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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23화 (12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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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2003년 1월.

천우는 이른 아침부터 김영실에게서 보고서를 받아보았다.

"채권수익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2000년도부터 연준이 금리인하기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실제 금리가 인하되었을 때의 파급력이 훨씬 더 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으음, 앞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은 괜찮겠지만 길게 본다면 썩 좋은 현상은 아닌데."

미국 연준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뉴욕주가지수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인하를 고수하고 있었다.

사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또 다른 버블을 키우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저금리는 기본적으로 채권의 수익률을 올리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기준금리와 채권금리가 깊은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금리도 인상이 된다.

이것은 즉, 다시 말해서 채권의 가격, 수익이 하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채권을 매각하려 들 것이고 수요가 적어지면 당연히 남는 물량도 많아지기 마련인 것이다.

허나 그와 반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의 수요는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니 대출을 받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고 채권의 유동성마저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일정수준 이하로 끌어내리면 채권시장에 전성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채권, 부동산 시장의 전성기가 찾아오겠군. 안 그래, 교수님?"

말을 내뱉은 사람은 브루스였다.

김영실은 천우의 곁에 서서 같이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브루스를 상당히 불쾌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뭡니까. 남의 회사 기밀은 왜 훔쳐보고 있는 건데요?"

"하하, 기밀이라니요. 나는 우리 브라더에 대해선 뭐든지 다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무슨 기밀이라는 겁니까. HC가 통화, 채권 시장에서 힘을 받아 성장했다는 건 요즘 중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렇다곤 해도 회장님의 옆에서 그렇게 깔짝거리는 모습은 썩 보기가 좋지 않네요."

"그건 당신 생각이고."

김영실은 처음부터 브루스 카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브루스는 자신을 자꾸 내보내려 하는 김영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천우는 브루스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던 참이었다.

"아무튼 간에 HC의 투자전문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까?"

"우리도 모기지 채권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다들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팔자?"

"그런 셈이죠."

금리인하는 분명 채권시장의 전성기를 만들어낸다.

허나 일정수준 이하의 금리인하정책의 고수는 경제에 심각한 거품을 만들어내게 된다.

우선 금리가 낮기 때문에 대출자의 수가 증가하여 국민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이며 부동산 가격 역시 폭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 역시 최근 부동산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금리인하기조와 함께 대출조건이 대폭 하향되었는데, 이를 타고 너나 나나 전부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주택담보대출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서민들이 은행대출을 받아 주택을 소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당연히 오르게 된다.

미국의 주택가격도 그런 식으로 올라갔지만 대출조건이나 금리가 낮아짐으로 진입장벽까지 낮아진 것이 문제였다.

어차피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불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만약 연준이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을 고수하게 된다면 예전 80년대에 금융시장이 그러했듯, 이번에는 부동산 시장이 작살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채권시장도 함께 절단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우는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시켰다.

"됐습니다. 우리는 파생상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CDO나 CMO 시장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는 MBS를 비롯한 모지기 관련 파생상품은 일절 건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으음···."

"더불어 CDS협회를 소집해서 모기지 관련 신용부도스와프를 거래하지 않도록 조정할 생각입니다."

"허나 미국의 모기지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안에 1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잇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런데···."

브루스 카렐은 웃는 낯으로 그녀의 말을 댕강 잘라버렸다.

"그들보다 당신의 보스가 한 수 아래라는 뜻인가요?"

"그야···."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는 최 교수입니다. 안 그래, 교수님?"

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튼 간에 저의 견해는 그렇습니다. 1조 달러 이상의 큰 시장이 한 방에 무너져 내린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럴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부동산 및 채권시장은 몇 번이고 부도경고를 맞은 적이 있었다.

그건 영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나 미국에 대한 맹신이 사상 최악의 부도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80년대에 이미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와 블랙먼데이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천우는 김영실에게 한 가지 예를 들어주었다.

"자, 잘 보세요."

그는 1원, 10원, 100원 500원의 동전을 책상에 차례대로 늘어놓았다.

개수로 따진다면 1원짜리 동전이 10원짜리보다 많았고 10원짜리가 100원짜리보다 많은 형국이었다.

결국 500원짜리는 전체적인 비중으로 봤을 때엔 채 20%도 되지 않았다.

"1원짜리가 BBB등급 이하입니다. 아시겠지만 원래 BBB등급 이하는 채권시장에서도 투기채권으로 분류됩니다. 10원이 B+정도 된다고 치고 100원이 A등급, 500원이 그 이상 우량채권이라고 칩시다."

