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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머신 재벌 3세-75화 (7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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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슈팅스타의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인수전이 시작되었다.

천우는 그동안 모아왔던 넥서스의 지분을 전량 슈팅스타에게 양도했고, 그 대신 현보전자의 지분 8.5% 가량을 받기로 계약했다.

한 편, 한국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소유한 행운 전자에서 슈팅스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들은 반도체 제조업체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현보전자와의 지분공유를 제안해 왔다.

최호명은 행운 그룹과의 합병을 승인하는 한 편, 경영주도권을 놓고 추후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현보의 자금력은 분명 행운 그룹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누가 뭐래도 슈팅스타는 세계 굴지의 투자기업이며 행운 그룹을 몇 개나 사고도 남을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문제는 반도체 기술 지분이었다.

행운 전자는 반도체부문을 떼어내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득을 취하기 위한 포지션을 채택하고 있었다.

기술력이 전무한 현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현보가 메모리의 제조기술과 판매력, 그리고 비메모리 부문에서 크게 발전한다면 행운전자에게 인수자금을 주고 떠나라는 발언까지 할 수 있었다.

최호명은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서 미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우선 현재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기기 제조회사인 모톨롤라에서 D램 제조회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곤 곧바로 줄을 댔다.

최근 모톨롤라는 반도체 생산부문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었는데, 미국의 한국과 대만계 메모리 진입장벽 수혜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존립이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

해서 D램 생산부문에서 철수하게 되었는데, 자금력만 충분하다면 행운 반도체와의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었다.

슈팅스타는 천우의 인맥으로 모톨롤라 반도체 부문을 인수할 수 있었다.

현재 미스릴 컴퍼니는 모톨롤라와 업무협약을 통해서 친분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는데, 모톨롤라가 제조공장 프로세서 개발에서 미스릴 컴퍼니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미스릴 컴퍼니는 게임, 백신을 포함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닷컴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독보적인 회사라 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제조회사이면서도 IT, 닷컴, 게임부문 지주회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전 세계를 휘두를 정도였다.

천우는 모톨롤라 반도체의 대표이사 엘마르 뒤퐁을 만났다.

엘마르 뒤퐁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애초에 비메모리 부문으로 진출했었다면 손해가 조금 더 적었을까요?"

"흐음, 글쎄요.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모톨롤라는 세계 핸드폰시장 지분율 1위를 달리는 독보적 기업이다.

허나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에는 그룹 해체라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천우는 그들에게 뼈 있는 조언을 해주었다.

"잘하는 걸 하세요. 그리고 거기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도록 노력하세요. 당신들은 당신들이 잘하는 게 있잖습니까?"

"으음!"

"그리고 최대한 넓게 보세요. 어떤 순간에도 앞서나가려 노력하되 시대를 앞서나가는 진취적인 발상을 하십시오."

"진취적 발상이라!"

천우는 조언을 해주고 일어나려 했다.

바로 그때, 엘마르 뒤퐁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

"혹시 우리 회사의 사외이사가 되어주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사외이사요?"

"전략기획부문 사외이사가 되어주신다면 귀하의 회사에 우리 회사의 지분 일부를 드리겠습니다."

모톨롤라는 최근 경영권 승계를 통해서 수뇌부가 결정된 상태였다.

엘마르 뒤퐁은 창업주 폴 린빈의 외증손자로서 차후 모톨롤라의 최고경영자가 될 사람이었다.

그는 천우를 모톨롤라로 끌어들여 회사의 구조적 정리를 도모하고 향후 전략기획수립을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엘마르 뒤퐁은 일생일대의 빅딜을 걸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아버지에게 반도체부문을 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CPU회사를요?"

"네, 그렇습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톨롤라의 CPU는 아이텔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히트를 쳤다.

허나 한 차례 경영권분쟁을 겪은 후, 모톨롤라의 반도체부문 경쟁력이 많이 쇠퇴한 상황이었다.

지금 최호명이 인수하지 않더라도 CPU부문은 계속된 부진과 비메모리 시장의 승자독식생리에 의하여 도태되어 계열분리수순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금 모톨롤라 반도체를 완전체로 내어줌으로서 보다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꽤나 대범한 빅딜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

인물도감에 엘마르 뒤퐁은 꽤나 소심하고 매사에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천우는 마샤에게 물었다.

'마샤, 인물도감이 왜 이래? 실제 성격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인간에게는 의외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AI가 감당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저는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두어서 지식을 쌓았고, 그건 다시 말해서 인물도감을 구성할 때에도 SNS를 사용하였다는 소리입니다.

'대외적으로 밝혀진 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소리군?'

-그 이외의 업데이트는 주인님께서 직접 해야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한 70~80%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그 이외의 섬세한 부분까지 가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천우는 인물도감의 메모기능에 엘마르 뒤퐁의 이런 의외의 면을 기재해두었다.

[의외의 승부사]

천우는 그의 빅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좋습니다. 그렇게 하자고요."

"오오, 정말입니까?"

"다만 제가 쓴 소리를 한다고 해서 분란이 생기면 곤란합니다.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겠죠?"

"물론입니다! 욕이라면 얼마든 먹을 자신이 있습니다!"

인물도감에 엘마르 뒤퐁은 외증조부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방천지에서 욕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허나 그 모든 것이 엘마르 뒤퐁의 잘못은 아니었다.

