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스킬융합-7화 (7/200)

#7화. 중요한 일

선우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신용한 회장의 오러는 굉장했다.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당장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다.

‘젠장!!’

선우영은 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오러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신용한 회장의 오러는 망망대해처럼 끝을 모를 정도로 많았지만, 선우영은 아니다.

기껏 해봐야 흐르는 강물 수준이다.

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든 오러를 끌어모아 대응해도······ 기껏 해봐야 1분 남짓밖에 못 견딜 거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날 죽이는 게 목적은 아닐 테니까.’

선우영은 그리 판단 내렸다.

신용한 회장은 성미가 호전적이다.

자신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시험하고 있는 중일 터.

‘약한 소리,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이건 위기이자 기회였다.

조금이라도 그의 오러를 대항해낸다면, 신용한 회장은 인재라고 파악해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할 거다.

반대로 실패하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해 그저 신입 길드원1로 바뀔 게 자명했다.

“크으윽.”

선우영은 심장을 쥐어 짜내듯 오러를 극한으로 모아 응축시켰다.

컨트롤 스킬을 기존 패시브 스킬과 융합시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대응법이었다.

“크윽!!”

선우영의 입에서 세 번째 비명이 터졌다.

고통스럽다.

오러를 극한까지 쥐어짜느라 심장이 아프다.

그 기운을 전신으로 보내니, 근육이 감당하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후으읍.”

간신히 호흡을 할 수 있었다.

메스껍던 속도 차츰차츰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꿇었던 무릎을 간신히 피며 일어나 신용한 회장을 똑바로 바라봤다.

전신을 파르르 떨면서!

누가 봐도 당장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선우영은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도리어 당당하게 미소를 지었다.

“꽤나 흥미로운 시험이로군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하자, 신용한 회장이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그 웃음소리와 동시에, 신용한 회장은 뿜어내던 오러를 거둬들였다.

“선우영 씨, 정말 기대가 되는 인재로군요. 이걸 버텨내시다니!!”

그가 선우영의 등을 세차게 두들겼다.

인정을 뜻하는 행동.

선우영은 오러를 쥐어 짜내던 심장을 진정시켰다.

정신이 멍해졌다.

너무 무리했는지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오러를 쥐어 짜낸 탓에 육체에 제법 무리가 갔다.

극심한 피로가 그의 육신을 덮쳤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용한 회장이 그에게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앞으로 말만 하십시오. 제 이름 석 자를 걸고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간신히 대꾸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늘은 한숨 푹 자야겠다.

그것 이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엘리베이터 난간에 허리를 기대고 있자, 같이 올라탄 신용한 회장이 1층을 눌렀다.

이후에도 그는 선우영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무진장 맘에 들었나 보다.

취미가 뭐냐, 어떤 팀에 들어가고 싶으냐 등등.

시답지 않은 얘기를 걸어왔다.

선우영은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중요한 얘기도 아니라 대충 대답했다.

띠잉.

1층에 도착했다.

선우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신용한 회장이 아쉽단 표정을 지으며 끝마무리 대화를 던졌다.

“선우영 씨, 당신께 거는 기대가 꽤 큽니다.”

“감사합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지십시오. 나랑 대련해도 패배하지 않을 만큼 말입니다.”

역시나 마무리 인사는 도발적이다.

너는 아직 내 밑이다.

그러니 빠르게 성장해서 자기가 있는 위치까지 올라와라.

그걸 뜻하는 말이 아닌가.

끝까지 호전적인 신용한 회장에게 선우영은 건방진 웃음을 보여줬다.

드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그들은 헤어졌다.

* * *

다음날이 되었다.

- 삐로링, 일어나세요. 지각하겠어요.

스마트폰 알람음이 선우영의 귓가를 지독히 괴롭혔다.

“아이씨···.”

선우영은 이불을 뒤척이며 일어나 알람을 껐다.

피곤하다.

“출근하기 싫다······.”

어제 오러를 몽땅 써버린 탓에 어깨가 천근만근 무겁다.

하지만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

그는 양복을 입고 출근에 나섰다.