천우는 그걸 하나씩 짜깁기해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았다.

삼각형 모양의 동전이 각각 기둥 역할을 해주었는데, 500원짜리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각각 크기가 다른 동전들이 적당히 어우러져 있어야 했다.

그는 동전의 크기를 아주 알맞게 맞춰서 500원짜리를 올렸을 때에 제법 튼튼한 탑이 되도록 만들어두었다.

"자, 이렇게 투자 상품을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채권의 안전성은 모두 다 다르지만 이것을 엇갈려 리스크를 분산시키면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 됩니다. 투자은행들은 주택담보부증권을 각각 모아 이런 식으로 상품화해서 투자를 유지하죠."

"그렇다면···."

"지금의 시장이 딱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천우는 탑 아래에 1000원짜리 지폐를 깔았다.

"이게 바로 CDS입니다. 리스크를 함께 분산시키고 있죠.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탑에서 동전을 하나 빼버렸다.

그러자, 공든 탑이 한 방에 무너져 버렸다.

촤라라락!

김영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결국 리스크 헤지를 통해서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금융회사들은 CDS의 역풍을 맞아 도산하고 말 겁니다."

"허어!"

"이래도 우리가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팔아야겠어요?"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천재들이 CDO상품과 CDS를 구상했고, CDO의 경우엔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실수죠. 이론과 실제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걸, 그들은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브루스는 천우의 옆에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역시, 내 스승님은 뭔가 달라도 다르시구나!"

"이제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천우가 브루스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김영실을 쳐다보자, 그녀는 경직된 얼굴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제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우리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가 무분별하게 파생상품이나 만들어 판다면 이 판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심사숙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무작정 월스트리트만 믿고 보고서를 올리다니···."

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자기들이 천재라고 떠들어대며 거들먹거리는 것들이 문제죠."

"역시, 스승님은 도량도 넓지!"

김영실은 약간 의기소침해져 있긴 했지만 천우의 위로를 들으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같이 술이나 한 잔 할까요?"

"나도, 나도!"

그녀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저 짐짝부터 좀 어떻게 하시죠. 그럼 한 잔 할 수 있겠는데요."

"내가 짐짝이야?"

눈을 끔뻑거리며 천우를 바라보는 브루스.

한 편으로 천우는 그가 정말 무던히도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브루스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니던가.

김영실도 브루스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다.

"저기, 당신 말이에요."

"······?"

"제가 잘 아는 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한 번 상담이라도 받아볼래요?"

"하하, 별 걱정을 다하시네. 이건 그저 진화를 위한 밑거름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요상한 변태현상이 아니라는 거죠."

"흐음, 이렇게 잘 나불거리는 걸 보면 또라이는 아닌 것 같고."

"뭐, 뭘 어쩐다고요?"

두 사람이 한참 투덕거리고 있을 무렵, 인터폰이 울렸다.

천우는 두 사람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인터폰을 받아들었다.

"말씀하세요."

-회장님, 제러드 다이내믹 사의 CEO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으응···?"

너무나도 뜬금없는 방문에 투덕거리던 두 사람도 그만 말을 멈추었다.

잠시 후, 회장 집무실로 제러드 다이내믹의 CEO 루이드 윈터스가 들어왔다.

루이드 윈터스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 회장님. 결례를 용서하시지요."

"아닙니다. 그나저나 사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서···."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한 1년 전쯤인가, 저희들이 만들어서 판매했던 장갑차 두 대가 사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아아, 수송선 침몰 사건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수륙양용으로 설계되었습니다만 수송선의 침몰로 인해 수장되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CIA에서는 GPS장치가 작동되었다고 말했었죠."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그런데 GPS작동은 오작동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오작동이 아니라면···."

"CIA의 첩보위성까지 동원해서 알아보니 두 대의 장갑차가 멀쩡히 움직이고 있답니다."

"허어!"

"만약 장갑차가 악용된다면 그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할 텐데···."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루이스 윈터스는 천우에게 목숨을 구걸하러 온 것이었다.

천우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왜 굳이 이 타이밍에 천우를 찾아온 것일까.

커버를 쳐달라고 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토안전부에게 줄을 놓는 것이 나을 것인데 말이다.

"당신에게 무슨 책임소지가 있는 것이겠죠? 그것도 정부가 알면 큰일이 벌어지는···. 맞습니까?"

"그, 그게···."

루이스 윈터스는 천우에게 장갑차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걸 본 천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이 사람이 근데!"

< 61.(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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