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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69화 (26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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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화 - 괴수 관찰소

“선생을 찾아볼 생각이다. 선생이라면 분명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줄 거다.”

“선생이요? 찾을 방법은 있고요?”

민성은 나지막이 되물으며 눈매를 좁혔다. 선생이라면 티노를 생각할 줄 아는 공룡으로 만든 존재라 들었다. 허나 선생과 이별한 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들었는데 어찌 찾을지 의문이었다.

“일단 새도우 데몬 일족에게 찾아가보려 한다. 얼마 전 저쪽으로 돌아갔을 때, 그 일족에게서 선생으로 보이는 자를 목격했다고 들었다. 그걸 토대로 움직여보려 한다.”

티노는 친분 있는 일족이 제공했던 정보를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로지 새도우 데몬 일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그림자 호수. 그런 그림자 호수에 감히 낚싯대를 던져 그림자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자라곤 선생 말고 떠오르는 이가 없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민성은 티노가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냥 무식하게 돌아다니며 찾을 거라 생각했건만 녀석도 나름 발전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대신 내가 선생을 찾는 동안 놀고만 있어선 안 된다. 언제고 아두르에게 목숨을 잃기 싫다면 끊임없이 버섯을 찾고 강해져라. 그때는 놈이 문을 몰랐기에 가능했지 두 번은 없을 거다, 인간.”

“생각은 해 볼게요.”

그 또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민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윽고 문 앞에 도착하자, 티노는 비장한 얼굴로 민성을 바라봤다.

“반드시 저쪽으로 갈 방법을 찾아 돌아오겠다.”

그리곤 민성이 열어 준 문 속으로 날아갔다.

“그렇다고 꼭 찾아올 필요는 없는데.”

민성은 잔잔한 빛만을 뿜어대는 문을 가만히 응시했다.

*

한편 군의 출정 소식은 서울 전역을 강타했다. 라디오와 지역 내에 살아있는 스피커에선 연일 출전 소식을 알리며 그들의 분투를 기원하는 연설을 쏟아냈다.

“그거 들었어?”

“드디어 본격적으로 나가기로 했구먼. 우리도 한 손 거들어야 하는 거 아냐?”

도시 곳곳에서 절망만 남은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온전한 국권을 되찾기 위한 당찬 소식은 희망의 원동력이 되었다. 머지않아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달콤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 늙은 몸뚱이로 출전해봐야 죽기밖에 더하겠어? 전쟁은 젊은 피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요번에 보니까 건설업에 종사하던 사람들 찾던데. 가서 한 손 거들자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두 번 농담했다간 아주 잡아먹겠어? 가자고! 가!”

그저 질긴 삶을 이어가고자 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작업도구를 들고 일어났다. 흉물이 된 건물을 폭파시키는 폭파수, 새로이 건물을 올리는 작업자들 등, 사회 재건을 위해 옷소매를 걷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개척가의 미소가 서렸다.

“전방 1km 거리에 반투명한 액상 형태의 괴수 포착.”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출전한 군인들은 도시, 산속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전투를 벌여나갔다.

“발포 준비!”

전차장의 우렁찬 함성이 떨어지자, 전차의 포탑이 돌아가더니 목표를 조준했다.

“빌어먹을 개새끼들에게 쇳덩이 맛을 보여주자고! 발포!”

전차장이 세차게 수기를 흔들자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굉음이 천지를 울렸다. 포탄은 벼락 같이 쏘아져 나가 목표지점인 산 밑 저수지 부근을 강타했다.

퍽-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저수지에서 물을 흡수하던 슬라임 무리들은 폭발과 불길에 휘감겨 형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본디 핵만 살아있다면 언제든 자체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폭발의 열기는 그마저 불가능케 만들었다.

“포격 중지!”

전차장이 망원경을 내리곤 수기를 흔들자, 장갑차에서 대기하던 병력들이 쏟아져 나와 살아남은 괴수가 존재하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상황종료.”

