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91화 (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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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

체스터 카렐 센트럴 이사회 장에 침묵이 가득했다.

일동은 제 17번째 이사회의 멤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녀가 이스트우드 컴퍼니의 대표이사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이스트우드 앤 카렐 컴퍼니의 대표이사 카트리나 이스트우드는 평소와는 다른 뇌쇄적인 느낌의 여자였다.

천우는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아, 할머니···.'

그러자, 그녀가 찡긋 윙크를 보냈다.

이사회는 회장선출에 대한 안건을 상정시키기로 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체스터 카렐 센트럴의 회장 선출에 대한 표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두 명의 후보가 참가신청을 했습니다. 한 명은 그룹의 이사이자 부회장이신 애덤 카퍼필

드, 나머지 한 명은 창립주의 따님이시자 이사회의 회원이신 줄리아나 카렐입니다."

이미 9 대 8, 승부는 끝이 났다고 볼 수 있었다.

아마 표결이 시작되면 카퍼필드 가문은 그대로 수술대 위에 오르는 셈이었다.

애덤의 아들 윌리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쾅!

"빌어먹을,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회사를 아주 자기들 마음대로 다 돌려먹는군!"

"돌려먹어?"

이사회 장 뒤에 서 있던 천우가 발끈해서 나서려 했다.

그러자, 카트리나가 그를 대신해서 일어났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가 천지분간을 못하고 날뛰네? 그럼 가문경영체제였던 회사를 가문에서 돌려먹지 어디서 돌려먹나? 굴러 온 머슴 새끼가 박힌 돌을 빼는 것이 당

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네놈의 대가리에는 마요네즈만 들어있다고 보는 게 맞겠어."

"저 요망한 할망구가···?!"

"그리고 기왕지사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 부회장인지 뭔지 하는 양반은 지금 구치소에 있잖아? 국가반역죄로 말이야. 미국의 시민이 운영하는 회사에 국가의 반역자가 있다?

이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야?"

"···저런 할망구가?!"

아마도 카퍼필드 가문에서는 존 카렐이 와일드카드로 이스트우드를 지목해두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스트우드가 체스터 카렐 센트럴의 이사회 멤버로 등용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었다.

체스터 카렐은 이미 40대에 처가를 이사회의 멤버로 지정해놓고 일정한 지분을 증여했다.

그런 후, 처가가 이사회의 멤버라는 것을 은폐시켜버렸다.

이스트우드 가문에서는 오금자가 공식적인 요청이 있기 전까지는 정체를 숨기다가 요청이 있으면 정체를 밝히도록 되어있었다.

전대 회장 리처드 카렐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나 사망 직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죽기 직전, 그는 여동생 줄리아나 카렐에게 모질게 굴었던 것을 후회하며 언젠가는 여동생에게 속죄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와 같은 와일드카드를 남겨 둔 것이다.

그걸 존 카렐이 잘 간직하고 있다가 지금 이 순간에 내민 것.

카퍼필드 가문은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보안요원들이 난동을 부리는 윌리엄에게 다가와 진정하라고 경고했다.

"이사님, 앉으시죠. 한 번만 더 난동을 부??첩? 弔하탑합????."

"···빌어먹을."

별 수 없이 자리에 앉은 윌리엄, 사회자는 계속해서 이사회를 진행했다.

회장선출에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거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1번 후보이신 애덤 카퍼필드를 회장으로 선출하고자 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카퍼필드 가문은 당연히 손을 들었다.

그 뒤를 따르는 체스터 카렐의 손자들도 손을 들었다.

헌데 황당하게도 그 처가에서는 손을 들지 않았다.

"···장인어른?"

"미안하이.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하니 말이야. 이해해주리라 믿네."

이렇게 되면 벌써부터 쪽수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주주총회까지 끌고 갈 것도 없었다.

어차피 주주총회에 나가봤자 존 카렐이 줄리아나 카렐에게 지분을 다 몰아주었기 때문에 그녀가 대주주인 상태였다.

주주총회에서의 의결은 지분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시간낭비라고 볼 수 있었다.

사회자는 계속해서 회의를 이어나갔다.

"2번 후보이신 줄리아나 카렐을 회장으로 선출하고자 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미 확보된 9표 이외에 3표가 줄리아나 카렐을 지지하였다.

이로서 회장선출은 줄리아나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새로운 회장직에 줄리아나 카렐님께서 선출되셨습니다."

짝짝짝!

이제는 이사회 상석으로 옮겨가 앉은 오금자.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내 생명이 허락하는 한 회사를 이끌어보겠습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그녀를 따르는 이사들은 박수를 보냈다.

물론, 나머지 세력들도 박수를 치기는 했다. 못내 떨떠름해서 억지로 치는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사회가 끝난 후, 체스터 카렐 센트럴의 회장이 줄리아나 카렐로 변경되었다.

취임식은 없었고 그녀가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 편.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애덤 카퍼필드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되었다.

더스틴 퍼거슨에게 대규모의 로비를 했던 것이 국가반역죄와 엮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변호사를 가져다 붙여놓아도 이것이 반역과 연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더스틴 퍼거슨은 협의를 인정했고 해외로 자금을 반출했다는 정황까지 스스로 내어놓았던 것이다.

이제 그는 피할 길이 막막해졌다.

