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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94화 (194/202)

< 97(2) >

97(2).

찰나의 순간이 만든 실수는 모든 것을 부수는 재앙이 되어버렸다.

위이이잉!

브라질 전체에 사이렌이 울려 펴지고 있었다.

-실제상황입니다! 모든 국민여러분들께서는 당장 건물 안으로 대피하시고 환풍구와 창문 등, 공기가 통하는 모든 입구를 차단하여 주십시오!

"꺄아아아악!"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P-1이라 불리는 독극물이 공중으로 퍼져나가면서 브라질 전역에 살인가스가 돌아다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누구도 P-1이 이렇게 구름처럼 증식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동요했고 도시는 금세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브라질을 찾았던 모든 외국인들이 자국의 긴급조치에 위해 강제 귀국조치 되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P-1이 비에 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에게 인공강우를 요청하였다.

아직 미완의 기술로 남아있는 인공강우가 과연 성공할 지는 미지수였지만 미국은 적극 독극물 제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강우가 성공할 지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여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도박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 사태는 브라질을 넘어서 모든 대륙에게 위협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 러시아까지 동참하여 P-1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나사의 인공강우 연구팀은 캐나다와 손잡고 추후에 러시아와의 협력도 고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파견된 인공강우 연구팀은 브라질 시가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P-1을 바라보았다.

노란색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모습, 저것이 바로 생명들을 모두 다 죽이는 이른바 ‘살인바이러스’의 정체였다.

연구팀장 이완 그란데스는 연구팀에게 사태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피해액이 얼마지?”

“아직까지 사망한 사람이 있다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식물에 닿는 즉시 초목이 시들어버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기랄, 만약 P-1이 아마존까지 퍼지게 된다면 수풀이 다 말라버리겠군.”

“물론입니다. 남미의 넒은 초목지대와 정글이 아예 초토화 된다면 지구의 온난화는 가속될 겁니다.”

수목은 인류에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잃는 순간 인류의 존망도 위태로워 질 수 있었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인공강우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이었다.

“그밖에 동물에 대한 피해는 없어?”

“아직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브라질 시가지 내에 있는 기지에서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에 목축을 하는 업체까지 가자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아무튼 인간에 대한 피해는 아직 없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든 간에 사람에게 피해가 생기는 것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초목이 소중하다곤 해도 결국 사람이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완 그란데스는 즉시 인공강우를 준비하기로 했다.

“설비를 마치는데 얼마나 걸릴 예정인가?”

“대략 3~4일정도 소요될 예정이고 테스트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일 남짓입니다.”

“···빌어먹을, 꽤나 오래 걸리는군?”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도 최대한 서두른 겁니다. 그나마 캐나다에서 인력지원을 해주기 때문이 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죠.”

“현지에 잇는 과학자들은?”

“대피해서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라스타에는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일단 이완 그란데스는 그 전까지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는 우선 남미에 주둔 중인 미 해군에게 연락하여 헬기와 수송기를 조달받기로 했다.

또한, 이제 막 브라질 정부로 넘어오기 시작한 전략물자를 동원하여 리우데자네이루 전역에 물을 뿌려보기로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빗물의 어떤 성분이 P-1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미지수인 거지?”

“뭐, 그런 셈이죠.”

“빗물과 최대한 성분을 비슷하게 해서 한 번 뿌려보자고. 만약 그래서 소용이 있다면 굳이 인공강우까진 시도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인공강우가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빗물만이 정답이라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차선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완은 가용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물을 뿌리려 계획을 잡았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브라질의 소방당국이었다.

“소방당국에서 준비를 모두 마쳤답니다. 물은 충분하고 이제는 뿌려서 먼지를 가라앉힐 차례라고 합니다.”

“좋아, 한 번 시도해보자고.”

만약 물을 뿌려서 P-1이 무력화 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이것이 물과 섞여 지하로 흘러들면 이보다 더 큰 재앙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시청 도시기획관에게 전화해서 하수설비를 모두 차단시키고 당분간 물을 한 곳에 가둬두라고 말했다.

시청에서는 종말처리장까지 가는 시스템을 모두 정지시켜 물을 가두겠다고 알려왔다.

이완은 먼저 소방당국부터 출격시켰다.

“프로젝트 시작하지.”

“예, 팀장님. 그럼 소방헬기부터 출격시키겠습니다.”

연기는 이제 막 리우데자네이루 중부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화공학자들의 말에 따르자면 P-1이 대기와 섞이면서 스스로 분열하여 증식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하였다.

원래 이 물질은 곤충 안에 있던 가스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것이 어떤 작용을 하게 될 지는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긴 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의외로 아주 쉽게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기대를 가져보자.’

