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58화 (58/202)

< 29. >

29.

한 편, 조의창은 스르르 미소를 지었다.

'뭐야, 이렇게 쉽게 미끼를 물다니?'

조의창도 신이 아니고서야 아베 노보루의 비자금이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지 알 도리는 없었다.

그는 주민당 극우세력이 독도문제를 일으킴에 따라서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선거에서 졌으니 어떻게 해서든 만회 표를 얻어야하는데, 마침 저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베 노보루의 뒤를 집요하게 캐고 다녔다.

그리고 대략 3개월 후,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

아주 오래전에 동경은행이 주민당 우익방파의 뒷주머니가 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동경은행에 대한 아베 노보루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것이었다.

슈팅스타를 일본까지 불러서 동경은행의 인수를 와해시켰다, 그것도 보너스까지 얹어주면서 말이다.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 뒷조사를 해보니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 확증은 없었으나 미끼를 던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멘탈이 좌우로 마구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공은 조의창에게로 넘어왔다.

"아르바이트, 할 겁니까? 말 겁니까?"

"···우선 얘기 좀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통장 빼앗긴 사람치곤 꽤 여유가 넘치시네요. 다른 노선으로 알아봐야 하나, 이거."

"사람을 가지고 놉니까?!"

"그럴 리가요. 다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기밀유지를 위해 정보망을 닫아놓는 것뿐입니다."

아베 노보루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분노와 수치심.

'···사람을 아주 졸로 보는군!'

속으로 욕설을 마구 지껄이던 아베 노보루.

허나 그는 이내 주먹을 살며시 풀어놓았다.

조의창의 말처럼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은 이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

언젠가는 저놈한테 똑같이 복수를 해주고 입을 닫도록 만들자면 어느 정도는 손을 잡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위험한 적일수록 가까이 두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한 차례 심호흡 후, 그는 자신이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뭐, 그럽시다. 말해 봐요, 아르바이트가 뭔지."

"현보 그룹 아시죠? 우리가 수술 좀 합시다."

"···뭘 하자고요?"

"수술이요. 전자부문 수술해서 밑 좀 털어내면 분명 남는 게 있을 겁니다."

아베 노보루는 당황했다.

허나 분명 끌리는 제안이긴 했다.

"수술해서 돈을 벌면 좋긴 한데, 수술도구가 없잖습니까."

"하하, 없긴요. 일본에서 핵심부품 몇 개만 수출규제해도 현보는 망할 텐데요?"

"······!"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슈팅스타라도 소재와 부품까지 손댈 수는 없겠죠. 실제로 그들은 금융과 부동산에만 미쳐 있지 않습니까."

"만약 저들이 길길이 날뛰며 우리 쪽 채권을 마구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러니 그 전에 적당히 협상을 봐야죠. 그쪽에서 규제만 걸어줘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벼랑 끝 전술을 펼치자는 것이다.

평소의 아베 노보루였다면 아마 넘어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달랐다.

"···일정을 좀 조율해봅시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것 같네요."

얘기를 듣고 보니 아베 노보루가 조의창의 목에 개줄을 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국의 전자산업을 위해하는 일이라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생각은 조의창 역시 똑같이 하고 있었다.

'···걸려들었어!'

그는 아베 노보루를 개줄로 묶어서 현보를 사냥한 후, 놈을 현보와 동경은행 등과 싹 잡아 엮어 솥단지에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위험한 동상이몽이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지는 미지수였다.

허나 확실한 건 이것이 희대의 치킨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

치킨게임이 시작된 곳은 또 있었다.

천우는 계속해서 CDS의 변동추의를 관리하는 한 편으로 재무부의 관련법안 재정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는 다니엘 마빈스가 토플러 마빈스의 이사회를 설득하여 재무부와의 연계로 CDS의 리스크를 또 한 번 분산시킨 전략의 일환이었다.

헌데 엉뚱하게도 CDS를 가지고 간 영국계 회사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최근 영국정부는 경제특구 마련 및 북부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와 같은 정책으로 해외의 자본 세력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영국의 금융시장은 불안했고 재정적자 및 무역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단이 벌써 4년 째 공백상태였다.

금융의 장기불황, 결국 그들은 CDS를 영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CDS는 분명 획기적인 금융상품이다.

허나 이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영국계 은행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CDS를 풀고 그 파생상품까지 만들어서 마구 유통시키고 있었다.

금융계의 양대 산맥인 영국에게 미국은 분명 CDS의 위험성에 대해 몇 번이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수지악화의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금융계는 단비를 만난 듯, CDS라는 폭탄을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CDS도입 3개월 만에 영국은 미국의 CDS시장을 따라잡아버렸다.

실로 엄청난 성장세였다.

토플러 마빈스 그룹에서는 HC투자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허나 천우는 반대 입장이었다.

CDS 파생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리스크를 교환한다는 목적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A라는 CDS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에서 B와 C, D, E가 갈라져 나오고 그 안에서 다시 B1, B2, B3, C1, C2, C3 등등이 갈라져 나올 것이다.

규제가 없는 파생은 단순히 리스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불리는 일이 된다.

베오링스와 같은 범국제적 사건이 터지면 X-1군의 보상금 리스크를 X군이 짊어지게 되고 그것은 다시 A에게로 돌아오는 연쇄적 타격이 모여 금융가를 아예 몰락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파생상품과 그 범위를 법으로라도 제한하라.'

