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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36화 (23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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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화 - 브란&브론(5)

“아…….”

“오호호……. 그런 수가…… 있었군요. 이거 실수를 해버렸군요.”

동시에 민성이 자신한 이유를 깨달은 브론과 브란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갔다. 현실적으로 이번 3세트에서 붉은 말이 3이 나오더라도 다른 말들을 추월하기 어려운 상황. 남은 주사위는 노란색과 하얀색뿐이라 봐도 무방했다. 즉 주사위 순서와 눈금이 어떻게 되든 하얀 말은 최소 2위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남 뒤통수 후릴 생각만 하니 눈앞에 있는 걸 못 보지. 뭐,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잘만 하면 역전 각도 나오겠어?”

민성은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브론에게 차가운 미소를 선물했다.

“오호호호…….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는 것 같은데, 그래봐야 동닢 10개 아닌가요? 만약 제가 건 말이 1등으로 골라인을 밟으면 그쪽은 지금 순위도 장담하기 어려워질 텐데요?”

“어려울 것 있나? 노란 말이 1등으로 안 들어오게 하면 되는 거잖아?”

브론이 1등 마 배팅카드를 들고 애써 웃음 짓자, 민성은 브론의 카드를 가리켜 보이며 히죽였다.

“오호호……. 제가 어떤 말에 걸었을지는 모를 일이죠.”

민성의 말에 브론은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을 흠칫거렸다. 하지만 눈을 크게 부라리고 있던 민성은 그 변화의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

“어라? 그냥 던져본 말이었는데 정답이었나 보네?”

민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브론을 보며 싱긋 웃었다. 현실적으로 놈이 배팅했을 말은 선두로 달리고 있는 하얀 말, 혹은 노란 말 두 마리 중 하나리라 추측은 하고 있었다. 물론 저 표정변화조차 블러핑의 일부일 수 있지만 설령 그렇다 쳐도 변하는 건 없다.

‘다만 정답을 알고 있다 쳐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지만.’

“생각보다 금방 게임에 적응한 모양이군요. 재밌군요. 아주 재밌어요. 역시 공평한 무대 안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지략을 겨누는 건 늘 짜릿하고 새롭군요. 오호호호호. 이래서 게임 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그렇지요, 브란?”

브론은 갑자기 작게 한숨 쉬는 민성을 보며 미친놈처럼 폭소했다.

‘정답 뽀록나서 정신이 나갔나.’

“빨리 그쪽 영혼을 호로록 맛보고 싶군요. 여태껏 먹었던 것들과 달리 아주 깊은 풍미를 풍길 것 같은데 말이죠.”

“내 영혼? 얼마짜리 영혼인 줄 알고 먹네 마네 하는 거야.”

브론이 천칭에 달린 민성의 혼을 보며 몽롱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자, 민성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내 차례니 진행하도록 하겠다.”

대화가 끊기자 브란은 기다렸다는 듯 숫자 5가 박힌 하얀 카드를 집었다.

‘역시 브론보다 저 자식이 문젠데…….’

민성은 턴을 끝내고 무뚝뚝하게 경기장을 응시하는 브란을 노려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미 반쯤 게임을 포기하고 도박에 가까운 운영을 하는 브론과 달리 냉철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한다. 이렇게 되면 하얀 말이 1등인 채 3세트를 끝낸다 해도 브란보다 동닢 5개를 더 얻을 뿐  격차는 뒤집기 어렵다.

“역시 믿을 건 브란 뿐이에요. 그렇지요, 브란?”

“네가 처음부터 작전대로만 진행했더라면 진작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오호호호호. 그게 게임의 묘미 아니겠어요?”

브란의 차가운 질타에 브론은 어색하게 웃으며 숫자 10이 박힌 노란 카드를 집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최소 2등이 가능한 노란 카드. 가져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브란이 노란 카드를 집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민성은 작게 중얼거리며 숫자 5가 박힌 노란 카드를 집고 턴을 끝냈다. 이제 이번 세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는 끝냈다. 이제 할 수 있는 거라곤 주사위를 굴려 결과를 지켜보는 것뿐.

“……굴리겠다.”

브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란의 천칭 위 숫자가 18로 바뀌며 피라미드 안에서 주사위가 떨어져 내렸다.

붉은 주사위, 눈금의 숫자는 3이였다.

“히히잉!”

“…….”

브란은 7의 발판으로 전진하는 붉은 말을 가만히 지켜봤다. 다음 세트에선 몰라도 이번 판세에는 큰 영향이 없는 말이었다.

“거기서 붉은 주사위를 뽑다니, 거참 게임을 즐겨도 너무 즐기려 하시는군요. 그렇지요, 브란?”

브론은 빈정대듯 질문을 던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게임은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기 마련…….”

“오호호호. 뭐, 좋아요. 저도 굴리지요.”

브론은 브란이 채 답하기도 전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의 천칭 숫자는 3으로 바뀌었다.

‘노란색, 노란색 나와라!’

민성은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피라미드 끝머리를 응시했다. 밑에서부터 파란 말, 노란 말, 하얀 말이 얹혀있는 상황. 하얀 주사위가 먼저 나올 경우 노란 말에게 추격의 여지를 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숫자 10의 노란 카드에 배팅했던 브론은 꼴찌에서 단번에 1등 후보로 올라올 것이고, 브론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발……. 50%잖아? 한 번쯤은 원하는 대로 좀 나와!’

민성은 양손을 맞잡은 채 피라미드 끝머리를 응시했다.

