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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천우가 받은 숙제는 ‘다운로드’였다.
지식을 얻는 검색도 중요하지만 대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다운로드 역시 대단히 중요한 기능 중 하나였던 것이다.
헌데 천우의 다운로드 기능은 약간 특이했다.
‘인간의 능력을 그대로 복사할 수 있다고?’
-이 경우엔 시간이 약간 걸리긴 합니다만, 대상이 가진 능력에 대한 테마와 패턴만 습득한다면 복사가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인간의 능력을 데이터화 시켜서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것이죠.
‘획기적인데?’
이를 테면 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운 운동선수의 패턴만 복사할 수 있다면 그 능력을 고스란히 카피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천우는 자신이 필요한 능력을 인터넷에서 그대로 다운받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소리였다.
[두 번째 미션 : 세계 포커챔피언십에서 우승하십시오.]
‘포커대회에서 우승을 하라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그대로 복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대회에서 이기는 것이 가능하겠죠.
‘으음, 그러니까 부딪치면서 배우라, 이건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가하게 포커나 치고 다닐 때가 아닐 텐데···.’
마샤는 천우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이쪽에서 본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면 상대방이 눈치를 챌 겁니다. 주인님은 그 연막작전으로 포커대회에 나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황이 돌아가는 건 충분히 파악하실 수 있으니 차라리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
천우는 아냐 화이트, 그러니까 이진아에게 뒤를 맡기고 자신은 교란작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마카오에서 포커대회가 열린답니다. 그곳에 참가할 테니 당신은 서서히 움직일 준비를 해주세요.”
“포커대회라. 연락은 어떻게 하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메신저로 하면 됩니다.”
“대회 도중에 메신저를 쓸 수 있어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이진아는 이제부터 골드인의 맹점을 파고드는 작전을 짤 것이고 그 계획의 첫 번째는 당연히 그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뚫고 들어가 자신이 아는 맹점들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 것이었다.
천우는 그 스타트를 자신이 뛰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는 제가 빼내겠습니다. 당신은 그 뒤에서 세력들을 모집해주세요.”
“포커를 치면서 자료를 빼낸다···?”
“가능합니다.”
“무슨 트릭이 있는 거죠?”
“원격으로 모든 것을 조종할 겁니다. 저는 이번에 ‘레드’라는 해커들을 고용할 것인데, 그들은 자신이 대놓고 해커라고 떠벌리고 다닐 테니, 당신이 작정하고 숨어서 활동한다면 아예 의심을 받을 이유도 없어지겠죠.”
“으음···.”
이진아는 천우의 장담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도 생각했다.
허나 천우는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주기로 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내가 예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혹시 원하는 정보가 있으신가요? 제가 구해다드리죠.”
“그렇게 말씀하시니 요청할게요. 예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장갑차 테러사건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죠. 그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몇 명인데요.”
“해당 사건에 엮였던 국방부 인물들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남아 있을 겁니다.”
“···그런 데이터가 있어요?”
“리처드 블루워드. 그의 자료를 빼내서 가져다주세요.”
미 국방부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천우는 나노머신을 사용하여 불과 10초 만에 국방부 데이터베이스를 뚫고 리처드 블루워드의 자료를 빼내서 가져다주었다.
지이이잉!
지하밀실에 있던 팩스에서 미 국방부의 자료가 쭈욱 뽑아져 나왔다.
‘1급 기밀.’
탑 시크릿, 국방부의 수뇌부 급이 아니라면 절대로 열람할 수조차 없는 자료들이었다.
천우는 그 자료를 빼내면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 블루워드 준장, 미 육군 소속 스파이였네요. 이 사람이 장갑차 사건에 연관되어 있다고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의 기본정보가 일급기밀로 관리되겠어요?”
“으음, 그렇군요.”
그녀는 천우가 단 몇 초 만에 기밀을 빼내어 온 것을 보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의 인간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한 거죠?”
“그들과 저는 연락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으음, 뭐랄까요. 그들은 특별한 존재들이라서 텔레파시를 받아들여 움직이죠.”
“···지금 저를 놀리세요?”
“놀리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드려요?”
천우는 지하밀실의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따르르르릉!
“받아보세요.”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잘 들리시죠? 제가 원한다면 이렇게 전화회선을 하이잭킹 할 수도 있습니다.
“허어!”
-이제야 좀 믿음이 가시나요?
그녀는 물론이고 지하밀실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심지어 매일 천우와 몸을 섞는 아내마저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던 것이다.
“다, 당신 어떻게···.”
“속이려던 건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하긴 하지만 이런 초능력에 대해서까지 밝히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때가 되면 말하려고 했어요.”
“당황스러운데요. 우리 자식들도 이런 능력을 갖게 될까요?”
“아이들이 원한다면. 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마샤와 아이들의 싱크로가 100% 맞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이식을 하는 것은 상당히 좋지 못한 선택일 것이다.
때문에 천우는 철저한 검사를 통해서 아이들이 나노머신을 갖고 싶다고 한다면 물려줄 생각이었다.
아무튼 능력검증은 끝났다.
“그럼 제가 포커를 치러 가도 상관은 없겠네요?”
“물론이죠. 설마하니 당신이 초능력자였다니.”
