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70화 (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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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

도시계획이라는 것은 필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높이는 궁극적 방법이기도 하다.

허나 이 도시계획이 한 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재 사프타 연합의 많은 국가들이 도시계획이 틀어져 고생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고 자연생태계까지 위협을 받고 있었다.

야생동물이 뛰놀던 드넓은 밀림이나 정글 등을 도시개발과 도로확보로 인하여 무자비하게 훼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해당 국가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언젠가는 되돌릴 수 없는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사프타 연합은 이런 문제들로 인하여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천우는 이 상황을 수습 해야지만 사프타 연합이 더욱더 앞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정책의 기초부터 뜯어고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이미 태양광패널을 아프리카로 들여오면서 관공서 및 가정용에 공급되는 에너지문제는 해결했다.

만약 그렇다면 에너지가 다소 많이 든다고 해도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고수하여 시설을 지을 필요가 있었다.

천우는 건축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는 건축에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겁니다. 또한, 도시의 팽창을 자제시키는 한 편, 그 밀도를 높여도 제한된 용지를 벗어날 수 없도록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거죠.”

그는 미래에서 가지고 온 지식을 통해서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냈다.

그 첫 번째 방안은 바로 현재의 정사각형 방식의 필지분할형식 대신에 직사각형 방식의 필지분할이었다.

“지금의 필지는 정사각형 구조에 상가 간에 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건물과 건물을 따로따로 떨어뜨려 놓은 형식이죠. 이것은 각자의 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상으로는 훌륭한 정책입니다만, 그만큼 낭비되는 필지가 많아서 결국 도시의 무리한 팽창만을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으음!”

“허나 필지를 직사각형으로 자르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그리고 문을 내는 구조를 획일화 시켜서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거죠.”

지금은 정사각형인 대신에 골목이 좁으면 상가와 상가 간에 문을 열 수도 없을 정도로 동선이 복잡하게 꼬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허나 이 방식을 버리고 건물의 정면은 좁게 만들되 필지의 뒤를 길게 빼서 늘이는 형식을 쓰면 해결된다.

“필지를 직사각형으로 나누면 공간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원을 만들어도 공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으음! 좋은 방안이로군요!”

“또한 이런 도시계획에서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을 따로 지정해서 그린벨트로 묶습니다. 더 이상의 난개발로 야생동식물이 설 자리를 잃는다면 앞으로 10년 후엔 반드시 그에 몇 배에 상응하는 돈을 쓰게 될 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보다는 그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군요.”

“앞으로 도로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목초지대가 있다면 동식물의 생태를 조사하고 그것을 훼손할 정도라면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도로를 낼 수밖에 없는 경우엔 어쩝니까?”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지요. 비록 도로를 공사하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해도 그 길을 둘러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그리된다면 물류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는 나라의 미래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행위는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사프타 연합은 천우의 주장을 듣곤 크게 놀랐고, 또한 그의 말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이제 사프타 연합의 재력은 세계 최빈국들이 모인 연합 수준이 아닌 아시아의 부국들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선 성장우선정책이 아닌 자연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그들도 크게 깨달았을 것이었다.

그 이후, 사프타의 모든 공사가 변경되거나 일부는 취소되었다.

도시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변경을 하는 통에 지주들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의 발언권은 없었다.

필지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개발이 시작되고 각종 규제가 시작되니 부동산은 이전보다 훨씬 더 위축되기 시작했다.

개발제한이라는 것은 결국 언제 지주를 죽일지 모르는 엄청난 악재였기 때문에 녹지 근처에 땅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부동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허나 그 땅들은 국가가 소유해야 할 땅들이었다.

어차피 국가가 땅을 사들일 것이라면 최대한 거품이 빠져 인수하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 유리했기에 국가에선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에 적극 찬성이었다.

그리하여 사프타의 부동산 문제는 점점 안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할 테지만 말이다.

***

2010년 봄, 대한민국 정계를 뒤흔든 희대의 스캔들이 터졌다.

제 1 야당의 대북내통 혐의에 대한 증거가 하나 둘 제시된 것이었다.

북한 정찰총국의 국장 출신 인사가 정도환과 함께 폭탄발언을 해왔고 그 증거들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제 1 야당인 국민의당이 향하고 있었다.

국민의당은 이 사태를 극구 부인하고 나섰지만 여당 온누리당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온누리당은 대통령 내각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혐의를 입증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런 가운데 현직 대통령과 온누리당을 한 방에 보내버릴 한 방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던 한국의 정당과 인민군의 유착관계였다.

이른 바 ‘흑금성’ 사건은 남한의 정권교체를 위해 온누리당이 인민군을 이용했다던 희대의 스캔들이었다.

