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85화 (185/202)

< 93. >

93.

인간의 뇌가 인터넷과 연동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천우는 그동안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왔던 인간의 인터넷 네트워크 연결에 성공하였다.

-인터넷에 연결합니다. 인터넷 연결 후에는 자동업데이트 기능이 활성화 됩니다.

‘자동 업데이트?’

-지금까지는 주인님의 자극만이 저를 움직이는 유일한 업데이트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직접 연결되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오호!’

-원하시는 정보나 현황 등이 있다면 자유롭게 알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천우는 생각과 동시에 검색이 가능한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

예를 들어서 ‘초록색’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어디서 왔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자동으로 검색이 활성화 되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이제 걸어 다니는 인터넷 세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샤는 이곳에서 슈퍼컴퓨터와의 페어링을 통해서 자체적 업그레이드를 감행하였고 유감없이 성공하였다.

이제 천우는 인터넷이나 유무선 네트워크에 한해선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기능이 많아졌습니다.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보시겠습니까?

‘일종의 튜토리얼 같은 건가?’

-네, 그렇습니다. 제가 주인님께 일종의 숙제를 내어드릴 테니 그것을 수행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 AI마샤의 기능을 100% 사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마샤는 총 4개의 숙제를 준비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연계되어 활성화 되는 일종의 따라가기 시스템이었다.

천우는 첫 번째 숙제를 시작했다.

[첫 번째 미션 : CIA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최천우라는 이름을 찾아내십시오.]

CIA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그것을 방어하는 기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적인 해커집단이 작정하고 CIA의 데이터베이스를 뚫기 위해서 수 년 간 노력한다면 모를까, MIT의 천재들 중에서도 수재들만 골라서 CIA로 픽업하기 때문에 웬만한 두뇌로는 CIA를 해킹할 수는 없었다.

허나 천우에겐 인터넷에서 거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인간이 스스로 해킹도 할 수 있는 거야?’

-주인님의 신경회로의 일부분, 그러니까 인간이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 일부분을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노머신의 일부가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는 거죠.

‘오호라.’

-나노머신의 일부는 마치 주인님의 세포처럼 정신적인 동기화가 되어 있습니다. 나노머신의 일부가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주인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인님의 의지대로 인터넷을 헤집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죠.

‘이야, 이거 참 대단한 능력인데? 사람 한 명으로 거의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게 되는 거 아니야?’

-AI마샤라는 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 진 겁니다. 옛 소련의 과학자였던 마샤 하리토노바의 부국강병이라는 집착이 그 후세에 전해져 지금과 같은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물론, 그들이 당시의 이론을 만들었을 때엔 그저 추상적인 이론에 불과한 사실이었지만 말이죠.

‘아아! 그러니까 러시아가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꿈꾼 것인가?’

-말은 그렇지만 사실은 자신이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던 겁니다. 아무튼 간에 AI마샤 프로젝트는 군사용, 그리고 첩보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해볼까?’

-일단은 주인님의 신경세포에서 나노머신을 분리해서 인터넷으로 보내는 연습부터 해보시지요.

‘어떻게 하는 거지?’

-수많은 나노머신 중 하나를 인터넷과 동기화시킵니다. 그럼 나노머신은 알아서 동면상태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에는 인터넷과의 연결 말고는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테면 인터넷 허브의 역할이라고나 할까요?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

천우는 수많은 나노머신 중에서 3만 번 째 나노머신을 골라서 인터넷 허브 기능으로 전환시켰다.

그러자, 정말로 그의 뇌가 인터넷과 연결되었다.

삐빅!

천우의 시야를 가득 채운 인터페이스에 나노머신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보여주는 화면이 잡혔다.

네모난 창에 출력된 것은 나노머신이 인터넷 세상을 3차원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0과 1로 이뤄진 무한의 공간에 일종의 블록형식으로 무수히 많은 정거장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터넷의 데이터들이었다.

‘이게 바로 인터넷이라는 세상이야? 생각보다 삭막한데.’

-원래 인터넷이라는 것은 무형의 공간입니다. 물리적인 공간이라고는 할 수가 없죠. 하지만 정작 3차원의 무언가가 그 안으로 들어가서 시야적인 출력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보여 진다는 겁니다.

‘0과 1로 이뤄진 세상이라.’

실제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아주 디테일함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0과 1로 이뤄져 있어 마치 빼곡하게 박힌 바둑알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천우는 나노머신을 움직여 미국으로 향했다.

인터넷 세상이라서 아이슬란드에서 미국으로 가는데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의 데이터베이스는 실제의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처럼 복잡하고도 화려했다.

비록 색체가 있지는 않았지만 블록들이 가진 데이터의 수만큼 각기 높낮이와 크기가 다 달랐기 때문에 마치 빌딩숲을 보는 것 같았다.

수많은 블록들 사이에는 천우의 HC그룹도 있었다.

‘우리 회사도 있네? 건물이 상당히 큰데?’

-이게 바로 주인님께서 쌓으신 데이터입니다. 아마 건물크기로만 따진다면 손가락 안에 들겠죠?

