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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에서 복지 및 사회정책 전문가들 25인이 스페인을 찾아왔다.
이들은 복지와 행정,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가들로서 이미 미국에서도 실제정책 자문으로서 인정을 받은 바 있었다.
전문가 25인은 공공임대주택 사업과 모기지론을 발의하는데 동반되는 부동산규제를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이는 부동산의 거품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빼낼 수 있는 방안으로서 스페인 왕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서민경제의 중흥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법안이 성립되었다.
이로서 스페인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서민경기를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이었다.
사프타 개발은행은 스페인의 경기부양책을 다수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25인의 경제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경기부양책을 포르투갈,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으로 전파한 것이었다.
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사프타 복지재단이었다.
경제협력기구에서 생긴 수익을 은행으로 보내주고, 그것으로 다시 대출수익을 얻어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협력기구의 수익은 똑같이 배분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이미 그 수익을 포기해도 가입 국가들은 충분히 이득을 거둘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민들의 경기를 극으로 끌어올려 빈부격차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었다.
특히나 아프리카에서도 이제 막 내전을 끝낸 국가들의 경우엔 빈부격차가 워낙에 커서 아이들이 피죽도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공업화가 진행된다고 해도 서민경기가 아예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해서 스페인의 선진 수처리기술과 건축기술 등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빈민층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것이었다.
또한, 광산에서 뼈가 빠지게 일해도 임금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법안도 마련하였다.
이로서 사프타는 출범 근 2년 만에 가장 혁신적인 협력기구로서 각광받게 되었다.
이른 아침, 베아트리체 가르시아가 천우를 찾아왔다.
그녀는 유럽 16개국에서 받아온 투자계획서를 천우에게 내밀었다.
"이걸 좀 검토해주셨으면 해요."
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건 경제전문가들이 저보단 훨씬 더 잘 처리할 것 같은데요?"
"그럴 지도 모르죠. 하지만 세상에는 지식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으음, 그렇긴 하지요."
"한 번 봐주시겠어요?"
베아트리체 가르시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철의 여인'이었다.
그 옛날의 마가렛 대처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실행력, 그리고 명석한 두뇌까지.
만약 칼을 인간을 형상화 시킨다면 아마 베아트리체 가르시아가 될 것이었다.
그만큼 원리원칙을 잘 따지는 그녀가 어째서 천우를 찾아온 것일까.
투자계획서를 읽어본 천우는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탈러시아를 계획하는 국가들이 많나보네요?"
계획서에는 이런 문구들이 꽤 많이 보였다.
'제 2차 자원수급계획'이라는 문구들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러시아에서 받아쓰던 천연자원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는 자원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베아트리체는 굳이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요, 아무래도 전쟁이 임박한 것 같아요."
"으음."
"천연가스와 석유를 조달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아무리 아프리카에서 기름을 퍼온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단 말이죠."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서 스페인 남부에는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필요했다.
지하광물, 특히나 희토류의 경우라면 중앙아프리카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연료를 조달하는 일은 그 규모로 봤을 때엔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었다.
아프리카가 천연자원을 스페인에게만 팔아먹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랍 쪽은 어떤가요?"
"생산량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러시아의 공백을 아랍권에서 찾는다면 반드시 유가는 오를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타격이 있을 수밖에는 없다는 소리군요."
지금까지는 자원에 대한 혜택을 통하여 스페인 남부가 발달해왔다.
아니, 이는 사프타 전역이 공업화 물결을 받아들인 배경과 절대 무관하지 않았다.
천우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일단 영국과 페르시아 만의 유전에서 기름을 최대한 많이 끌어오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시죠."
"페르시아 만이요?"
"최가 상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물론이죠. 페르시아 만에서 발견된 유전 중에서 거의 최상급의 매장량을 가진 유전을 거머쥐고 있는 기업이지요."
"그게 제 조상님들이 만들어놓으신 겁니다."
"······!"
"집안 사업을 어지간하면 제 사업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최 씨 일가가 가진 유전은 이미 개발 마무리가 되어 기름을 시추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난개발이라 문제가 많기는 했지만 갤럭시 오일컴퍼니의 압도적인 시추기술로 인해 아주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다음 날, 천우는 곧바로 자회사인 오일컴퍼니를 찾아갔다.
경영진은 천우를 미리 마중하려 나와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제가 온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었습니까?"
"오셔필드 가문에서 이곳의 비서실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그렇군요."
비서실은 회장에게 필요한 실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오셔필드 가문은 유럽 내에서 잔뼈가 굵은 집안이기 때문에 각종 인맥을 동원하여 석유회사를 아주 튼실하게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천우는 경영진을 소집한 가운데 증산에 대해 피력했다.
"스페인 남부의 사프타 공업단지로 석유를 대량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대적인 증산에 들어가야 할 텐데요."
"불가능합니까?"
"불가능할 것은 없지요. 우리 회사는 엄연히 말해서 오펙의 관할은 아니니까요."
