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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85화 (28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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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 호출 (1)

“그래. 그러니까 되도록 먼 곳에 자리 잡아.”

[끙… 명심하겠다.]

바크는 그 외에도 민성이 언급한 몇 가지 주의 사항들을 확실히 숙지했다.

“재차 말하지만 방심하다 죽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겉모습에 속는 일 없도록 하고.”

[알겠다. 다음에 볼 때는 조금 더 나은 자리에서 그대를 대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그리고 이걸 잠시 맡기겠다.]

그 말을 끝으로, 바크는 침 뱉듯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 내 민성에게 건넸다.

[받아라.]

“이게 뭔데?”

민성은 손에 쥔 작은 목걸이를 살폈다. 목걸이의 주가 되는 체인은 검었고, 체인 끝에는 붉은 눈동자처럼 보이는 둥그런 물체가 걸려 있었다.

[뇌랑족 족장의 증표]

설명: 뇌랑족 족장임을 증명하는 물건으로서, 그들의 생김새를 고스란히 목걸이에 담아 놓은 듯하다. 뇌신에게 능력을 검증받은 이만이 목걸이의 진정한 효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증표를 들고 뇌랑족의 터전을 방문할 경우,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등급: ★★★★★

능력: 하루에 두 번 스킬 ‘뇌신화’를 사용할 수 있다.

[뇌신화]

설명: 전능한 뇌신의 힘을 잠시간 빌려 와 신체 능력을 대폭 강화시킬 수 있다.

능력: 세 시간 동안 힘과 민첩이 대량으로 증가한다.

찬찬히 설명을 읽어 내린 민성은 눈가를 긁적이며 바크를 응시했다. 아이템의 효능이 좋아 놀란 것도 있지만 뭣보다 이런 물건을 선뜻 맡기는 바크의 내심이 궁금했다.

“딱 보니까 밥줄 아이템인 것 같은데. 나야 고맙지만 이런 물건 줘도 되는 거야?”

[흥. 난 그런 물건에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바크는 고개를 바짝 들어 올리고 코웃음 쳤다.

“그래? 그럼 이건 내가 가져도 상관없다는 소리네?”

민성의 물음에 바크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재… 재차 말하지만 주는 게 아니고 잠시 맡기는 거다. 적어도 그 정도 물건은 맡겨 놔야 어떻게든 되찾을 욕망이 생기지 않겠나?]

“잘 보관하고 있을 테니까 반드시 찾으러 와. 만약 죽으면 내가 먹어 버릴 거니까.”

바크가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지 못하자, 민성은 웃으며 바크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반드시 되찾으러 올 거다. 그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지내라.]

민성의 장난스러운 으름장에 바크는 코웃음 치곤 등을 돌렸다. 그리곤 쏜살같이 어둠 속을 파헤치며 사라졌다. 민성은 바크의 꼬리가 흔들리며 만들어 낸 작은 원을 응시하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죽기를 기도해야 하나?”

잠시간 자리서 애매한 미소를 짓던 민성은 천천히 자리를 떴다.

*

바크와 헤어진 뒤 다음 날. 비밀스러운 집 안에선 고양이들이 머리에 큼지막한 포대 자루를 이고 길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냥냥!”

“좋아. 이쯤이면 됐어. 이제 그만 가져와도 돼.”

민성은 눈앞에 그득 쌓인 감자 자루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양이면 선물로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덤으로 쌓인 불량 재고도 처리하니 이보다 좋은 해결책은 없을 것이었다.

“냥!”

“그래. 너희도 들고 온 거 이쪽에 둬.”

뒤이어 낚시꾼 고양이들이 말린 잡어를 들고 오자, 민성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에게 말린다는 개념을 가르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공들여 잡은 생선을 바닥에 늘어뜨려 놨다는 이유로 녀석들의 슬픈 눈을 보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아이템 창.”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곤 곧장 자루들을 쓸어 담았다. 그리곤 다시 일에 매진하는 고양이들을 훑으며 집을 빠져나갔다. 집을 나선 화물차는 곧바로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이동했다.

“오랜만.”

민성이 경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신이 기다렸다는 듯 마중 나와 인사를 건넸다.

“겨우 일주일 만인데?”

살가운 환대에 미소 짓던 민성은 갑자기 한쪽 구석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도축이 끝난 것으로 보인 괴수들의 사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농담으로 말한 건 줄 알았는데.”

민성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본래 신의 행동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변이된 에너지 스톤을 통해 사람이 괴수로 변하는 꼴을 지켜본 터라 괴수의 사체를 이용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생겼다.

“무슨 소리? 아.”

민성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린 신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낮게 탄식했다.

“역하나 반드시 필요했던 일. 그래도 네 지인에겐 정상적인 음식만 제공.”

그리곤 덤덤하게 대화를 이어 가며 민성을 방 앞으로 안내했다. 안에는 몇 개 남지 않은 통조림과 마른 음식 조금이 전부였다.

“…….”

민성은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닫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입 증가. 이제 통조림 긁어 올 곳도 전무. 불가피한 선택.”

신은 근례에 난민들이 이곳으로 대량 유입됐다 설명을 덧붙였다. 이미 인근 백화점이나 식료품 가게는 털어먹은 지 오래니 식량 확보도 한계가 있었다.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이 정도로 빈곤한 상황에 처한 줄 알았다면 진작 구호물자를 가져왔을 것이다.