비록 국정원요원 한 사람만 감옥에 들어가면서 유야무야 되었지만 그 진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90년대 정계는 총풍사건이 터진 후, 그것을 황급히 수습했지만 증거는 반드시 남아있기 마련이었다.

아마 온누리당은 이제 정리가 끝났겠거니 싶었을 것이다.

북한 수뇌부에서 정찰총국을 비롯한 비자금 루트를 담당하는 기관들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정찰총국의 수장이 북한을 탈출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나 해봤을까?

결국 온누리당은 그동안 이어진 수차례의 내통이 증거가 나타남으로서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잠잠했었던 정계와 시민단체들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집권여당과 제 1 야당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국민통합당은 급부상하였다.

이들은 유일하게 북한과 엮이지 않았고 이 사건에 대한 실마리라 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국민통합당 표심을 이끌어내던 전라도와 여당의 표밭인 경상도가 각각 분열하면서 일대 위기가 찾아왔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국민통합당으로 표심을 몰면서 이 일대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었다.

이는 국민통합당이 대통령 탄핵을 발의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치였다.

허나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여당을 치기 전에 국민의당부터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북한과 내통하다 못해서 북으로 기름을 퍼다 나른 것은 그야말로 씻을 수 없는 오명이자 반역행위였다.

찰칵, 찰칵!

국민의당 당대표인 유진상이 검찰로 출두하는 길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그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그 뒤를 시민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은 유진상에게 계란과 밀가루를 투척했다.

퍼억!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들아! 어떻게 남쪽으로 미사일 쏜다고 난리인 놈들에게 그럴 수가 있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제 1, 2 연평해전과 함께 해군 대참사로 기록된 청주함 사건 때문이었다.

올해 3월에 백령도 인근에서 원인미상의 공격으로 인해 침몰한 초계함정 청주함 사건? 이미 대한민국 전역? 숙연하게 만들기에 繹槿杉?.

유진상이 욕을 먹는 것은 청주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세력이 북한이었기 때문이었다.

북한에서 어뢰를 발사하여 초계함을 격침시켰는데 그 안에 들어간 기름을 남한에서 대주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유진상이 무슨 소리를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달려 간신히 검찰청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나, 시민들이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쓰레기 새끼들아! 너희들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

“동해바다에 미사일 쏘는 것들과 손을 잡다니, 너희들은 진짜 빨갱이였어!”

안 그래도 최근, 잠정적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였다.

유진상은 중앙수사부와 함께 공안부의 검사들도 만나야했다.

“···아주 죽을 맛이로군.”

정치인이 밀수를 했으니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아야하는 것은 당연했고 북한과 내통했으니 공안부의 수사도 받아야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이이잉!

그는 검찰청 수사관들에게 잠시 손을 들었다.

“전화 한 통만 받아도 됩니까?”

“10분이면 되겠습니까?”

“네, 그러죠.”

유진상은 돌아서 전화를 받았다.

“네, 유진상입니다.”

-검찰청 공기는 좀 어떠십니까?

순간, 유진상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지고 말았다.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그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사태의 장본인인 정도환이었던 것이다.

정도환은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안녕은 못 할 것 같아서 공기를 물어본 겁니다. 기분이 상하지는 않으셨죠?

“···깡다구도 좋으시네요. 어떻게 이 상황에 전화를 다 걸 수 있습니까? 당신 때문에 대대손손 빨갱이로 살아가게 생겼는데!”

-성인은 자신이 한 행동은 책임져야 하는 법입니다. 그건 상식인데.

“그렇다면 당신 때문에 똥물 튄 우리는 누가 책임을 집니까?”

-하하, 그것도 당신들이 알아서 책임을 지셔야지. 도대체 누가 누굴 탓하는 겁니까?

“···빌어먹을, 놀리려고 전화했습니까?!”

버럭 소리를 치던 유진상은 아차 싶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검찰이야 그렇다고 치겠지만 검찰청에 검찰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만약 일반인이 지나가다 이 소리를 듣기라고 한다면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이 뭡니까?”

-당신들에게 기회를 좀 줘볼까 하고요.

“기회···?”

-이대로 감옥에 들어가면 당은 해체수순에 당신은 정치적 생명을 잃고 말겠죠. 지금 전라, 경상 지역에서는 당신을 빨갱이라고 욕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무슨 기회를 주겠다는 건데요?”

정도환은 웃으며 말했다.

-알아서 여당과 대통령을 묻어버리세요. 그럼 당신과 최측근 정도는 살려줄 수 있습니다.

< 8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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