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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80화 (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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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

아론 테이트는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저격수가 쏜 탄환에 어깨가 관통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갑자기 돌풍이 불어 닥치는 바람에 총알이 휘어서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그대로 목덜미가 관통당해 즉사 할 뻔했다.

그 즉시 그는 호수 아래로 숨어 헤엄쳤고, 가까스로 도망쳐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아론 테이트는 추적이 불가능한 회선으로 CIA에게 접선하였고, 안전지대로 일본을 선택하여 밀항하였다.

CIA는 아론 테이트의 신변을 보장하는 선에서 요원 세 명을 붙여주었다.

원래는 보다 많은 요원이 붙을 예정이었지만 아론 테이트는 자신이 잘못되면 연락을 취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된다며 3명만 남기라고 선언했다.

아론 테이트는 요원 다니엘 스케이프에게 한국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전해 들었다.

“···으음, 여기자와 동거했던 정보원이 죽었다? 그리고 국정원 요원이 실종되었다? 우연은 아닌 것 같은데.”

“저희들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선배님께서 뭔가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안 그래도 한 번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다니엘 스케이프에게 정유희의 인터뷰 영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다니엘은 노트북에 담겨 있던 그녀의 영상을 재생시켜주었다.

-···으흑흑, 저는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

“잠깐, 영상을 뒤로 더 돌려봐. 모텔에서 같이 출근했다고 했던 그 인터뷰 첫 부분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인터뷰 첫 부분에서는 정유희가 생각보다 침착했지만 말을 이어나가면 나갈수록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론 테이트는 이 부분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진술이 번복되지는 않았나?”

“번복까진 아니고, 기억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점점 뼈대에 살을 붙이는 느낌으로?”

“예, 맞습니다. 정확하십니다.”

그는 주변에 있던 공책 위에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볼펜은 거의 춤을 추듯 움직였다.

대략 5분 후, 놀라운 그림이 완성되었다.

“우와, 요즘 미술을 배우십니까?”

“슈퍼보이가 하도 그림을 발로 그리는 것 같다고 해서 한이 되었었거든. 그래서 밥 아저씨의 책을 사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네.”

“하하, 그러시군요.”

그림 속에는 정유희가 증언했었던 모텔의 상황이 아주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아론 테이트는 그녀가 증언했던 모텔의 주소와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그 모텔이 어디라고?”

“마포구 먹자골목에 있는 블랙베리 모텔이라고 했습니다.”

“블랙베리···.”

아론 테이트는 인터넷으로 블랙베리 모텔을 검색해서 객실의 내부 사진을 살펴보았다.

헌데 객실의 구조와 아론이 그린 그림이 거의 일치했다.

“허어,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기억이 정말 대단히도 상세하군.”

CIA가 당시에 그녀를 인터뷰 했을 때, 최대한 기억을 상세히 더듬어보기 위해서 모텔의 전경이나 시간, 그때의 느낌 등을 차례대로 물었었다.

헌데 그 묘사가 하도 뛰어나서 모텔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약물 없이 이정도 묘사가 가능한가? 그것도 애인이 죽었다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이 여자, 지금 어디에 있지?”

“국정원에 차적 조회를 요청하면 위치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당장 연락해봐. 이 여자, 아무래도 좀 수상해.”

“네, 알겠습니다.”

아론 테이트는 그 특유의 동물적 감각으로 부국장 자리까지 올라갔던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천우의 도움을 받았다곤 하지만 부장급 인사까지 올라갔던 것은 모두 순전히 그의 능력 덕분이었다.

그 특유의 감은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선배님, 큰일입니다! 그 여자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답니다!”

“아마도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그대로 잠수를 탄 것이겠지.”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아직 상부에 내가 살아있다고 보고하지는 않았지?”

“네, 그렇습니다. 부국장 라인에서만 유지되고 있는 비밀입니다.”

“그럼 내가 비밀리에 움직이기에 더 좋겠군.”

“직접 나설 생각이십니까?”

“아무리 친정을 떠났어도 집안에 일이 생겼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아아, 선배님이 함께 해주신다면 저희야 영광입니다!”

아론은 자신이 전설로 남게 되었을 그 시점에 명예롭게 퇴장하였다. 그 덕분에 그는 영원한 전설로 남을 수 있었다.

이제 그 전설이 직접 움직이려는 것이었다.

“혹시 슈퍼보이는 섭외가 되나?”

“지금 한창 신혼여행 중이랍니다.”

“아아, 그랬던가? 그럼 그에게 메시지 하나만 남겨줘. 상황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니 한국으로 돌아오면 연락 좀 달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는 말을 맺자마자 움직였다.

“한국으로 가자. 일단 그 모텔과 사라진 사람들의 유족들부터 만나봐야겠어.”

“이대로 말입니까?”

“약간의 변장은 필요하겠지. 특수 분장, 가능한가?”

“물론입니다. 일본에 잘 아는 특수효과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곳에 부탁하도록 하지.”

현역시절, 요원으로 활동했던 기억이 물씬 피어나는 아론이었다.

***

서고의 장부는 정말이지 획기적이라 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비록 꽤나 오래된 글씨라서 맞춤법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글씨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같았기 때문에 대충 뜻은 통했다.

천우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일대기와 관련된 책들을 찾기로 했다.