어제 받은 10억으로 정장 몇 벌을 구매했다.

츄리닝 입고 출근할 순 없으니까.

뭐, 10억으로 스킬석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그럴 맘은 없다.

스킬석이 워낙에 비싸니까.

무엇보다 돈 주고 스킬석을 얻으면 회귀한 이유가 없다.

스킬석 구매하느라 전 재산을 다 쓰고, 강해진 미래와 무엇이 다르겠나.

‘강하지만 돈이 없는 미래. 그거 반복하려고 회귀한 게 아니라고.’

돈 들이지 않고 스킬석을 얻을 방법이 있었다.

바로 스폰서를 구하는 거다.

인지도가 높은 헌터들에게 스폰서가 달라붙는다. 그때 계약조건으로 스킬석을 주기적으로 구해달라고 하면 됐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괜찮다. 시간은 10년이나 남아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내 전투 방식은 남들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어.’

스폰서 구하는 게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장담하는데 1~2개월이면 충분하다.

지금은 길드에서 활동하며 천천히 인지도를 쌓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스폰서들이 눈길을 줄 테니까!

선우영은 집 밖으로 나섰다.

그는 여느 직장인처럼 버스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출근했다.

‘욱, 너무 많아.’

콩나물처럼 다닥다닥 붙어 이동하는 직장인들.

삶이 퍽퍽하긴 다들 매한가지다.

선우영은 괴로운 출근 지옥에, 자동차를 사자고 결심했다.

‘빨리 경차 사야지.’

차종 중에 가장 작고, 볼품없는 게 경차지만······

‘세금이랑 유지비가 싸잖아.’

가격은 저렴했다.

그렇게 고통을 겪던 선우영은 버스에서 내려 크루그먼 길드 입구에 도착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녕하십니까, 선우영 헌터님.”

안내데스크 직원이 인사하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여기 직원 카드입니다.”

그가 선우영에게 카드를 주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우영은 카드를 받으며 인사하고 개찰구를 열었다.

일단 들어는 왔는데.

‘나 어디 팀으로 발령 났지?’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아직 못 들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선우영 씨죠!!”

돌아보니 체육복을 입은 한 사내가 다가왔다.

“누구세요?”

“저는 [몬스터학개론]을 가르치는 호영수입니다.”

“아, 예.”

차림새를 보아하니, 신입 헌터들을 가르치는 교관 같았다.

이 사람이 왜 아는 척을 하는 걸까?

면식도 없고, 앞으로 만난 일조차 없을 텐데 말이다.

“선우영 씨, 어제 대련 잘 봤습니다. 실력이 대단하시던데요!!”

“하하하, 제가 좀 합니다.”

선우영은 가벼운 농담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선우영 씨. 있다가 교육실에서 뵙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시죠?”

“어제 연락 못 받으셨나요? 일주일간 몬스터 관련 강의를 듣고 실무에 배치된다고 말입니다.”

호영수가 도리어 반문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선우영은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냈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곯아떨어졌다.

그사이에 연락이 왔을 수도 있었다.

‘아차, 자느냐고 이걸 못 봤네.’

스마트폰 메신저를 살펴보니 크루그먼 길드가 보낸 일정표가 톡으로 와 있었다.

뭐, 내용은 간단했다.

‘무작정 실전에 투입되면 위험하니, 일주일간 몬스터학개론 들으면서 공부해라?’

저 소리는······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도 된단 소리인가?!’

선우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합법 월급루팡이 되는 걸 길드가 허락했다.

‘개꿀이네!’

거의 휴가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선우영은 호영수에게 웃으면서 이제야 톡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공지를 이제 봤네요. 어제 피곤해서 집에 가자마자 잠을 잤거든요.”

“하하하, 김철수가 대단한 상대긴 하죠.”

“어······.”

김철수가 아니라 신용한 회장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하긴, 무슨 상관인가. 자기는 이제 쉬면서 시간만 때우면 되는데.

수업 시작은 9시 30분.

여유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돌았다.

“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

호영수는 그리 인사하고 교육실로 향했다.

선우영은 기지개를 켰다.

꼬르륵~

그때, 배에서 소리가 났다.

