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54화 (54/202)

< 27.<-----여기서부터 유료화 시작입니다. >

27.

방위산업체 보이그 디펜스의 대표이사 호퍼 보이그는 슈퍼보이의 전언을 읽어보았다.

그리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자기가 업체와 업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

호퍼 보이그의 비서진들은 슈퍼보이의 영향력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조언했다.

"갤럭시 오일컴퍼니의 채굴사업에 참가한다면 사업의 다각화는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을 마음껏 실험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땅꾼도 아니고 갑자기 탐사장비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겠나?"

"물론 아니지요. 하지만 슈퍼보이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아니, 그라서 가능한 겁니다."

비서진들은 천우의 제안서를 호퍼 보이그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보낸 제안서에는 셰일유전탐사 및 시굴에 필요한 기술들에 대한 분석표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이는 현 방위산업체들이 가진 기술력을 하나씩 짜깁기하기만 해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호퍼는 의구심이 들었다.

"잠깐. 이 많은 자료들을 도대체 어떻게 얻어낸 거야? 아니, 당장 우리부터도 이렇게 많은 자료를 넘긴 적이 있었던가?"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그가 가진 지분이 얼마인지."

"아아!"

국방산업체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낼 때, 자사의 기술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투자금을 더 얻어내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회사들이 가진 기술력이 일부 공개되었고, 주주들은 기밀유지 의무를 바탕으로 해당 기술의 정보를 습득하게 된 것이었다.

특히나 HC투자의 경우엔 이미 이 부문에서는 큰 손으로 성장하고 있던 터라 정보취득이 훨씬 쉽다고 볼 수 있었다.

호퍼 보이그는 그제야 슈퍼보이의 기획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정도면 굳이 차관을 끌어올 필요가 없겠어. 이를 바탕으로 투자만 유치해도 당장 개발자금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잖아."

"맞습니다. 그리고 슈퍼보이는 우리 각 방위산업체에게 두 번째 선물도 주었습니다."

"두 번째 선물?"

"각 회사의 사업 분야에 대한 교류를 통해서 합법적, 그리고 도의적으로 일감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한 겁니다."

"안 그래도 계속해서 공생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잖아?"

"사실, 공생이라기보다는 눈치싸움이지요. 허나 슈퍼보이가 제안한 구도는 원청으로 받은 일감을 합리적으로 나누어 공유하자는 겁니다. 이를 테면 수주에 대한 지분을 나눈다고 할까요?"

"으음. 우리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부 하도급 개념이나 기술차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여러 가지 합작을 해보자는 거지?"

"맞습니다. 폐쇄적인 구조에서 탈피하자,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헌데 그 중재는 누가 한단 말이야?"

"업체 간의 의견조율이 있어야하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슈퍼보이가 관리시스템의 중추가 되었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최근 정부와의 스킨십도 꽤 늘어가고 있는 마당인데다 정보력은 심지어 우리보다 뛰어나잖습니까."

방위산업체의 정보력은 타의 추정을 불허할 정도로 빨라야한다.

비단 로비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 기대어 살기에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었다.

기술력과 함께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의 정보망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들보다 슈퍼보이가 더 앞서나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차피 정보력에서 뒤질 바엔 차라리 그를 얼굴마담으로 세워 정보공유의 명분을 얻자, 뭐 그런 건가?"

"비슷합니다."

"흐음, 슈퍼보이가 우리와 깊숙이 연관된다면야 우리로서도 나쁠 건 없지. 하지만 그가 우리를 과연 한 식탁에 앉아 고기를 써는 식구로 생각하겠냐는 것이 문제지."

"그렇게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받았으면 주고, 줬으면 요구하는 관계가 된다면 식구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이웃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거대 금융업계와 석유재벌까지 옆구리에 낀 남자다.

항간에는 CIA와 공조한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마당에 그를 잡기 위해서라면 영혼의 절반이라도 떼어줘야 할 판이긴 했다.

그는 로비 팀에서 일부를 차출하여 HC투자 전담인력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자네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잘 마크해봐. 또 알아? 이 줄을 잡고 우리가 보이그 본사의 중추로 올라가게 될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천우는 모교에서 석사과정을 거의 마치고 이제는 카렐 학파 연구소의 연구원 자격으로 들어가 자신이 만든 이론을 학문으로 정립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 경영도 경영이지만 진외증조부의 모교에서 소수의견 투자동아리에서 시작했던 자신의 학문을 제대로 정립하고 싶었다.

물론, AI를 통해서 정립을 분담하기 때문에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학문을 만들어나가고 있기에 경영과의 병행이 가능했던 것이긴 했다.

추후에는 박사 학위도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건 나중 문제였다.

현재 천우의 키는 183cm에 약간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변해 있었다.

아직도 그는 골격을 만들고 다져나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근육은 그다지 커지지는 않았다.

다만,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한다면 그냥 약간 마른 어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건장했다.

오늘은 한국에서 오금자가 오기로 한 날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정장을 입은 맵시가 아주 좋았지만 얼굴은 아직 앳된 소년에 불과했다.

"이질감이 좀 있네."

-익숙해질 겁니다. 아직 골격발달에만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에 근육발달은 대략 17세 전후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으음, 그래? 그나저나 이놈의 키는 도대체 몇 cm까지 키울 생각이야? 벌써 180cm가 넘잖아."

현재 천우의 나이 14세, 도대체 얼마나 키가 크게 될지 살짝 걱정이기도 했다.

