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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81화 (181/202)

< 91. >

91.

황제가 하사한 검도 아니고 무려 황제를 상징하는 검이 걸려 있는 저택이라니.

천우 부부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끔뻑끔뻑 거렸다.

“빨간색에 황금용이면 아무래도···.”

“명나라의 양식이네요.”

마샤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을 해 본 결과, 이 검은 명나라 황제를 상징하던 일종의 예검이라고 나와 있었다.

도대체 명나라 황제의 예검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것이 만약 진품이라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그밖에도 조선, 일본, 심지어는 동남아와 유럽 일부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대단한 물건들이 쌓여있으니 신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헌데 문제는 이것들을 왜 이곳에 전부 다 쌓아두었냐는 것이었다.

“이곳에 이 많은 무기들을 쌓아둔 것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었을까요?”

“전란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지도 모르죠.”

“전란을 피하기 위함이라···.”

미라는 이 모든 것이 전란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천우는 약간 달랐다.

이곳은 나치와의 싸움에서 한 차례 위협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아주 큰 위협은 또 있었다.

바로 소비에트연방, 바로 소련의 위협이었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양대 산맥이었기 때문에 동유럽권 국가들은 소련에 의해 자국이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워했었다.

이 공격을 두려워하여 탄생한 것이 나토연방이었고 그것이 아직까지 유지되어 있을 정도이니, 소련이라는 나라의 위협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천우는 이 엄청난 물건들을 쌓아둘 정도로 이곳이 안전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이 근방이 상당히 발달해있었다고 했으니, 만약 나치나 소련이 스웨덴을 공격하거나 점령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유물은 불에 타거나 그들의 소유가 되는 셈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미끼인 것 같은데요?”

“미끼요?”

“생각해보세요. 황제의 검이라고요. 이런 검을 버젓이 전시해 둘 정도로 우리 조상들이 허당이셨을까요?”

“아아!”

“제 생각엔 황제의 검을 전시해둔 것은 분명 이 근방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으음···. 그렇다면 이곳에 비밀장소와 같은 곳이 있다는 소리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천우는 이곳을 조금 더 철저하게 조사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곳은 오셔필드 가문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천우의 소유로 되어 있었기에 누구라도 재산을 훼손할 시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재산을 강탈할 염려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허나 천우는 누군가 이 재산들을 가지고 간다고 쳤을 때를 가정하기로 했다.

“만약 이곳에 나치가 쳐들어왔었다고 가정해보자고요.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을까요?”

“보물 따윈 다 줘버리고 그냥 나가라고 협상하는 편이 낫겠죠?”

“집을 달라고 했다면?”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요?”

“으음.”

“만약 저라면 어차피 언젠가 전쟁은 끝날 것이고 국제질서가 잡히기만 한다면 집은 다시 찾을 수 있으니 그냥 나가겠어요.”

“그건 집이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한 뒤에 할 행동이겠지요?”

“물론이죠.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살릴 수 없잖아요.”

“···집은 다시 지으면 그만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지하실에 숨어서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한다.

건물은 어차피 폭격으로 부서질 것이 뻔 하지만 지하시설은 그마나 좀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저택은 물론이고 보통 집에 작은 창고 하나쯤은 모두 다 있기 마련이었다.

만약 천우가 이 집의 주인이었던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런 짓을 했을 것 같았다.

“지하실이 있어요.”

“아! 그래요, 지하실!”

“이곳에도 서책들이 있을까요?”

두 사람은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들을 찾으러 다녔다.

책장을 뒤적거리던 천우는 벽장 위에 있던 작은 수첩을 발견했다.

“아아, 저번에 봤던 그 장부와 같은 공책이다!”

“오호! 천우 씨는 눈도 좋으시네요!”

사실, 천우가 눈이 좋은 것이 아니라 마샤의 홀로그램 시점의 성능이 뛰어난 것이었다.

천우 부부는 장부를 펼쳤다.

장부 안에는 만약 천우네 집안 서고를 한 번도 다녀와 본적이 없는 사람은 죽어도 모를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이거, 영국의 저택에 있는 책의 이름인데요?”

눈썰미가 좋은 역사서적 마니아인 미라는 잠깐 스치듯이 보았던 책의 이름까지 달달 외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력 덕분에 천우는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당장 전화기를 꺼내든 천우는 오셔필드 가문에 전화해서 저택의 서고에 있는 책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도련님, 책을 찾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드릴까요? 보내드릴까요?

“그럼 고맙죠.”

-지금 당장 비행기를 띄워서 가지고 가겠습니다.

오셔필드 가문은 행동력 하나는 정말 세계 최고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당장 비행기를 띄워 천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안나 오셔필드는 천우 부부에게 ‘북성 최옥환 일대기’를 건네주었다.

“최옥환 선생님의 일대기입니다. 부탁하신 것이 맞습니까?”

“네, 고마워요.”

“그럼 저는 이만.”

안나는 두 사람의 신혼여행을 방해하기 싫어서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다시 날아가 버렸다.

덕분에 둘만 남은 천우 부부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함께 책을 읽어 내려갔다.

마을로 들어오기 전에 먹을 것을 잔뜩 사왔던 두 사람은 함께 과자를 먹으면서 책을 탐독해 나갔다.

두 사람은 엎드려 누워 책을 읽었다.

