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머신 재벌 3세-13화 (13/202)

6.(2)

현보 그룹의 회장 집무실 안.

최충의 회장은 수행비서진에게 전략기획실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낭독 받고 있었다.

"엔화절상으로 인해 올랐던 철 값은 달러화의 일부 절하로 인해 보합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로 인해 한결의 전체적인 총 이익이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서 앞으로 3개월 후엔 평년보다 15% 오른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사람이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군 그래."

이 안에는 수행비서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충의 회장의 최측근인 부회장 이부현과 조광수도 함께 있었다.

각각 최충의의 오른팔과 왼팔인 그들은 회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쭉 최충의를 보필해왔던 충신들이었다.

사람들은 최충의가 이들을 무한 신뢰하기 때문에 부회장 두 명까지 범 현보일가로 부르곤 했다.

조광수가 말했다.

"금번 달러화 약진으로 인해 한결이 한 숨 돌렸습니다만, 그래도 재고회전율이 나쁜 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나마 제과회사의 재고회전율이 그룹 내 최고이기 때문에 조삼모사라고 생각됩니다. 뭔가 강력한 조처가 후속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네는 총괄이사를 믿나?"

"다른 걸 몰라도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내잖습니까."

"고금리 시기이니 금융이나 자금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그와 함께 유럽투자시장 공략이 강력한 투자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유럽의 경기는 바닥을 찍은 상태였다. 아직도 바닥에서 탈출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 달러화의 절상에 맞춰서 유럽통화의 절하가 이어졌기에 무역주도의 경기불황 타계가 확실시 되었다.

투자란 모름지기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만약 지금 투자한다면 유럽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 할 수 있었다.

조광수는 투자에 능했지만 최충의는 뭔가 조금 다른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아니야. 뭔가 조금 더 장기투자적인 방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장기투자라면 어떤···."

"글쎄. 미국이나 일본 쪽 아니겠나?"

"지금은 엄청난 포화상태입니다만."

"다 그런 건 아니지. 원자재, 상품 등은 아직 여유가 있어.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이런 과잉생산에 투자를 한다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고금리에 통화절상 시기에 부동산이라니요."

최충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답변이었던 모양이다.

"좋아, 과잉생산. 그것 때문에 아주 난리지. 하지만 생각해봐. 미국이 옥수수를 단 5%만 줄여도 세계 곡물시장이 휘청거려. 그런데 만약 유가가 조금이라도 올라서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 그럼 어떻게 되겠나?"

"아아!"

"경제위기나 호황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리스크 역시 영원하지 않다는 걸 명심하게."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더 공부하겠습니다!"

"공부는 무슨. 자네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내어놓은 거야. 오히려 공부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게."

"예, 회장님!"

두 부회장은 최충의의 이런 면에 반해서 스스로 수족을 자처했었다.

물론 그를 빼닮은 큰 아들이 회장에 오른다면 당연히 따를 생각이었다.

허나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그런 뛰어난 전략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다시 총괄이사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흐음. 그렇긴 하지."

"혹시 버리기 아까운 카드라고 생각하십니까?"

"자네들이 보기엔 어떤가."

두 명의 부회장은 이견 없이 그를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권력욕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서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질은 뛰어난데 대기업 총수감은 아닌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다면 영업총괄본부장은?"

영업총괄본부장의 직함은 이사, 전략기획총괄이사와 같은 급이다.

그가 바로 이 회사의 후계자인 최희명이었다.

두 형제의 급은 같지만 그 능력 자체는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났다.

부회장들은 다소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력을 등에 업고 회사를 살려낸 것은 맞습니다만···."

"능력이 많이 모자란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봐. 자네들도 회장후보가 마뜩찮은 것 아닌가?"

"뭐, 그렇다곤 해도 대안이 없잖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칼잡이라도 결국 장군의 자질이 없으면 내쳐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

"흐음."

"다만 문제는 최호명 이사가 회장직 승계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줄 것이냐, 그것이 관건이겠지요."

