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65화 (165/202)

< 83. >

83.

대한민국 정계가 시끄러웠다.

현 정권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4대강 대운하 사업이 좌초되면서 여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쇄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중단하고 4대강 개발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일단 정부의 판단 자체는 좋았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을 경우, 정부는 과감한 경기부양정책으로 서민경제부터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 수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4~5년 주기로 한 번씩은 위기를 맞이하였는데,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와 더불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특히나 달러화가 너무나도 큰 등락을 보이는 바람에 수출경기가 반타작이 나버렸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대한민국의 경우엔 거의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고 그 경제수준도 규모만 놓고 본다면 선진국 반열에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만, 수출빈도가 높은 만큼 외화이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하여 타격을 받은 대한민국의 환율 및 경제부양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경제개입을 선언하였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한다는 것은 결국 공공재 자금유입을 늘린다는 소리다.

이를 테면 철도와 도로, 혹은 국방산업과 같은 것이다.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민간에게 국가의 자본을 최대한 많이 유입시켜 재화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지금과 같은 경우라 할 수 있었다.

만약 4대강 사업이 제대로 된 청사진을 가지고 철저한 관리감독에 의해 이뤄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정부개입 사례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이고 매년 여름이면 가뭄을 걱정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반도로 거의 매번 태풍이 스치고 지나갔으며 잘못하면 우기에 극심한 수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런 한국에게 수자원을 보충하고 때론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는 것은 상당한 희소식이었다.

게다가 우리 하천 살리기와 함께 최근 대두되고 있는 4대강 유역 관광사업 역시 크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나 인천에서 부산을 잇는 자전거도로 및 도보여행코스는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허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과 끝도 없는 사업진행 조사 및 감사였다.

아직 출범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업에 대한 비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4대강 사업을 하는데 여기저기서 떼먹는 구석이 너무 많은데다 관련부처가 제대로 감리 및 감독을 하지 않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거나 아예 방치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정책 자체는 상당히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실현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 시민단체에게 뭇매를 두들겨 맞았다.

그야말로 여당에게는 정치적 타격이었고 잘못하면 대통령이 그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몰랐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기술적, 경제적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었다.

80년대 대호황 이후, 한국은 90년대까지 그 후광을 이어오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약간 휘청거렸다.

허나 IT, 에너지, 제조기술, 서비스, 문화, 게임, 패션 등 국가적 강점을 부각시켜 기술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나 천연자원 인프라나 원자력 발전 부문에서는 따라올 국가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고 경제의 규모고 그만큼 비대해졌다.

그 힘에서 오는 현금동원력도 상당했고 외화보유고도 9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허나 그 모든 것이 민간과 기업이 피똥을 싸면서 만든 결과였다.

그것을 공무원들과 정경유착에 동원된 끄나풀들에게 지급된다고 생각하니 국민들의 불만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사업을 철회하면 좋겠지만 사실상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결국 돈은 계속 들어가는데 4대강은 병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야권은 슬슬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준비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만약 꼬투리 몇 개만 더 잡아서 대통령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다면 정권은 바로 교체되는 셈이었다.

한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세상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세력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 2 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당대표이자 전 대선후보였던 정도환은 얼마 전,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 안에는 얼마 전 당명을 변경한 제 1 야당 국민의당이 북한과 내통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정도환은 깜짝 놀라 익명의 편지에 적혀 있던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놀랍게도 중국으로 망명하였던 북한의 고위급 인사 리종성이었다.

리종성은 북한정찰총국의 수장이었다가 얼마 전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하여 중국을 경유하는 중이었다.

아직 리종성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CIA의 국장급 인사뿐이었는데 그가 정도환에게 편지를 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일이었다.

리종성은 돌고 돌아 결국 베트남을 경유, 타이완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정도환과 리종성은 타이완 가오슝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 만남에서 리종성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신네 야당에서 북한으로 기름과 석탄을 퍼 나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오?"

"기름···? 천연자원은 대부분 중국에서 받아다 쓰는 것 아니었소?"

"최근에 잦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자연재해가 매번 겹치는 바람에 자원고갈이 극심한 상태요. 그런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양만 가지고 어쩔 수가 있겠소?"

"으음···."

"그들은 한국의 야당과 손을 잡고 밀수루트를 돌리고 있소."

"밀수!"

"그 후원자금은 북한의 수괴가 가지고 있는 비밀계좌에서 동원되고 있소. 그 계좌 역시 밀수로 운영되고 있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세상천지 그 어떤 사람이 주적과 내통하면서 그들을 도와주는 밀수까지 도맡는단 말인가.

리종성은 웃으며 말했다.

