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31화 (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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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

이른 아침, CNN이 진행한 천우와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모든 것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으로 천우가 어떤 발언을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진행자인 사라 테일러만이 기본적인 대맥을 ㅀ? 있? 뿐이었다.

"안녕하苛歐?, 'CNN 선정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사라 테일러입니다. 오늘은 HC그룹의 회장이자 월스트리트 최고의 증권, 금융 투자전문가이신 최천우 회장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회장님."

"네, 반갑습니다."

"어머님께서 한국계 연예인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물이 상당히 좋으시네요."

"과찬이십니다. 앵커의 부친께서도 모델 출신이라고 하시던데, 그래서 그렇게 미인이신가요?"

사라 테일러는 사전에 입을 맞추지 않았던 답변이 나왔으나, 간판앵커답게 아주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매달 유전자 지분 로열티를 보내드리고 있죠. 바로 용돈이요."

"하하, 그러시군요. 저도 간간히 로열티를 보내드리곤 합니다."

사라 테일러는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이나 당황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정보력이 대단하군.'

사실, 천우가 초반부터 사라 테일러의 옆통수를 후려 친 것은 그녀와의 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함이었다.

사라 테일러는 처음에 천우에게 앞으로의 투자 방향에 대해 알려달라고 주문했었다.

그건 CNN이 천우의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는 바, 그를 통해서 시청률을 쥐락펴락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러기 전에 천우가 사라 테일러를 휘둘러 CNN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물도감을 사용해 사라 테일러의 옆을 훅 치고 들어간 것이었다.

그의 기습공격은 상당히 잘 먹혀들었다.

애써 침착하고 있지만 사라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스스로 소개를 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짧게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럴까요? 저는 HC투자 소속 최천우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외화투자를 비롯한 금융투자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죠. CDS협회장직도 겸하고 있습니다."

"아아, CDS협회장직까지! 젊은 나이에 아주 대단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그럼 HC투자의 수장에게 시청자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을 좀 여쭙겠습니다.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품시장이 크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슈퍼 사이클의 도래다, 혹은 시장의 과열이다, 이렇게 말이 많은데요. 전문가의 견해에서 본다면 어떠신지요?"

천우는 자신이 주주서한을 통해 보낸 내용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인터뷰했다.

"아마도 슈퍼 사이클이 다가오고 있겠죠. 다만, 이번 사이클은 일반적인 기류와는 많이 다릅니다. 지구 온난화 및 수풀의 파괴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재해 적 현상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이 시장은 조금 더 팽창하게 될까요?"

천우는 능글맞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요. 점심이라도 사시면 알려드릴게요."

"아, 아하하···."

설마하니 천우가 생방송에서 이런 장난을 칠 줄은 몰랐던 사라 테일러는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허나 그녀는 역시 프로였다.

"그럼요, 당연히 사야죠. CNN의 직원식당에서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저희 제작팀과 함께요."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긴 하지만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에 약간 땀이 맺힌 것이 보였다.

아마도 연달아 두 번이나 훅을 날렸기 때문일 것이었다.

천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진중한 투로 말했다.

"이미 슈퍼 사이클은 도래했습니다. 생산량은 감소하는데 수요는 늘고 생산지역마저도 좁아지고 있으니 설탕이나 펄프 같은 부문이 오를 수밖에요."

"그렇다면 안심하고 투자해도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주식에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상품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작정 선물옵션과 같은 투기성 종목은 좀 지양하시고요."

꽤나 자세한 대답이었다.

이정도면 개미들뿐만 아니라 프로 투자전문가들도 귀를 기울여 들을 것이었다.

상당히 좋은 답변이 나왔지만 사라 테일러는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힘든 남자네. 속에 구렁이가 들어앉았나.'

이제는 질문을 건네기 두려울 정도였다.

허나 그녀는 덤덤하게 질문을 건네기 위해 진행 멘트를 날렸다.

"역시나 대단하시네요. 저 혼자 듣기엔 아까운 인터뷰였습니다."

"그럼 구내식당에서 버번콕도 한 잔 사주시죠?"

"아하하···."

"농담입니다."

이번에도 천우는 그냥 받아주지 않았다.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천우를 다루는 것이 겁날 정도였지만 그녀는 간판앵커였다.

"그럼 다음 질문을 좀 해볼게요. 투자전문가이시기 전에 경제전문가이시기도 하잖아요?"

"엄연히 말하자면 곁다리로 배운 것이 쓸모가 있어진 경우이긴 합니다만, 맞는 말씀입니다."

"일본 정부의 경제고문이기도 하시고 한국과도 그런 관계를 맺고 계시죠.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 미국의 경제상황은 어떤가요?"

천우는 그녀의 긴장된 표정을 바로 읽어냈다.

웃고 있지만 분명히 경직된 그녀, 천우는 이쯤 했으면 그만 놀려도 되겠다 싶었다.

"경제에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지금 미국의 경우엔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로 불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라크전쟁의 장기화와 일전 모기지 시장의 상환만기 여파 등으로 시장이 흔들렸죠. 이 과정에서 무너진 기업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압니다. 아마 그래도 현 정부는 다시 금리를 평년 이하로 끌어내리고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선택한 것이겠지요."

