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93화 (193/202)

< 97. >

97.

베를린 외곽의 골드인 호텔 안.

멕시코 갱부터 러시아,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모인 마피아를 비롯하여 남미의 카르텔과 중국의 흑사회의 거두까지 모여들고 있었다.

심지어 일본의 야쿠자와 한국의 조폭까지 참석하였으니, 전 세계에 있는 범죄조직은 이곳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우는 저소음 드론을 직접 개발해서 띄워놓고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는 조폭에 야쿠자까지?”

그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마샤의 인물도감과 대조해보았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민석 : 한국계 범죄조직 적상파의 부두목. 기업집단 적상그룹의 오너로 알려져 있음.

-이시하라 사토루 : 야쿠자 이시하라 회의 두목, 기업집단 IH그룹의 오너로 알려져 있음.

한국과 일본에서 온 범죄조직의 일원들은 다름 아닌 대기업으로 알려진 기업집단의 중추세력들이었다.

지금까지 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지와 협력하여 저기의 전자제품을 들여와 큰 이득을 챙기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적상그룹은 IH그룹과 연합하여 남미의 중진국들에게 꽤 많은 교역 품을 가져다 안기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한국이 라스타를 후원하는 중추세력으로 부상하던 시점, 저 둘은 막대한 자본을 출자하여 거대자본을 구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라스타의 중심세력이도 이들 골드인이 있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아무것도 모르고 저런 미친놈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말았군.”

-하지만 주인님께서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면 저들을 전부 마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결국 나노머신을 가져도 인간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인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긴 하나 분명 피와 살로 이뤄져 있으며 생각이 워낙 많기 때문에 때론 모순된 행동이나 실수를 하기도 한다.

실수, 결국 생명체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소리였다.

천우는 그 밖에 혹시 다른 인물 중에서 자신이 아는 인물은 없는지 쭉 훑어보았다.

그러자, 유럽 쪽에서 온 마피아들 중에서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의 오션스 그룹, 이탈리아의 이시스 그룹, 프랑스의 유제트 그룹까지, 저들은 사프타에 기대어보려고 달려들었던 기업들이 아닌가요?

“···결국 사프타에도 저놈들이 있었어. 지금까지 나는 저놈들의 손아귀에서 신나게 놀아나고 있었던 거야.”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렉스테리아가 최대 국제 범죄조직이라고 생각해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골드인이라는 세력이 있다는 것도 사실 잘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우리가 사프타나 라스타를 구성함에 있어서 저들을 배제할 수 있었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겁니다.

완벽하게 기업인을 표방한 저들을 천우가 어찌 할 수 있었을 리는 없다.

허나 그래도 속이 쓰리긴 했다.

“어쨌든 간에 저놈들에게 돈을 퍼 준 것은 맞잖아?”

-일종의 사고였다고 생각하시죠.

만약 천우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이 자리에서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리 현대판 귀족이라곤 해도 저들은 그 귀족들의 세계를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힘을 갖지 않았던가.

그러나 천우는 저들의 머리 위에 앉아 군림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보자. 네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현재 천우는 변호인단을 통해서 골드인에 대한 지분행사권을 찾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아마 이제 곧 소송이 진행될 것이고 위임장에 나와 있었던 국가의 수장들도 증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법정에서 왕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과 작용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다름 아닌 역사를 바로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시료를 써내려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사프타의 조성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왕가에서 천우를 무조건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소송은 해보나마나였다.

허나 남은 것은 저들이 얼마나 발버둥 치느냐, 바로 그것이었다.

천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파의 운집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행렬 마지막에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 하지만 그 몸집은 어지간한 레슬링 선수보다 더 커보였다.

마치 북극곰을 연상케 하는 그의 등장으로 일동은 그 자리에서 기립하며 시선을 모았다.

“대부님 오셨습니까?”

“다들 모인 것인가?”

“예, 하나도 빠짐없이 소집되었습니다.”

“그럼 앉지.”

골드인 호텔은 상당히 허름하고 부식이 많이 된 외관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물들은 최신식으로 꾸며져 있었기 때문에 현대와 전혀 괴리감이 없었다.

고전의 서양식을 표방하면서도 현대의 편의시설을 전부 갖춰놓은 거대한 식당에는 총 55명의 인물이 모여 있었다.

애초에 예상했던 인물들보다 훨씬 더 사람이 많았다.

대부라 불리는 거대한 남자는 그 상석이 앉았다.

“다들 앉지.”

“예, 대부님.”

저 사람이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범죄조직이자 글로벌 지주회사인 골드인의 수장 로버트 유리시아였다.

로버트 유리시아는 천우에게나 마샤에게나 전혀 정보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저 작자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겉보기에는 상당히 진중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보였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내가 가지고 온 안건은 우리가 지분을 투자해둔 라스타 중앙은행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라스타 중앙은행에 총 1초 달러 상당의 금액을 더 밀어 넣을 생각이다.”

“1조 달러라!”

