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
303화- 새로운 출발(완)
화폭에서 나온 민성은 곧장 티노의 인도를 따라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지키는 무사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의 공격을 일검도 버티지 못하고 차가운 시신이 되었다.
“이거 경계가 너무 허술한데?”
한참 지하로 내려온 민성은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침입자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한 탓이었으리라.
“마음의 준비는 됐어요?”
민성은 아이템 창에서 낡은 열쇠를 꺼내며 티노를 힐끗 바라봤다.
“넘치다 못해 흐른다, 인간. 빨리 열어 줘라! 빨리!”
“거참.”
티노가 꼬리까지 흔들며 재촉하자, 민성은 피식 웃으며 열쇠를 꽂아 넣으려 했다. 그때.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대단해.”
갑자기 웬 남자가 문 앞으로 튀어나와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곤 양팔까지 벌리고 민성을 환대했다. 그러나 그의 환대와 달리 민성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왜 저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지배자를 만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저놈이다! 저놈 때문에 선생이 도망 다녔다!”
티노는 민성의 뒤에 숨어 고래고래 소리 질러댔다. 민성은 티노를 다독여 주곤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공사다망하신 분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공사다망하긴. 매일 빈둥거린다고 욕이나 얻어먹고 있는데. 아니, 애초에 그렇게 살려고 일하는 거 아냐?”
민성의 물음에 남자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보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
작업장 주변을 바라보는 두카스의 얼굴에는 상냥함이 빠진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계의 문 아닙니까?”
민성은 두카스의 의중을 살피고자 얼굴을 힐끗거리면서 답했다.
“그런 이름도 있긴 한데, 그보단 쓰레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숨겨진 입구라고 말하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
두카스의 말에 민성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티노의 부탁을 승낙했을 때 이미 쓰레기장으로 들어갈 거란 것 정돈 생각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뚫린 길이 아닌 샛길인 줄은 몰랐지만.
“장담할게. 열어 봐야 좋은 일 하나 없을 거야. 오히려 난장판이 될 거다.”
지배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계의 문을 어루만졌다. 사실 사계의 문은 샛길 용도로 만들어진 문이 아니었다. 사계의 문이 열리면 쓰레기장의 모든 문도 따라 열리게 된다. 인간을 혐오하는 5대 지배자가 인간을 쓸어 버리기 위해 만든 문이었다. 인간이 스스로 문을 열고 멸망의 길에 접어들길 바랐던 문.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열고 들어가면 지배자님께서 다시 닫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 넌 심각성을 몰라. 내가 괜히 막아 놨겠어? 하여튼 다들 미친놈들이라니까? 왜 포인트를 그딴 곳에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어.”
일이 그리 쉽게 돌아갈 것이었다면 그 역시 이곳에 오지도 않을 것이었다. 인간이 사계의 문을 열면 다시는 닫히지 않는다. 5대 지배자가 문에 걸어 놓은 저주였다. 그렇다고 문을 없애자니 선임이 사용한 포인트의 몇십 배를 토해 내야 해서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지배자는 차분하게 문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설명해 주곤 민성을 응시했다.
“이제 왜 내가 막아섰는지 알겠지? 돌아가. 지금 돌아가면 다 눈감아 줄게. 솔직히 너도 지금 생활이 썩 나쁘지 않잖아? 다른 사람들이 아등바등 코인 모아서 겨우 아이템 하나 장만할 때, 너는 루비로 상식 밖의 아이템을 사 모으고 말이야.”
두카스의 말에 민성은 눈을 움찔거렸다. 그 뜻인즉슨 알면서도 묵과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알고 계셨습니까?”
“원인을 알게 된 건 최근이지만?”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유쾌한 표정을 지어 보이다 무거운 얼굴로 민성을 바라봤다.
“근데 물어나 보자. 대체 어디서 얻은 거야?”
