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50화 (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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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

배럴당 작년 말까지만 해도 70달러를 유지하고 있던 유가가 2006년 4월 현재 1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오펙에 대한 미국의 증산압박이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오펙이 감산에 합의하는데 성공했던 적은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각 국가마다 사정과 이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걸 조율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전쟁이라는 거대한 공통분모가 생긴다면야 언제든지 무기화를 선언할 수도 있는 일이긴 했다.

이제는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유가를 끌어내린다면 몰라도 현재로선 꽤나 긴 고유가 시대의 터널을 지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점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업이 하나 있었다.

그들은 바로 로렌조 모터스였다.

얼마 전, 15%감산에 들어갔던 로렌조 모터스가 사실상 미국 남부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기업의 적자폭을 생산라인 철폐라는 극약처방으로 방어하겠다는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이들이 철수수순을 밟는 와중에 복스바겐과의 특허권 소송이 벌어졌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로렌조 모터스가 5년 넘게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던 전장기술 부문에서 특허권 침해 소송이 번진 것이었다.

로렌조 모터스는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거의 기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기술들을 거의 강탈하다시피 하겠다는 저들의 전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동종업계에서 복스바겐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특허권소송으로 회사 몇 개 아작 내는 건 일도 아니라는 식이었기에, 그들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못했던 것이다.

복스바겐은 로렌조 모터스가 미국에서 생산라인을 거둘 때에 맞춰서 소송을 걸었다.

미국은 자국 내의 사업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잘 지켜주는 사람들이나, 해외의 기업들에 대해선 다소 관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복스바겐은 그것을 노린 것이었다.

미국 내 복스바겐의 생산라인은 동서남북에 걸쳐 늘어져 있기 때문에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아마도 로렌조 모터스보다는 복스바겐의 손을 들어 줄 확률이 높아졌던 것이었다.

물론, 이걸 영국으로 가지고 간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소송이 번진 곳은 미합중국이었다.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 로렌조 모터스가 억울해도 하는 수 없었다.

만약 이 복스바겐이 미국에서 승소한다면 미국발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기술은 거의 공짜로 먹어치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5월 1일, 로렌조 모터스와 복스바겐의 법정공방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사상최대 규모의 변호인단과 로비스트들이 운집했다.

무려 40명이나 되는 변호인단과 12명의 로비스트들로 구성된 양측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제시하며 벌써부터 언론플레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주식시장에서 큰 파장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로렌조 모터스의 주식을 놓을지 말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고, 대규모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주식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철수하네, 마네 말이 많은 로렌조 모터스의 주가가 폭락하는 건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HC투자는 자신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로렌조 모터스를 버리고 노선을 갈아타겠다고 화면 그리하라고 말했다.

다만, 천우는 로렌조 모터스의 주식을 더욱 매수하는 쪽으로 갈피를 잡았다.

이들이 얼마나 주식을 매도되는 족족 사들였으면 벌써 3대주주의 위치가 바뀔 정도였다.

HC투자의 전문가들은 천우의 이런 행동이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들은 천우의 도박이 아주 바보 같은 짓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장기술에 대한 특허권이 미국에서 승소를 거둔다고 해도 그걸 다른 나라에 팔아먹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독일만 해도 복스바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법의 국가라 칭하는 독일에서 전장기술 카피가 뻔히 보이는 소송에서 자국기업의 손을 들러 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건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 그러니 복스바겐이 미국에서 퇴진한다고 해도 본사의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이는 건 절대로 손해가 나는 짓은 아니었다.

다만, 외부의 전문가들은 HC를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기러기'라고 비유하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막무가내 다이빙'이라고 조롱했다.

최근 연방당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HC의 미국 재계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든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해외 투자지분이 점점 커지면서 러시아나 영국 등에 대한 영향력은 커지고 있었지만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HC의 주식은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오펙의 감산실패로 인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던 유전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 천우의 집무실로 경영진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불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는 얼굴로 회사의 수익상승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다.

"우리 HC가 사실상 불도그본드의 보급회사로 지정되면서 수익에 대한 그래프가 수직으로 상승 중입니다. 사실, 연방당에서 우리를 내쫓은 것이 오히려 호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그라운드에서 쫓겨나 오 갈 곳이 없어진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HC의 수뇌부들은 이제 그런 걱정 따윈 접어두기로 했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얼마나 많은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느냐, 바로 그것이었다.

경영진 중에서 새롭게 스페인 지사장에 취임한 캐롤라인 파커는 스페인지사에서 포르투갈지사까지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천우에게 결재를 요청했다.

"자금만 조달해주신다면 일전에 말씀하셨던 스페인의 공업단지 조성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오호, 그들이 동의하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다만, 스페인의 부동산만으로는 대규모 공업단지 구성이 버거운 게 사실이라 포르투갈로 세력을 확장했으면 합니다."

