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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의 전진은 인류에게 있어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류가 애써 다져놓은 지상 위의 모든 기반들이 깡그리 초토화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완 그란데스는 사실상 자신들의 방어대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끝이다.”
“아닙니다, 팀장님. 우리에겐 아직 인공강우라는 카드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비와 같은 성분의 물을 뿌려두었어. 그런데도 저 죽음의 구름은 없어지지 않고 있잖아···?”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100% 흉내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번 더 도전해보시죠.”
이완 그란데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간은 자연을 절대 똑같이 따라할 수 없다는 것, 인공강우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빗물에 있는 성분을 분석해서 똑같이 뿌렸다고 해서 그것을 따라갈 수도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완은 힘을 내보기로 했다.
“···좋아, 죽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을 수는 없지!”
“그럼 시작합니다!”
이미 4,000발의 인공강우용 로켓과 구름씨 도포용 수송기 4대를 준비 중이었다.
2007년도에 중국에서 대량의 인공강우가 시도되어 8억 톤의 비가 내린 적이 있었다.
이는 1940년대에 이미 이론이 정립되어 재차 실험이 지속되어 지금의 기술력이 만들어 진 것이었다.
허나 여전히 인공강우에 대한 확신이라든지 성공확률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대기의 상태라든지 그날의 변수에 따라서 인공강우의 성공여부나 만족할 만큼의 비를 얻을 확률도 변하기 때문이었다.
이완 그란데스는 기상학자 20명을 데리고 철저한 분석을 실시했고 완벽하게 리우데자네이루 중부와 서부를 뒤덮을 수 있을 정도의 비를 만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성공하겠지?”
“물론이죠. 저희들은 팀장님을 믿습니다.”
“그래, 한 번 해보자고!”
사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가 내리고 안 내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P-1이 비에 의해 무력화 될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만약 비가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낸다면 인공강우는 인류 최고의 삽질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방법 밖에는 없었다.
“자, 시작하자!”
로켓을 발사할 비행기가 떠올랐다.
파일럿들은 고도 1km 상공으로 올라간 후, 대량의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약속된 지점, 약속된 타이밍에 발사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이고 대량의 비구름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이 자금은 전액 라스타에서 조달되는 것이었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 막대한 자금 뿐만 아니라 라스타 전체가 초토화 될 것이었다.
이완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나 참, 이게 다 딱정벌레 안에 사는 기생충에게서 나온 것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만약 딱정벌레에 사는 목사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소 제한된 연구를 했어야합니다. 헌데 목사충 안에서 P-1이라는 미친 물질을 추출해서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죠. 이건 아마도 신이 인간의 오만함에 대하여 진노한 나머지 벌을 내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라고 우리가 회계할 테니 재앙은 그만 내려주었으면 좋겠군.”
이는 분명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었다.
목사충이 플라스틱을 먹어치운다는 것은 인류 최고의 발견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는 역으로 흑사병 이후 최악의 재해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이완은 파일럿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작전지역 전체에 발사하였다.
“이제부터는 기다림만이 남은 셈인가?”
아마 50~60분 사이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허나 이중에서 제대로 비를 내릴 수 있게 할 구름씨앗이 비구름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구름씨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물질이기 때문에 인간의 예상대로 주변의 수증기를 죄다 빨아들여 비를 내릴 수 있을지 없을 지는 미스터리였다.
100% 확신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과연 몇 %정도 성공확률이 보장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대자연이 허락하는 선에서 만족하면서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P-1의 현재 진행 상황은 어때?”
“조금씩 진행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제기랄, 그 안에 비가 내려야 할 텐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겁니다.”
인류의 명운이 달렸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P-1의 진행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아직도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다 죽는 거 아니야?”
바로 그때였다.
후두두둑···.
“비가 옵니다!”
“일단 인공강우는 성공이로군!”
과연 만족할 정도의 구름이 형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당장은 1차 계획이 성공한 샘이었다.
계획이 성공한 후에 지켜볼 것은 과연 P-1이 제대로 사라지고 있느냐, 바로 그것이었다.
헌데 여전히 전진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큰일입니다! P-1의 세력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제기랄!”
“아아, 확장합니다! 오히려 물을 빨아들여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신은 세상을 버렸다, 모든 사람들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구름은 이제 리우데자네이루를 벗어나 도심 외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인공강우가 결국 P-1의 세력을 키워준 셈이 되어버렸으니 이완의 방어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었다.
이대로 물러서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P-1을 키운 거야. 제기랄, 비는 답이 아니었던 거야!”
“그럼 우리가 재앙을 키운 겁니까?”
팀원 전체의 얼굴에 암운이 드리워져 왔다.
