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04화 (104/202)

< 52. >

52.

프랑스 리옹의 노스탤지어 모텔 앞.

솨아아아아···!

초겨울치곤 억수처럼 비가 내렸다.

그런 프랑스의 거리에 12대의 고급차가 다가와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우의도 걸치지 않은 채 삼삼오오 모여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반가워, 형제."

"잘 지냈나?"

다소 상투적이라 할 수 있는 인사와 포옹 등이 교차하였다.

그들은 모텔 입구에 모여 시거를 나누어 피우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12명이나 되는 사람이 웅성거리니 모텔 입구가 제법 번잡해 보였으나 근방에 사람이라곤 이들 뿐이라 미묘한 정막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편.

주변 50미터 근방에 산개해 있던 CIA와 MI5 요원들이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아나 로즐리의 부하들은 영 찜찜한 표정이었다.

"···부장님, 정말 잘하는 일이겠죠?"

"내가 항상 말하잖아. 중요한 건 이 일이 옳고 그른 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니까."

"뭐, 그렇긴 합니다만."

반면 CIA는 무념무상의 표정이었다.

올리비아 그린버드의 귓가에는 CIA 공작본부 소속 스나이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표, 움직입니다.

"좋아, 계속 주시하세요."

필요하다면 사살 가능성까지 열어둔 작전이었다.

그만큼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악명은 전 세계적으로도 자자했던 것이다.

허나 이상하리만치 주변이 고요했다.

MI5는 그들의 신원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저들은 국제사범 중에서도 이름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고위험군 범죄자들이다.

보통은 마피아나 카르텔 등을 조직한 범단의 수괴나 그 수뇌부들에게 이런 등급이 부여된다.

한마디로 저들은 진짜 수뇌부들이라는 소리인데, 이상하게도 그들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마리아나 로즐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젠장, 정말로 고위급 인사와의 결탁이 있나본데.'

비록 허울뿐이긴 하지만 영국에는 귀족들이 존재한다.

허울뿐이라곤 하지만 이 현대의 귀족들이 가진 권력은 정계를 움직이거나 사법권에 일부 개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의 감은 그런 귀족들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허나 어쩔 수 없었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어!'

마리아나는 입술을 짓깨물었다.

"자, 스탠바이!"

"···정말 하실 겁니까?"

"겁나면 빠져도 좋아."

부하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 스탠바이, 체포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CIA 저격수들의 신호에 맞춰서 돌입한다."

양국의 요원들이 권총을 뽑아들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텔의 후방으로 잠입해서 출입문을 잠그고 범죄자들을 모텔 입구에 가두어버렸다.

철컥!

"손들어! MI5다!"

"CIA다! 무릎을 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양국 정보조직들이 들이닥쳤음에도 렉스테리아의 수뇌부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항도 없이 수갑을 찼다.

"···너무 잠잠한데요?"

"제기랄."

렉스테리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이런, 뒤통수를 맞아버렸네."

"하하하! 이렇게 허를 찌르면 어쩌나?"

"아쉽게 되었어. 진탕 마시고 잡혔으면 좀 덜 억울했을 텐데 말이야."

지나친 여유로움, 이 세상 그 어떤 범죄자들이 웃으면서 수갑을 찬단 말인가.

체포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영미 양국의 경찰들이 범죄자들을 합동수사본부로 데리고 갔다.

세계 언론은 베일에 싸여 있던 국제 곡물, 금융 범죄조직의 실체를 방방곡곡에 알리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체포 3일 만에 합동수사본부가 차려진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41개국의 안보 및 사법계 중앙정부기관도 몰려들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소리였다.

합동수사본부 공동수사본부장 리처드 화이트와 율리시스 리치필드가 공동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피의자들은 이탈리아계 범죄조직인 렉스테리아를 구성 및 공모하고 그들로 하여금 곡물가격 조작 및 담합, 금융관견 범죄, 피라미드 사기 등을 획책하고 실행하였음을 일체 자백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죄에 대한 가능성은 없습니까?"

"현재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범위가 워낙 넓어서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국제사범재판이 회부된다면 어떤 죄목들이 중점적으로 기소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금융사기와 주가조작 등이 되겠지요."

정말 시원시원한 수사였다.

이 수사에 영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 그 산하기관들까지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여, 이 수사에 참여했던 MI5와 CIA의 관련자들이 전부 포장을 받아 일부는 승진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국제사범재판은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

미스릴 컴퍼니의 계열사 매출이 정점을 찍고 있었다.

게임회사들의 매출은 압도적으로 상승하였고 그와 함께 주가도 상승하였다.

허나 닷컴회사들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나 매출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용자들의 숫자는 늘어났으나 효과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내실에 비해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고평가 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천우는 수익의 다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인터넷 회사들의 광고수익 극대화와 포털사이트의 특성을 이용해서 쇼핑몰과의 결합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미 전자상거래는 제법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벌써 아마존스에서 서적과 음반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하고 있었으며 해당 배송시스템을 통하여 미스릴은 꽤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특히나 PC게임타이틀이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적극 사용되고 있었으며 그 안전성이 이미 검증되어 있었다.

천우는 이 플랫폼을 비스트코와 결합시키기로 했다.

