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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62화 (16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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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주고 얼마나 가지고 올 수 있느냐를 잘 따지는 것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프타 연합은 머리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동아시아의 급박한 사정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자원을 팔아먹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사프타 연합은 아직 통신설비의 개통이 미비한 편이었다.

그나마 스페인의 통신회사가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었으나, 문제는 인터넷 접속망의 구축이었다.

스페인은 IT부문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보다 다소 뒤처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사프타에게 치명적인 단점을 만들어주었다.

그것은 바로 통신의 부재였다.

원자재를 채굴하여 가지고 오는 동안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오배송이나 아예 집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국가와 국가 간의 거래에서 인도시기를 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위약금 지불이라는 금전적인 손해와 함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 했던 것은 사프타의 권역권이 엄청나게 넓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통신기술이었던 것이다.

원래 한국은 통신시장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CDMA기술을 세계최초로 100% 상용화 시키면서 전 세계 통신업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IT강국으로서 인터넷 업계를 선도하는 중이었다.

IT기술로서는 사실상 독보적 입지를 점하고 있었다.

세계 IT기술 경쟁력 1위는 덴마크이지만 그 기술격자는 사실상 제로라고 할 수 있었다.

2010년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덴마크를 제치고 IT업계의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런 미래를 예견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은 한국의 통신기술을 끌어들임으로서 한국과 사프타의 동반성장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한국의 통신기술이 사프타에 도입된다면 세계시장 점유율에 대한 혜택까지도 챙길 수 있었다.

한마디로 수혜란 수혜는 다 받으면서 한국에게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허나 이것은 한국에게도 분명 손해는 아니었다.

사실상 한국의 천연자원은 뚜렷한 이득을 보기엔 그 매장량이 너무나도 적었다.

거의 대부분의 천연자원을 외국에서 수입해야하는 한국에게 있어 이는 꽤나 유리한 계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프타에서 제안한 조건은 이러했다.

한국에서 IT기술을 끌어와 통신 인프라를 갖추는 대신 싼 값에 희토류 광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한 편, 일본은 한국의 IT업계에게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조달해주고 해당 공장을 사프타 연합에 지으라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더 이상 생각해 볼 여지가 없었다.

2007년 12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한국은 한 차례 반전을 겪었다.

보수정당인 자유하나당이 선거에서 승리하였고 사업가출신 대통령이 대권을 잡게 되었다.

1996년도 금융위기에서 대한민국이 가까스로 살아남으면서 한국은 현재 극단적이라 할 수 있는 구조조정으로 기업계를 쇄신시킨 상태였다.

부채비율의 하락과 함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금 증가로 인하여 국가경쟁력이 현격하게 올라간 상태였다.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세계 7위권에 올라 있었고 사실상 1인당 총생산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허나 중국의 희토류 규제로 인하여 악재가 발생하여 경쟁력 인하가 우려되는 시점이었다.

자유하나당은 어떻게 해서든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그것은 아프리카로의 행보까지 만들어낸 것이었다.

신임 재무장관 이현석은 산업자원부 장관 표국일과 함께 아프리카를 찾았다.

장관 두 명이 동시에 출국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한국은 사프타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건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업경제성과 재무성 장관이 아프리카를 찾아왔던 것이다.

무려 네 명의 장관이 협상을 위해 사프타를 찾았고 협상은 불과 한 시간 만에 타결되었다.

이미 사프타의 제안은 뚜렷했고 한일 양국이 그걸 거부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에 치러진 장관회의에서 한일의 사프타 도입이 결정되었고, 내년부터 이곳에 기술력과 자본이 투입될 것이었다.

이른바 사프타 IT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최호명의 현보전자도 사프타 IT혁명에 동참하기로 했다.

사프타 연합은 통신기기 및 컴퓨터 설비의 공급업체로 현보를 지목하였고 사실상 아시아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현보전자가 사프타에 들어가는 것을 동종업계에서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현보전자는 거의 모든 소재를 자급자족하는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11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보전자와 일본 소재산업체 연합이 미팅을 가졌다.

이 만남에 최호명은 직접 발길을 이끌었고 연합에 속한 21명의 리더들도 함께 참석하였다.

소재산업체 연합은 사프타가 제안한 아프리카에서의 소재조달을 정식으로 인정해달라고 최호명에게 제안했다.

이 제안에서 현보가 얻는 것은 관세인하와 물류비 절감이었다.

최호명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았다.

이미 영국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소재 산업기지를 설립해두었던 최호명으로서는 굳이 일본산 소재를 쓸 이유가 없었다.

허나 관세인하라는 파격적인 제안이 붙는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었다.

소재산업체 연합의 의장 모리미야 헤이스케는 자신이 직접 사프타와 담판을 지은 결과를 서면으로 가지고 왔다.

서면에는 현보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85%수준까지 내려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정도면 귀사에도 전혀 손해 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그렇기는 한데···."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생산라인을 손봐야한다는 뜻이었다.

허나 최호명은 그로 인해 생길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있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사프타 전체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전체 생산의 12%까지 올라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호명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까.

그는 제안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가 현재 사프타의 IT프로젝트에 제공하게 될 물품에만 일본의 소재를 쓰는 것으로 말입니다."

"으음···."

"스페인과 포르투갈, 북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국가들 전부에게 돌아갈 장비를 만들자면 공장을 다시 설립해야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해당 공장의 생산라인을 일본의 소재로 맞추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일본으로서도 나쁠 것 없었다.

현보는 IT혁명에 들어갈 모든 통신장비를 아프리카에 맞도록 재개발하여 보급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시 개발한다는 뜻인데, 아프리카의 인구를 생각한다면 일본의 소재산업체들도 꽤나 쏠쏠한 이득을 챙길 것이었다.