피곤해서 아침밥을 걸렀는데······ 시간도 생겼으니, 길드 안에 있는 공짜 매점을 이용해야겠다.

“흐흐흐. 공짜 밥이다.”

직원들 휴식 공간을 위해 마련된 공짜 매점.

역시 대형 길드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 공짜로 과자랑 빵을 먹을 수 있다니.

선우영은 1층에 마련된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아침 시간이라서 그럴까?

휴게실에 아무도 없었다.

선우영은 과자와 커피 그리고 빵을 꺼내서 먹었다.

‘오, 이거 비싼 건데!’

고급 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빵도 많이 있었다.

커피의 향도 제법이다.

호로록.

한 모금 마셔보니, 달콤쌉싸름한 게 취향을 제대로 저격당했다.

‘앞으로 커피 마시고 싶을 땐 여기서 먹어야겠다.’

선우영이 감탄한 눈빛으로 커피를 바라봤다.

그렇게 빵 두 개와 크래커 세 조각을 먹고 나니 배가 금세 빵빵해졌다.

‘아, 잘 먹었다.’

선우영은 뒷자리를 치우고 강의실로 향했다.

배를 채워서 그런지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갔다.

끼이익.

문을 열고 교육실에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꽂혔다.

교육생들이 선우영을 보고 속닥거렸다.

“헉! 선우영이다.”

“김철수를 이긴 사람이잖아.”

“나도 대련 구경하러 갔는데, 저 양반 보통이 아니더라.”

몇몇이 대놓고 존경심을 보냈다.

또 어떤 이들은 질투했다.

“쳇, 대련에서 한번 이겼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구만.”

“싸움 좀 잘한다고, 잘난 척은······.”

교육생들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였지만, 선우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일주일 지나면 이 녀석들이랑 볼일도 없으니까.

선우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빈자리가······’

아는 사람끼리 앉았는지, 빈자리가 보이질 않았다.

‘저쪽에 딱 하나 있네.’

선우영은 간신히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옆을 봤는데,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의자에 놓여있었다.

자리를 맡아놓은 모양새다.

‘가방이 길쭉하네.’

마치 죽도라도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 잠깐만. 이 가방은······’

느낌이 안 좋다.

저거 분명히 어디서 봤던 가방이다.

“설마?!”

선우영이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다가온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역시나 백영희가 보였다.

‘불안한 느낌은 틀린 적이 없더라니···. 미래의 검제와 왜 만날 얽히는 거냐. 귀찮게 시리.’

선우영은 속으로 꿍얼거렸다.

백영희는 눈을 깜빡이며 자기 옆자리에 있는 선우영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고는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녀가 선우영에게 무어라 말하려 입을 뗐다.

“저랑 대련을······.”

말을 끝마치기 전에 호영수가 들어와 수업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오늘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백영희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칠판을 쳐다보았다.

선우영은 수업에 집중이 안 됐다.

몬스터학개론.

지금껏 발견된 게이트나 몬스터에 대해 공부하는 과목이다.

저런 기본지식을 숙지해야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생존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그런 이유로, 선우영도 일주일을 공부시키고 현장 투입시키자는 게 윗분들의 판단이었다.

‘지루하네.’

선우영은 수업을 들으며 그리 느꼈다.

회귀 전에 이미 다 익혔던 내용들이라 귓구멍에 들어오질 않았다.

‘저거 아직 밝혀지지 않았나?’

과거의 정보들이라, 강사보다 오히려 선우영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냥저냥 생각 없이 앉아 있는데.

스윽.

옆자리에서 백영희가 쪽지를 건넸다.

‘뭐야?’

쪽지를 펼쳐서 확인해보니.

- 저랑 대련을 해주십시오.

귀찮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선우영은 냉큼 답장을 써주었다.

- 싫습니다.

그걸 본 백영희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선우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설마, 백영희가 저런 표정을 지을 줄이야.

미디어에서는 항상 진지하고 근엄한 인물로 표현되었는데 말이다.

‘저런 모습도 있구나. 꽤 귀엽네.’

하지만 대련은 절대 안 해줄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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