엄밀히 말하자면 초능력은 아니지만 유일한 나노머신 결합체가 바로 천우이니 초능력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
마카오의 블랙만 호텔에서 포커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무려 1200명의 선수가 참가신청을 냈고 본선에 진출할 사람은 100명뿐이었다.
지역예선에서 선수를 뽑을 때에도 철저하게 신분조사 등이 선행되었는데, 천우는 그 자체만으로도 천재이기 때문에 하이패스로 등록이 되었다.
-자, 그럼 제 31회 블랙만 포커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포커는 1200명의 선수들이 각각 5명 씩 짝을 지어서 대결을 한 후, 칩을 소진하는 사람들은 차례대로 패배하는 형식이었다.
칩은 각각 100달러 상당, 이것은 참가선수가 자신의 참가비용으로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천우 역시 100달러를 지불하였고 선수자격으로 예선에 참가하였다.
예선이 시작되자, 테이블에 패가 돌아갔다.
착착착!
천우는 사실 포커의 룰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배팅은 물론이고 패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패가 높은 지 아예 모른 상태에서 참가한 것이었다.
허나 그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조달할 수 있었다.
-처음에 세 장의 카드를 받고 두 장을 버린 상태로 시작한다. 그 이후로 한 장씩 패가 돌아가며 높은 패가 나오는 쪽이 승리한다. 패의 높낮이는 하이카드부터 원페어, 투 페어, 트리플···.
천우는 단 1초 만에 포커의 룰을 모두 숙지하였다.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패턴을 그대로 읽어서 포커의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익히기 될 것이었다.
“하프!”
초장부터 돈을 마구 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남은 세 명은 그 뒤를 바짝 따라가는 형식이었고 천우는 적당히 받아주기만 할 뿐이었다.
천우는 자체적으로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게이지가 있었다.
그것은 주식이나 화폐의 변동을 체크할 때 사용하였던 시뮬레이션이 진화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천우는 어떤 상황에 대하여 해당 현상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확률을 계산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패턴을 파악하였다.
-패턴을 복사하는 중입니다···.
상대방의 패턴을 복사하자, 천우는 그 상대방이 대략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가늠 할 수 있었다.
낮은 패를 쥐었을 때에 하는 아주 작은 습관과 확신이 있을 때의 행동, 그 모든 것을 조합하여 보았을 때 상대방의 성격까지 파악이 되었던 것이다.
“하프!”
상대방들이 다들 자신감이 있게 베팅을 하고 있었다.
허나 천우는 가만히 기다리다가 일순간 이렇게 말했다.
“체크.”
“오호, 패가 낮은 모양이죠? 그렇다면 하프!”
다시 판돈이 올라갔다.
천우는 정말이지 아예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칩을 전부 밀어 넣었다.
“올인.”
“···다 밀어 넣는다고요?”
“따라올 테면 따라오고 그렇지 않다면 빼도 됩니다.”
현재 천우는 10탑이라는 노페어 상태의 위기상황이었다.
허나 그는 기백 하나만으로 포커 판을 뒤흔들어버릴 생각이었다.
상대방들은 단숨에 기가 죽어버렸다.
“···다이.”
천우는 칩을 쓸어 담았다.
촤라라락!
그 이후, 포커 판은 천우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갔다.
상대방의 패턴을 파악하니 어떤 상황에서 초조하고 어떤 상황에서 위축이 될지 전부 다 예상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우가 이끄는 대로 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돈으로 후려치면 흔들렸고 기세로 몰아치면 그대로 사람들은 기권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판은 한 시간 만에 끝이 나버렸다.
“···잘 배웠습니다.”
만약 실제 도박판이었다면 손을 자르네 마네 난리를 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포커대회는 신사적 룰이 적용되는 바, 소란도 없이 웃으며 악수를 했다.
천우는 오늘 대회에서 사람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어떤 패턴이 판을 유리하게 이끄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인이었다.
앞으로 그가 살아감에 있어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질 텐데, 그 모든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포커대회는 계속되었다.
천우는 일단 세 판 정도는 계속해서 잃어주다가 갑자기 치고나가는 전법으로 상대방을 파악해 나갔다.
물론, 이것은 여느 포커선수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패턴이었다.
오늘 이곳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확률적 계산방법을 가지고 상대방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탐색전은 당연히 필요했던 것이다.
천우는 본선을 뚫고 올라와 최후의 25인이 되었다.
사실상 이것이 준결승이고 5인씩 짝을 지어서 포커를 치고 나면 최후의 5인으로서 포커를 치게 될 것이었다.
다섯 명이 둘러앉은 판, 상당한 긴장감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
허나 천우는 여유로운 말투와 제스처로 베팅을 시작했다.
“하프!”
사람들은 천우가 타고난 천재이니만큼 절대적인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었다.
허나 전문가들조차 그의 패턴이 어떤지, 또는 어떤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지 알아챌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천우는 무적의 사나이라는 뜻이었다.
다섯 명이 모인 판에서 천우는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전뿐이었다.
바로 그때쯤, 천우에게 새로운 소식이 당도했다.
딩동!
-주인님, 레드가 정보를 탈취해서 아이슬란드로 전송했습니다.
‘좋아, 진짜 판은 지금부터 시작되겠군!’
< 93.(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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