일단 그는 빗물과 유사한 성분들을 죄다 때려 넣어 분사를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구름이 줄어듭니다!”

“오오, 역시 효과가 있었던 건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색이 변하면서 응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이것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진화를 한 것 같습니다!”

“진화···?!”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설마하니 벌레에서 나온 가스가 진화까지 할 줄 말이다.

***

무려 여섯 시간이 넘도록 나노머신들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제공하며 천우는 인질을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보았다.

그런 후, 드디어 한 가지 결론이 나왔다.

-가장 빠른 방법은 우리가 유럽과 남미 전역의 전화회선을 모두 점령하는 것입니다.

“허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우리가 나노머신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하면 가능합니다.

“나노머신을 추가로 생산한다고···?”

-이를 테면 자가 복제기능을 격상시키는 것이지요. 지금은 부서지거나 노후한 모델만 스스로 고쳐서 쓰는 정도이지만, 만약 나노머신 안에 내장되어 있는 설계도를 가지고 나노머신이 스스로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일종의 신체기관을 신설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세포분열처럼 말이야?”

-네, 맞습니다. 지금의 나노머신을 아예 공장처럼 찍어내는 것이지요.

“허어, 그게 가능한가?”

-지금의 나노머신도 주인님이 성장함과 동시에 진화하였습니다. 만약 세포 전체를 나노머신으로 바꿀 수 있다면 주인님의 생명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전 세계의 통신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뭐가 있지?”

-키가 지금보다 커야 할 겁니다. 내장기관도 훨씬 커야하고 커진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근육도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 되겠군?”

-아주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나노머신입니다. 나노미리미터 수준의 기계가 아무리 많이 생산되어봤자 크기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러네.”

-다만, 주인님이 저번에 겪었던 고통을 한 번 더 겪어야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설마하니 그 죽을 뻔했던 경험 말이야?”

-엄밀히 따진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정도의 고통이지요.

천우는 나노머신을 업그레이드한다고 받았던 그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헌데 만약 그걸 한 번 더 하라고 한다면 천우는 아마 정신을 놓을 지도 모른다.

허나 그의 손에 수많은 목숨이 달려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좋습니다. 주인님께서 결정하셨으니 슈퍼컴퓨터를 통하여 업데이트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당장 업데이트를 준비하였다.

허나 천우는 일순간 약간 망설이는 듯 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자, 잠깐!”

-왜 그러십니까? 설마하니 겁이 나는 건 아니시죠?

“당연히 겁이 나지! 이건 어렸을 때 고래를 잡았던 시절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뭐, 그건 전생의 일이니 제가 알 수 없는 것이고요. 아무튼 간에 주인님께서는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되었다는 소리지요?

그러고 보면 아직까지 천우는 한 번도 마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었다.

분명 목소리가 아름답기는 했지만 사람을 살살 긁을 줄도 아는 것이 딱히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넌 분명히 지독하게 못생긴 여자일 거야.”

-그거야 주인님 생각이고요. 제가 처음 설계되었을 때, 미스유니버스의 평균미모를 합산해서 3차원 형상을 빗어냈습니다.

“으음? 그럼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주인님께 굳이 제 모습을 보여드릴 필요도 없었고요.

“아아, 그렇군.”

-아무튼 간에 이제는 준비가 되셨습니까?

천우는 하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기로 했다.

“제기랄,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지 뭐.”

-가장 괴로웠던 시절을 생각하십시오.

“즐거웠던 시절이 아니고?”

-원래 신체기관은 고통을 느낄 때 가장 강력한 모르핀이 분사됩니다. 그러니까 고통을 연상하는 것이 훨씬 낫죠.

“제기랄, 뭐가 있지? 내가 고통스러웠던 때라.”

사실, 천우는 신체적으로 괴로웠던 적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굳이 따진다면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았던 것 정도가 될까?

그는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거나 각종 훈련을 받아도 그럭저럭 버틸 만했고 항상 뭐든지 1등을 했기 때문에 사실 열외를 더 많이 받았었다.

고참들이 허구원날 신참을 갈구고 때려도 천우는 워낙 A급 병사라서 신체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그가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으라면 화생방 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제기랄, 화생방이라도 생각해야지.”

-그때를 아주 자세히 연상해보세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마샤는 아주 짧은 경고만 해준 후, 곧바로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끼이이잉!

[나노머신의 업데이트 및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크허어억!”

알아서 몸이 새우처럼 둥글게 말렸다.

이번에는 천우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빌어먹을, X됐다 정말!’

< 97(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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