물론, 그 양이 사프타에 지은 현보전자의 공장 전체의 생산량을 따라갈 수는 없을 터였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일본으로서는 하나라도 더 이득을 챙겨야하는 마당이니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는 없었다.

모리미야 의장은 주변에 의견을 물렀고 연합의 일원들은 모두 긍정을 표했다.

"그럼 회장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아주 잘 생각하신 겁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잡았다.

헌데 모리미야 의장은 아직도 뭔가를 바라고 있는 눈치였다.

"저기, 그런데 귀댁 아드님의 회사는···."

"미스릴 컴퍼니 말입니까?"

"네, 그 회사 말입니다. 그쪽도 IT혁명에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일본의 소재산업이 공략해야 할 대상은 최호명의 회사만이 아니었다.

HC그룹 산하에도 분명 생산업체가 있는데다 그들이 가진 회사가 사실상 업계를 독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리미야 의장은 슬그머니 최호명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말을 꺼냈다.

"하하, 귀댁의 아드님께서도 같이 이득을 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으음."

"아드님께 좋은 기회가 있으니 함께 동참하자고 말씀 좀 잘 전해주시지요."

설마하니 부친인 자신에게 아들의 회사에 대한 로비를 할 줄이야.

최호명은 황당해서 실소를 머금었다.

"허참, 아들내미 회사의 로비를 받게 될 줄이야."

"아이고! 로비라니요, 그냥 말씀만 좀 잘 전해달라는 것뿐입니다! 다른 뜻은 절대로 없습니다."

모리미야의 로비를 전해들은 최호명은 아주 단호하게 대처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연합의 주축이 바로 제 아들입니다."

"잘 알지요! 그러니 줄을 대려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아비가 되어서 연줄이나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아시겠군요?"

"그야···."

"저는 아들이 만든 연합에 똥이나 퍼지르는 그런 무책임한 아비는 아닙니다."

"또, 똥이라니요! 저희들의 소재가 똥이라는 겁니까?"

"소재는 좋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지연을 이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끄응···."

이 계약이 무너지면 모리미야 쪽에도 전혀 좋을 것 없었다.

소재산업체 연합은 모리미야를 만류했다.

"의장님,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에게 아들의 로비를 해달라는 건 좀 그랬습니다."

"험험!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이쯤에서 접으시죠?"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소재를 제공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꽤 많은 이득이 되는 일이다.

아마도 이 계약으로 매출신장이 상당히 이뤄질 것인데, 모리미야와 같은 장사치가 그걸 놓칠 리는 절대로 없었다.

그는 최호명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아닙니다. 앞으로는 제 아들이 만든 이 연합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해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미팅을 마친 최호명은 아들이 기거하고 있는 스페인 그랜드 마드리드 호텔로 향했다.

그랜드 마드리드 호텔은 왕가의 지분이 30%이상 들어간 곳으로서 국가의 귀빈이 올 때마다 사용되는 업체였다.

천우는 그 호텔에 있는 VIP룸에 묵고 있었다.

최호명은 호텔의 프론트로 가서 아들이 있는지 물었다.

"최천우 씨를 찾아왔습니다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미 스페인 정부에서는 천우의 가족사항에 대해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HC가 사프타에 공헌한 바가 그만큼 컸고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호텔리어는 최호명을 31층 VIP룸으로 안내했다.

VIP룸의 방 이름은 'HC룸'이었다.

"전용 룸인가···?"

"네, 그렇습니다. VIP룸은 최천우 회장님을 위해 특별히 왕가에서 주문제작한 것입니다."

"허어! 우리 아들이 잘 나가긴 잘 나가는 모양이네."

VIP룸의 문은 지문인식이 아니면 절대로 열리지 않았다.

딩동!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며 천우가 나왔다.

"일찍 오셨네요?"

"어찌하다보니 그리 되었구나."

"들어오세요. 조금 있다가 밥이나 먹으러 가요."

최호명은 방으로 들어가 천우가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들을 따라 나섰다.

마드리드 시가지로 나가는데 지배인이 천우를 따라왔다.

"로열 마드리드 레스토랑의 지배인에게 연락해두었습니다. 프라이빗 룸으로 예약을 잡아두겠답니다."

"고맙습니다."

로열 마드리드 레스토랑은 왕가에서 인증하는 미슐렌 가이드 3성의 식당이다.

어지간한 귀빈이 아니고선 한 달 전부터 예약해야 프라이빗 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천우는 스페인 정부에게 귀중한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최호명은 괜히 어깨가 쭉 펴졌다.

"내 아들이 이렇게 잘 나가다니."

"으음? 새삼스럽게 왜 그러세요?"

"아니 그냥. 아들이 잘 나가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들에게 밥이나 좀 얻어먹어볼까?"

"허참, 오늘따라 왜 이러시지?"

천우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오늘은 최호명이 처음으로 아내를 만난 날이었다.

그러니까 천우의 시작이 바로 오늘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척 걸치며 말했다.

"정말 이제는 죽어도 여한 없어."

"···오늘따라 진짜 이상하네."

어느 새 최호명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건 슬픔이나 분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행복과 뿌듯함, 바로 그것이었다.

"고맙다, 아들. 태어나줘서."

"아이참. 자꾸 왜 이러세요?"

"그냥, 좋아서···."

천우는 기분이 묘해졌다.

허나 당연히 나쁘지는 않았다.

"한 잔 하실래요?"

"좋지!"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오늘, 허나 어느 두 부자는 가장 친한 술친구가 되어 있었다.

< 81.(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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