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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111화 (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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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유가는 연일 뚜렷한 변동 폭을 보이고 있었다.

2001년 5월, 오펙이 사실상 감산에 돌입한다고 선언하였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자마자 유가는 다시 바닥을 찍고 말았다.

그밖에 몇 차례의 반등기회가 있었는데, 러시아의 지하자원방출 정책 중 원유수출 일부제한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기회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체스터 카렐 센트럴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매수포지션을 어떤 방식으로 가지고 가야할지 일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경영진들은 오금자에게 방침을 요구하였다.

"지금 투자의 길을 잡아주지 않으면 꽤나 큰 손해를 입을 겁니다. 회장님, 지침을 정해주시지요."

오금자가 연로한 지가 꽤 되었지만 지금 체스터 카렐 센트럴에서 그녀를 대체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전대 회장인 존 카렐이 병환으로 사망하면서 마땅한 후계조차 없는 상황이라 그녀의 부담은 더해져만 갔다.

허나 그녀는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석유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비율이 어떻게 되죠?"

"광물 및 곡물 등, 상품투자부문 전체비율의 5.5% 남짓입니다."

"상당히 높네요."

"비율을 내릴까요?"

"아니요, 이대로 고정하세요."

"자칫 오펙이 마음을 고쳐먹고 기름통을 풀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최대한 길게 보세요. 과도기를 지나치면 기름 값은 오릅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확인매장량이 늘어난다면 가격은 내려가지 않을까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산업은 계속해서 팽창합니다. 그에 반해서 지하자원은 한정되어 있죠. 대체에너지가 나온다고 해도 유가는 계속 유지되거나 일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에너지가 나

와도 그걸 당장 수용하는데 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아!"

"문제는 우리가 돈을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투자하는가에 달렸습니다. 명심하세요, 유한한 자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인류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원이 수소나 플라즈마 같은 대체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가격은 일정하게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실제로 석유는 2010년대까지 계속 오르기만 했지 대폭 하락한 적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석유는 쓸수록 줄어드는 유한한 자원인데다 거의 대부분의 산업기반이 원유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대로 자금을 묶어두겠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CDS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봅시다."

"CDS요?"

"우리도 보증으로 돈 좀 벌어보자는 겁니다."

CDS시장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도까지 서서히 팽창하다가 최근 2001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HC투자가 CDS의 로열티로 받는 수익이 금융투자부문 전체비율 중 무려 1.2%에 달할 정도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었다.

"HC의 로열티가 수익대비 1.2%나 된다고 합니다. 타 회사에서 만들어낸 유사상품에서 나오는 일부차용 로열티를 제외해도 말이죠."

"대단하긴 하군요···.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말해서 후발주자입니다만?"

"내부분열로 인하여 약간 늦기는 했지만 우리는 HC와 연이 닿습니다. 그 연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오금자가 꼭 손자자랑만 늘어놓는 조모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천우는 금융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체스터 카렐의 뒤를 잇는 대단한 학자이며 사업가라고 칭송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젊고 어렸으며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조금은 자랑하고 그 인연을 사용해도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서 CDS사업에 출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주세요."

"아참, 그리고 회장님. 이제 슬슬 후계구도를 확립하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미 진압되긴 했지만 반란세력에 끼어 있었던 종친들은 사실상 도태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장 후계로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럴 때가 되긴 했죠."

"그럼 누굴···."

"일단 나름대로 훈련시키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보세요."

"훈련이요?"

오금자는 그저 빙그레 웃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시각.

브루스 카렐은 체스터 카렐 컴퍼니의 영국지사 영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거의 14시간을 일하면서 영업 전략을 수립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실적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고모할鍛? 오鳧愍? 지시사戮? 잊지 않? 羚駭?.

'단 한 달이라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대로 아웃이다.'

정말 그녀는 피도 눈물도 없었다.

1년 전에는 영국지사의 지사장으로 일하다가 실적이 저조하여 지사장에서 잘려 본부장까지 강등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브루스 카렐을 사실상 유배 보낸 후에 폐기처분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허나 브루스 카렐은 포기하지 않았다.

버티고 버티다보면 자신에게도 수뇌부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헌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달 영업실적입니다. 미국의 증시호황에 힘입어 5월 급반등했던 영업실적이 6월 들어 5%정도 하락했습니다."

"···하락했다고요?!"

그는 재빨리 자신의 다이어리를 펼쳤다.

꼼꼼한 성격의 브루스는 자신의 계획을 철저히 점검하고 실천해 나가는 노력형 사업가였다.