CDS를 만들어 배포시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슈퍼보이의 전언이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걸 들은 영국정부가 이런 제안을 해왔다.

"신용부도스와프 협회장을 맡아주시면 어느 정도 질서가 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CDS협회 회장이라."

나쁘지 않았다.

CDS를 통한 건강한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천우가 앞으로 스와프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이다.

"협회장직을 수락해주세요. 대신 회의는 서면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하자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영실은 천우에게 올린 보고서를 잘 갈무리해서 서류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또 다른 서류를 꺼내어 주었다.

"자회사에서 검토를 좀 부탁드린답니다."

서류에는 '개발자금 충당을 위한 사업다각화에 대한 보고서'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현재 미스릴 컴퍼니의 회사들은 아직은 게임에서의 수익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다각화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 일환으로 일반 소프트웨어 사업을 추진해서 수익을 내고 그를 바탕으로 재투자를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과 특허 등은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보고였다.

"결국 일감을 찾아 나서겠다는 소리군요."

"저들도 언제까지 우리의 개발비지원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일감이 필요하다면 천우가 줄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쌓게 해주는 방법도 있었고 천우가 상호간의 기술협약을 통해? 사업鳴▥??? 진행해준 기업들에게 직접 일감을 물어다주는 방법도 있었다.

허나 가장 좋은 방법은 저들에게 특화된 일감을 직접 선택하게 해서 천우가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전하세요. 지금 올린, 이 보고서에 대한 구체적 기획안을 작성하고 주요 공략대상이 누구인지까지 작성하라고요."

"대표님께서 공략대상을 직접 요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포트폴리오를 짜서 자체적 심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공략대상을 요리하는 건 그 다음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감이 필요한 건 IT기업이나 기타 프로그램 제작업체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럼 그쪽까지 영역을 확대하도록 하죠."

아무리 자금을 투여해봤자 자생능력을 잃어버리면 기업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한다.

때문에 최대한 영향력을 적게 행사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은 것이었다.

정확히 3일 후에 보고서가 다시 올라왔다.

보고서를 읽어보니 각기 가진 장기들이 다 달랐다.

어떤 회사는 웹 부문이 강하고 어떤 회사는 보안부문이 강하고, 허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의 주특기가 아주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회사의 특성이 드러나는군."

어떤 사업이든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것이 좋다.

분명한 색깔을 가졌으니 천우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포트폴리오를 보낼 수 있었다.

그는 통신과 국방, 그리고 기타 서버 및 보안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대략 일주일 후.

슈퍼보이의 추천서를 받고 들어갔던 포트폴리오 전부가 채택되어 일감을 물어갔다.

비록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업그레이드 하청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것이었으나, 대기업 산하에서 꽤나 두둑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큰 수수료를 받는 회사는 총 세 곳이었다.

서버운영업체 AE, 웹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야호, 한국의 보안업체인 F3이었다.

특히나 야호의 저력은 대단했다.

아직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지도 못한 대학생들이 만든 이 작은 회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통신대기업 AT&E에 하청업체로 선정 되었다.

AT&E에서 말하길, 저들은 상당한 괴짜 기질을 가진 것은 분명하나 아이디어와 실력 하나는 최고라고 했다.

그들은 AT&E의 데이터베이스관리 시스템을 개조해주었고, 그 방식이 미래의 검색엔진과 꽤나 비슷했다.

야호는 나노소프트가 애플스와 맺었던 디자인차용에 대한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AT&E에서는 그에 대해 '아이디어는 그들의 것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말해주었다.

"잘 키운 대학생들 두 명이 어지간한 중견기업보다 낫구나!"

미국 전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AT&E에서 나오는 인센티브는 엄청났다.

이제는 HC가 야호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금액쯤이야 수 십 배는 더 뽑고도 남을 정도였다.

AT&E의 데이터베이스관리 시스템을 만든 후, 그것을 계속해서 유지보수하고 업그레이드해야하기 때문에 야호는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거 신입사원을 뽑고 단기 아르바이트생도 모집하고 다녔다.

야호의 경영진은 이제 두 명, 아직 나이도 어렸기에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경영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모회사에 기대고 있었다.

천우는 야호에 과연 어떤 인재들이 모여 들었나 궁금해서 신입사원 차트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어지간한 사람은 인물도감에 다 올라 있기 때문에 검색만 하면 그가 과연 향후 거취에 대한 정보가 쭉 나왔다.

천우는 총 20명의 신입사원들의 명단을 차례대로 검색해보았다.

-마이트 호프만, 독일계 미국인입니다. 추후 IT회사인 리어코스를 설립하게 됩니다. 지금은 서버관리직으로 취직했습니다.

"오호라? 그럼 철새인 건가?"

-그건 모회사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가끔은 이렇게 잡으면 반드시 이득이 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그래서 천우는 시간이 나면 그룹 내 모든 회사의 신입사원 차트를 달라고 부탁하곤 했었다.

계속해서 검색해 나갔다.

-엘리 베이직, 대학교 4학년의 미국인입니다.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으로 빠질지, 취직을 할지 고민 중입니다. 98년에 구골을 창업합니다. 미래의 동업자는 아직 메릴랜드 대학에 있습니다.

"에엥? 구골의 창업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고?"

< 29. > 끝

ⓒ 풍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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