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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93화 (9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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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1998년 봄을 기점으로 HC금융이 정식 출범하였다.

이로서 HC투자는 미국계 자본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정식 출범한 제 1호 종합금융사가 되었다.

청와대에서는 천우를 대한민국에 묶어버리기 위해서 종금사 개업을 유도하였건 것이지만 실상 천우의 입장은 많이 달랐다.

이를 계기로 천우는 대한민국 금융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정부와의 협상에서 예전보다 훨씬 더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천우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 다시 한국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뻗어나가 결국에는 인도까지 점령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HC금융을 그 중심세력으로 만든다는 것이 천우의 목표였다.

천우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우선 채권시장부터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과거 슈팅스타가 미국과 일본의 금융시장을 뒤흔들 카드로 채권을 선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천우 역시 채권을 틀어쥐기로 한 것이었다.

채권이라는 것은 결국 남이 진 빚이다.

그러니까, 남이 진 빚을 천우가 대신 손에 쥐게 된다는 것은 그가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는 뜻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재벌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추는데 성공했었지만 최근 원화파동으로 인하여 경영악화가 진행 되는 중이었다.

비록 천우 전생의 IMF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부실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기업생태계에서 도태되는 시기에 직면해 있었던 것이다.

천우는 금융권의 채권을 먼저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제 1금융권의 대홍은행과 7개의 지방은행의 대주주가 되었다.

부실기업에는 은행권도 다수 끼어 있어서 천우가 채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주주 수순을 밟게 된 것이었다.

어차피 한국계 상업은행을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었다.

천우는 이참에 자연스럽게 상업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HC의 계열사로 HC은행을 발족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나 HC를 한국으로 보낸 미국 내에서 은산분리의 원칙을 깨는 것은 위법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미 금융업계는 사업의 다변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거대자본을 끌어들여 자본시장을 크게 키우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면서 선을 그어

버렸다.

어쨌든 지금은 상호출자가 불가능하다곤 해도 상황은 언제 건 바뀌게 되어 있었다.

결국 대홍은행을 비롯한 7개 지방은행이 합병되어 HC은행이라는 거대 자본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결정이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허나 한국정부가 천우를 끌어들인 것은 결론적으로는 신의 한수가 되어주었다.

HC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투자시장이 열렸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몰리면서 HC를 통해 검증된 자본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크게 키워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국정부는 HC를 더욱 상징적인 존재로 키워주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천우를 경제부문 상임고문으로 초청하고 한은 환율정책국의 고문으로까지 추대하였다.

HC는 한국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받은 것이 있으니 응당 해줄 건 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HC은행 출범 3개월 후.

한국정부는 천우에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원화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왔다.

한은 환율정책국장 오민기가 천우를 찾아왔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이 꽤 많이 내려갔습니다. 현재 1달러 당 941원, 이대로라면 아마 900원 대가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곤란하죠. 1000원 대의 수혜를 기대하고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데요."

"으음, 그렇다면 통화완화를 실시할까요?"

최근 한국의 물가가 안정되어 서민경기는 약간 나아진 구석이 있었지만 원화절상으로 인해 수출경기에는 악영향을 미쳐서 금융업이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만약 이대로 경상수지가 적자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 불경기가 도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천우는 사업가로서의 입장과 환율정책고문으로서의 입장을 서로 상충시켜서 결론을 도출해냈다.

"무조건 통화를 완화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차라리 달러와 엔화를 절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으음. 어려운 문제인데요."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면 적정선의 인플레이션을 지킬 수가 없을 겁니다."

"해외투자를 유도해서 상승곡선을 좀 맞춰볼까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천우는 그에게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펼쳐 보였다.

"그림은 항상 크게 그리세요. 틀에 갇힌 정책으로는 안정화에 성공할 수 없어요."

"항상 다변화를 꾀하라···."

"도로를 아무리 넓게 지어도 길이 하나뿐이면 결국엔 막히게 되어 있습니다."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루트를 최대한 많이 만들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요. 이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문에 대해서 HC가 협조를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면에 나서달라는 건가요?"

오민기는 결코 HC의 전면개입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아마도 처음부터 천우에게 기댈 생각으로 HC를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소리였다.

천우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생각보다 의지박약이네.'

그는 한은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좋아요. 제가 전면에 나서서 당신들을 돕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요?"

"저를 만족시킬 정책을 가지고 오세요. 제가 짜서 HC를 끼워 맞추는 식이 아니라 당신들이 적정선을 결정하고 HC를 투입시키라는 겁니다."