그런 가운데 이사회의 와일드카드가 이스트우드 컴퍼니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애덤은 허망하게 웃었다.

"허! 그 요망한 것들이 아주 자기들끼리 짜고 쳤군 그래!"

"원래 그 회사는 친족경영체제 아닙니까."

"···제기랄, 끝까지 나를 종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로군."

"이제는 어쩔까요?"

아들 윌리엄의 질문에 애덤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뭘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메모지를 요구했다.

"잘 받아 적어. 스위스은행 계좌에서 내 이름으로 된 채권을 찾아. 그리고 그걸 가지고 유럽으로 가라."

"유럽으로 가라고요?"

"어차피 미국에 있어봤자 반역자 아들로 낙인찍히기 밖에 더 하겠냐?"

"그럼 회사는 어쩌고요? 이제 와서 회사를 포기하자고요?"

애덤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체스터 카렐 그룹은 모레성이나 마찬가지였어. 파도 한 번이면 무너질 모래성 말이야."

"······."

"가라.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마. 이 애비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그럼 아버지는 이제 어쩌려시려고요?"

"그래도 재산은 있어. 손가락질은 받더라도 미국에서 계속 살아봐야지. 그래야 내 자손들은 그럭저럭 먹고 살 거 아니냐."

만약 운이 좋아서 애덤이 재판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는 평생 CI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한 번 반역자와 엮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 딱지를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면회 끝났습니다!"

"아, 아버지!"

그는 아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감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영국금시장연합회(LBMA: Location Based Marketing Association)에 뜻밖의 호재가 돌았다.

지중해 연안에서 시작되었던 대규모 선단 발굴이 활황을 띄면서 미국 월스트리트에 펀드가 새롭게 개설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호재로 인하여 금값이 하루 사이 0.25%떨어졌고 월스트리트의 발굴펀드는 보물관련 펀드로서는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과 영국의 전문가들이 400년 전에 침몰한 선단의 금이 지하에 묻혀 있다는 것을 직접 보증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그곳에서 금괴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었다.

비록 500kg의 금괴였으나 금속학자들의 연대측정에 의한다면 400년 전의 물건이 확실하다고 했다.

찰칵, 찰칵!

밥 윌러스는 나스닥에 상장한 '윌러스 탐사대'의 발굴펀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가지고 온 자료들을 가지고 나왔다.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레드홀 투자였다.

레드홀 투자는 밥 윌러스의 공식 파트너였고 이 회사를 통해서 펀드를 개설, 대량의 투자 금을 유치해 두었다.

지금까지 모인 투자금의 규모는 대략 4천만 달러.

펀드는 날개를 단 듯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윌러스 대표님! 최근에 금괴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후훗, 대량이요? 그걸 대량의 금이라고 표현하시다니요."

"네? 그게 무슨···."

그는 테이블 위에 의문의 상자를 올려놓고 있었다.

윌러스가 상자를 열어보니 엄지손가락보다 약간 더 큰 다이아몬드가 마흔 개 남짓 들어 있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발굴지에서 건져 올린 보물의 일부입니다."

"허억! 저게 몇 캐럿이야?!

"다이아몬드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정도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상자 째로 가라앉아 있는 발굴지가 실존한다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물건이 나올지 장담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밥 윌러스는 기자들의 앞에 거대한 지도를 펼쳐보였다.

어지럽게 꼬여 있는 실선들.

그는 이것이 바로 동아시아 최고의 원행상단인 최가 상단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400년 전, 최가 상단의 원행은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서양의 환율 차이를 이용해서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동양에서의 은과 서양에서의 은이 갖는 가치가 꽤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이용했던 겁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도 무역을 했으나 상단과 상인들에게 금은보화를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아서 챙겼습니다. 우리가 추산하기로는 그 당시의

어지간한 소국, 혹은 공국보다 최가 상단이 훨씬 더 부유했다고 보여 집니다."

"으음!"

"이들은 정기적으로 금을 가지고 지중해를 지나다녔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넘쳐나는 금을 아시아로 가지고 가고, 반대로 아시아의 사치품을 유럽으로 가져다 준 것이죠. 당

시의 스페인은 식민지 구축과 교역으로 엄청난 금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쓸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었는데, 최가 상단은 그 틈바구니를 노리고

들어가 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입니다."

어느 새 기자들은 밥 윌러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스르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의 선단 12척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맙니다. 아시아에서 가지고 온 비단과 향신료 등을 공급해주고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엄청난 풍랑이 불어 닥친

것이죠."

"선단 12척? 그렇다면 금이···."

"선박 12척에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죠."

"허어!"

"처음엔 우리도 반신반의했습니다. 허나 저들은 확실히 엄청난 양의 보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굴 초기에 보물 상자와 금괴상자를 발견하지 않았습니까."

"오오!"

"이미 주변국가와의 상의도 끝났습니다. 그 보물들, 전부 우리의 것입니다."

밥 윌러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외쳤다.

콰앙!

"우리가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찰칵, 찰칵!

기자들의 카메라가 그가 제시한 자료들을 필름에 담아갔다.

그렇게 담긴 기사와 자료들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중해 남부에 잠든 12척의 선박, 젊은 부자를 만들다!]

[바다에서 기업을 건진다? 윌러스의 기적!]

그는 이제 세계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 45.(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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