"나토의 반응은 어떻게 될까요?"
"중, 러로 들어가는 오일달러를 오히려 친미성향의 사프타로 돌린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될 지는 일단 부딪쳐봐야 알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번 달 말일부터 당장 증산에 들어갑시다."
전운이 감돈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기름 값이 조만간 오를 것이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경영진은 한 달만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조만간 조지아와 러시아와의 전쟁이 터질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이라크전쟁이 장기화에 들어간 마당이니 당분간은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몇 달 기다렸다가 기름을 푸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사프타의 심장에 펌프질을 해줘야 우리에게 돌아오는 돈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정면에 있는 거대한 화이트보드에 그래프 두 개를 그려놓았다.
이 그래프는 사프타의 공업화로 인한 경제팽창이 가져다주는 금융 및 채권 등의 수익과 오일달러가 가져다주는 수익을 대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오일달러의 수익이 조금 더 높았다.
사프타의 공업화 시장의 팽창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긴 했지만, 워낙 바닥을 찍었던 수요가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막상 수익은 그리 높지 못했던 것이다.
허나 천우의 전망은 앞으로 1년, 2년이 달랐다.
"앞으로 1년 후, 현재의 수익률이 3배 이상 뛰게 될 겁니다. 2년 후에는 그 곱수, 3년 후에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겠죠."
"흐음, 그렇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유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사프타에게 펌프질을 해줘야 수익이 늘겠군요."
"맞습니다. 수익의 총량을 비교해본다면 사프타에게 해주는 펌프질이 5년 이상 지속되면 오일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차이가 날 겁니다."
이게 바로 채권의 무서움이었다.
일본이 지금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공업화로 이룬 현금을 경기호황과 더불어 전 세계에 널리 투자해두었기 때문이다.
천우는 이점을 강조했다.
"사프타는 이제 막 공업화가 진행되었지만 5년 후에는 전체가 신흥공업국 수준으로 발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기술가속화는 예전과는 비교도 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스페인은 원래 기술후진국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노다지를 찾게 되는 거죠. 그런 나라에 채권을 뿌려둔다고 생각해보세요."
"으음! 과연, 회장님의 말씀이 백 번 맞습니다. 저희들의 식견이 너무 짧았습니다."
"최대한 멀리보자고요."
아주 자연스럽게 증산이 시작되었다.
천우의 뚝심은 나토연방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지금까지 전쟁에 대한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던 그들은 천우의 증산계획을 지지해주었다.
만약 HC그룹이 석유공급에 앞장서주기만 한다면 갤럭시 오일컴퍼니까지도 움직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도중에 다소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피라미드 금융 사기였다.
***
2007년 7월,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월스트리트는 무려 35억 달러의 엄청난 사기가 벌어져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구미의 투기세력이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화이트박스'가 서민금융시장에서 무려 35억 달러를 먹어치운 후에 사라진 것이었다.
화이트박스 컴퍼니는 미국계 지방은행 6개가 합쳐져 생긴 기업이었다.
막대한 유로화 물량을 앞세운 그들은 은행 6개를 차례대로 인수한 후, 지역금융 특유의 친화력을 이용해 금융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이 내민 전략은 이러했다.
시중은행보다 대략 0.5%~1%정도 높은 금리를 내세워 가입자를 모집하는데, 만약 내가 추천한 사람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복리이자와 상금 천 달러를 주는 형식이었다.
게다가 내가 추천한 사람이 또 다른 추천을 통해 사람을 구해오면 상금의 5%를 환급받을 수 있었으며, 이자율이 0.1%정도 증가하였다.
한마디로 영업 한 번만 잘해두면 다달이 통장에 돈이 따박따박 박히는 셈이었다.
은행설립 초기, 가족, 친척, 연인, 친구, 심지어는 사돈의 팔촌까지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그러다가 아예 이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이른 바 '인센티브헌터'가 출현하여 1년 간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허나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장기수익을 보장하는 이자를 받아먹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돈을 예치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인센티브헌터들은 타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다가 화이트박스에 예치하였다.
돈만 가져다놓으면 천정부지기수로 이자가 불어서 어지간한 대기업 사원들보다 훨씬 더 돈을 잘 벌었다.
이러니 너나할 것 없이 돈을 가져다 넣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들이 왜 이렇게 돈을 뿌려대는지 의심했다.
허나 화이트박스는 나름대로 믿을 만한 구석이 있음을 시사 하였다.
그것은 바로 CDS였다.
현재의 미국은 CDS시장의 규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CDS를 통하여 위험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들이 주장에 따르자면 위험을 분산하고 새로운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가 여타 다른 은행에 비해 말도 안 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심지어 이는 월스트리트의 천재들마저도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그런 식으로 돈을 박박 긁어모은 화이트박스는 50억 달러가 넘는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그 과정에서 채권회수 등이 이뤄져 건진 돈이 15억 달러였다.
한마디로 그들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개털이 된 셈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HC투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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