살아남은 놈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병력들은 다시 장갑차에 탑승했다. 그리곤 다시 남하를 진행했다.

콰르르르-

“와아아아!”

“대한민국 만세!”

장갑차와 전차들이 무리지어 지나갈 때면, 숨어있던 생존자들은 그 소리를 듣고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군인들의 활약은 산악지대뿐만 아니라 도심지에서도 이어졌다.

경기도 안양 부근. 수많은 병력들이 도시 내를 돌아다니며 괴수들을 색출하고 박멸해 나갔다. 혹여나 남아있을 불씨마저 제거하고자, 지하의 터널과 하수도 등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은 빠짐없이 수색했다.

슥-

“돌격!”

“전부 죽여 버려!”

진입을 명하는 손짓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둥이나 무너진 건물 잔해 뒤에 은폐해있던 병력들은 어둠 속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야간투시경 탓에 좁아진 시야도 그들의 사기를 꺾진 못했다.

“크릉!”

병력들이 돌격하기 무섭게 나지막한 울림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야간투시경에 작은 삽자루를 쥐고 등에는 짐 보따리를 맨 존재들이 포착됐다. 언뜻 봐도 수백에 가까운 무리들. 생존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개미핥기처럼 길쭉한 주둥이는 놈들이 괴수임을 확신케 했다.

“나왔다! 발포해!”

탕-

후미에서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한때 지하철이 오가던 터널 안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흐긱!”

“컥!”

일순간 수십에 달하는 동포들이 바닥에 쓰러지자, 놈들은 삽자루를 들고 돌격하며 요란한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나 삽자루와 총, 뚜렷한 문명의 차이는 전투를 싱겁게 만들었다. 본디 놈들의 아군이 되어줬을 어둠도 현대문명의 힘 앞에선 제대로 힘쓰지 못했다.

쾅-

전투의 대미를 장식하는 쇄열수류탄이 놈들 사이로 떨어져 터졌다. 뜨거운 쇠 파편은 놈들의 살을 뚫고 들어가 속을 헤집어 놨다.

“상황종료. 1소대가 2인 1조로 생존한 놈들 포획하고, 2소대는 엄호, 3소대는 언제든 지원할 준비하고 있어!”

“예!”

한참 뒤에야 자욱한 연기가 빠져나가자, 후미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중대장은 무전기로 명령하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했다. 전투가 끝난 자리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놈들의 내장으로 보이는 기다란 것들과 체액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힉… 힉….”

총알에 벌집이 됐거나 수류탄에 맞아 고기반죽이 된 놈들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숨이 붙어있는 놈들도 곧 죽을 것처럼 희미한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벌레 같은 새끼들. 그러게 왜 애먼 집구석을 쑤셔?”

꺼져가는 눈에 담긴 맹렬한 살의를 본 중대장은 군화발로 놈들의 시체를 짓이겼다. 애초에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물 먹인 건 놈들이다. 일말의 동정심도, 자비심도 들지 않았다.

“아, 맞다. 젠장. 이건 시체회수도 못 하겠네. 수류탄 깐 새끼 누구야!”

한참 군화발로 숨이 붙어있는 괴수들의 면상을 걷어차던 중대장은 퍼뜩 상부의 명을 떠올리곤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답하는 이가 없자 한숨 쉬며 무전기를 들었다.

“여긴 찰리 장. 3구역 격전 있었으나 무사히 진압 완료. 사망자, 부상자 전무. 복귀….”

“중대장님! 잠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복귀 보고를 하려는 찰나, 터널 안에서 다급한 외침이 울려왔다. 1소대장의 것이었다.

“잠시 대기.”

중대장은 보고를 멈추곤 대기 중이던 2소대장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그리곤 외침이 들려온 터널 안으로 진입했다. 터널 안에는 시동을 멈춘 전철 한 대가 있었고, 1소대장은 소대원들과 함께 전철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무슨 일인데 소란이야?”

