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26화 (126/202)

< 63. >

63.

2003년 6월 13일.

전 세계 언론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테러집단이 세계 최강국가 미국을 상대로 명실상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이른 바 '6.13 테러'라 명명된 이 사건은 제러드 다이내믹 사의 장갑차 2기가 사라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라크 급진주의 수니파를 비롯한 무장 세력들이 해외로 테러분자들을 모집하여 일으킨 이 사건은 사실상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수도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석유수출규제를 시행 중이었는데, 무장 세력은 '미 제국주의에 대한 신의 심판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워싱턴DC와 월스트리트를 공격하였다.

테러단체는 기관총으로 약 600명의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후, 백악관으로 돌진해 폭탄을 터뜨려 자살테러를 자행하고 말았다.

이 테러로 인해 미국 상원의장이자 연방당의 상원원내대표가 사망하였고 월스트리트의 뉴욕중권거래소 바로 앞에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건물기둥이 무너져 거래소 자체가 반파되고 말았다.

뉴욕증권거래소가 반파되면서 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주변 건물로 파편이 튀면서 1600명이 크게 다쳤다.

무엇보다 큰 충격이 된 것은 장갑차가 백악관의 검문소를 뚫고 들어와 폭발테러를 자행했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백악관을 직접 타격한 것은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도발행위이며, 이것은 국제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제러드 다이내믹의 수뇌부가 일제히 FBI로 소환되었고 관련 부처 책임자들이 줄줄이 엮여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건 천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우는 현재 미국의 국방산업협회의 주축이자 미국 민간인공위성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천우가 조사를 받는 부분은 장갑차 수출에 대한 정황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GPS운용에 대한 개입이 있었는가, 이 두 가지였다.

만약 천우가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유책사유가 밝혀진다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었다.

허나 FBI는 대략 30분의 사정청취 후에 천우를 돌려보냈다.

재무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테러에 대한 책임소지가 없다는 것은 상무부에서 증명해준 상황이었고 그런 천우를 굳이 억류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 재무부의 주장이었다.

FBI는 결국 사실 확인 후에 천우를 귀가조치 시켰고, 그 대신에 천우는 재무부로 급히 소환되었다.

재무부차관 제니스 피첸트는 천우를 소환한 후, CDS와 관련한 사안들을 재확인하고 그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네요. 그렇죠?"

천우에게 재무부의 요청서류를 건넨 제니스 피첸트가 한숨과 함께 섞어낸 말이었다.

"어쩌면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정된 일이라."

"테러집단은 썩은 고름과도 같은 단체입니다. 짜내지 않으면 결국 곪아 터지게 되지만 그걸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한 고열과 통증을 유발하게 되죠. 허나 그걸 뿌리 뽑는 것은 항생제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말이 맞네요."

고름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지 않는 이상에야 병이 나을 리가 없다.

테러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천우는 재무부의 요청서류에 자신의 날인을 넣으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겁니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인해 미국의 증시가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물론이죠. 월스트리트와 DC가 그리 공격을 받았으니···. 일단 상원의장 후임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원의장이라."

"그리고 사실 상원의장 사망으로 비교적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DC의 고위공무원과 상, 하원의원 21명에 대한 재신임 및 재 선출이 필요해 진 시점입니다."

"국회의원에 공백이···?"

"처음엔 단순 부상으로 처리되었었는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보니 국회의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허어, 그런 일이 있었던가···."

"게다가 국무차관과 내무차관이 혼수상태입니다. 마침 백악관에서 국정보고 및 상하의원 대통령 대담을 시작하려다가 이런 참변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그나마 대통령께서 다치지 않은 것은 신의 은총이라 할 수 있겠죠."

뉴욕증권거래소의 상황이 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기에 이런 사안들은 비교적 작게 보도가 되는 실정이었다.

CDS협회의 회장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재무부에서 천우에게 요청한 사안들은 이미 그가 시행이 들어갔거나 대기 중인 사안들을 조금 더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모기지 채권 시장과의 격리를 위해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70% 이상은 진전이 있었으나 재무부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추진 중으로 표류하는 안건이 꽤 많았다.

그 부분을 재무부가 시원하게 해결해주겠다고 나선 터라 천우의 부담이 사라진 것이었다.

"덕분에 일은 수월하게 풀리겠군."

사실, 이것들은 재무부는 물론이고 상무부와도 제법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일이다.

CDS라는 것 자체가 이미 재계의 보험처럼 여겨지고 있었고 리스크 헤지를 위한 기본처럼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재무부와 상무부의 부담도 충분히 덜어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천우와 같은 위기론자들이 항상 정부와 대립하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덕분에 일이 잘 풀리긴 했지만 그 발판이 테러라는 것이 못내 괴로운 천우였다.

쾅!

