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79화 (7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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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계절은 어느 새 늦봄에 이르고 있었다.

현보 그룹과 행운 그룹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대한 경영권 주도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비메모리와 메모리 부문의 통합으로 인하여 사실상 행운 그룹의 기술지분은 사실상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행운 전자는 과연 무엇이 자신들에게 이득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부품공유였다.

"···그러니까,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우리의 부품을 전자제품에 도입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팔겠다?"

"그런 셈이죠. 이런 걸 두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라고 부르지요."

"흐음."

현보 그룹의 CEO들은 전부 해외의 유능한 비즈니스맨들로 교체가 되었다.

이는 현보가 친족사업에서 탈피하여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었다.

현보 전자의 CEO 크리스찬 윅은 행운 전자가 제시한 조건이 썩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부품을 공유함에 있어서 생기는 이익관계를 다시 조종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겨우 고지 중간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행운의 질문에 대한 현보의 답은 일단 'OK'이었다.

"세부사안을 조율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부품공유를 통한 공동이익 창출이라는 목표는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대화는 아주 잘 통하는군요."

두 사람은 부품공유에 대한 초안을 구성한 후, 행운 전자에서 반도체부문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합병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주식시장에 전달되었지만 현보 전자의 주가는 다소 약보합세에 그칠 뿐이었다.

비메모리부문을 인수한 것이 다소 무리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인수자금으로 꽤 많은 돈이 출자되기는 했으나, 행운 반도체의 성공적 인수로 인해 주가가 보합세로 돌아서 일단 주기의 현상유지에는 성공한 셈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과연 메모리 반도체의 과잉공급 및 한미무역 분쟁이라는 쌍둥이 악재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었다.

현보의 선택은 소재산업으로의 진출이었다.

다만 최호명의 생각에 메모리건 비메모리건 간에 더 이상의 생산라인 확충이나 영업영역 확대 등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해서 내린 최종결정은 사업의 다각화, 그리고 규모의 축소화였다.

오히려 행운 반도체를 인수한 이후에 현보 전자는 인수규모에 비해서 회사의 전체규모가 다소 후퇴한 경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HC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대만과 일본의 회사 네 곳을 인수했으나, 이 역시 투자금액에 비해 회사의 팽창은 생각보다 적었다.

최호명은 생산라인을 감축하는 대신에 사업의 다각화와 생산 공정의 자율화 등을 통해서 이득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게다가 슈팅스타는 HC와의 지분공유를 통하여 호주의 석영광산의 채굴권을 획득했다.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영광맥을 다수 보유한 호주의 '롱 코즈메니아' 광산은 예로부터 질 좋은 석영이 다수 채굴되기로 유명했다.

이 광산을 천우가 헐값에 매입하면서 HC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는데, 슈팅스타는 롱 코즈메니아 광산을 비롯하여 HC에 귀속된 10개의 광산에서 석영을 채굴하는 대신 중국, 대만계 채권을 HC에게 넘기면서 지분을 공유하게 된 것이었다.

이로서 원자재부터 소재, 생산, 제품출시까지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채굴장비와 인력 등은 HC와 공유하기 때문에 슈팅스타는 상당히 싼 가격에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호명은 현보 전자에게 현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생산라인이 상당히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형국인데, 이것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 손자회사의 형태로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회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완제품을 만들어내라는 지시였던 것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완제품으로 판매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 제품군은 여전히 수요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도 챙길 이득이 많으리라, 최호명은 그리 판단했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97년 8월.

국제 반도체가격이 50% 이상 하락하였고, 그로 인하여 한국 반도체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거론하고 있었고 이제는 대대적 감산까지 고려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현보 전자는 이미 대대적 감산으로 생산라인을 감축시켰고, 사업의 다변화로 인해 부진의 늪에서 유일하게 흑자행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심지어 현보 전자는 동종업계보다 반 박자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바로 초정밀 절단기기 부문의 자체생산 성공이었다.

지금까지 반도체에 들어가는 초정밀 절단기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현보가 미국과 대만의 업체들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그곳에 산발적으로 뻗어 있던 조각들을 수집하여 하나로 이어버린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경쟁업체로서 기술공유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부분이 슈팅스타의 개입으로 인해 하나로 통합이 된 셈이었다.

심지어 이제는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눈을 뜨고도 믿기 힘든 결과, 불과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현보의 생산규모는 대기업 서열 4위였지만 실질적인 흑자폭은 1위였다.

항간에는 현보가 이제 곧 컴퓨터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허나 최호명은 아직 컴퓨터를 만들어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MBI와 애플스라는 엄청난 규모의 회사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아직 시기상조일 뿐, 논외부문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8월 말, 현보 전자는 미국의 GPU생산회사인 아비디아를 찾아 갔다.

