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리우데자네이루 서부로 전진하던 P-1의 군도가 수풀을 덮쳐 갔다.
전문가들은 이제 브라질의 수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을 것이며 그를 위해선 아마 100년 이상이 걸 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마존의 원시 밀림을 복구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이었다.
태초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만들어져 온 그만의 독특하고도 독보적인 밀림을 완성한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간의 문명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지구라는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재앙을 초래하 게 된 것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브라질을 비롯한 라스타의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라스타의 신용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그들이 단기간에 쌓아 올린 금자탑은 남미 일대의 명성을 그만큼 격상시 킨 것이었다.
우선 나사는 p-1의 움직임을 차 단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두터운 장벽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했다.
원시 우림이 파괴된다고 해도 일 단 사람은 살고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담당자 이완은 자신과 그 팀이 세 상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무급으로라도 평생 남미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벽을 쌓고 임시방편으로 구름을 흩어지도록 초대형 선풍기 등을 설치하여 조금이라도 구름 떼를 막아보려 하였다.
허나 장벽은 쌓자마자 조금씩 부식되어 순식간에 흙으로 돌아가 버렸다.
사실상 이제 더 이상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늦은 밤, 이완은 팀원들 몰래 자동차를 타고 베이스캠프를 나왔다.
그는 오늘 밤, 구름 떼 안으로 들어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 안이 과연 존재할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변이된 p-1을 채취하여 그것을 연구한다면 분명 뭔가 뜻밖의 결 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 것이다.
부아아앙!
대형 SUV를 타고 달리던 그의 곁으로 세 대의 차량이 따라붙었다.
경적을 울리는 세 대의 소형차들. 이완은 미치광이가 아니고선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런 미치광이들은 존재했다.
“팀장님!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 니까?”
“허어, 자네들?!”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치사 한 좀생이들이 아닙니다.”
“???돌아가. 정말 혼자서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단 말일세.”
“말도 안 됩니다. 지금 혼자서 저길 들어간다는 것은 그냥 목숨을 버린다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요. 적어도 팀장님을 서포터 해줄 수 있는 팀과 길을 알려줄 길잡이 한 명쯤은 있어야 실험이 진행되지 않겠어요?”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희생이 있다.
어떤 이는 분명 자신의 희생이의 미 있었으면 하겠지만 그저 괴로움을 잊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반쯤 자살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팀원들은 그의 정곡을 찔렀다.
“자살은 좋지 않아요.”
“자살….”
결국, 이완은 자동차를 멈추어 세 웠다.
팀원들은 괴로움에 가득 찬 이완을 위로하였다.
“이 모든 일은 팀장님 한 사람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 아닙니다. 절 대로 자책하거나 낙심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이 모든 일들을 뒤 로한 채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자신은 없어.”
“우리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이 자 신을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으 니 제아무리 목석과 같았던 이완 도 약간의 눈물을 보였다.
허나 그는 언제까지 꼴사납게 눈 물이나 찔끔거릴 사람은 절대로 아니었다.
“자네들도 그럼 나를 도와주는 거야?”
“물론입니다. 저희는 팀장님과 인 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온몸이 녹아 천천히 죽어갈 수 도 있어. 그래도 갈건가?”
“만약 그럴 각오도 없었다면 애 초에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지에선 지하에 굴을 파놓고 그 안에서 숨어서 살 수 있는 벙커를 만든 부자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하암반이 관통하는 구역이 아니라면 집을 지어도 충 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물론, 그것은 추론일 뿐이었지만 부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 면 무엇이든 다 할 사람들이었다.
허나 이완은 그런 이기적인 부자 들 말고 가진 것이 없는 민초들을 생각했다.
‘이 사태를 완만하게 해결하지 못 한다면이 세계의 인구 90% 이상이 죽을 것이다. 그전까지 완벽하 게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해!’
그는 방호복을 입고 P-1이 득실 거리는 구름 안으로 들어가기로했다.
아직 P-1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것들이 과연 무엇을 녹이지 못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방호복 안에는 각종 소 재로 된 옷이 무려 12겹이나 겹쳐 있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을 억지 로 끼워서 옷을 입으니 팔을 움직 이는 것만으로도 겨드랑이에 쥐가 날 것 같았다.
허나 이완은 묵묵하게 앞으로 나 아갔다.
-팀장님, p-1이 정면으로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그 안의 지형은 어떻습니까?
사실 구름 안쪽의 광경은 위성사 진으로도 관측이 불가능했다.
워낙 구름이 짙고 접근이 어려웠 기 때문에 쉽사리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없었다.
아마 P-1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 이완이 이곳에 들어가는 최초의 인간이 될 것이었다.
그는 구름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 갔다.
헌데 그는 뭔가 좀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분명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발아래에는 수북하게 자란 풀들이 밟히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무와 줄기들이 마구잡 이로 뒤엉켜 마치 동화에 나오는 마법의 숲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이완은 p-1이 나무를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허나 현실은 그와 반대였다.