“분명 공책에 책의 이름이 나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뭔가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는 건 또 아닌 것 같은데요?”

“으음, 그럼 그냥 우리가 오버를 한 건가요?”

“그럴 지도 모르겠어요.”

부부는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우의 팔을 베고 누워있던 미라는 천장의 무늬가 참으로 신기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천장에 별자리를 수놓았네요. 저기, 물병자리부터 전갈자리까지, 없는 자리가 없는데요?”

“오호, 별자리도 알아요?”

“그럼요. 예전에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별자리로 점도 보고 그랬거든요. 미래의 남편과의 궁합도 맞추고 막 그랬었는데?”

“허어, 당신이 점도 봤다고요? 의외인데.”

“나도 그때는 풋풋한 여고생이었다고요. 미래의 남편이 궁금하지 않았겠어요?”

“하하, 그래서 그때 당신의 남편감은 어떤 사람으로 나왔었나요?”

그녀는 옛날을 기억하며 까르르 웃었다.

“풉, 제가 재미있는 일화가 생각났는데요. 예전에 점을 보다가 이런 문구를 얻은 적이 있어요. 당신의 남편은 미래에서 온 인조인간이다, 라고요.”

순간, 천우는 속으로 뜨끔했다.

점이 생각보다 잘 맞아서 천우는 많이 당황했지만 그녀는 그게 그저 즐거운 추억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호호, 웃기죠? 당신이 미래에서 온 인조인간이라니요.”

“그, 그러게요.”

“그나저나 천장에 별자리는 왜 새겨 둔 것일까요?”

천우는 최 씨 일가가 별자리와 상당히 가까운 가문이었다고 생각했다.

한반도에서 서양까지 가자면 방향을 잡을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을 텐데, 나침반이 없던 시절에 그걸 과연 어떻게 가늠할 수 있었겠는가.

카라반들이 그러했듯 최 씨 일가 역시 별자리를 나침반 삼아서 행상을 했다는 기록이 일대기에 남아 있었다.

“조상님들이 지금의 최 씨 일가를 이루기까지 별자리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그래서 남긴 것은 아닐까요?”

“아아, 하긴. 그 당시라면 당연히 그랬겠네요.”

하염없이 별자리를 바라보던 그녀, 그러다가 문득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천우 씨, 잠깐 나와 봐요!”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요?”

“잠깐만 나와 봐요!”

무슨 일인가 싶어 아내를 따라나선 천우는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이곳의 지형이 생긴 곳을 그대로 가리키며 말했다.

“잘 봐요, 이 형태. 아까 본 천장과 비슷하지 않아요?”

“···어라? 정말이네?”

“최옥환 할아버지의 호가 북성이셨다고 했죠?”

“네, 그랬죠.”

“북성, 북극성.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자신이 서 있는 땅바닥을 발로 쿵쿵 굴렀다.

쿠우우웅···.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가 울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어! 바로 여기가···?!”

“지하실의 입구인 것이 아닐까요?”

두 부부는 곧장 집안에 있는 창고로 달려가 삽과 곡괭이 등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곤 들입다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입구를 가리기 위해서 그 위에 흙을 성토했을 것이고 잘하면 그 안을 무언가로 막아놓았을 공산이 있었다.

퍽퍽퍽!

천우는 쉬지 않고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삽질을 했다.

“어머나, 정말 괴물은 괴물이네. 침대에서 괜히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네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리고 내가 매일 밤마다 조금씩 봐주고 있는 거, 알죠?”

“허참, 그런 걸 왜 봐주고 그런데? 절대 그럴 필요 없어요. 아이고, 나 좀 반쯤 죽어보고 싶네.”

그녀의 귀여운 도발에 천우는 웃으며 삽질을 해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삽이 턱 걸렸다.

까앙!

“여기다!”

“뭐가 있는 것 같아요?”

“두꺼운 철판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요? 세상에, 이렇게 깊은 곳에 철판까지 깔아두었으니 만약 나치가 쳐들어왔어도 절대 들킬 위험은 없었겠는데요?”

“어서 열어봐요!”

두 사람은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생각에 기뻐 철판 아래에 뭐가 있는지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철판에는 손잡이가 있었는데, 천우는 그것을 힘껏 잡아당겼다.

끼기기긱!

“으으으윽!”

“많이 무거워요?”

“···엄청!”

“나도 도울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내가 할게요!”

이제 천우는 데드리프트를 생으로 1450kg가량 들 수 있는 근력이 있었다.

지금의 이 철판이 과연 얼마나 두꺼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다면 못 들 것도 없었다.

천우는 온 힘을 다해서 문을 열었다.

쿠웅!

“허억, 허억! 더럽게 무겁네!”

“우와, 이걸 사람이 들 수 있어요?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최천우요. 당신의 남편이죠.”

“허참, 내가 어쩌다가 변강쇠를 만났네? 이따간 정말 그 힘, 제대로 쓰는 거예요. 알겠죠?”

“예, 마님!”

두 사람은 알콩달콩 지하실로 내려갔다.

휘이이잉!

지하실 아래에선 뭔가 강력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지하실은 상당히 크고 넓으며 그곳은 환기시설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곳 지하실에는 전기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 같았다.

천우는 차단기로 보이는 물건을 건드렸다.

타악!

그러자, 그들의 앞에는 금색의 화려한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었다.

< 91. > 끝

ⓒ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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