"···9.11 테러를 막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9.11 테러를 방어했다는 것은 단순히 사건 하나만 해결한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하여금 테러에 대한 위협을 원천봉쇄 시키는 밑거름을 만든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테러의 위협을 받았던 미국정부가 안보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되기는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직접타격을 받지 않아 현실감이 다소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테러분자들은 장갑차를 비행기에 적재한 후에 낙하산을 매달아 투하시키는 다소 신박하고 엽기적인 방법을 선택했었다.

그걸 평시의 미국이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테러에 대한 현실감이 있었다면 이런 참사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천우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가슴이 아프긴 해도 일이 벌어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천우는 CDS협회의 기존 법규를 전부 개정시키고 미국과 영국 통합으로 해당 사항들을 준수할 수 있도록 반포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미국으로 돈을 싸 짊어지고 들어왔던 외국의 핫머니들은 모기지 CDS에 대한 프리미엄은 한 푼도 받아보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허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6.13 테러로 인하여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이 저금리에 잔뜩 취해있던 시기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타격에 극심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다.

만약 천우의 전생처럼 테러가 2001년에 벌어졌고 그 즉시 주가가 폭락해서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라면 사태가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이미 부동산으로 꽤 많은 모기지 채권이 잡힌 상태라서 2003년도 11월의 대대적인 만기상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였다.

테러가 자행된 지 꼭 2개월 만인 2003년 9월 13일, 자신들을 급진주의 세력이라 자칭한 아랍인들이 미국인 현지기자를 나포하여 전 세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도륙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들은 '곧 미국에 대량살상무기를 투하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CIA의 첩보에 의하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선 주변 국가들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결국 미군의 포탄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무참히 습격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10월 11일, 전면전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불과 20일 만인 10월 31일에 공식적인 종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허나 2003년 11월 12일, 미군의 과도정부 수립 이후에도 테러분자들의 기습은 계속되었고 결국엔 이라크의 내전 및 미국과의 장기전 형국으로 전쟁이 늘어져 버렸다.

이른 아침, 회사로 출근한 천우는 김영실의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 안에는 투자전문가들의 고통과 비명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원유가 폭등 및 원자재 폭등으로 인하여 제조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IT, 군사, 원유사업, 철강사업 등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부진입니다. 이러다간 HC의 출범 이후 첫 번째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겠습니다."

"적자비율이 어디까지 올라왔죠?"

"38% 수준입니다. 빠른 손절을 요구한다는 보고서가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투자회사의 손실은 투자실패에서부터 시작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손절은 필수였음으로 HC는 당장 손절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허나 천우 입장에서는 이미 손절을 마친 상태였다.

사태가 터지기 한참 전부터 모기지 시장의 위험성을 거론하였고 슈팅스타와 함께 해당 자산을 빠르게 매각했던 것이다.

천우는 HC의 손절상소문을 이렇게 일축시켰다.

"손절은 사전에 이미 끝났습니다. 모기지 관련 자산을 전량 매각함으로서 손실률은 이미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위기는 우리에게 곧 기회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가 찍어주는 그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지시해두세요."

언제나 그랬듯 위기는 곧 기회다.

허나 제 아무리 천우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부터는 절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었다.

"나는? 나에겐 뭐 시킬 거 없어?"

브루스는 여전히 천우의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녀석은 언제쯤 사라 지련지, 천우는 골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젠장, 정말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섭섭하네. 너를 흠모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잖아."

"나를 흠모하는 것이라면 그만 돌아가 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어?"

"그럴 수는 없어. 이미 너를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로 임용시키겠다고 선언을 해두었거든."

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교수가 될 마음이 전혀 없다니까 그러네."

"괜찮아. 굳이 정기적으로 강단에 서지 않아도 교수직위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니까."

"그건 그냥 이름만 교수인 사람인 거잖아."

"아무튼 간에."

"끄응."

정말로 자신의 제자가 되겠다고 설치는 건가.

천우는 그를 시험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브루스에게 서류뭉치를 하나 던져주었다.

[에드리치 투자신탁]

브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야?"

"부동산 투자회사야. 내 생각에는 조만간 부동산 요동을 칠 것 같아. 지금 에드리치 투자신탁은 서부 권에서 꽤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의 급격한 급락 폭에 의해 부도위기까지 몰렸어. 그래서 우리 HC가 부실채권을 끌어안는 조건으로 제법 저렴하게 인수했지."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군."

"이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3년 전에 정점을 찍었던 그 시기의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가 정말로 제자 삼아줄게."

"···정말?"

"물론이지."

투자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가 바로 에드리치였다.

이제는 천우가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려 마음먹었던 만큼 혁신이 필요한 차였는데, 천우는 그것을 브루스에게 맡겨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지만 에드리치는 생각보다 더 문제가 많은 집단이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밑져야 본전, 천우는 그를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 6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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