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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90화 (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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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 이민석은 얼마 전부터 핸드폰에 약간의 잡음이 섞여 통신정비를 받아보았다.

허나 정비공은 기계나 기지국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그럼 이 잡음은 뭔데요?”

“그야···. 모르죠.”

모른다는 대답을 이렇게도 쉽게 할 수 있는 건가.

그러나 아무리 기술력이 좋다고 해도 이건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뭔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헌데 이 딸깍거리는 소리가 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뭔가 딱히 하나로 특정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

“···핸드폰을 바꿔야하나?”

국정원에서 보급하는 핸드폰은 위치추적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특수제작 핸드폰이기 때문에 사제로 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구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시범으로 용산 뒷골목에서 대포 폰을 하나 구해서 그것을 국정원 제휴 정비공에게 가지고 갔다.

저번에 찾아갔던 그 정비공에게 이민석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것 좀 세탁해주세요.”

“허어, 핸드폰을 바꾸시게요?”

“그럼 어쩝니까? 이것 때문에 사람이 아주 신경이 쓰여서 죽겠는데 말입니다.”

“그저 딸깍거리는 소리 하나가 거슬린다고요? 저는 귀에 잘 들리지도 않던데요.”

“아무튼 저는 바꿔야겠습니다.”

사실, 이민석이 듣는 소리는 정말 자세히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였다.

동료들도 이민석이 이 소리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어지간해선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비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굳이 해달라면 해드릴 것이긴 합니다만···. 회선이 많으면 본인에게도 부담이라는 거, 잘 아시죠?”

“물론입니다.”

비밀회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핸드폰 관리에 신경을 잘 써야한다는 것이고 회선이 많을수록 정보가 샐 구멍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실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석은 끝까지 핸드폰 세탁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기어이 세탁을 마친 핸드폰을 수령해서 기분 좋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헌데 소리는 여전했다.

딸깍, 딸깍···.

“이런 제기랄!”

그는 당장 동료들의 핸드폰을 빼앗아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 이 친구가 왜 이래?”

“가만히 있어봐!”

허나 핸드폰은 잠잠했다. 그러다가 혹시 몰라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본 이민석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른 사람의 핸드폰에서는 잘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거, 도대체 뭐지?”

“심각한데 이거.”

그제야 동료들도 이민석이 겪는 일이 보통의 사건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인물에 대한 이상 현상, 만약 기기의 결함이나 기지국의 문제였다면 그저 기술팀에게 맡기고 신경을 끄면 그만이었지만 이것은 한 사람에게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정원 부원장에게까지 올라갔다.

부원장 조유석은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국정원 창립 이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으음···.”

국정원이 어떤 곳인가.

산기슭에서 잘 살고 있던 반달곰을 데려다가 다람쥐로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집단의 후예들이 아니던가.

예전의 중정, 안기부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국정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정보력은 여전했다.

그 정보력은 보안에서부터 시작되기에 국정원은 보안능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IT강국 대한민국의 기술력은 이들에게 철옹성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위신을 깎아먹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셈이었다.

“인근 기지국을 전부 다 뒤지고 CDMA회선을 공급하는 회사들을 찾아가서 이 현상에 대해서 수소문해봐. 우리 국정원이 개망신을 당하는 꼴은 절대로 두고 볼 수가 없다. 알겠나?”

“예!”

국정원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 편,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천우였다.

그는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는 현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연구하느라 계속해서 이민석을 괴롭히고 있었다.

“으음, 암호화 된 회선을 해석하는데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차라리 모듈을 따로 개발해서 사용하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모듈?”

-우리는 이미 암호해석에 필요한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잖아요. 당장 업데이트를 통해서 전화회선 암호해석 모듈을 만들어 내는 거죠.

“아아!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지금까지 천우는 유무선의 3차원 화에 길들여져 자신 역시 첨단기술을 사용할 생각을 못하고 그저 매번 암호를 해독해서 그 신호를 귀로 듣고만 있었다.

허나 나노머신을 사용하면 굳이 이런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고도 즉시 해독이 가능할 것이었다.

천우는 마샤를 업데이트해서 유무선 암호해독 어플리케이션을 완성했다.

유무선의 세계에서 어플리케이션은 일종의 도구나 상자와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천우의 암호해독 어플리케이션의 경우엔 전압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CDMA의 회선은 마치 강처럼 유무선 세상의 공간을 흐르게 되는데, 천우는 그곳에 어플리케이션의 바늘을 가져다대면 암호화가 완성되었다.

[암호해독을 시작합니다]

천우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자, 거짓말처럼 소리는 사라졌다.

국정원이 대한민국 전역을 다 뒤지고 다닐 동안 천우는 유유자적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성한 것이었다.