***
천우의 노력을 통해 성장한 나노머신들은 일제히 유무선 회선 안으로 잠입하여 유럽 전체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TDMA의 신호는 물론이고 유선과 인터넷의 회선까지 일일이 통제하였다.
1만 명의 인질들이 과연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예 유럽에서 남미로 보내는 신호를 전체 통제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아예 기지국 전체를 통으로 날려버려야 하겠지만 천우는 아주 미묘하게 그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전파를 차단해버렸다.
물론, 유럽과 남미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우의 이런 전파통제가 죽고 싶을 정도로 싫었을 것이다.
하루에도 주가가 3%이상 떨어지는 회사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각 통신사에 전화하여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따졌다.
“이봐요, 우리가 전화 한 통에 도대체 얼마가 오가는 줄 알고 이러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주십시오.”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그레이트 잉글랜드 텔레콤은 벌써 100만 건 이상의 클레임을 받아내고 있었다.
만약 영국 한 곳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면 차선책을 찾아보기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위성통신과의 교신도 먹통이 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통신기기를 몇 번이고 점검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으로 진출하여 왕성한 무선통신시장을 개척해 냈던 한국의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일단 그들은 유럽에서 보낸 신호를 아시아를 비롯한 제 3국으로 우회하여 송출하는 방법을 고려중이었다.
지금과 같은 방해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인간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교란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단 하루, 허나 그 안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천우가 통신을 막아내는 동안에 CIA와 MI5, 국정원, 심지어는 FSB와 모사드까지 남미로 넘어갔다.
그들은 만 명의 인질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그들을 각각 한 명씩 보호하기로 했다.
분명 골드인은 자신들이 잡은 인질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골드인의 지분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던 천우는 최근에 지분분배가 이뤄진 사람들을 찾아냈고 그 합이 만 명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었다.
이렇게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신상명세를 따낸 후, 그것을 각 국가의 정보기관에게 넘겨 현지의 기관과 협조하여 사건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만약 일이 틀어져서 희생자가 나온다면 곤란했기에 CIA는 수차례의 확인절차를 통하여 증인보호를 실행해 나가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남미에서 미국, 영국 등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미 육군과 해군의 호위를 받으면서 망망대해를 건너가기로 했다.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담긴 이지스함은 물론이고 그들을 호위하기 위한 항공모함까지 준비되었다.
이렇게까지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천우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우는 이들 만 명이 살아서 지분을 양도해준다면 골드인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CIA를 설득했던 것이다.
최근 다시 CIA로 복귀한 아론 테이트는 조직에 의해서 한시적 국장으로 추대되었다.
현 국장이었던 데니스 화이트는 아론 테이트에게 직접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공석이었던 부국장으로 내려가 그에게 명령을 받고 있었다.
아론의 옛 부하였던 데니스 화이트는 오히려 아론이 돌아온 것을 상당히 기뻐하였다.
“국장님이 컴백하시니 이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아직은 저희들만 놓고 떠나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자네들은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이곳에 있기를 바라나?”
“물론입니다.”
아론은 데니스의 충성심과 신뢰감을 받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CIA라는 조직이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는 고인 물은 곧 썩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론은 진심으로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만약 이 사건이 마무리 된다면 죽어도 다시는 나를 찾지 마시게.”
“위기에서 조직을 구해주신 것이 몇 번입니까? 물론, 저희들도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국장님이 계셔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에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CIA를 만들어봐. 모든 조직은 연륜이 있는 자에 의해서 돌아가곤 하지. 하지만 말이야, 그것은 결국 사고의 정체를 만들어내는 현상일 뿐이야.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사고가 집중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란 말이다. 알겠나?”
“···으음.”
“진심으로 후배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네. 나의 진심을 앓아주기를 바라.”
아론의 진심은 데니스 화이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이제 다시는 아론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국장님의 그 말씀, 가슴에 깊게 새기겠습니다.”
“자네가 후배들에게 보여줘.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믿지 못하는 CIA가 아니라 신뢰와 믿음으로 굳어질 정보조직을 말이야.”
아론과 데니스는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때쯤, 보고가 올라왔다.
“국장님, 인질들을 무사히 미국으로 옮기고 있답니다.”
“좋아, 그들에게서 한 시라도 눈을 떼지 말게나.”
“예, 알겠습니다.”
바로 그때, 아론의 전화기가 울렸다.
따르르르릉!
발신지는 다름 아닌 CIA남미지부였다.
“네, 아론 테이트입니다.”
-국장님, 큰일입니다! 남미가 발칵 뒤집히는 바람에 용의자들이 다 도망가 버렸습니다!
“제기랄!”
CIA는 인질들을 대피시킨 후, 천우가 찍어 준 용의자들을 잡아들일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었다.
허나 그 프로젝트가 P-1로 인해 수포로 돌아간 것이었다.
< 98(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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