“전에 말했듯 내가 자초한 일.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작금의 세상에 식량보다 귀한 건 없었다. 하물며 그런 식량을 민성에게 부탁하는 건 너무도 염치없는 행위라 생각한 탓도 컸다.

“그래도 그렇지!”

신이 이상한 곳에서 꽉 막힌 모습을 보이자, 민성은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모르는 사이면 모를까,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그 정도 부탁도 어려워하나 섭섭할 정도였다.

“왜 그래?”

민성의 고함을 들은 아루는 화들짝 놀라 마른 식자재들 다듬던 걸 내팽개치고 민성과 신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민성들의 대화를 통해 대강 갈등의 이유를 유추하곤 한숨을 내쉬며 신을 바라봤다.

“이건 네 잘못이야. 네가 민성이에게 부담 지우지 않으려고 그런 건 잘 알아. 하지만 언제고 식량난에 처할 거란 건 예상한 일이잖아. 적어도 상의는 했어야지.”

“자력으로 해결 예상.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잘못 인정. 미안하다.”

아루의 날카로운 비판에 신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민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잔 게 아니라 상황이 안 좋을 땐 서로 돕자는 거지. 우리 그 정도 사이는 되잖아?”

그리곤 입가에서 씁쓸함을 지워 내며 아이템 창을 열었다.

“이게 다 뭐야?”

민성의 아이템 창에서 포대 자루가 쏟아져 나올수록 아루의 눈은 점차 휘둥그레졌다.

“구황 작물.”

신은 보석 다루듯 자루에서 두툼한 감자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알이 실한 것이 제법 묵직했다.

“이건 물고긴데?”

다른 자루를 열자 쏟아져 나오는 말린 물고기에 아루는 신이 나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한 양.”

요술 램프처럼 아이템 창에서 쏟아져 나오는 포대에 신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포대 자루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쌓이고서야 램프의 요정은 아이템 창을 닫았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충분하겠지?”

“충분? 반년도 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체 어디서 난 거야?”

“혜정 스님한테 부탁해서 자각사 농지랑 저수지 일부를 임대했어. 흔쾌히 빌려주시더라고.”

아루의 물음에 민성은 미리 준비해 뒀던 답을 내밀었다. 과거 자각사의 광활한 농지와 호수를 목격했었던 둘은 쉽게 수긍했다.

“아, 그리고 다른 것도 재배 시작했으니까….”

웅웅-

새로이 농지를 확장하여 배추 재배를 시작했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코트 안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 울리듯 진동이 울려왔다. 민성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코트를 여미었다.

“어쨌든 식량 말고도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최대한 지원해 줄 테니까.”

“그래. 앞으로 내가 파악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할게.”

아루는 입만 우물거리며 망설이는 신을 옆으로 밀쳐 내곤 귀엽게 웃었다. 그 모습에 민성 역시 미소로 화답하곤, 얼굴을 굳힌 채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여보쇼?]

메달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이종범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았다. 2주 만에 간신히 연락이 닿은 것까진 좋았으나, 자칫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직감한 탓이었다.

“정말이지 인사 한번 하기 어려울 줄은 몰랐어. 공사다망한 건 알지만 이쪽이 몇 수 접어 준 만큼, 연락은 받아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상호 간에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관계도 유지되는 법이야.”

이종범은 민성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민성의 행동을 질책했다.

[알지. 근데 이쪽도 개인사라는 게 있고 일정이라는 게 있으니 어쩔 수 있나?]

민성의 대답에 이종범은 잘게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지금 아쉬운 쪽은 그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능력자들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그런데, 과거 약조대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정당한 보수도 약속하지.”

이종범은 처음부터 갖고 있는 모든 패를 내보였다. 어차피 도움을 청한다는 것부터 일반 병사들로는 해결 불가능한 일이란 뜻이었으니 구태여 숨길 이유도 없었다.

[…….]

그가 저자세로 나오자 건너편에선 말이 없었다.

[그런 거라면 혜정 대사님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냐?]

“그게 가능했다면 구태여 연락도 않았겠지.”

대사는 강원도 토벌을 위해 나가 있는 상태였다. 충청도 지역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우회할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승낙하는 건가?”

[들어 보고.]

민성이 관심을 보이자, 이종범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각하께서 허락하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가을을 밀어내는 차가운 바람이 뺨을 건드릴 때마다 조급함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청도 토벌 작전도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충청도 토벌에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다.”

물론 민성과의 연락이 닿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먼저 소집에 응했던 능력자들을 모아 1차 원정대를 꾸리고 서둘러 전선으로 내려보냈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 탓에 민성에게 연락이 닿길 손꼽아 기다린 것도 있었다.

[구 토벌도 모자라 이제 도야? 나중에는 그냥 나라 전역을 청소해 달라고 하겠어?]

어처구니없다는 민성의 목소리가 메달을 타고 넘어왔다.

“그래서 이쪽이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이권을 보장해 준 거다.”

[그럼 버리지 뭐.]

민성이 심드렁하게 답하자, 이종범은 서둘러 뒷말을 이어 갔다.

“충청도 전체를 청소해 달라는 게 아냐.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원인만 해결해 줘도 아마 충분할 거야.”

[그게 뭔 소리야?]

“자세한 건 안전지대 외곽 제8 경계지로 오면 추가로 설명하지. 일단 와서 들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자리를 떠도 좋아.”

이종범은 습관처럼 안경을 매만지며 답을 기다렸다. 사실 그에게는 민성에게 의무를 강제할 힘이 없었다. 애초에 소집 거부권을 제공한 것도 그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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