포르투갈은 한 때 강대국이었던 나라이지만, 지금은 동유럽에서 사실상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다.

허나 이들의 잠재력은 분명 존재했으며 외교관계만 잘 청산한다면 아프리카와의 연결거점으로 사용하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었다.

"앞으로 최대무역국으로 예상되는 미국과의 접촉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하지만 저들이 과연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왕가와 많이 친해지셨다고 들였습니다. 회장님께서 친서를 보내시고 저희들이 로비스트를 동원한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아프리카로 200명이 넘는 로비스트들이 들어갔다.

그들은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깔고 북아프리카에 대규모 항만단지를 건립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그 엄청난 숫자의 로비스트를 일부 차출하여 포르투갈로 보낼 생각이었다.

"나쁘지 않군요. 추진하세요."

천우는 그녀의 제안을 단박에 수락했다.

어차피 언젠가 한 번쯤은 손을 봐야하는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길의 최서단에 위치한 그들이기에 사업에 끌어들이지 않고선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나저나 요즘 유가가 저 모양이라 어쩌면 좋습니까."

김영실은 HC가 아무리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 삼각무역루트를 만들어내도 그 안으로 입점할 기업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천우는 고유가시대이기에 유리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가가 오르면 우리야 좋죠. 천연자원의 가치가 오르면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쪽에 공장을 설립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스페인 남부는 최적지라고 할 수 있죠."

"원자재의 가격을 몇 단계 낮춰서 수익증대를 노려보자는 말씀이신가요?"

"핫머니는 원래 블루오션에 몰려들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이제 곧 투기세력이 몰려들겠지요. 우리는 그때에 대비해서 부동산과 채권시장 선점만 해두면 되는 겁니다."

천우에겐 확신이 있었다.

이미 한 차례 공업의 중앙집권화를 해두었지만 사실상 광물이 가장 풍부한 중앙아프리카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천우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조만간 제가 직접 왕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동맹결성을 견고히 해야겠네요."

"안 그래도 이를 요청하려던 참입니다. 마침 스페인 왕세자의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왔답니다. 그 축하사절로 가시면서 왕가와 천천히 얘기를 나눠보심이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그럼 국혼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포석을 다 깔아두도록 하세요."

"예, 회장님."

HC는 미국에서 밀려났지만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오히려 미국에서 해방되었다는 말이 옳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영국에서 보고서가 올라왔다.

얼마 전, 천우는 이스턴골드에게서 해외 비자금의 특징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분석하여 최대한 용의자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용의자에 대한 신상명세를 MI5에 보내두었고, 대내정보국장으로 승진한 에밀리아 로즈는

그들의 뒷조사를 통해서 기업과 뒷골목의 이중장부를 찾아내 천우에게 보낸 痼潔駭?.

나름酉? 전ケ銹팀에?? 압축하? 만들어낸 보고서를 받은 천우는 그것을 쭉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는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한 장부들이었다.

허나 문제는 깔끔해도 너무 깔끔하다는 점이었다.

"쳐낼 건 다 쳐내고 남긴 것이 별로 없네요."

"실제로 저들이 통용한 자금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MI5에서는 계좌추적 등으로 그 갈래를 대충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다 왔네요. 이제 곧 결판이 나겠어요."

천우는 이들의 뒤를 잡는다면 렉스테리아의 상부조직과 더욱 가까워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로이 조로스를 죽인 범인도 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천우는 며칠 내로 MI5가 보낸 자료들을 바탕으로 장부분석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 전에 천우는 MI5와 CIA에게 부탁을 하나 해두기로 했다.

"이 사진을 좀 복사해주세요. 컬러로요."

"이게 누굽니까?"

천우는 일전에 스위스에서 주웠던 사진 속 여자를 찾아내고 싶었다.

이 사진을 도대체 누가 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 여자가 꽤나 복잡한 사건의 열쇠가 될 것 같았던 것이다.

복사를 마친 천우는 이것을 각각 CIA와 MI5에 보냈다.

사진을 받았으니 조사에는 착수하게 될 테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으니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었다.

한데 에밀리아 로즈는 천우에게 뜻밖의 얘기를 해주었다.

-배경을 보아하니 한국인 것 같은데, 차라리 국정원과 줄을 대는 건 어때요?

"국정원이요?"

-아무리 우리가 날고 긴다고 해도 국정원을 따라갈 수 있겠어요?

"하긴."

홈그라운드에서는 동네 강아지도 한 수 먹어주고 들어간다고 했다.

아직 한국 정부와 줄이 닿는 천우는 당장 그녀에 대한 소문을 수소문해보기로 했다.

< 7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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