

선우영은 저 중에서 가장 넓은 100평짜리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 가격만 100억이다.

‘계약금으로 받은 10억으론 택도 없지.’

관리비 또한 한 달에 300만 원이 나온다고 하니, 1년이면 3,600만 원이 관리비용으로 사라진다.

‘관리비가 무슨 웬만한 회사원 연봉 수준이야.’

거기다 타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룸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데, 그 가격도 한 달 평균 200만 원은 나온다.

이걸 관리비랑 합치면······

‘1년에 6,000만 원 가까이가 쓰이는 거지.’

선우영은 눈을 감고 롯탬 타워 시그니엘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였다.

‘한강뷰가 보이는 고층 건물’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친절한 직원들에게 듣는 건물 내부 이야기.’

선우영은 앞니가 보일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집 계약서에 싸인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100억을 일시불로 주고 입주하는 거야.’

너튜브로 입주 과정을 본 적이 있었는데, 계약서에 싸인하면 직원들이 90도로 인사하며 이렇게 말하더라.

- 축하드립니다.

단순한 축하의 의미가 아니었다.

‘너도 이제 상위 0.1%의 세계에 들어왔단 뜻이지.’

선우영은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큰돈을 벌겠노라 결심했다.

‘롯탬 타워 시그니엘에 평생 거주하려면 얼마가 필요하려나?’

그렇게 대충 계산 때려보니, 150억 이상은 필요해 보였다.

‘거기에 품위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못해도 500억은 필요하겠지?’

선우영의 최종 목표 금액을 정했다.

어떻게든 저 돈을 마련하겠다.

그리 망상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누구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목검 두 자루를 들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인이 보였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여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백영희.

“뭐 하세요?”

그녀는 어처구니없단 목소리로 선우영에게 물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단 얼굴로 대답하였다.

“훈련합니다.”

“고작 2킬로그램 덤벨로 훈련이요?”

“네.”

“그걸로 훈련이 되겠습니까?”

백영희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나지막이 소리쳤다.

그녀가 바람맞았던 대련 얘기를 또 꺼냈다.

“그러지 말고, 저랑 대련을······.”

“안 해요.”

“고작 2킬로그램 덤벨로 훈련하는 것보단 훨씬 유익할 텐데요?”

“저보다 더 강한 사람 많습니다. 그분들이랑 열심히 대련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백영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훈련생 중엔 그런 사람 없어요, 실전에 나간 헌터들은 만날 수조차 없고요.”

선우영은 침묵했다.

사기급 고유능력을 가진 자신과 평범한 훈련생들을 비교하는 건 솔직히 너무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녀와 대련하긴 싫었다.

천재랑 대련해서 자신에게 남는 게 뭐가 있을까.

몸만 피곤하지.

그딴 귀찮은 일은 사양이다.

선우영은 귀찮단 티를 팍팍 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대련이 뭐라고 그렇게 집착을 하십니까?”

“더욱 강한 검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백영희가 대번에 대답했다.

선우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무얼 위해 강한 검사가 되겠다는 건데요.”

“그건······.”

백영희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달싹이던 그녀의 입술이 이내 진심을 토해냈다.

“추락한 <삼환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입니다.”

“······.”

선우영은 입을 꾹 닫았다.

<삼환검>이란 얘기를 듣자 백영희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닥으로 추락한 아버지의 도장을 일으켜 세우려는 건가? 그래서 강한 상대와 대련해 힘을 키우려고 했군.’

과거에 꽤나 유명했던 일화였다.

삼환검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에도 실릴 정도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백영희의 아버지는 검술 도장을 운영하고 계셨다.

과거에는 경찰 준비생들을 가르치며 근근이 벌어먹는 수준이었지만, 헌터가 등장하고부턴 무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어 도장끼리 급이 나뉘었다.

어느 도장에서 어떤 헌터가 배출되었는가, 그게 인기의 척도였다.

백영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도장은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평판이 괜찮았다.

그런데.

‘돈 없는 놈을 수제자로 받아줬다가 뒤통수 맞았지.’