같은 시각, 국정원은 괜히 통신사를 찾아갔다가 개망신만 당하고 돌아왔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죠?”

“···이상하네. 혹시 통신사에서 우리 국정원을 감청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저희가 그래서 남는 것이 도대체 뭔데요?”

잘못하면 억하심정에 국정원을 고소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통신사가 발끈했다.

더 이상의 수사는 결국 긁어 부스럼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이 소식은 결국 국정원장에게까지 올라갔다.

쾅!

국정원장 최석율은 부원장 이하 모든 부장들을 불러놓곤 버럭 소리쳤다.

“이런 미친놈들! 도대체 뭘 어떻게 들쑤시고 다녔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 건데?!”

“죄송합니다!”

“모두 시말서 쓰고 부장급 인사 중에서 적어도 한 명은 옷 벗을 준비하고 있어. 알겠나?!”

“예!”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원론적으로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던 부원장의 잘못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위급 인사를 확 잘라버리면 세간의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원장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더 원론적으로 파고들자면 이것은 철저하게 천우의 잘못이었다.

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천우는 유유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통신회선에서 나노머신을 회수하였다. 그리곤 베네트 아슈리아의 회선으로 나노머신을 보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는 수많은 연습을 거쳤기 때문에 이제는 어지간한 해커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베네트 아슈리아의 유무선 회선으로 잠입하였다.

헌데 처음부터 상당히 단단한 방어벽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문을 열기 위해서 힘을 썼다간 곧바로 문이 부서지며 입구가 붕괴되는 아주 철저하면서도 극단적인 방어벽이 천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새끼, 아주 극단적인 새끼인데.”

-아마도 정보를 빼앗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저번에 골드인 계열사가 한 번 털리고 난 후에 이런 고육지책을 마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보력은 곧 조직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베네트 아슈리아에게 이와 같은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천우는 이 문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해보았다.

“으음, 사람이 문을 열지 않고 어떻게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마치 냉장고에 어떻게 코끼리를 집어넣느냐와 같은 문제로군요.

“아아, 그 개그 말이야?”

예전에 공대에서 한참 유행하던 개그였다.

물론 인문계열 대학을 나온 천우에게 공대는 참으로 익숙하지 못한 세상이었지만 그래도 유행을 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문제의 답은 상당히 간단했다.

“그건 냉장고를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를 닫는다, 이게 끝이잖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그겁니다. 문을 열면 문이 무너진다, 그렇다면 문구멍 사이로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주인님은 3차원으로 형상화 된 공간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 세상이 진짜 3차원의 세상인 건 아니잖아요?

“아아! 나를 코드 단위로 쪼개서 집어넣으면 되겠구나!”

-그래서 압축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는 거죠.

천우는 스스로를 압축하기 위해서 ZIP파일을 만드는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왔다. 그리곤 3차원으로 형상화 된 나노머신의 아바타를 압축시켜버렸다.

그러자, 천우가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압축된 능력들이 전부 다 들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문틈으로 들어간 후에 압축을 풀면 되는 거잖아요?

“이야, 마샤!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데?”

-나노머신에게 머리가 좋다고 하시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간에 당장 들어가서 잠임을 시도하시죠.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은 세상의 모든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꽉 막힌 사고로는 절대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우는 블랙코미디인지도 몰랐다.

천우는 실제크기의 1만 분의 1크기로 압축된 후, 문에 나 있는 아주 작은 틈을 지나갔다.

물론, 그 사이를 통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몸이 작아지는 만큼 그가 가야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것도 다 방법이 있었다.

-데이터전송용 어플리케이션을 압축시켜서 주인님께 제공해드릴게요.

“아아, 그런 어플리케이션이 있었나?”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은 나노머신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니까요. 아무튼 간에 지금 보내드릴게요. 혹시 원하시는 디자인이 있나요?

“디자인?”

-데이터를 운반한은 수단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어플리케이션의 본질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스포츠카가 좋지 않겠어?

-비행기가 아니고요?

“기왕지사 달릴 것이라면 스포츠카가 좋아.”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데요?

“뭐 어때? 약간 더 걸린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

-하긴, 인생은 즐기라고 있는 거죠.

마샤는 데이터전송 어플리케이션을 스포츠카로 만들어서 천우의 앞에 놓아주었다.

부아아앙!

실제로 존재하는 슈퍼 카에 포뮬러 엔진을 장착했다는 콘셉트이었는데, 그 소리가 가히 압권이었다.

“오오, 마샤! 센스 죽이는데?”

-기왕지사 달리는 김에 아주 신나게 달리라고 만들어봤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마음에 드냐니, 완전 죽이지!”

천우는 신나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끼기기긱, 부아아앙!

순식간에 시속 500km에 달하는 속도감이 천우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허나 그는 그것마저 즐거웠다.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9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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