“그 금액은 라스타의 공공기업에게 흘러들어갈 것이고 특히나 조세피난처로 거론되고 있는 우루과이의 기업들을 대거 흡수하여 그 막후세력 자리를 빼앗아볼까 한다. 모두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미 저들은 스위스라는 거대한 비자금공화국을 가지고 있었다. 헌데 만약 우루과이에 대량의 자본을 투자하여 제 2의 비자금공화국을 만든다면 저들의 팽창은 천우로서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지금도 당장 장갑차를 탈취해서 테러분자들을 움직일 정도로 능수능란한 전략과 저력을 가진 저들이 남미까지 점령하게 된다면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천우는 시간은 이미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큰일이다. 만약 이 상태라면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무기들도 전부 저놈들의 차지가 될 수도 있어.”

-그것도 합법적으로 말이죠?

“만약 합법적으로 무기를 빼돌릴 수 있게 된다면 아예 골드인은 하나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아니, 어쩌면 어지간한 작은 국가보다도 군사력이 월등이 높아질 거야. 라스타에서 요구하는 무기들은 세계 최정상의 국방력을 자랑하는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부터 자신들의 영해와 북극을 지키기 위해 수입하는 것이니까.”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국방비 지출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영국과 같이 꽤 오래도록 전쟁을 해 온 나라의 경우엔 그저 무기만 좋다고 어찌 해볼 수가 없었다.

뛰어난 전략물자와 그것을 운용하기 위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것인데, 만약 라스타가 미국의 국방산업체들에게서 그것을 인계받는다면 저절로 골드인에게도 전달되는 것이었다.

천우는 당장 이 사태를 끝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 새끼들을 당장···.”

헌데 로버트 유리시아의 한 마디로 그는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그는 웃으며 외쳤다.

“하하, 아마도 지금쯤이면 누군가가 우리 골드인의 재산을 매각하려 행동을 개시했겠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라. 나도 그리 바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마치 천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실실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남미에 총 1만 명의 인질을 잡아두었다. 우리는 라스타에 대한 모든 지분을 그들의 이름으로 매수하였고 만약 그 돈이 한 푼이라도 빠져나간다면 그들을 즉각 살해할 것이다.”

“역시!”

골드인의 일원들은 로버트의 잔악함에 경탄하였고 천우는 그 치밀함에 경악하였다.

이미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아예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기대를 걸고 있었던 천우는 철저하게 좌절하고 말았다.

“···저 새끼들은 역시 인간이 아니었어!”

-만약 우리가 돈을 한 푼이라도 건드리게 된다면 대량 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소리인가요?

“그렇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도대체 그 만 명의 인원을 감시할 정도로 많은 인력을 도대체 어떻게 구했냐는 거야.”

저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현재 골드인 남미지부에 등록되어 있는 주주들의 목록 중에서 무작위로 한 명의 지분을 탈탈 털어버린다면 증명이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은 인간의 목숨을 아무렇게나 빼앗는 극악의 처사라고 할 수 있었다.

로버트는 천우와 대화하듯 말했다.

“후후, 어때? 이정도면 나도 제법 묘수를 둔 것 같은데 말이야. 이 새끼들, 어떤 개자식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은 안 당한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벌이는 간악한 술수.

천우는 과연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나, 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브라질 라스타 생명공학 연구소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물질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녹색점박이 딱정벌레, 우드킬러 딱정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플라스틱 섭취곤충의 연구였다.

최근 이 녹색점박이 딱정벌레에 기생하는 ‘목사충’에 대한 연구가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

심지어 연구진은 목사충이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배출하는 목사 가스를 억제하는 방법까지 연구 중이었다.

한가로운 오후, 연구진들이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연구소는 점심시간이 2시간으로 상당히 길었고 이 시간에 낮잠을 자라고 아예 침실까지 구비해둔 상태였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도 의사들이 권장하는 낮잠시간인 30분에서 한 시간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 시간에 물론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이 시간에 일을 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휴식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건너온 연구원 안성일은 얼마 전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는 목사충의 목사 가스, ‘P-1’을 연구하다가 돌연 그것들이 내뱉는 가스가 빗물에 약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니까, 격리된 구역에서 플라스틱을 먹어치우도록 방치한 후에 빗물을 모았다가 방류시키면 P-1은 깔끔하게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들이 어째서 빗물에 약한 것인지를 밝혀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우드킬러 딱정벌레를 상용화 할 수 있지만 그 약점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 결국엔 프로젝트가 미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목사충의 배설가스인 P-1에 대한 연구를 밤낮으로 진행하였다.

이제는 P-1을 가스형태와 액체형태로 만들어 분사할 수 있는 기술까지 만들어냈다.

허나 아직 그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노벨상이다!”

그의 오랜 숙원인 노벨상이 코앞이었다.

허나 주변에서는 그런 그가 과로로 뭔가 문제를 일으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는 동료들의 말을 무시한 채 연구에만 몰두하였다.

그는 오들도 격리구역에 보관 중이던 P-1의 엑기스를 꺼내어 그 안에 빗줄을 주입하였다.

헌데 순간, 그는 과로로 인하여 현기증을 느끼고 말았다.

“허, 허억!”

찰나의 순간이었다.

쨍그랑!

P-1을 담아두었던 비커가 깨지면서 사방으로 P-1이 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 것이었다.

헌데 놀라운 것은 P-1이 마치 구름처럼 점점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 9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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