본래 선임이 알고 있던 일이라면 그 역시 기억의 전승을 통해 알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두카스는 루비의 출처를 몰랐다. 그나마도 선임을 그의 손으로 죽였으니, 이제 알 방법이라곤 민성의 입이 전부였다.
“글쎄요.”
민성은 묘한 미소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 역시 버섯에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뿐이지 확실한 출처는 몰랐다. 다만 그 사실을 말해 줄 이유도 없었다.
“뭐, 괜찮아! 그 덕에 나도 포인트 꽤나 만졌으니까. 하지만 괴수를 이용해 사욕을 채우려는 건 용서하기 어렵더라.”
“그것도 알고 계셨습니까?”
두카스가 바크와 나누었던 거래를 언급하자, 민성은 뜨끔한 속을 덤덤한 표정으로 가렸다. 아무리 지배자라 해도 사적인 만남까지 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너에 대한 관심이 크기도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배잔데 그 정도 일은 알고 있어야지.”
지배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어 갔다.
“나는 너뿐만 아니라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욕망에 홀린 범죄자들부터, 욕망을 죽이고 살아가는 수행자들까지 모두 말이야. 근데 지금 네가 하려는 행위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걸 앗아 가려는 행위나 다름없어.”
민성이 말이 없자, 두카스는 계속 설득을 이어 나갔다.
“문이 열리면 그나마 멀쩡했던 곳들에도 쓰레기가 쏟아지겠지.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거야. 현장에 있던 네가 더 잘 알겠지?”
지배자는 손가락을 튕겨 작업장에 커다란 홀로그램을 띄웠다. 안에는 거대한 얼음성을 보며 흡족해하는 아두르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네가 상대하기 벅차했던 아두르야. 쓰레기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니 장소에 집착을 하지. 냉정하게 말해 저놈이 농땡이 부릴수록 점점 더 상대하기 어려워질 거야.”
지배자는 민성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다 계속 말했다.
“근데 네가 문을 열면 저런 쓰레기가 3마리에 대량의 쓰레기가 인류를 덮치겠지. 그래도 열 생각이니?”
“예.”
“그래, 잘 생각… 뭐?”
예상을 넘어선 답에 지배자는 할 말을 잃고 민성을 바라봤다. 그러나 민성의 시선은 안절부절못하는 티노에게 쏠려 있었다.
‘애초에 녀석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도 없었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돼 준 녀석이다. 녀석의 간절한 소원 정도는 반드시 이루어 주고 싶었다. 그 결과 세상에 괴수들이 쏟아져 나와 고통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고통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모두 나눠서 감당하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겁니다.”
분명 괴수 무리에 쓸려 도태되는 국가도 나오겠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민성은 차분하게 그리고 덤덤하게 대화를 지속했다.
“진정 사람을 사랑하신다면 믿고 맡겨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품에 안고 키우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
두카스는 허허로운 웃음만을 흘리며 민성을 바라봤다. 그와는 대비되는 뜻을 가진 민성이지만 그가 내놓는 말은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시기만 다르다 뿐이지 언제고 터질 문제 아니었습니까?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는데 여태껏 안 뚫린 게 신기할 정돕니다.”
“비슷한 일은 있었지.”
과거에도 한 번 문이 열린 적이 있었다. 전 지배자가 관리하던 그 당시에는 사람들의 문명이나 기술 수준이 낮던 때라 곤욕을 치렀다. 그 결과, 사람들은 문명보다 앞선 스킬과 아이템을 가지게 되었고 큰 혼란이 발생했다. 결국 보다 못한 전 지배자는 막대한 포인트를 써 사람들의 기억을 수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습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기 직전이면 적어도 자식들 불러 모아 놓고 얘기해서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게 하셨어야죠.”
민성의 비판에 지배자는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민성을 바라봤다. 언뜻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힘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 네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더라면 인류는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진중한 물음에 민성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적어도 지금보단 나았을 겁니다. 갑자기 괴수들이 나타날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정말 인류를 위하셨다면 최소한의 방비책은 강구하셨어야 했습니다.”
