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69화 (169/202)

< 85. >

85.

사프타 연합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허나 천우는 한 가지를 저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우리가 원한 것이 단순한 자본의 유입이었는지, 아니면 경제의 팽창이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으음···.”

나라마다 제각기 내놓은 방안은 다 다르지만 그 갈래는 모두 다 같았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 시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 거품을 한 방에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허나 무조건적인 부동산규제는 결코 좋은 대안이 아니었다.

“금리를 인상하여 대출규모를 축소하거나 전매자 매도차액 전액 환수 같은 극단적인 방안으로는 절대로 거품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서 무조건 부동산을 죽이겠다는 뜻과 다를 것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우선은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와 함께 국민 부채부터 어떻게 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극단적으로 통화긴축을 실시해버리면 예전의 미국이나 일본 꼴이 날 것이 분명합니다.”

“안정적인 통화정책이라!”

“부채비율을 낮춘 후에 금리를 인상하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정책을 짜 주실 수도 있는 겁니까?”

“물론 그렇게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국가에서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바로 그것이겠지요?”

저들이 결코 능력이 없어서 천우에게 정책을 짜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다.

이 모임은 HC를 주축으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을 넘겨주고 정책의 방향을 자문하는 것이 여러모로 경제적으로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천우는 각 국가의 사정에 맞춰 정책을 상정하는 일종의 조정기간을 가졌다.

부동산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의견을 조율하려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과정은 각 국가의 정책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과연 정책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해당 국가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들에게까지 두루 이익이 되는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천우는 대략 155개의 조항들을 모은 후, 거기서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과 정책방향이 겹치는 것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너무 극단적이거나 이기적인 정책들을 쳐내고 나니 총 40개 정도의 조항이 남았다.

이제 그는 이것을 정책전문가들에게 넘기기로 했다.

“최대한 치밀하게 계산해서 정책방향을 결정해주십시오.”

“여기서 한 발 물러서시는 겁니까?”

“만약 제가 정책상정에 너무 깊게 개입해버린다면 사프타의 통화정책은 HC의 통화정책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이 되고 말 겁니다.”

“아아!”

천우는 방향만 잡아주고 뒤로 빠지기로 했다.

만약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가 정책기조가 HC만을 위해 흐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시간에 천우는 회사 내부의 사정들을 조율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부터 조사해왔던 검은 자금의 흐름을 쫓았다.

그가 아프리카로 온 이유는 최근 검은 돈이 아프리카로 흘러들었다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프타 형사협력기구를 찾아간 천우는 그곳에서 아프리카 계 범죄조직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의 형사 빅터 미켈은 국제무역사기조직이 변모하였고 최근에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그 동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90년대 초반에 나이지리아의 무역사기는 국제적으로도 꽤 악명이 높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눈앞에서 바로 광물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대금을 먹고 튀는 경우가 빈번했었죠. 허나 최근에는 그런 사기행각보다는 무기밀매와 인신매매 등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더러는 카르텔에서 넘어온 마약을 유럽으로 넘겨주는 중간루트를 병행하고 있기도 하죠.”

“밀매까진 이해가 되는데 어째서 마약이 끼어 있는 거죠?”

“최근에 사프타 연합이 아프리카에 도로를 뚫고 기차를 연결하고 있잖습니까? 예전에는 일주일이 걸렸을 거리를 이제는 불과 하루면 주파가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거리를 노선만 잘 잡는다면 쉬지 않고 꼬박 반나절이면 도착하는 경우도 있고요.”

“결국 교통의 발달로 인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나토연방이 아프리카에 5.56mm 탄환 공장을 세워 하청을 돌리는 바람에 총기수요가 늘어 사프타 연합군 육군의 숫자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래서 마약운반이 조금 까다로워지긴 했죠. 허나 카르텔이 누구입니까? 그들은 이제 아프리카의 공무원들을 매수해서 서서히 이 시장을 새로운 루트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으음!”

“그 루트를 타고 유라시아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압니다.”

유럽의 인구는 아시아와 상대가 되지 않지만 그 부유층의 인구는 상당히 두터운 편이라 마약의 수요가 결코 적지가 않다.

게다가 유럽을 경유해서 중국, 러시아까지 들어온다면 아시아의 부유한 국가들인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등이 고스란히 마약이 노출될 것이었다.

“요즘 유럽의 클럽에서는 청소년들이 길거리에서 마약을 사고판다고 합니다. 불과 10유로면 헤로인을 맛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허어!”

“그야말로 마약이 판을 치고 있다는 소리죠.”

러시아가 사고를 쳐 준 덕분에 사프타 연합이 수혜를 입었다.

아프리카의 자체적 무장력 강화를 바탕으로 나토연방이 사프타 연합군을 조직하는데 일조하는 한 편, 탄환제조공장을 대거 증축하여 러시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풍부한 자원과 인력, 그리고 점점 증가하는 병력과 경찰력의 증강을 바탕으로 나토연방을 만족시킨 사프타 연합은 점점 제대로 된 군대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마약운반이 다소 제한되긴 했지만 그 여파가 유럽까지 미치고 있었다.

바로 사프타의 발달 때문이었다.