안 그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최호명을 잃는 건 상당한 타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사회는 분명 아직까지 최호명을 지지하고 있지만 어차피 등기이사 세 명 이외에 나머지는 전부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주주총회까지 가더라도 그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다만 최호명이 가진 영향력이 거래처와 협력사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이 문제였다.

위 두 가지 문제는 주가에도 약간의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두 부회장의 근심이 큰 것이었다.

"최희명 이사에게 지분을 상속하실 때, 사돈 되시는 조희창 의원 댁과 담판을 지으시지요. 각서라도 써서 공증 받고 조의창 목덜미에 개줄을 채우는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조의창을 이길 사람이 없는데 그깟 공증 한 번 박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지만 법이라는 틀이 있는 한···."

"법의 틀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아마 우리 현보 그룹도 없었겠지."

"아아!"

"이 회사가 어떻게 세워졌나, 그걸 한 번 잘 생각해보게. 자네들이 지고 나른 돈이 어디 한 두 푼인가?"

"하긴, 그렇습니다. 저희들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야. 자네들이 그리 생각할 만해. 호명이 그놈, 내가 너무 크게 키워버렸어."

"···뭐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금방 안정될 겁니다. 우리가 여기저기 뿌려둔 돈이 얼마인데요."

최충의가 재계의 큰손이라 불리는 것은 통상 오가는 비자금의 10배, 20배, 아니 그 이상의 돈을 먹인 후에 사후관리까지 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업을 영위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남들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금액을 정치인들 아가리에 꾸역꾸역 쑤셔 넣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비자금을 받지 않는다면 이부현과 조광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받게 만들고 그 이후에는 완벽한 현보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꽤 많은 돈을 지출하였다.

로비가 아무리 불법이라고 국가에서 못을 박아봤자 이들은 꿋꿋이 자신들의 소신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소신, 이건 현보 그룹을 이루는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이것이 바로 현보 그룹의 비공식적 사훈이었던 것이다.

세 사람은 인간성이 아주 바닥은 아니었지만 기업가로서의 역량과 사생활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실제로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이었다.

"조만간 동생들과 모여서 논의하는 자리가 있을 거야. 잘 협의해서 지분상속 준비하자고."

"작은 회장님들에겐 뭐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총괄이사가 자리를 뜨면 그쪽 우호지분도 약간 흔들릴 텐데요."

"우호지분···."

승계구도가 무리 없이 확립되려면 각종 우호지분이 끈끈하게 결속되어야 한다.

인간이란 무릇, 작은 틈만 생겨도 발톱을 드러내는 동물이다. 아무리 가족, 친지, 친구라곤 해도 돈 앞에선 안색이 확확 바뀌는 것이 인간이었다.

만약 지분을 나누어 간 사람들 중 허파에 바람이 차서 엉뚱하게 최호명을 밀어준다고 설친다면 골치가 아파 질 수 있었다.

"그놈, 아들이 하나 있잖아."

"최천우 군 말입니까?"

"그래, 그놈. 무슨 신문에도 나오는 것 같던데?"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아이큐가 200에 벌써부터 장사를 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장사를 해···?"

조광수는 생각하면 아직도 웃긴 듯, 피식 실소하며 말했다.

"처음엔 고철을 수집해서 팔았다가 이제는 커피를 타서 공순이 시다들에게 돌린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놈인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큐 200이라···. 인간이 아이큐 200일수가 있나?"

"지금까지 최고 높은 아이큐가 220이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200정도면 인간의 범주이긴 해도 최상급 두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A급이 하나 나왔네···."

최충의는 이게 반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천우로 인해서 어떻게 해서든 판이 뒤집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놈, 한 번 잘 살펴봐. 과연 싹수가 보이는지 말이야."

"관심이 생기신 겁니까?"

"천재라고 하니 신기해서."

"예, 알겠습니다. 사람 한 명 붙여놓겠습니다."

과연 6살 천재가 얼마나 똑똑할지, 약간은 기대가 되는 최충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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