***

오금자가 체스터 카렐 센트럴의 경영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천우는 그녀의 준비과정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HC의 내실을 다지는 중이었다.

김영실은 천우에게 8월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들에 대해 보고했다.

"미스릴의 사업보고입니다. 현재 블루자드의 매출이 한 달 사이, 240% 이상 성장했습니다."

"아마존스와의 시너지는 어떤가요?"

"기대 이상입니다. 이대로라면 AE사의 CD게임들이나 일본의 콘솔게임들도 시너지를 받아 원가절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릴 컴퍼니 휘하의 게임회사들이 역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미권에서는 블루자드가 연일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인지도를 쌓은 블루자드는 95년에 워드 크레프트를 발표, 큰 히트를 기록했다.

그 이후 96년에는 핵 앤 슬레시 게임인 '다이블루'를 출시하여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97년 현재, 미스릴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개발환경에 힘입어 '스텔라크레프트'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블루자드의 게임은 출시마다 매가히트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 게임들을 판매하는 대행사들조차도 신바람이 날 정도였다.

미스릴 컴퍼니는 해당 회사들의 게임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 미국의 도서, 레코드 판매회사인 시애틀의 아마존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스는 IT부문 전자상거래로 도서와 레코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미스릴이 거액을 주고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서 CD의 안정적인 배송이 가능해 진 것이었다.

이제는 아마존스의 활동영역을 넓혀서 유럽과 아시아로도 타이틀 보급에 나설 예정이었다.

미스릴의 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넥스트 컴퍼니의 '돌풍의 나라'가 히트라고 말씀드렸던가요?"

"그랬었지요."

"프랑스에서 돌풍의 나라를 정식으로 서비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오호, 프랑스요?"

"조만간 북미 쪽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올 것으로 예상된답니다. 얼마 전, 북미의 에이전시가 넥스트와 접촉했다는 것으로 압니다."

돌풍의 나라는 천우의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버렸다.

미스릴의 막대한 자금이 후원을 해주니 게임개발의 인프라가 천우의 전생보다 훨씬 더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CN소프트는 어떤가요?"

"베타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9월부터 유료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인데, 배포 플랫폼은 미스릴 컴퍼니의 '이터널 스테이션'입니다."

"가격산정은요?"

"통상적 가격과 같습니다. 분당 20원에 서비스하기로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압니다."

"흐음."

현재 돌풍의 나라는 이터널 스테이션을 통해 분당 20원에 서비스 되고 있었다.

허나 지금의 통신환경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단가였다.

아마 ADSL 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머드게임의 단가도 미래와 근접하게 내려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미스릴에도 통신회사들이 있죠?"

"네, 그렇긴 하죠."

게임의 가장 큰 부작용이겠지만 게임이라는 건 한 번 붙잡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런 게임을 분당 20원씩 나간다는 부담감을 안은 채로 한다는 건,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고스톱을 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시간당 20원을 부담하기 싫으면 게임을 하지 말라는 식이 아니고 최소 한 달에 3~4만원만 주면 날밤을 까든 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오히려 훨씬 이득이었다.

"그 회사들에게 통신환경이 개선 될 때마다 보고하라고 전해주세요.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게임이용비용을 내려서 3~4만원 내외, 월정액으로 정착시킬 겁니다."

"정액이요?"

"머드게임의 수익다변화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문제입니다. 통신시장만 개선된다면 이득은 충분할 테니, 다변화를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다시 잡으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김영실은 천우의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그런 후, 그녀는 천우에게 한 권의 서류뭉치를 내밀어보였다.

"이게 뭡니까?"

"슈팅스타에서 보내온 제안서입니다."

제안서를 펼쳐보니 그 안에는 현보 전자가 완성컴퓨터를 만들었을 때, 나노 소프트의 OS를 탑재할 수 있도록 협상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완성컴퓨터를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나 이들의 제안은 조금 달랐다.

"게임특화 GPU를 얹어서 팔겠다···?"

"최근 3D기반의 게임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잖습니까. 심지어는 머드게임에도 3D를 씌워서 출시했고요. 아마도 게임시장이 팽창할 것에 대비해서 아예 특화된 PC를 판매하겠다는 전략 같습니다."

현보 전자는 전격 게이밍PC를 만들어서 시장에 보급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우선 그를 위해서 OS에 GPU시스템을 얹어서 팔 수 있도록 나노 소프트와 협상하고 그걸 현보의 제품에 특화시켜 프리미엄을 얹겠다는 생각이었다.

"흐음, 하지만 MBI나 애플스 등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게다가 나노 소프트가 두 회사의 수요를 발로 차버리고 현보를 선택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아마 이번 프리미엄은 일종의 광고효과라고 생각됩니다."

"광고효과요?"

< 39.(2) > 끝

ⓒ 풍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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