“알파벳순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 같네요. 정말 편리한데요?”

“그나저나 언어 체계가 전체적으로 북유럽 스타일이네요. 이곳에 정착했던 조상님들은 북유럽 계통과 이어졌을 까요?”

“그랬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야 완벽하게 정착을 시켜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세력을 구축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은 토착세력과 손을 잡고 그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고구려가 그러했고 그곳에서 갈라져 나와 백제라는 찬란한 해상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었다.

천우는 아내와 함께 조상들의 일대기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탐독한 것은 이 저택을 만들어놓은 장본인이었다.

미라는 천우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생몰년은 미상이지만 대략 올덴브루크 왕조에 이곳에 세력을 구축하셨네요.”

“그럼 조선에서 쫓겨나 유랑생활을 하던 시기에 이곳까지 오신 건가요?”

“그건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문헌으로 미뤄보건데, 아무래도 덴마크에도 이런 저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 되네요.”

“덴마크라.”

“당시에는 올덴브루크 왕조가 덴마크의 왕도 겸했기 때문에 이곳의 세력과 손을 잡았다면 그쪽으로 진출하기도 좋았겠죠.”

문헌에는 올덴브루크 왕가와 영국을 오가며 교역했다고 나와 있었는데, 한 번은 영국의 해적들과 싸워서 그들을 압도하여 섬 하나를 파괴하기도 했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들은 이를 두고 ‘해적섬 정복’이라고 명명해 두었다.

“해적 섬을 정복하다니, 대마도 정벌과 비슷하네요.”

“당시에는 교역로의 안전이 곧 돈이 되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의 질서를 확립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안전을 확보하여 무역거점을 전 세계적으로 넓힌다면 그만큼 이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천우의 조상들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당시의 귀족으로서 스스로 자립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영국, 그 다음에는 프로이센 공국, 프랑스와 스페인까지 골고루 영역을 넓혀나가셨네요. 영국 요크셔에 자리를 잡았던 이후, 거의 200년 만에 최전성기를 맞이하신 모양이에요.”

“으음, 그 정도 세력권이라면 충분히 황금을 빌려주고 그 차관으로 부를 축적할 만하네요.”

“우와, 천우 씨네 집안은 거의 귀족 수준인데요? 그것도 글로벌 귀족 말이에요.”

“그런가요?”

“조상님들께서 아주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 당신은 스스로 현대의 귀족이 되었잖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진외가와 할아버지의 후광 덕분이었죠.”

“그 후광 이전에 10대도되기 전에 투자를 감행해서 슈퍼보이의 명성을 얻은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 아니었나요?”

“평가가 상당히 후한데요?”

“사실이니까요.”

과연 후대에 자손들이 천우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그는 이곳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노르웨이 저택에서 이틀 간 머물면서 일대기에 대한 정보를 모두 모았고, 그것을 가지고 덴마크로 향하기로 했다.

덴마크에도 저택은 있다고 하였으니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허나 오셔필드 가문에 연락을 해보니 덴마크에는 저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아니고 핀란드에는 비슷한 규모의 지하저택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하저택이요?”

-예전에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당시, 미처 피난을 가지 못했던 스웨덴의 세력이 핀란드의 지하저택에 숨어들었다고 했습니다. 주택의 등기는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 위치에 대해선 알 수 있을 겁니다.

“으음, 그렇군요.”

결국 덴마크로의 여행은 취소하고 스웨덴을 경유했다가 핀란드로 가는 일정을 잡았다.

두 부부가 스웨덴으로 가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이잉!

바로 아론 테이트의 메시지였다.

그는 잠시 비행기를 타고 가려던 여정을 멈추었다.

“CIA에서 뭔가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여행이 끝나면 전화하라는데요?”

“CIA요?”

“아론 테이트 전 CIA부국장이 직접 남겼나봐요.”

“···그럼 우리, 이젠 위험해 지는 거예요?”

“걱정 말아요. 내가 있으니까. 나, 생각보다 싸움 잘 해요.”

“그게 싸움만 가지고 되는 문제일까요?”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고요.”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위험한 일이 정말로 발생한 것이라면 차라리 숙소를 옮겨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여행은 계속 해요. 다만,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경찰에게 알리도록 해요. 우리끼리 해결할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그래요. 반드시 그렇게 할게요.”

과연 아론 테이트가 무엇 때문에 이 난리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아론 테이트가 도청이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적을 세탁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래도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녀의 생각처럼 숙소를 옮기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하다고 천우 역시 생각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전용기도 타지 않았고 어지간하면 일반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녔다.

이제는 그 차도 타지 않고 그냥 버스와 기차만 이용하기로 했다.

이틀 후, 두 사람은 스웨덴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는 최 씨 일가가 일대 마을을 모두 먹여 살리던 세력이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본거지가 불타면서 그 세력이 점차 약해져서 지금은 그 마을 인근의 상권도 많이 죽은 상황이었다.

허나 그 저택의 위용만큼은 여전했다.

또한, 저택에는 진귀한 고검들이 대거 진열되어 있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천우 부부를 맞이하는 고검들의 향연.

“···이게 다 웬 검들이야?”

그중에는 황제를 상징하는 붉은색 배경에 수놓아진 금색용이 박힌 검도 있었다.

< 90.(2) > 끝

ⓒ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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