키도 적당히 커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마샤는 이미 천우의 성장한계를 정해놓았다.

-주인님께서 예전에 193cm가 가장 적당한 키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해서, 193cm까지 키를 키울 생각입니다.

"우와, 아버지보다도 훨씬 더 큰 거잖아?"

-물론 커야지요. 그게 세대를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래."

-아버님께서 주인님을 낳아서 2세대를 만든 것처럼 주인님도 나중에 2세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우월한 유전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와,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어?"

-우리는 이렇게 발달된 신체와 뇌를 고스란히 제 2세대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주인님이 이 집안의 장손으로서 대대손손 가문을 크게 키우겠다는 포부와도 어느 정도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보니 속이 참으로 깊은 녀석이구나, 너."

-AI는 계속해서 성장합니다. 주인님이 영면에 접어든 그 이후에도 말이죠. 비록 인간을 모방하긴 했습니다만, 저의 감성도 그와 함께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존재가 바로 AI가 아닌가, 천우는 그리 생각했다.

천우는 할머니를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차근차근 외출을 준비했다.

그때쯤, 김영실이 찾아왔다.

"대표님, 아직 댁에 계셨군요."

"부사장님이 이 시간엔 어쩐 일이신가요?"

"원래는 퇴근 하는 길이었는데, 얼마 전에 보이그 사에서 보낸 선물이 생각나서 잠깐 들렀습니다."

"보이그?"

그녀는 'HC'라는 글귀와 함께 슈퍼맨 로고가 박힌 열쇠꾸러미를 천우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뭡니까?"

"전용기를 운행할 수 있는 꾸러미를 열 수 있는 열쇠랍니다."

"어엉···? 전용기를 선물로 줬다고요?"

"비록 운수용 여객기보다는 작지만 어지간한 대가족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실물은 보지 못해서 자세한 건 모릅니다."

"으음, 그렇군요. 그나저나 이런 물건을 왜 보낸 걸까요?"

"이들은 물건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잘 봐달라'고요."

"한마디로 뇌물인 거네요?"

"친해지고 싶어서 준 것이니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

의례 거래처에 선물을 보내곤 하는 게 비즈니스의 오랜 관습이자 관행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허나 선물을 비행기로 주는 회사가 있다는 소리는 미래에서 온 천우로서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이게 한두 푼도 아니고. 그냥 돌려줄까요?"

"받으시죠. 회사 전용기로 쓰면 좋을 것 같은데요. 관리는 저쪽에서 알아서 해준답니다."

약간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기왕지사 주는 선물이라면 사양은 하지 않기로 했다.

김영실은 보이그 사의 격납고로 가면 비행을 할 수 있을 테니 위임장만 가지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잠시 후, 오금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천우야, 할미가 지금 시애틀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오늘은 못 갈 것 같구나.

"네? 갑자기 왜 시애틀로···"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나봐. 티켓을 바꾼다는 게 그만 시애틀로 오는 티켓으로 잘못 발권을 받았지 뭐니.

"아아! 그래서 제가 비서를 보내드린다니까."

-괜찮단다. 오랜만에 시애틀 구경도 좀 하지 뭐.

천우는 한시라도 할머니를 더 빨리 만나고 싶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게 되어버렸다.

그는 할머니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뉴욕 서부의 보이그 전용 비행장으로 향한 천우는 입구를 지키는 가드에게 자신이 만든 HC대표이사의 위임장을 건네주었다.

"체스터 카렐 님의 따님을 모셔와야 해요."

"그러시군요. 지금 당장 비행을 준비시키겠습니다."

보이그는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아무리 방산계열을 계열사로 독립시켰다고는 하나 그 역량은 전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그런 회사에서 천우를 이리 깍듯하게 대하니, 그제야 천우는 자신의 위치를 절감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준비된 전용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 뭉뚝하긴 하지만 안정감 있는 바디에 튼튼한 날개, 게다가 비행기의 몸통에 떡하니 박힌 HC투자의 로고까지.

가장 인상적인 적은 비행기의 머리에 'for super boy'라고 적힌 글귀였다.

"이야, 로비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하는구나!"

비행기 안에는 승무원 세 명과 기장, 부기장, 그리고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아 등이 완비되어 있었다.

기장은 행선지인 시애틀까지 단숨에 날아가겠다며 인사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천우는 오금자에게 자신이 마중을 가겠다며 비행기는 캔슬하라고 말해두었다.

그리곤 단숨에 날아 시애틀 터코마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던 오금자는 전용기 게이트로 오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그곳에서 손자가 나오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서 물었다.

"천우야, 거긴···."

"헤헤, 선물로 비행기를 받았거든요."

"으응? 선물로 비행기를 받았다고?"

"그렇게 됐어요. 원래는 나중에 할머니랑 같이 첫 비행을 하려 했는데 행선지를 잘못 찾으셨다고 해서 제가 직접 왔어요."

"어머나,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한껏 자란 천우를 보며 오금자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이젠 정말 장성했구나. 어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어."

"헤헤, 그래요?"

"바로 출발할 작정이니? 배가 고프구나."

"그럼 기왕 온 김에 여기서 하루 머물다가 갈까요? 기장님하고 승무원들에겐 제가 따로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말해둘게요."

"그래, 그럼 그럴까?"

천우는 오랜만에 조모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27.<-----여기서부터 유료화 시작입니다. > 끝

ⓒ 풍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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