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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88화 (18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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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

과연 인증수단을 3차원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천우는 인증수단이 자물쇠처럼 생겼거나 도어락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허나 상상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인증수단을 암호화 할 경우, 3차원에서는 마치 충격을 받아 일그러진 모니터 속 화면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을 본인이 인증하게 되면 정상으로 돌아와 인증이 가능한 주민등록증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었다.

3차원의 존재가 해킹을 시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했다.

암호화 되어 있는 인증수단은 조각조각으로 각각 나뉘어 있는데, 천우는 그저 앉아 조각을 맞추기만 하면 인증수단을 획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을 통째로 가지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천우는 그 온전한 모습을 복제해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천우는 마지막 숙제는 곧바로 해결이 되었다.

삐빅!

[패턴 복제 및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오호, 편리한데?’

암호화 된 정보는 인증기록만 있어서 가능했기 때문에 천우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정보를 가지고 인증을 할 수도 있었다.

허나 천우는 그런 카오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정보를 탈취하였으니 이것을 가지고 주식을 매도해 볼 차례입니다. 첫 번째로 골드인의 계열사 중에서 하나의 주식을 모두 털어볼까요?

‘모두 털어본다고?’

-이참에 아예 대주주를 바꾸어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으음, 그럼 그럴까?’

마샤는 천우가 매각시킬 대상으로 골드인 그룹의 자회사인 ‘레드아이’를 매각하기로 했다.

레드아이는 회사의 모든 정보가 기밀로 관리되고 있었고 심지어 중앙서버 대신에 모든 문서를 종이 그대로 관리하고 있는 회사였다.

데이터베이스를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그 안에 있는 정보를 취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아무튼 일단 이 회사의 경영권을 천우가 가지고 오는 것은 앞으로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천우는 당장 레드아이의 주식을 신생주식회사인 ‘유마니아’에게 매각하는 그림을 꾸며내기로 했다.

회사를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등기를 만들고 가상의 계좌를 만들어서 계설하면 그냥 회사가 하나 뚝딱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그 과정은 정부기관에서 나오는 종이에 글을 몇 자 끼적이면 끝이었다.

슥슥슥.

‘이렇게 간단하게 회사를 세워도 되는 건가?’

-괜찮습니다. 만약 회사를 쉽게 만들어서 그 회사가 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니까요.

어차피 사라지면 좋은 회사들인데 무슨 상관이냐, 그것이 바로 마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천우는 그녀의 말처럼 골드인의 자회사를 한 방에 보내버리기로 했다.

-골드인의 대표이사는 페르난도 알론소입니다. 그 주식 보유분은 21%정도이고 대주주인 골드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41%남짓입니다. 만약 21% 보유분이 매각된다면 우리가 즉각 인수할 수 있습니다.

‘남은 지분은 어떻게 모으는데?’

-간단합니다. 주인님께서 조금 더 많은 나노머신을 활용해서 개인정보를 탈취하면 됩니다. 어차피 저들의 주식은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주인님이 깡그리 긁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해볼까?’

천우는 총 1200개의 나노머신을 동원해서 한 방에 주식을 긁어보기로 했다.

나노머신의 숫자는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1200기를 활용한다고 해서 무슨 티가 확 날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저 수많은 세포 중 1200개가 잠시 다른 업무에 투입되는 것뿐이었다.

[개인정보 복사를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2초]

1초에 100개의 개인정보를 복사할 있는 능력을 가진 천우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클론들을 동원해서 한 방에 작업을 마쳐버렸다.

이윽고 천우는 주식을 매각해보기로 했다.

‘으음, 처음 하는 작업이라서 그런지 약간 떨리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버튼 하나 누르면 다 끝나는 문제이니까요. 요즘은 유가증권보다도 전자증권을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까.

‘아아, 그건 그렇지. 세상 참 좋아졌어.’

이제는 전화도 필요 없고 그냥 어플리케이션 하나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우가 해킹을 해서 주식을 팔기도 좋았다.

천우는 한 방에 주식의 49%를 풀어버렸다.

그런 후, 레드아이의 주식을 천우가 한 방에 유마니아로 옮겼다.

[주식매도 및 매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주식회사 레드아이는 유마니아의 자회사로 전환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몇 가지 서류절차가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모든 등기를 전자로 등록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천우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죽고 난다면 나노머신들은 전부 폐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있잖아, 내가 죽어서 꿈을 꾸는 듯 산다는 건 일종의 이상 업로드 현상이라고 한 적이 있지?’

-그런 적이 있지요.

‘그건 지금의 모든 나노머신이 필요한 건가?’