외려 민성의 비판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지배자는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거 같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자. 레이첼!”
두카스의 부름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아한 여인이 귀신처럼 옆에 나타났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나, 은퇴하려고.”
갑작스러운 두카스의 말에 레이첼은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그를 째려봤다.
“또 헛소리하네. 항상 말하지만 그럴 시간에 일을 하라고, 일을!”
“모아 둔 포인트 사용하면?”
지배자가 포인트를 언급하자, 레이첼 역시 진중해졌다. 항상 늘어놓던 푸념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레이첼은 고개를 저으려다 곧 긍정했다.
“부족했었는데 방금 전쟁 종료로 들어온 포인트까지 합산하면 가능할 것 같네. 근데 진심이야?”
“그럼 농담처럼 들렸어?”
“잠깐만요.”
그들의 대화를 듣던 민성이 수상함을 감지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은퇴라뇨. 그게 무슨 소립니까?”
“네가 하면 다를 거라며. 그래서 네게 맡겨 보려고. 안 그래도 네가 제격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방금 대화로 확신했어. 극도의 이기주의가 인류에게 향하면 이 차원도 더 발전할 거라고. 거기다 루비까지 사용하니까 실력 향상은 말할 것도 없을 거고. 이야, 이번에 우리 차원에서 신이 나오는 건가?”
“네?”
지배자의 유쾌한 답변에 민성은 어처구니없어 실실 웃음을 흘렸다.
“아니, 그게 뭔 소립니까. 그런 귀찮은 짓을 제가 할 거라고 보십니까? 다 떠나서 제가 언제 하겠다고 했습니까?”
“지금부터 하면 되지. 레이첼! 포인트로 계승의 표식 구매할게.”
불길함을 감지한 민성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민성의 행동보다 두카스의 말이 더 빨랐다.
“계승의 표식 사용. 대상, 강민성. 인계하겠다.”
두카스가 왕관처럼 보이는 물건을 잡고 소리치자.
띠링-
[축하드립니다. 두카스로부터 지배자의 자리를 인계받았습니다.]
[제2 차원의 지배자가 되셨습니다.]
[제2 차원 아이린]
인구: 52억
주 종족: 인간
특성: 과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차원으로, 여러 차례 차원 전쟁서 승리한 명실상부 최고의 차원 중 하나다.
유의사항: 타 차원을 흡수하고 풍부해진 자원 탓에 군침을 흘리는 차원이 많다.
잔여 부토: 95%
[추가 사항은 안내인에게 설명 들으시기 바랍니다.]
“야! 잠깐… 잠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애초에 그런 자리 막 넘겨도 되는 거야? 어?”
“응. 그런 자리야. 그래도 생각보다 이점도 많아. 하지만 정 마음에 안 들면 너도 포인트 모아서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돼. 쉽지? 그럼 수고해.”
콩 볶듯 인계가 끝나자 민성은 기가 막혀 삿대질을 해 댔다. 그러나 두카스는 아랑곳 않고 어느새 낚싯대까지 챙기고 있었다. 민성이 막아서려는 찰나, 갑자기 기억의 홍수가 물결처럼 몰려왔다.
“큭….”
과거 인류를 만든 초대 지배자부터 지금의 두카스가 행한 일들까지. 방대한 역사가 민성의 머릿속을 뒤집어 놨다.
“인간!”
갑자기 민성이 쓰러지자, 티노는 다급히 민성에게 날아갔다.
“미안하지만 네가 찾던 사람은 이제 없어. 그 사람은 네가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바랐다.”
“뭐?”
두카스의 말에 티노는 멈춰서 그를 노려봤다. 그러나 두카스는 미끼통을 들고 휘파람 불며 지하를 벗어났다. 그 뒷모습은 꼭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의 그것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이 망할 새끼가… 설명이라도 하고 가야….”
민성은 두카스의 등을 죽일 듯 노려보다 혼절했다.
