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37화 (137/202)

< 68.(2) >

68.(2)

2005년 2월.

미 연준은 금리를 0.7% 인하해야 한다던 천우의 말을 철저히 무시한 채 오히려 금리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말았다.

연 3% 진입을 목표로 2.0%까지 서서히 끌어올렸던 미국 재무부의 노력이 정권고착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간 셈이 되어버렸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린은 근 40년 만의 최저인 1.25%까지 떨어질 전망이었다.

현재 기준금리는 1.78%, 3% 금리를 유지하고 있던 유럽으로서는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였다.

이에 ECB(유럽중앙은행)는 당초 예상보다 0.78%정도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며, 전문가들은 3월 초를 반기가 지나기 전에 미국의 GDP성장률은 3%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사상최대 호황이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한 저금리 기조에 취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올랐고 채권수익은 정점을 찍었으며 부동산은 미친 듯이 상승해 나갔다.

게다가 해외자본의 극심한 유입과 자연스러운 달러와의 양적 상승으로 인해 물가는 점점 폭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고유가 및 천연자원 가격의 고공행진이 거듭되었다.

최근 인도, 인니의 비철, 금 생산량이 당초예상에 비해 그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미국 애리조나와 칠레 국영광산 등이 줄줄이 파업을 준비한다고 선언함으로서 원자재 가격은 서서히 폭등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수지맞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천우였다.

이미 영국계 광산들을 줄줄이 인수하여 거느리고 있던 천우는 천정부지기수로 폭등하는 광산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2005년 1/4분기 보고서에 의하면 벌써 3개월 만에 수익이 58%이상 올랐고 재고량은 불과 한 달 만에 털어버렸다고 하였다.

"중국에서 비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연안에 짓는 공장에 들어가는 양만해도 이제 더 이상 내수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지 오래랍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비철과 강철을 사들이고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물량의 50%가 중국으로 들어갔고, 이제 슬슬 수입물량을 더 늘릴 예정이랍니다."

"···정말이지 엄청난 양이로군요."

"회장님께서 10년 전에 사들이기 시작한 광산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후후,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마 수익률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고 광산을 찾는 투자자들은 줄을 서게 되겠죠."

천우는 확신이 있었다.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호재는 또 있었다.

"러시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분대비 수익을 배분받을 것인지, 대금 대신 광산의 지분으로 받을 것인지 결정하시랍니다."

"아아, 모라토리움 사태 때 받은 씨앗이 꽃을 피웠나보군요."

사실, 천우가 러시아 모라토리움 당시에 받지 못했던 보수 및 지분대비 수익대금에 대한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HC는 분명 수익을 좇는 투자기업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무상으로 러시아의 지불유예를 대체상환 해버렸기 때문이다.

허나 그의 선견지명은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국력의 기본으로 키워왔던 제조 산업 대신 천연자원의 수출을 국가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었다.

지하광물과 천연가스, 유전의 매장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러시아로서는 이를 계기고 모라토리움과 지속적인 저성장 및 마이너스 성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헌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전쟁 등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상품 및 광물 투자시장으로의 핫머니 유입이 원자재 가격을 미친 듯이 키워냈으니···.

러시아는 그야말로 소련 해체 이후,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엉뚱하게도 러시아의 이런 약진은 중국의 급부상과 맞물려 일어났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원자재 수요가 폭발하면서 러시아의 경제규모도 한 순간에 폭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9년 모라토리움 당시에 HC가 약간의 타격을 입었다면, 최근의 원자재 폭등은 그 타격을 10배 이상으로 돌려주었다.

HC투자의 주가는 CDS시장에서의 배출에도 불구하고 12%나 올랐다.

천우는 수익금을 지분으로 받으라고 전했다.

"수익을 모두 지분으로 받으세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총 4개 광산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혹시라도 수익률 감소가 발생한다면···."

"그럴 일 없습니다. 안심하고 협상하세요."

김영실은 이번에도 천우를 믿고 러시아에서 받을 대금을 전부 지분으로 돌려버렸다.

그녀는 천우의 지시사항을 받아 적곤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제가 HC투자에 들어와 일하면서 이번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연방당의 토사구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천우.

허나 연방당은 그런 천우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똑똑.

인기척이 들린 후, 천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신데요?"

"통상법 301조에 대한 조치로 나프타 협정을 재조정하고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고한다고 합니다!"

"재협정···?"

"아마도 이번 협정에서 우리가 나프타의 공식 금융사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 참, 안 그래도 주가가 자꾸 빠지고 있던 마당에···."

압박이 상당히 거칠었다.

CDS시장에서 밀어낸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나프타에서까지 제외한다고 하는 것인지, HC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우 역시 아예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허나 그는 상당히 덤덤했다.

"치졸한 새끼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정말. 재무부에서는 뭐랍니까?"