-아닙니다. 그저 나노머신 한 대만 있으면 끝입니다.

‘전력은 어떻게 조달하지?’

-나노머신은 자체적인 에너지 조달이 가능합니다. 그저 햇볕이 좋은 곳에 나노머신을 그냥 놓아두기만 하면 평생 나노머신이 멈추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원하시는 대로 살면 됩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속을 유령처럼 유영하면서 살아도 될 것이고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평생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오호,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이론적으로는 불멸의 생활이 가능합니다. 기억의 이상 업로드 현상이긴 하지만 나노머신만 있으면 영원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시면 됩니다.

‘미래에는 과연 그런 세상이 도래했었을까?’

-그건 저로서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주인님께서도 언젠가는 영면에 접어들 것인지 기억을 가상의 공간에 업로드해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날이 올 겁니다.

‘으음.’

-아무튼 간에 세 번째 숙제도 멀쩡하게 수행하셨네요. 앞으로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숙제를 내어드리면서 능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드릴까요?

‘그래. 나중에 내가 요청할 시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해줘.’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천우는 예정대로 레드아이를 손에 넣었고 이제 그 회사가 뭐하는 곳인지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레드아이의 기업정보를 조회해보았다.

일단 레드아이도 기본적으로는 회사이기 때문에 기본정보가 존재하기는 했고 형식적으로 존재하긴 해도 서버가 있기는 했다.

천우는 서버에 접속해보았다.

기본적으로 레드아이는 CCTV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민간인들의 보안을 담당해주는 회사로 나와 있었다.

민가에 괴한이 침입했을 경우, 그곳으로 출동병력을 파견하는 보안업체와 CCTV와 블랙박스를 생산하는 곳이 바로 레드아이였던 것이다.

‘레드아이 시큐리티가 소지하고 있는 회사가···.’

-총 51개입니다. 그중에서 중견기업 이상의 시큐리티 컴퍼니가 25개나 됩니다.

‘···이 중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업도 있는 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화이트이글스, HC에서 사용하는 기업이지요.

천우는 레드아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회사에 대한 자체적 감사를 시행해보기로 했다.

현재 레드아이의 본사는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일단 회사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사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

-현재 베른으로 인력을 파견했습니다만, 회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정보에도 나와 있는 위치와 평수까지는 일치합니다만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유령회사라는 소리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애초에 범죄 집단을 거느린 회사에서 보통의 평범한 회사들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허나 저들은 그 수법이 참으로 대단했다.

우선 베른의 레드아이는 신용도가 상당히 높은 회사였는데, 이들이 자체적으로 내는 수익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HC가 믿고 신용하는 보안 업체와 같은 회사들을 가지고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었으니, 신용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천우가 만약 레드아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취득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보안을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화이트이글스가 전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다 레드아이는 어지간해서는 양지로 잘 나온 전적이 없어서 뒷이야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천우는 레드아이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은 이진아에게 레드아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다시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천우는 이진아에게 그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진아도 러드아이에 대해선 그저 풍문으로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사립탐정들을 고용해서 특정인물을 감시하고 일반인들을 사찰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역시. 그런 스멜이 약간 풍기기는 했습니다.”

“듣기로는 보안 업체를 통해서 주기적으로 주요인물과 회사들을 감시한다고 하더군요.”

천우는 그들이 만들어 진 이유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보안업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데다 정부에서 인증까지 받아야지만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감시를 한다면 당연히 이와 같은 방법을 쓸 것이었다.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방법인데, 그들은 기어코 그걸 해냈군요.”

“그러니 골드인이죠.”

BIS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라고 듣긴 했지만 그 영향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치고 있을 지는 천우도 감히 예상은 못하고 있었다.

“···골드인은 생각보다 더 위험한 조직이네요.”

“뭐. 그런 셈이죠. 아무튼 간에 레드아이를 매각하는데 성공하셨으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주식의 대량매각도 가능하겠네요?”

“물론입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겁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 회사들을···.”

천우는 그녀가 회사의 이름들을 적어갈 무렵, 불현 듯 이렇게 말했다.

“골드인은 정말로 무너뜨릴 수 있는 겁니까?”

그녀는 차례대로 기업의 이름들을 적어 내려가다가 한 순간 펜을 멈추었다.

이진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처음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의 능력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까?”

“···다르죠. 100% 확신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는 천우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천우는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그 노력이 온전히 그녀를 위한 노력은 아니지만 말이다.

“당신이 매각만 진행해준다면 저들은 차례대로 패망할 겁니다. 한 번 두고 보세요. 골드인이라는 악의 축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말입니다.”

< 94.(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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