경영권 분쟁에서 그는 한 발자국 빠져 있었다가 관련 인물들이 병사 및 돌연 잠적으로 회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름대로 회사를 잘 이끌고 있었고 지금도 핸드폰시장의 독보적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제가 욕을 먹지 않도록 해드릴게요. 물론, 앞에서 욕을 먹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당신이 승리자가 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당신만 믿겠습니다."

사실, 엘마르 뒤퐁은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천우에게 손을 뻗었을까.

천우는 장사꾼이다.

장사꾼에게 거저 도움을 바란다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에 타당한 대가를 치른다면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가 천하무적이 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일주일 후, 지분수령 후에 본격적으로 회사의 가지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죠?"

"그러시죠."

천우의 또 다른 명함이 생겨버렸다.

***

96년 12월.

한국정부의 OECD가입이 98년으로 미뤄져 버렸다.

여야의 공방전으로 인하여 결국 정책이 변경되어 원화가 절하국면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기업의 숨통을 꽉 조여 왔던 대출금리가 8%대로 대폭 완화되었고 추후 5%까지 내린다는 것이 한은의 목표가 되었다.

항간에는 야당의 정치보복으로 인한 OECD가입 불발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한국의 무역수지는 점점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었다.

원화절하로 인하여 유럽 및 아랍권 수출특수를 맞았고 일본의 엔저 덤핑공세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97년 2월, 대한민국의 건설사 11개가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천연자원 인프라 구축 사업을 떠나게 되었다.

HC는 이 과정에서 아시아 전역의 건설사 및 중공업 회사들을 대거 끌고 들어가면서 대대적인 돈놀이를 했다.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얻는 시너지 이외에도 100억 달러 대의 돈놀이로 꽤나 짭짤한 수익을 끌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춘삼월.

이제 슬슬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우는 아버지의 권유로 체스터 카렐을 추모하는 사교모임에 나갔다.

이번 모임은 카렐 학파의 젊은 학자들이나 학파일원들의 자녀들이 나오는 3월 사교의 장이었다.

이 모임에 6월 추모모임에 나오는 사업가들도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처음 천우가 모임에 나가더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 몇 명은 만나 수 있을 것이었다.

강남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천우가 승용차에 올랐다.

수행비서 이명근은 천우에게 오늘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읊어주기 시작했다.

"오늘 모임에는 한국 태상 그룹의 자녀 네 명을 포함하여 한국계 재벌 7명과 일본계 재벌 5명, 대만계 재벌 4명이 참석합니다. 또한, 미국 내 유수의 투자기업의 자녀들도 대거 참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아시아에서도 참여를 하나요?"

"원래는 참석하지 않다가 대표님께서 참석하시니 다들 관심을 갖고 나서는 것이죠."

"흠, 그런가요?"

"게다가 듣자하니 원래 이 모임은 폐지될 예정이었답니다. 학파의 자녀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대표님의 부친께서 참석하지 않으시니 중심을 잃게 된 것이죠."

"뭐야, 그럼 제가 아버지의 땜빵이란 말인가요?"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것은 없고요."

"···어쩐지 아버지의 마수에 걸린 것 같은데 이거."

"부친께서는 아드님을 워낙 사랑하지잖습니까. 뭔가 큰 뜻이 있겠지요."

아버지의 아들 사랑이 지극한 거야 천우가 제일 잘 알지만 그래도 뭔가 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다.

잠시 후, 행사장에 도착한 천우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행사장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우와, 여긴 분위기부터 다르구나."

대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행사장은 정기모임과는 사뭇 다른 젊은 감성이 느껴졌다.

행사장 안의 흐르는 노래도 요즘 유행하는 스페이스 걸스의 '워너비'와 같이 신나는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입고 있는 옷들도 정통의 정장에서 캐주얼로 많이 변화해 있었다.

행사장 구석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천우는 이곳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미래에서 왔는데 격세지감이라니. 웃기는 일인데 이거.'

천우의 등장에 행사장의 시선이 한 번에 몰렸다.

아직 그들은 천우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어머니의 우월한 유전자와 마샤의 호르몬 조절로 탄생한 엄청난 피지컬이 천우를 걸어 다니는 조각으로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193cm의 훤칠한 키에 당대최고의 여배우 어머니를 살짝 남성화 시켜놓은 얼굴.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남성성까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는 더벅머리를 약간 다듬은 헤어스타일이었는데, 요즘과는 다소 동떨어진 스타일이었음에도 빛이 났다.

이런 경우를 머리가 얼굴빨을 받는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누구지? 배우인가?"

"아니야, 무슨 배우가 저렇게 덩치가 좋아? 분명 모델일 거야."

다소 어색하게 행사장 안으로 들어선 천우는 묵묵히 주린 배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달그락거리며 접시를 비워가고 있는 와중에도 그 주변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웅성, 웅성···.

지금까지 인기가 없어봐서 잘 몰랐지만 너무 잘생긴 것도 피곤하다는 걸 천우는 이제야 깨달았다.

먹는 둥 마는 둥 접시를 비워내던 천우의 테이블로 한 남자가 다가와 철푸덕 앉았다.

"이게 누구신가. 우리 친척 아니셔?"

고개를 들어보니 금발 벽안의 애송이가 앉아 있었다.

천우는 '이 새끼는 또 뭔가' 싶었다.

허나 명찰을 보니 이놈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브루스 카렐]

< 37.(2) > 끝

ⓒ 풍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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