비스트코의 회장 짐 해밀턴은 천우의 본사 방문을 격하게 환영했다.

"오오, 어서 오십시오! 안 그래도 언제 뵙나 싶었습니다!"

"진즉에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못 했었네요."

80년대의 비스트코는 금융위기 시절에 사분오열 될 위기에 봉착해 있었으나 천우의 투자 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애틀 2호점과 3호점을 구매함으로서 지금의 자리까

지 올 수 있었다.

비스트코는 종합유통회사 순위로는 세계 2위를 달리는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천우의 지분순위는 대주주인 짐 해밀턴과 2대주주인 공동창업자 루이스 맥너스 다음이었다.

한마디로 천우가 비스트코의 3대주주였고 2대주주와는 불과 0.57% 차이였다.

짐 해밀턴은 천우를 보자마자 금으로 만든 바코드스캐너를 선물로 주었다.

"허어, 금 아닙니까?"

"우리 회사를 만든 장본인이신데 이정도 선물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저야 돈만 투자했을 뿐인데요."

"그게 시작과 끝이었죠."

비스트코는 이른 바 '슈퍼보이 효과'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대표적 케이스였다.

HC가 초기에 투자해서 성공을 이룬 회사들은 그 몸집이 팽창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HC의 자본이 직접 투자된 회사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신뢰감을 가졌고, 그것이 기업의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비스트코는 90년대 중반에 한 차례 경영악화를 겪었으나 천우의 자금은 요지부동 빠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아 시가총액이 계속 올라 지금까지 온 것이

었다.

그러니 지금의 비스트코를 만든 시작과 끝은 천우라는 것이 과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격한 인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곧장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제가 드린 사업기획은 읽어보셨습니까?"

천우의 질문에 짐 해밀턴은 스르르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뉴욕은 무한경쟁의 중심지 아닙니까.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데 바치는 뉴욕사람들이라면 우리의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스릴 컴퍼니는 자회사의 포털사이트 기반을 비스트코와 결합하여 인터넷 쇼핑을 제안하였다.

그 개요는 이러했다.

야채와 청과, 수산, 육류, 가공식품 등,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원한다면 반조리상태로 배달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또한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들의 코디제안에 따라서 개개인에 각자 어울리는 한 벌의 옷과 신발, 잡화까지 세트로 짜서 판매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이것에 할애하는 시간을 아껴준다면 미국에서 반드시 성공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지요."

"역시! 괜히 슈퍼보이가 아니군요!"

"과찬이십니다."

만약 일반 사업가들이 쇼핑몰을 만들 생각을 했다면 그건 뛰어난 아이디어였지만 그게 천우의 손을 거치면 일대 '혁신'으로 포장된다.

이것이 바로 네임드가 가진 영향력과 파史염였??.

비스???? 회장은 계약서에 당장 서명을 넣었다.

이로서 미스릴 컴퍼니 최초의 본격 포털사이트 제휴 쇼핑몰이 탄생한 것이었다.

한 편, 미스릴 컴퍼니는 광고회사 '미스릴 액티브'를 론칭했다.

미스릴 액티브는 인터넷 검색 페이지 상단에 출력되는 키워드 검색결과 창에 대한 권리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가령 '의자'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출력되는 페이지의 상단에 순차적으로 광고주의 웹페이지나 명함 등을 노출시키는 방식이었다.

현재 인터넷 광고시장의 규모는 19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배너광고의 문제점으로 광고에 대한 실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지적되었다.

광고를 발주하는 소비층도 컴퓨터, 인터넷 계열 회사들뿐인데다 배너를 띄워도 실제 유입되는 숫자는 1/10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실효성 부재가 일반 광고주들의 눈에는 영 마뜩치 않게 느껴진 셈이었다.

천우는 단순히 배너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키워드를 검색해서 실질적인 구매층을 유입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에서 클릭으로 직접 유입되는 방문자의 숫자만큼 광고료를 지불하는 결제방식을 채택했다.

미스릴 액티브는 위 방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전달할 수 있는 영업사원을 모집하였고, 방문자 30명분의 무료광고 쿠폰을 풀어주었다.

그리하여 98년 11월 현재, 미스릴 액티브의 매출은 론칭 3개월 만에 3200만 달러를 돌파하였다.

론칭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 만들어낸 효과치곤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덕분에 미스릴 컴퍼니의 전체 매출도 쑥쑥 올랐다.

그 즈음, 인터넷 쇼핑몰이 론칭 2개월을 맞았다.

인터넷 포털을 통한 대대적인 광고와 신문, TV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결과, 이용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나 뉴욕의 직장인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두 달 동안 의존한 결과, 이제는 쇼핑몰 없이는 못 살겠다는 소리가 나왔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천우는 만족스러운 보고서를 받았다.

"출시 이후,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추가투자를 실시할까요?"

"으음, 아니요.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현 사안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세요."

거품을 잡기 위해서 시작한 사업에 거품을 추가한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해서 천우는 확장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려두었다.

그런 그에게 김영실이 한 통의 편지봉투를 건넸다.

"입대일자가 정해졌습니다."

"으음, 벌써요?"

< 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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