"이미 재무부장관도 바뀐 마당에 뭘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으음."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주주서한이라도 급하게 써서 보내야하는 거 아닙니까?"

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내버려두세요. 이미 붙을 사람은 붙었고 떨어질 사람은 다 떨어져나갔습니다. 더 이상 입을 놀리는 건 오히려 우리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입니다."

"끄응···."

신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천우는 아주 초연하게 이 사태에 대처했다.

"우리가 뿌렸던 채권들은 일부 회수에 들어가고 만약 차기은행권이 인수를 하겠다면 넘겨주세요."

"만약 거부한다면 어쩝니까?"

"바보들이 아닌 이상에야 그럴 일은 없겠죠. 이게 바로 알토란이라는 걸 저들이 모를 리 없을 테니 말입니다."

로버트 웜우드는 통상법 301조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득을 취하고자 마음먹었기 때문? 나프타沮? 건드리는 것潔駭?.

만약 은행풉沮? 빨대를 꼽을 생각이 없었다면 천우를 쳐냈을 리도 없었을 터였다.

어쨌거나 금융권 교체로 인해 생기는 혼란과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데, 로버트 웜우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벌였을 리가 없었다.

그걸 잘 아는 천우로서는 이참에 묵혀두었던 채권이나 회수할 작정이었다.

"밀린 돈이나 받읍시다."

"하지만 채권수익이···."

"없어지겠죠. 다른 시장을 알아봅시다. 우리가 꼭 나프타에서만 채권 장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접읍시다."

천우는 정말 쿨하게 포기해버렸다.

더 이상 미련을 둘 필요도, 그럴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들 그냥 재수 없었다, 생각하고 하던 일이나 잘 마무리 합시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일이었다.

허나 천우는 이 모든 환란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크나큰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긁지 않은 복권이다. 그래, 그렇게 나를 엿 먹이고 싶었다면 100배로 돌려주마!'

천우는 그날 이후로 그저 자신이 보살이려니,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보살의 품에는 적의 목덜미를 베어버릴 총이 한 자루 들어있을 뿐이었다.

***

미국 상무부의 사실상 공식 파트너였던 슈팅스타가 결국 절연수순을 밟게 되었다.

지금까지 상무부와 손을 잡고 수많은 사건을 해결했었던 슈팅스타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

언론들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허나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상무부차관에서 정책국장으로 강등되어버린 제이슨 골드너와 최호명이 술잔을 마주하고 있었다.

"슈퍼301조 수정으로 중국이 물을 먹을 수도 있다···?"

최호명은 제이슨 골드너가 건네준 첩보를 받곤 이렇게 물은 것이었다.

그러자, 제이슨 골드너는 실소를 흘렸다.

"후후,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중국과의 갈등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 그뿐만이 아니야. 일본, 한국, 심지어 영국까지 꿈틀거리기 시작했지."

"으음. 그렇다면야 우리로선 땡큐지."

"그나저나 워낙 강경노선이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야, 뜻을 이루기도 전에

연방당은 대외 강경화 노선을 견고히 구축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주변국가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특히나 이라크전쟁에 참전하고서도 찬밥취급을 받는 한국과 통상법 개정으로 관세폭탄 등을 맞아버린 영국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노선을 변경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현재 연방당 연임정부의 내각은 이른 바 '꼰대'들만 죄다 모아놓은 꼴이라서 미국판 극우파라 불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슈팅스타처럼 자유당 시절에 남아있었던 세력은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이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투자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 때문인지 해외 투자세력에 대한 슈팅스타의 지배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호명은 이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그 위에 있던 것들은 다 깨지고 부서지기 마련 아니겠나. 우리도 좀 깨질 수도 있고 부서질 수도 있겠지."

"무슨 보살이야?"

"후후, 살다보니 그리 되더군."

"아무튼 간에 노선을 빨리 정했으니 다행이야. 동맹국들도 뿔이 단단히 나버렸는데, 그 틈을 노린다면 자네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그건 그렇겠군."

"그러고 보면 천우가 머리가 좋긴 좋아. 그치?"

"그놈이라고 알아서 그랬겠나. 저 연방당 놈들이 하도 삽질을 거하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과연 이게 다 우연일까?"

"아니면 뭐···."

"아무튼 간에 저놈들이 하도 삽질을 해서 그것도 문제야. 일본이나 한국, 영국의 차기정권이 현재 우리와 갈래를 달리하는 놈들이 걸린다면 큰일이잖아. 특히나 일본의 극우파 같은 놈들 말이야."

제이슨 골드너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무래도 일본 쪽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

"심상치가 않다니?"

"아무래도 다음 주민당 당대표 선출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거든."

"제 2 지류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거야?"

"재수가 없다면."

"끄응···."

< 68.(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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