사실, 한은은 HC를 통해서 미국과 일본과의 외교마찰 없이 원화를 절상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환율조정은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의 의견조율이 중요한데, 그걸 천우에게 떠넘기려 했던 것이다.

'공짜로는 못 해주지.'

천우가 무조건 전면에 나서준다면 환율은 안정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 너무 적었다.

그는 자선사업가가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득이 없으면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사업가의 마인드 아니던가.

아마 한은은 이번 일을 통해서 천우에게 뭔가를 하나 더 내어줘야 할 것이었다.

천우는 과연 그 이득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한 셈이었다.

"저희들에게 시간을 얼마나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죠."

"급하면 급할수록 답이 빨리 나온다···."

"굳이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정답이긴 하네요."

"알겠습니다. 일단 청와대와 협의 후에 다시 답을 드리겠습니다."

공은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김중대는 천우가 만족할 만한 답을 가지고 올까.

'한 번 두고 보겠어.'

천우는 자못 기대가 되었다.

***

현보 전자와 행운 전자의 지분협상이 막을 내리면서 행운 전자는 현보 전자에서 완전히 갈라져 나와 사실상 매각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현재 행운 전자가 가지고 있던 D램 부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생산라인 일체가 현보에게 귀속되기도 했다.

이제 현보는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그와 함께 최호명이 뿌려놓았던 씨앗이 하나 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대만계 메인보드 회사가 현보 전자로 인수되면서 최호명은 대만과 한국, 미국 등에 공장단지를 늘리고 개발비용을 대거 출자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 이후로 꾸준한 노력이 있었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메인보드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의 판매량에 가장 큰 공을 세워준 건 그래픽카드였다.

최근 완성형 PC에 들어가는 외장그래픽카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현보는 나노 소프트와 긴밀한 공조로 그래픽드라이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와 연계되

는 어플리케이션을 대거 출시하였다.

특히나 나노 소프트의 윈도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자체 그래픽드라이버 마법사가 현보 그래픽카드에 최적화 되어 나온 데다 최근 출시한 게임과 그래픽디자인 프로그램 등이 이 드

라이버를 필수로 채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PC, 온라인 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하이엔드 컴퓨터의 보급이 많아졌고 그 수요에 현보의 그래픽카드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셈이었다.

현보는 그래픽카드 G시리즈와 호환되는 메인보드를 생산해냈고 그에 따라서 현보의 완성형 컴퓨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세계 1위와 2위의 컴퓨터 제조회사인 MBI와 에플스에서도 해당 메인보드를 선택형으로 채택하면서 현보의 메인보드가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다.

현보는 미스릴 컴퍼니와의 공조 덕분에 이러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보의 인수합병이 결국은 엄청난 시너지를 가지고 왔음이 증명된 셈이었다.

1998년 여름, 현보 전자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발의했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펜티엄을 뛰어넘는 하이엔드 CPU의 출시였다.

모톨롤라에서 분가한 CPU제조회사가 미국의 3개 회사를 합병하면서 기술력을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대만과 일본, 한국계의 기술이 합쳐지면서 이와 같은 기염을 토해낸 것이었

다.

물론, 최호명은 이 하이엔드 CPU를 통해서 현재 1위인 아이텔을 찍어 누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브랜드 네임드와 승자독식구조에서 현보가 아이텔을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현보의 CPU가 하이엔드 시장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디를 가든 높은 스펙의 하드웨어가 필요한 곳은 반드시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호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업의 다변화를 꾀하였다.

기존의 MPU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 전자기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보의 MPU는 출시하자마자 전자기기 제조업자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최호명은 비서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CPU의 시장점유율이 18.2%로 나타났습니다. 그에 반해 MPU와 메인보드 등은 여전히 1위에서 2위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CPU경쟁사들의 추이는 어떻죠?"

"테일즈 CPU의 경우엔 점유율 20.1%입니다."

"사실상 아이텔의 독점이로군요."

"하지만 우리 쪽 상황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최근 테일즈의 CPU에서 이상발열이 감지되면서 대대적인 리콜명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CPU와 비슷한 스펙의 하이

엔드 장비에서 말입니다."

"오호, 그렇다면 우리가 하이엔드 시장을 독점할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드디어 최호명이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이 서서히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비서실은 계속해서 다음 보고를 이어갔다.

"다음 보고는 소재생산 부문입니다."

"연구 성과는 어떻습니까?"

최호명의 질문에 비서실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제는 자체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46.(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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