‘그러네. 관공서를 제외한다면 말이야.’

미국의 재무부나 상무부 등의 데이터는 지금까지 쌓아온 양이 있어서 일개의 기업이 범접할 수 있는 크기는 아니었다.

다만 JP모건이나 메릴 린치와 같은 회사들은 그에 거의 범접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천우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데이터베이스는 수평의 세계에 위치해 있었는데 생각만으로도 블록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주소를 이렇게 검색해서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어?’

-아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사람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전송한다면 모를까.

‘으음, 아무튼 간에 CIA의 건물이···.’

검색을 해서 찾아갔지만 그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다.

만약 그 규모로 따진다면 바로 옆에 있는 뉴욕의 유치원보다도 작을 것이었다.

‘이상하네. 뭐가 이렇게 작아?’

-보안 때문에 그렇습니다. CIA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암호화 된 데이터를 해독해서 뚫고 들어가야지요.

‘그럼 저쪽에서 눈치를 채지 않나?’

-그러지 않도록 주인님께서 해킹을 연구하셔야 합니다.

‘허어, 나는 아예 해킹의 해 자도 모르는 사람인데?’

-괜찮습니다. 주인님은 행동만 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나노머신이 알아서 합니다.

‘행동을 한다고?’

-아아, 정정하겠습니다. 주인님의 클론에게 명령만 내리시면 됩니다.

‘해킹을 하라고 명령한다?’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명령을 해주는 것이죠.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입니다.

천우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단 잡념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명령을 내려야 구체적일 것이기 때문에 그는 마음부터 비우기로 한 것이었다.

대략 2초 후, 천우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상태에서 명령을 내렸다.

‘마치 자객이 목표물을 찾아서 들어가는 것처럼 신속하고 신묘하게, 하지만 완전범죄를 위해 흔적은 지워야해.’

천우의 명령에 따라서 그의 클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론이 움직임에 따라서 천우의 생각은 그 안으로 깊숙이 이입되어 정말 생각대로 움직였다.

-암호를 해독하기 시작합니다. 해독 완성률 5%···.

‘허어, 정말 되네.’

-앞으로 남은 시간 1초, 완료되었습니다.

‘원래 암호를 해독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적게 걸리나?’

-우리는 암호화 된 데이터베이스 안으로 침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구멍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지 꼭 그것을 전부 다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으음, 그렇구나.’

천우는 보안등급 1등급으로 CIA에 접속했다.

그러자,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CIA의 데이터베이스 블록이 거의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허어! 원래 이렇게 거대한 성이었나?’

허나 신기한 것은 CIA의 데이터베이스를 뚫고 나자마자 주변에 숨겨져 있던 다른 미국의 공공기관과 행정기관, 그리고 사기업들의 데이터도 투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천우는 미국의 데이터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 거대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 크기는 천우가 처음 보았던 것의 100배가 넘었다.

‘우와, 대단하다! 이게 진짜 미국이라는 나라의 실체구나!’

-꾸준히 데이터화를 시킨 결과죠. 아무튼 간에 이제 CIA로 침투했으니 주인님의 자료를 찾아볼 차례입니다.

‘으음,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들어 가볼까?’

0과 1로 이뤄진 블록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선 마치 인간의 혈관을 타고 피가 흐르듯 숫자들이 빠르게 지나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 혈액들은 여전히 CIA라는 조직을 크게 키우고 있었다.

-정보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십니까?

‘저게 다 정보야?’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됩니다.

천우는 그녀의 말처럼 숫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았다. 그러자, 그의 머리로 정보가 출력되었다.

[AOS그룹에 대한 감사자료]

[데이터 량 123KB]

‘허어! 이렇게 간단하게 자료를 취득할 수 있다고?’

-이게 바로 인터넷 세상에서 3차원의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일종의 초월체, 그것이 바로 천우였던 것이다.

그는 정보검색을 통해서 CIA내부에서 최천우라는 인물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다.

천우의 자료는 보안등급 2등급으로 암호화 되어서 관리 중이었는데, 그의 과거나 자세한 족적에 대해서는 1급의 보안등급을 가져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정보 안에는 그동안 천우가 꼬맹이 시절부터 걸어왔던 정보 분석가로서의 삶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네. 80년대의 기록도 그대로 다 있잖아?’

-주인님의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주된 임무는 아닐 것이지만, 그래도 이런 정보저축을 통해서 관리를 해 나갈 수 있겠죠. 또한 HC의 패턴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요.

‘역시. 파트너도 꾸준히 관리를 하는 놈들이구나. 저놈들은.'

-그게 바로 국가정보기관 아니겠습니까?

신기한 것이 투성이였다.

천우는 CIA에서 잠깐 머물다가 추억만 머리에 담아서 나왔다.

그러자, 세상이 조금 더 크게 보였다.

-축하합니다. 첫 번째 숙제를 무사히 마치셨군요.

‘숙제가 3개나 더 남았다는 건 아직 기능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소리인가?’

-물론이죠.

< 9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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