“무역루트가 워낙 잘 뚫려있으니 마약운반도 쉬운데다가 한 번 성공하면 정말 끝도 없이 퍼트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전진기지도 없겠죠.”

“만약 그렇다면 영국에서 들어온 자금을 마약으로 세탁해서 가지고 나가는 방법도 있을까요?”

“물론이죠. 요즘에는 돈 대신 채권이나 금 등으로 거래를 한답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형식으로 돈을 빼돌리기도 한답니다.”

“가상화폐요?”

“이를 테면 카르텔이 포르노를 제작해서 유포하는 사이트를 개설한 후, 그것을 구매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일종의 화폐를 공급하는 방식이지요. 포르노를 제작해서 유포하는 건 죄가 아니니까 화폐를 거두어들이는 건 합법이잖습니까. 그러니 마약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수단도 없죠.”

미래에 가장 큰 문제이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될 가상화폐와는 갈래가 다르지만 상당히 지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어떻게 합법적으로 빼돌리느냐, 바로 그것일 텐데 카르텔은 그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장님께서도 가지고 계시죠?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아마존스 말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이요?”

“그래요. 이를 테면 인터넷 쇼핑몰로도 저들은 범죄를 저지릅니다. 여러 사이트를 개절해서 물건을 팔았다고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돈을 거둬 가짜로 신고를 해서 합법적으로 통장에 쌓아두는 거죠.”

“그럼 세금을 꽤나 거둬야 할 텐데요?”

“돈이 불에 타는 것보다야 훨씬 낫잖습니까. 물론, 이런 경우엔 카르텔이 합법적인 투자를 위해서 만들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만, 중요한 건 이렇게 마약으로 눈 먼 돈들이 족족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점이겠죠.”

“설마하니 쇼핑몰까지 차려두었을 줄은 몰랐는데.”

만약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이렇게 돈을 빼돌렸을 경우, 그 흐름을 완벽하게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완벽하게 합법적인 현금으로 전환된 마약 달러를 도대체 어떻게 추적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는 카르텔이 주식투자도 한다고 합니다.”

“주, 주식을요?”

“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심지어는 금융상품에 대거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해서 합병시키는 경우도 있답니다.”

범죄조직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수완이 뛰어난 탓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재계와의 유착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었다.

천우는 그에게서 아프리카에서 마약을 유통했다가 돈을 빼돌릴 만한 후보 15개 회사 명단을 받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낸 회사들의 명단입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활발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그쪽도 한 번 알아보도록 하시죠.”

“사프타 형사협력기구 말고 로컬 기관에 알아보라는 말이십니까?”

“협력기구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공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보시면 뭔가 다른 답안이 나올 수도 있으니 국가별로 직접 확인을 해보시라고 권고 드리는 겁니다.”

천우는 이 사실을 MI6과 CIA에게 알려주었다.

분명 차트분석이나 현금흐름에 대한 조사 차 천우가 아프리카에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정보를 모으는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CIA와 MI6에게 이 일을 위임하기로 했다.

MI6에서 사프타로 사람을 보내는데 불과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위를 이어서 CIA가 도착했지만 그들은 곧장 남미로 떠날 예정이었다.

스페인 경찰과 함께 국세청을 탈탈 털어야하는 MI6과 분업을 약속한 것이었다.

콜롬비아도 분명 위험한 지역이긴 하지만 이미 CIA의 지부가 설립된 지 꽤 시일이 지났기 때문에 목숨에 위험은 없을 터였다.

***

2010년 3월.

사프타 연합에서 부동산 규제를 실시하였다.

중앙회의는 3월 12일자로 본격적인 규제를 실시하였는데, 해당 방안에는 유연함이 느껴지는 항목들이 많았다.

주요 안건들의 내용은 토지 및 부동산을 거래할 시, 주거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의 경우에는 세율을 높이고 전매자의 경우에는 차액에 대한 이익금 35%를 징수한다는 것이었다.

징수에서 거두어들인 금액인 부동산발전기금으로 일부 흘러들어갈 것이고 그것은 다시 공공임대아파트를 짓는데 사용될 것이었다.

또한, 일정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경우엔 지자체에 신고하여 허가를 받고 심사까지 받는 토지거래신고제를 도입하여 대규모 투기를 억제하였다. 기존에 거래된 토지들에 대해서는 일제히 신고할 것을 고자하는 한 편, 만약 신고하지 않을 경우엔 전량 국가에서 회수한다는 조항을 내걸었다.

그러자, 부동산 거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허나 일정규모 이하의 소규모 투자자들의 경우엔 계속해서 투자를 해나갔기 때문에 부동산이 완전 침체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한인 타운의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이곳 사프타 지역 치안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높았기 때문에 한인 타운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었다.

허나 프리미엄에 붙음과 동시에 그 주변으로 고층빌딩이 다수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인 타운 주변으로 부촌이 형성됨과 동시에 거대상업지구가 들어섰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이었다.

그로 인하여 사프타 지역은 엄청난 양의 건설기기가 동원되는 동시다발적 공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허나 그로 인한 문제가 또 발생하였다.

바로 난개발이었다.

< 8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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