글쎄, 그 새끼가 헌터로 각성하더니, 공짜로 배운 검술로 범죄를 저지르지 뭔가!!

백영희의 아버지는 그 사건으로 인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그걸 본 사람들 사이에서 비난과 괴소문이 쏟아졌다.

- 범죄자를 키운 도장이다!

- 설마, 도장이 범죄조직과 연루된 건 아니겠지?

상황이 저렇게 흘러가다 보니, 기존에 있던 제자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장은 사람 한 명 없는 곳이 됐지.’

여기까지가 선우영이 아는 이야기였다.

백영희는 실추된 도장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목표가 되었다.

도장을 일으켜 세우려면, 유능한 헌터가 도장에서 배출되었단 사실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해지는 일에 목을 매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검술로 S급 헌터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테니까.

선우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사건도 있었으니, 빨리 성장하고픈 마음도 이해는 가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선우영에게도 돈을 왕창왕창 많이 벌겠단 목표가 존재했다.

누굴 도와줄 형편이 안 됐다고!

‘나도 빨리 몬스터를 잡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당장 내일부터라도······ 어? 잠깐만?’

선우영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몬스터 강의 듣느냐고 일주일 동안 게이트에 못 들어간다.

‘나 지금 합법 월급루팡이었지.’

돌이켜보니 일주일 동안 시간이 넘쳐났다.

그렇다면 백영희를 도와줘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그녀는 앞으로 쭉쭉 성장해나가 검제가 될 테니까.

‘차라리 내가 오러 다루는 법을 가르쳐줄까. 그러면 백영희가 더 빠르게 성장할 텐데.’

겸사겸사 자신도 그녀의 신들린 검술을 배운다면?

‘서로 윈윈하는 거잖아.’

괜찮은 생각이다.

미래에선 그녀에게 검술을 배우겠단 사람들이 한 트럭이었고, 그 숫자가 너무 많아 가려 받았으며, 비기까지 제대로 전수받은 수제자는 고작 1명이었다.

백영희에게 검술을 배우려면 어마어마한 경쟁을 치러야 했다.

선우영은 씨익 웃었다.

“백영희 씨,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저는 당신에게 오러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드리죠.”

“네?!”

“대신 저에겐 검술을 가르쳐주세요. 그다음 훈련 삼아 대련을 하죠.”

“······!!”

백영희는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이건 그녀에게도 기회였다.

헌터 시험에서도 그랬고, 김철수와 대련했을 때도 선우영의 싸움을 지켜봤다.

오러를 다루는 능력과 피지컬.

그건 재능이 타고났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 훈련법을 배울 수 있다니.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백영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둘의 거리가 가까웠다.

“시간이 아까우니, 일단 대련장으로 이동합시다.”

선우영이 그리 말하며 어깨에 올라온 그녀의 양손을 밀어냈다.

* * *

대련장에 도착한 선우영과 백영희.

그녀는 목검을 쥐며 선우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백영희의 검술시범이 시작됐다.

그녀가 목검 하나만을 손에 쥐고 있자 선우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검술을 가르쳐주신다고 해놓고, 왜 쌍검술이 아니죠?”

설마 대충 알려주고 퉁치려는 건가 싶어 미간이 찌푸려지던 그때, 백영희가 대답한다.

“일단 보시죠. 말로 설명하면 복잡합니다.”

그녀는 품세를 잡았다.

“후우.”

백영희가 짧은 숨결을 토하고, 목검을 휘둘렀다.

자세에 빈틈이 없었다.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목검.

허공을 노닐며 춤추듯, 아리따운 모습을 보이던 검술이 느닷없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목검의 움직임이 묵직해졌다.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회전의 축을 잡고.

부우웅.

원형을 그리며 목검이 움직인다.

그 모습에 아름다움은 없었으며, 전장을 누비는 흉포한 거한이 떠오를 정도였다.

실로 파괴적인 궤적이다.

“후으읍.”

백영희는 호흡을 고르며 잠시 동작을 멈칫했다.

그 모습에 선우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의 검술이 또 변했다.