"으음, 그렇군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무조건적인 저금리는 경제의 거품을 만들어냅니다. 사실상 투기세력을 방조하는 꼴이 되는 것이죠. 그건 예전의 일본이나 한국, 심지어는 미국도 겪었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적정선을 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수정이 좀 필요할까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현재의 저금리는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또 다시 부동산 투기 및 관련채권 시장의 과열양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그러니 조금 더 제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금리를 0.7% 정도 인상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된다면 또 다시 부동산시장이 흔들리지 않을까요?"

"지금은 일반인의 소액 투기자본이 싹 빠져나간 시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주택이 필요하고 그걸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이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죠. 금리를 인상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천우는 이미 재무부에게 이와 같은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

연준을 압박해서 금리를 인상하되, 타이밍을 적절히 맞춰야 한다고 첨언하여 금리정책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었다.

그 타이밍이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사실상 공표한 셈이었다.

아마 이 시점부터 금리는 오를 것이고 투기자본의 거품이 날아가면서 간당간당했던 인플레이션 데드라인이 아래로 살짝 내려가게 될 것이었다.

인플레의 데드라인이 내려가면 사실상 미국의 제조업자들에게도 상당수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뜩이나 원자재 값도 올랐는데 물가까지 올라버리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이 꽤나 퍽퍽해 질 테니, 그건 천우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천우는 제조업 부문에 아주 많은 돈을 투자한 주주였으니까 말이다.

'나도 좀 먹고 살아야지.'

재무부와의 관계, HC투자 대표로서의 임무, 그리고 투자자로서의 이득까지 챙기고 난 뒤에 인터뷰는 마무리가 되었다.

천우는 사라 테일러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늘 참 즐거웠습니다."

"···사전에 약속했던 인터뷰와는 많이 다르네요."

"아아, 그랬습니까?"

"아무튼 간에 약속은 지킬게요. 오늘 저녁 어떠신가요."

그녀는 상당히 전투적인 눈빛이었다.

이렇게 저돌적인 사람이라는 건 미처 몰랐던 터라 천우는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허나 그렇다곤 해도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 천우가 누군가에게 휘둘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가 좀 바빠서요. 다음에 봅시다."

"다음?"

"시간이 나면 제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천우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 후, 수행비서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나이스 샷, 제대로 한 방 치셨네요."

"너무 심한 건 아니었나 싶네요."

비서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 앵커, 애널리스트나 투자전문가들의 정보를 탈탈 털어서 시청률 뻥튀기하기로 유명하잖습니까. 생방송이긴 하지만 광고 하나씩 띄우면서 시간 벌어놓고 그 틈을 타서 시청자를 모은다고 하더라고요. 뭐, 덕분에 개미들만 신나는 것이지만요."

결국 천우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저 여자와의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선점했던 것은 CNN와의 알력다툼에서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비서들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으며 업무보고를 올렸다.

"회장님, 방송 직후 상품시장이 들썩거렸답니다. 연준에서도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고요."

"긍정적인 효과네요."

"다만, 주식과 채권시장에 불안요소가 돌다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천우는 별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채권은 얼마 전에 이미 손절했잖아요?"

"아아!"

그는 모기지 시장의 침체기에 사두었던 부실채권을 비싼 가격에 팔면서 관련 채권들을 일제히 매각해두었다.

굳이 손절에 대비해서 판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판이 돌아갈 것을 예상한 천우의 비책이었다.

덕분에 HC는 채권가격의 하락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따르르릉···!

촬영장에서 미국지사로 이동 중에 전화가 왔다.

바로 전미라였다.

-···방송 잘 봤어요.

"하하, 봤어요? 어떤가요. 화면발이 좀 받던가요?"

-네네, 화면발 잘 받더라고요. 금발 앵커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도 잘 봤어요.

순간, 천우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아니, 그건···."

-지금 어디에요? 그 금발여자랑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모양이죠?

"아니에요! 치근덕거린 게 아니라 그 여자의 기를 좀 죽이려고 그랬던 거죠."

-기를 죽여서 뭐하시게요? 조련이라도 하려고?

"하하, 아이 참. 내가 당신처럼 귀여운 여자를 내버려두고 왜 그런 쭈그렁탱이에게 추파를 던지겠어요? CNN에서 나를 휘두르려는 것 같기에 한 발자국 먼저 치고 나간 것뿐인데요. 뭘."

-···억울해. 당신, 원래는 바람둥이죠?

"에헤이, 그럴 리가. 오늘 비행기로 들어갈 건데 내일 근사한데서 저녁이나 먹을까요?"

-됐어요.

뭔가 단단히 삐친 목소리였다.

다만 그녀는 천우의 전략이 나쁘지 않다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CNN과의 인터뷰는 아주 좋았어요. 사라 테일러, 안 그래도 소문이 자자하긴 하거든요.

"하하, 그랬나요?"

-그래도 아무데나 추파나 던지고! 혼나긴 해야겠어요.

"으윽."

-공항에서 우리 집으로 곧바로 와요. 장어 구워놓을게요.

"장어···?"

-한 번 보겠어요.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특별히 복분자 술도 꺼내놓을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세요.

순간, 천우의 머리에 녹색 포자가 터지는 듯했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들에게 말했다.

"···전용기 띄웁시다."

"무슨 급한 일 있으세요?"

"네, 아주 급한 일이죠. 최우선순위입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천우의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 6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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