브루스는 이달의 실적이 저번 달에 비해 3%이상 늘어갈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2.9%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생각했는데 5%가 빠져 있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얼마 전, 멕시코에서 일어난 구리파동에 이어 광물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영국의 제조 산업이 후퇴했습니다. 그 바람에 자동차 제조회사들의 주가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

니다."

"아아!"

"물론, 투자 금 예치의 총액은 늘었습니다만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줄었습니다. 예치의 총액이 늘어난 것은 단순히 돌려막기에 불과했다는 거죠."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하하, 하하하···."

거의 1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뛰어다녔다.

도대체 인간이 이러고 어떻게 사냐고 주변에서 걱정까지 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노크가 들렸다.

똑똑.

"본부장님, 본사 구조조정본부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올 것이 왔나."

"인사팀장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는 체념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합시다."

집무실의 문을 열어 인사팀장을 안으로 들였다.

인사팀장은 웃음기 하나 없는 아주 건조한 얼굴로 그에게 인사이동명령서를 건네주었다.

그걸 받은 브루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줄 알았다.

[인사이동명령서 - 싱가포르 선물시장 파견근무과장]

손이 덜덜 떨려왔다.

"이, 이게···."

"회장님께서 이런 쪽지를 건네셨습니다."

이윽고 인사팀장은 돌아섰다.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받은 브루스는 그 안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와신상담, 지금의 추락을 즐기며 오답노트를 만들어봐라.

그제야 떨리던 손이 멈추었다.

브루스는 깨달았다.

'이건 또 다른 기회다!'

그는 당장 짐을 쌌다.

그곳이 어디든 간에 자신의 오답노트를 완성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D램 부문 반도체 가격이 98년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99년도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반도체 전성기가 도래했으며 크고 작은 낙폭이 있기는 했으나 제법 대단한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현보는 신형 D램을 개발하고 CPU와 메인보드, GPU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점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미 메인보드와 GPU점유율은 시장점유율 79%에 압도적 1위였다.

특히나 GPU의 경우엔 대체품이 없는 단일상품으로 출시마다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런 가운데 현보전자는 통신기기 연구 회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한국계 핸드폰 제조회사인 블루스카이를 인수했다.

블루스카이는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인하여 파산 직전에 이르고 있었으나 핸드폰 제조기술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이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현보는 블루스카이를 본격 인수하면서 신형 핸드폰 제작에 착수하였다.

현재 현보는 MPU수출과 더불어 소형가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추세였는데, PDA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분야별로 꽤 많이 생산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MPU가 주력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추세였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나 게임기 등, MPU의 수출 분야가 몹시도 다양해서 당장 단독상품으로 만들어서 팔아도 될 정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보는 블루스카이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테크놀로지의 핸드폰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슈팅스타 그룹의 총괄회의에서 최호명은 현보전자에게 블루스카이의 신형 핸드폰을 3개월 안에 완성시키라고 주문했다.

"3개월이면 충분하죠?"

최호명의 질문에 수뇌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3개월이면 시간이 남을 정도입니다."

기술력에 대한 압도적 자신감, 이제 현보전자에게는 그런 프라이드가 생겼다.

프라이드가 높아지면서 실수도 적어졌고 거의 완전무결한 기술력 증진이 가능해 진 것이었다.

총괄회의에서 핸드폰 생산에 대한 추가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난 후, 투자부문에서 이런 얘기를 해왔다.

"HC에서 얼마 전, 주식교환에 대한 제의를 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주식교환이요?"

"현보에 자동차 부문을 합병시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자동차?"

너무 뜬금없는 얘기라서 최호명은 그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허참, 갑자기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람?"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현보그룹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최호명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최충의는 생전에 현보의 마크를 붙여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꿈이었다.

예전에 자동차 회사 입찰에서 몇 번이고 좌절해서 큰 충격을 받았었고 그 공허함을 프라모델을 모으는데 할애했었다.

그제야 최호명은 아들이 선친을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깨달았다.

"···아들보다 손자가 낫군 그래."

"어떻게 할까요? 주식교환방식을 전해서 연통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보다 제안을 수렴하시는 것이 먼저이겠군요."

최호명은 실소를 흘렸다.

"잘못하면 저승에서도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을 뻔했잖아요."

"네?"

"하하, 아닙니다. 현보계열 경영진을 모아주세요. 같이 상의를 좀 해봐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다음 주 내로 미국 방문을 공지해두겠습니다."

원래 천우가 어려서부터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는 것은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다 아는 사실이었다.

허나 최호명은 그보다 천우의 속이 깊은 것이 더 마음에 들었었다.

'아버지는 좋으시겠어요. 한 순간도 당신을 잊지 않는 손자가 있잖아요.'

이제는 한편으로 선친이 부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좋아지는 기분.

최호명은 이제 정말 여한이 없었다.

< 5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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