막상 구름 안으로 들어와 보니 아 름드리나무까지 듬성듬성 자라있 어 여기저기서 풀벌레 소리가 들 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찌르륵, 찌르륵….
이완은 당장 옷을 벗어버렸다.
그러자, 그의 몸으로 대자연의 싱 그러움이 느껴졌다.
“세상에, 이봐 들! P-1 안에 생태 계가구성되어 있어!”
- 네?!
“하하, 나는 지금 옷을 벗고 있어 ! 그런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다 있나?!
그는 자신이 벗어놓은 옷들을 바 라보았다.
천연소재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분자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 꾸었다거나 인공섬유, 혹은 합성수 지 등은 녹아서 자연의 물질만 남았다.
이완은 지금까지 건물이 녹아서 사라졌던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건물이 무너졌던 것은 시멘트 안에 있는 화학 물질 때문이었어! 철근 역시 성형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 물질이 섞인 합금은 녹아 사라져버린 거야!”
지금까지 큰 건물 위주로만 보아서 잘 몰랐는데, 100% 자연 물질 로 지어진 목조주택의 경우엔 그 뼈대가 온전히 살아서 숨까지 쉬고 있었다.
심지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던 도심 야생동물들이 밖으로 나와 한껏 먹이를 먹고 있었다.
헌데 그들의 털이 평소에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길었다.
“털이….”
순간, 그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훑어보았다.
이완은 크게 웃고 말았다.
“하하! 내가 바야바가 되고 말았 네!”
_ 바야바요?
“털이 무지막지하게 자라있어. 인 간은 인공물질이 아니니까 P-1에 의해 녹는 대신 털이 자라나는 거 였어!”
- 와우
P-1은 더 이상 인류를 파괴하는 물질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를 리셋 시키는 이로운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었다.
우선 이완은 팀으로 다시 돌아가서 천연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P- 1을 채취하여 다시 연구에 들어갔다.
팀원들은 각 국가의 정부에 이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고 수풀이 사라질 이유는 없으니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하여 일단 시민들은 대피하라고 조언했다.
이것들이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무슨 해로운 현상이 발생할 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민간 인들을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솨아아아아…!
그로부터 이틀 후에 비가 내렸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실 비가 내리 자, p-1은 점점 옅어지더니 이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거듭된 인공강우로 인하여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자연 상태의 비가내린 것이었다.
이완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비로 소 깨달았다.
인공강우 역시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 물질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맞으면서 p-1은 점점 괴물처럼 변해갔음을 말이다.
결국, P-1 사태는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만, 학자들은 p-1이 화학성 폐 기물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책 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것을 연구하기로했다.
* * *
베를린 한복판에 떨어진 장갑차로 인하여 주변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테러의 위협이 점점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람들은 시한폭탄이 있다는 소리만 들어도 오금을 저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테러는 그만큼 끔찍하고도 무자비한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아악!”
“어서 방호시설로 대피하십시오!”
행사장에는 현장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들이 일부 투입되어 있었고 그들의 증원요청을 받은 인근 경찰들이 재빠르게 달려와 가세하였다.
허나 이 많은 인파들을 적절히 통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우는 우선 장갑차 안으로 나노 머신을 투입해 보기로 했다.
장갑차 역시 무전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선전파를 타고 안으로 잠입 해 들어간다면 전자제어장치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는 인파들과 함께 섞여 건물을 나가려다가 장갑차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길이 막히고 말았다.
“안 됩니다! 일단 지하 방공시설로 들어가십시오!”
“방공시설이 완비되어 있습니까?”
“법원 지하에 화재에 대비한 방공시설이 있습니다. 물론, 장갑차가 밀고 들어온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일단 임시방편으로라도 피하고 보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천우는 어디로 가든 간에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고 기왕이면 장갑차와 가까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는 변호인단과 함께 지하로 들어갔고 경호원들은 장갑차가 치고 들어올 길목을 막아서고 있겠다고 하였다.
“아마 이제 곧 독일의 특수부대가 도착할 겁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천우는 경호원들에게 최대한 시간을 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 10분만 끌어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볼게요.”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천우가 자신들에게 미안 해서 이런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건 진심이었다.
천우는 자신에게 단 5분만 주어 지더라도 저들을 무력화시킬 자신이 있었다.
지하의 방공시설을 향해 달리던 그때에도 천우는 여전히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장갑차에서 무선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신호가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에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괜찮아. 암호를 해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만약 3차원의 세상에서 그것을 해독한다는 것은 주파수를 찾는 것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킹이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천우는 유무선 세상으로 들 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곧바로 나노머신을 투입하여 전파를 탐지하고 장갑차에서 나오는 신호를 감지했다.
삐비빅…}
-신호를 탐지했습니다. 바로 접속할까요?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