*
민성이 동굴에서 나온 지 3개월 뒤. 비밀스러운 집 안에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뭔가 좀 달라지겠거니 했는데, 달라진 게 없군.]
무할름은 잘 익은 스테이크를 들고 해먹에서 뒹구는 민성에게 내밀었다. 인간이 지배자 자리에 등극할 걸 알게 되고, 재밌는 구경거리가 늘어날 거란 생각에 흥분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왜 달라진 게 없어. 요리 실력은 많이 늘었네.”
[…….]
놈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며 한껏 일상을 누리는 게 전부였다.
“일을 하라고 일을!”
“아, 하고 있잖아! 안 보여? 너도 가서 고기 굽는 거나 좀 도와.”
다만 새로이 들어온 여인이 민성에게 독촉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통쾌했다.
“아직 멀었나?”
[…기다려라.]
무할름은 군침 흘리는 티노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인간이 데리고 있던 애완동물인 듯했다. 처음 봤을 땐 잔뜩 풀 죽어 있었는데, 어느새 기력을 회복해 지금은 인간 버금가는 작은 악마가 되었다.
‘이거 완전 개꿀이네.’
무할름이 속으로 욕지기를 늘어놓는 사이, 민성은 새로이 추가된 지배자 포인트란을 훑으며 미소를 흘렸다.
지배 포인트.
지배자가 되며 새로 생긴 화폐였다. 얻는 방법은 간단했다. 인구의 상승, 문명의 발달 등 차원을 관리하고 유지만 해도 포인트가 들어왔다. 그러나 만족스러울 정도로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타 차원과 전쟁을 벌여 승리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이제 버섯 캘 필요도 없고 전쟁도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고. 진작 내놓으라 할 걸 그랬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타워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뿐이었다. 다만 대리로 관리인을 입장시키는 건 가능했다. 그 탓에 경매장에 뿌려 둔 작물도 회수하지 못했지만 여한은 없었다. 대신 지배자 포인트가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좋아, 잘하고 있네.”
민성은 지배자의 시선으로 아두르가 머무르고 있는 대지를 살폈다. 처음에는 찾아가 죽이려 했으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놈이 제 영토를 확장하겠답시고 녹아내리던 북극을 다시 얼린 덕에, 그 공헌으로 민성은 꽤 많은 지배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상대하기 어렵긴 개뿔.”
과거 지배자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을 때가 떠올라 실소가 나왔다.
“가만있자….”
민성은 지배자 시선을 종료하곤 구매 목록을 열어 아이쇼핑하며 입맛을 다셨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나고서야 목록이 열렸기에 민성은 아이템들을 살피는 데 열성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타 차원 자유 여행 이용권(3년)‘은 꼭 사고 싶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포인트를 모아야 했다.
“문을 열어야 하나.”
‘흠… 인구의 증가보다 문명의 발달이 더 포인트를 많이 주니까, 역시 여는 게 낫겠지?’
단기적으론 손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 될 것 같았다.
“좋아 역시 여는 게 낫겠지. 투자는 장기 투자니까.”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건가, 인간! 와서 고기나 먹어라! 쓸모 있는 악마가 아주 잘 구워 놨다.”
민성이 고심하는 와중,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민성의 팔을 흔들어 댔다. 그 탓에 민성은 실수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띠링-
[타 차원 자유 여행 이용권(3년)을 구매하시겠습니까?]
[2,500지배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물품을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대체 재화인 루비로 물품을 구매합니다. 2,500루비로 타 차원 자유 여행 이용권(3년)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어라? 이것 봐라?”
연이어 뜨는 메시지에 민성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 설마하니 지배 포인트까지 루비로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루크!”
민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인생에 불만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엘프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예, 예. 뭔 일이십니까.”
“지금부터 버섯을 잔뜩 만들어. 난이도는 숨만 쉬어도 깰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어디 루비 좀 캐러 가 볼까.’
민성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비밀스러운 집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