"황당한 일 아니오? 전쟁국가에서 자원반출을, 그것도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말이오."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구속감인데?"

"구속을 시켜야지. 당연한 일이오. 이러다간 당신네들 나라가 빨갱이 세상이 되는 수가 있소."

정도환은 리종성이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한국이 북한을 이용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이겠는가.

북한을 이용하는 국가야 많겠지만 그게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사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이유가 궁금했던 정도환이다.

"이러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뭐, 이유가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면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니까 주는 것이오."

"제가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소만, 예전에 대한민국이 96년도쯤에 외환위기를 겪을 뻔 한 적이 있었잖소. 기억하시오?"

"물론이죠. 슈퍼보이라는 한국인 청년이 개입함으로서 그 사태가 마무리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그때에도 한국 정계에서 북한 군부에 돈을 퍼줘서 총풍사건을 일으킬 참이었소. 그것도 1, 2, 3회에 걸쳐서 말이오."

"그렇다면 '흑금성 사건'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소리입니까?"

"허참, 그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소?"

"으음!"

"헌데 슈퍼보이 때문에 그 일정이 모두 틀어져버렸소. 그 바람에 정치자금을 받아쓰려던 군부의 인사들이 모두 좌천되었고 새로운 인물들이 노동당의 상석을 차지하게 된 것이지."

"혹시 당신도···."

"그렇소. 나 역시도 그런 부류요. 한국에게 빌붙어 먹던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바로 나란 소리지."

그는 자신이 북한을 탈출한 이유가 그와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정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돈이 필요하잖소? 자리도 마찬가지요. 자리보전하자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라오. 그러니 나도 당시에 총알 좀 장전하려다가 실패해서 뺑뺑이를 돌다가 겨우 정찰총국의 수장까지 올라온 것이오. 헌데 얼마 전까지 밀수에 손을 대다가 그 줄이 끊어져버렸소. 아랍권의 정세가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아예 돈줄을 다 끊고 처자식들부터 친척까지 죄다 데리고 북한을 떠버린 것이오."

"으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내가 당신을 선택한 것도 그 계획의 일부였소. 내가 돈줄을 끊고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후에 남한으로 금의환향하는 것이지."

"지금의 여당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러니 당신들이 득세할 동안 한국에 머물다가 정권이 바뀌면 미국으로 다시 튀어야지."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소리였다.

물론, 슈퍼보이가 없었다면 총풍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가 자금을 충분히 마련했을 수도 있다.

허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이후였다.

"아무튼 나랑 손 좀 잡읍시다. 어떻소?"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저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좋소. 그럼 합의 본 거요."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사상최초, 탈북자 러닝메이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HC투자는 중국에서 런던으로 넘어오는 채권매수자금을 관리하는 불도그펀드 중개업자로 나섰다.

그 바람에 엄청난 자금의 수혜를 입고 있긴 했지만, 중국 쪽 입김이 HC를 점점 압박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자금을 등에 업는 대신에 HC를 본격적으로 상하이 증시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었다.

천우는 상당히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였다.

상하이 증시에 들어가긴 하겠으나 중국 정부의 자본을 사사로이 등에 업는 루트는 절대로 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HC를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졌지만 그들을 이용하면서 전자 및 금융업계의 이익이 꽤 많이 올라갈 예정이었다.

상하이 증권시장에서 출발한 중국의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치고 나가는데 HC의 후광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중국의 국영 컴퓨터 사업체인 라이노 그룹이 완성 컴퓨터 시장 및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면서 노트북 순위 3위까지 뛰어올랐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는 중국이 슈퍼보이 효과를 등에 업었다면서 비꼬았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노 노트북은 몇 달 째 강세였다.

라이노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현보전자의 매출도 약간 후퇴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른 아침, 최호명 부자가 한강 고수부지를 거닐고 있었다.

"한강에 나오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미국으로 간 이후에 처음이죠, 아마?"

천우는 어려서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추억이 사실상 그리 많지가 않았다.

한강에서 오리 배를 탄 것이 아마 그의 추억에 있는 마지막 책장일 것이었다.

두 부자는 라이노 노트북의 시장점유에 대한 논의를 할 겸 산책에 나섰다.

"그나저나 현보의 매출이 꺾여서 어째요?"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사프타 쪽에서 밀어주고 있으니 매출이 급감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 없어."

"으음···."

"그나저나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걱정거리요?"

"아무래도 할머니가 위독하신 것 같아."

"···네? 저에게는 아무 말 없으시던데?"

"아마도 네가 충격을 받을까봐 그러신 것 같아."

천우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인생의 멘토였던 할아버지를 여읜 후 힘들어했던 그때가 다시 떠오르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8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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