중대장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엄포를 놨다. 별일 아니라면 혼쭐을 낼 생각이었다.

“그게… 아직 남아있는 놈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일단 포획은 해놨습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보고에 중대장은 화들짝 놀라 전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흐익, 흐익.”

안에는 두려움에 몸을 오들오들 떠는 다수의 개체들이 줄에 포박되어 있었다. 새끼로 보이는 작은 놈들과 그 옆에 꼭 붙어있는 놈들. 아마 놈들의 어미들인 듯했다. 죽어가던 놈들이 마지막까지 눈에 쌍심지를 켠 이유도 납득이 갔다.

“좋아. 잘했어! 이렇게만 하면 진급도 금방이야!”

중대장은 잇몸을 만개한 채 소대장의 공을 치하하곤 무전기를 들었다. 시체만 회수해도 성과로 인정받는데 하물며 숨이 붙어있는 놈들이다. 이건 필시 큰 성과다.

“알파 장, 알파 장. 여기는 찰리 장. 무사히 상황 종료했고 다수의 괴수들을 포획했다고 알림. 놈들을 데리고 복귀하겠음.”

“방심하지 말 것. 이상.”

대답은 간단했지만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방심하지 말고 무조건 데려오라는 뜻이었다.

“수신완료. 1소대가 놈들 끌고 나와! 남은 소대들이 경계하면서 복귀한다!”

“예!”

중대장은 빠르게 지휘부에 보고하곤 병력들을 이끌고 터널 안을 벗어났다. 그리고 생기 잃은 무리가 밧줄에 엮인 굴비처럼 줄줄이 딸려 끌려 나갔다,

“각하! 이번에는 3군단에서 올린 보고가 도착했습니다!”

한편 그러한 소식들은 겹겹이 쌓여 안전지대 내의 막사로 최종 전달됐다. 막사 안 테이블 위에는 각지에서 보낸 보고들이 적힌 서류들로 그득했다. 심지어 테이블만으로는 모자라 바닥에도 종이들이 빽빽이 쌓여있었다.

“5군단에서도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관료의 보고에 박정후는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다보다 슬쩍 눈을 치켜 올렸다.

“요점은?”

간략하게 핵심만 보고할 것. 막사 내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서류 검토할 인원도 부족하거니와 원체 서류가 많은 터라 세세한 사항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별 피해 없이 경기 동남부 지역 토벌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오오오….”

대승을 알리는 승전보. 그러나 막사 내 좌중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처음에는 환호성을 질렀으나 이젠 무뎌질 대로 무뎌진 탓이 컸다. 혹은 서류와의 싸움에 지친 탓일지도 몰랐다.

“끝내는 대로 도시 복원할 병력들 남기고 남해를 볼 때까지 계속 진군하라 그래. 부족한 병력과 식량 보급은 2군단에서 지원받으라 하고.”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명령을 하달 받은 장교는 경례하고 서둘러 막사를 빠져나갔다.

“6군단의 보고입니다!”

장교가 빠져나가기 무섭게 또 다른 장교가 서류더미를 안고 막사에 들어왔다.

“요점은?”

“도시 확보 중 일부 피해 입은 것 외에는 전무하다시피하다고 합니다.”

관료의 보고에 박정후는 테이블 한편에 놓인 말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비숍 모양의 체스 말을 들어 대전이라 적힌 지역에 내려놨다.

“예정된 대로 계속 진격하라 그래. 적어도 올해 내로 충청도까진 수복해야 하니까.”

“전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예외사항으로 다수의 괴수들을 생포했다는데, 처리여부에 대해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

이례적인 보고에 박정후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좌중들 또한 서류 읽던 걸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포로. 전쟁국가라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부산물이다. 다만 이것이 붉은 피를 흘리는 평범한 전쟁이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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