이번엔 방어와 빈틈을 노리는 방식이었다.

끈기가 느껴지는 품세.

공세 또한 가짜 공격이 섞여, 상대방을 속이는 것에 중점 되어 있었다.

백영희의 목검이 멈추었다.

“삼환검은 3가지 검법으로 나뉩니다. 여기까지가 아버지께서 고안하신 검법들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나지막이 말을 잇는다.

“여기부턴 제가 발전시킨 삼환검의 쌍검술입니다.”

백영희가 다른 목검까지 손에 쥐며 특기인 쌍검술을 펼쳤다.

선우영은 감탄했다.

아까 보았던 3가지 품세들이 쌍검술과 만나 동시에 펼쳐졌다.

목검 하나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또 다른 목검은 원심력을 이용해 파괴적인 궤적을 그린다.

좀 있다가 부드럽게 움직이던 목검이 방어와 빈틈을 노리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선우영은 감을 잡았다.

‘3가지 다른 성격의 검술을······ 목검 두 개로 동시에 쓰고 있다.’

전율이 일었다.

‘이러면 변칙적일 수밖에 없겠네.’

제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저걸 막아낼 재간은 없을 거다.

곧이어 그녀의 검술이 끝났다.

선우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몰입해서 검술을 관찰하는 바람에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분석해본 결과, 한 가지 결론이 도출됐다.

“쌍검술을 익히긴 어렵겠네.”

선우영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팔짱을 끼었다.

각기 다른 검술을 쌍검술로 동시에 풀어내는 건, 타고난 재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래서 미래의 백영희가 수제자를 1명밖에 안 뒀군.’

아무리 사람들이 몰려와도, 이런 형태의 쌍검술을 익힐 수 있는 능력자는 극히 드물 테니까.

비기를 전수하고 싶어도 어려웠겠지.

“하지만 목검 하나로 펼친 삼환검까진 익혀볼 만하겠는데?”

선우영이 씨익 웃었다.

백영희의 쌍검술을 익힐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저거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목검 하나로 펼친 삼환검도 위력은 대단했으니까.’

선우영은 목검을 손에 쥐었다.

백영희가 보여준 검술을 반복적으로 따라 하며 삼환검의 묘리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처음엔 느릿느릿하더니,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삼환검의 묘리가 이해되면 이해될수록 동작에 날카로움이 생겨났다.

백영희는 물끄러미 선우영을 바라봤다.

그녀는 꽤나 놀랐다.

‘생각보다 검술에 재능이 있는데?’

자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나름 한 재능 하는 인물이었다.

부우웅.

목검을 휘두르던 선우영의 동작이 멈추었다.

2시간을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렀다.

목검 하나로 삼환검을 따라 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뭐, 아직 완벽한 건 아니지만.’

대충 시험해 볼 정도는 됐다.

선우영은 이마에 맺힌 땀을 털어내며 백영희를 바라보았다.

“자, 그러면 이번엔 제가 오러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일단 검기부터 배워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검기는 오러를 칼날에 코팅하는 기술인데, 이때 중요한 게 바로 감각입니다.”

“어떤 감각인가요?”

선우영은 목검에 검기를 코팅하며 설명을 이어간다.

“이걸 보세요. 무기를 신체의 일부라고 상상하면 오러도 자연스럽게 목검에 불어넣어 집니다. 그걸 응축시키면 검기가 되고요.”

선우영의 설명은 어렵지 않았다.

말하는 건 쉽지만 터득하는 일은 별개였다.

‘뭐, 신참들은 검기 익히는 데 두 달은 걸리니······ 미래의 검제님도 아무리 빨라 봐야 일주일은 걸리겠지.’

그리 생각했건만.

“흠, 검기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군요.”

백영희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검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목검에 오러가 코팅되었다.

선우영은 입을 삐쭉거렸다.

‘와, 재수 없다. 저게 대단한지도 모르고, 쉽단다···.’

이래서 재능 있는 놈들이란!

선우영은 대련장으로 올라가며 그녀에게 외쳤다.

“그럼, 대련 한판 뜹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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