달칵-

피라미드 안에서 나온 것은 노란 주사위, 눈금은 세 개였다.

“히히잉!”

노란 말은 깔고 있던 파란 말을 매몰차게 버리고, 하얀 말을 실은 채 세 칸 앞으로 나아갔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반응도 각기 제각각이었다.

“예쓰!”

“…….”

“오호호…….”

민성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이 환호성을 질렀다. 브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브론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가만있자, 이렇게 되면…….’

민성은 이번 라운드에서 얻을 수 있는 동닢을 계산했다. 숫자 10의 하얀 카드와 숫자 5의 노란 카드. 합산하면 동닢 11개였다. 보유한 것까지 합하면 총 19개.

‘턱밑까지 쫓아오긴 했는데,’

아직 브란을 따라잡기에는 한 발자국 부족하다. 브란 역시 숫자 5의 하얀 카드를 갖고 있기에 그것까지 합산할 경우 동점까지 4개가 부족했다.

“여기서 승부수를 띄워야 하나…….”

민성은 그의 얼굴이 그려진 네 장의 카드를 내려다봤다. 그리곤 허공에서 둥실거리는 1등 마 배팅 상환 판에 눈길을 줬다. 리스크가 컸기에 생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하지만 1등을 맞출 경우 동닢 20개. 더욱이 이번에 하얀 말이 3이 나올 경우, 다음 세트에서 게임이 종료될 확률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패배할 확률이 존재하는 이상, 여기서 승부를 띄워야 할 것 같다.

“빌어먹을 확률 게임…….”

가장 승기가 높다 여긴 확률도 뒤집혀버리는 상황. 헌데 4마리 중 1등 마를 맞혀야 하는 도박판 앞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민성도 골머리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오호호호호. 게임하는 사람 어디 갔나요?”

민성이 의자 손잡이를 톡톡 건드리며 한참 고뇌하자, 브론은 능글거리며 여유 묻은 웃음을 흘렸다.

“재촉 안 해도 할 거다.”

퉁명스럽게 답한 민성은 결국 도박보단 안전을 택하기로 맘먹었다.

“굴리지.”

민성이 입을 움직이자, 그의 천칭 위 숫자가 9로 바뀌며 피라미드 안에서 하얀 주사위가 떨어져 내렸다. 단면에 새겨진 눈금의 숫자는 3개였다.

“히히잉!”

하얀 말은 굵은 네 다리를 바삐 움직여 조그맣게 14가 적힌 발판으로 이동했다.

‘이런…….’

민성은 살짝 경직된 얼굴로 걸음을 멈춘 하얀 말을 노려봤다.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눈금 1이 나오는 것이었다. 2나 3이 나올 경우 4세트에서 게임이 끝나버릴 확률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3세트가 종료됩니다. 결과를 정산합니다.]

1등 말, 하얀 말.

2등 말, 노란 말.

3등 말, 파란 말.

4등 말, 붉은 말.

[배팅 결과에 따라 동닢을 지급합니다.]

1등 브란: 21개

2등 민성: 19개

3등 브론: 4개

‘이번에 어떻게든 뒤집었어야 했는데…….’

민성은 눈앞에 나타난 정산 판을 보곤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지 않다. 이번에 하얀 말에 배팅함으로써 브란과의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지만 뒤집지는 못했다.

“인간……. 위험한 것 아닌가?”

허공에서 지그시 게임을 관전하던 티노는 슬며시 내려와 민성의 현황을 염려했다.

“그쵸. 잘못하면 이곳이 제 무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민성은 동의하듯 씁쓸히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실제로 4세트는 브란부터 시작하는 상황. 브란, 브론으로 이어지는 순서에서 하얀 주사위 2 혹은 3이 나올 경우 게임은 그대로 종료. 죽음이라는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괜찮겠나, 인간?”

걱정스러워하는 티노의 모습에 민성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일수록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버섯 속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걱정 말아요. 이런 일 하루 이틀 겪은 것도 아니잖아요?”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 인간.”

티노는 퉁명스러운 한마디를 던지곤 원위치로 돌아갔다.

‘걱정스러우면 걱정스럽다 하면 될 것을.’

하여튼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이다.

“후…….”

티노가 물러나자 민성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티노에게는 괜찮다 했지만 역시 괜찮은 상황은 아니다. 자칫 주사위 한번으로 게임이 종료될 수도 있다.

‘이렇게 몰린 게 한두 번도 아니잖아. 난 할 수 있어. 반드시 역전한다.’

민성은 속으로 의기를 다잡으며 아누비스들을 노려봤다.

“오호호호호. 2개만 더 얻었다면 브란과 동률이었을 텐데 거참 아쉽게 됐군요. 그렇지요, 브란?”

정산표를 본 브론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브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당연하지요. 그래도 게임 특유의 긴장과 압박감, 그 맛에 우리가 이걸 끊지 못하는 것 아니겠어요? 오호호호호호.”

“알면 됐다.”

그제야 브란은 안도의 고갯짓을 보이곤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아마 4세트에서 발생할 수많은 변수들을 미리 계산하는 것 같았다.

[4세트를 시작합니다.]

잠시간의 휴식의 끝을 알리는 음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말들은 각기 붉은 말 7, 파란 말 8, 노란 말 11, 하얀 말 14 순으로 발판에 안착해 있다.

‘어떻게 뒤집어야 하지. 어떤 수를 써야 뒤집을 수 있을까.’

민성은 발판에 있는 말들을 노려보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사실 이미 반쯤은 정답을 예측하고 있었다. 분명 놈들은 1위 수성에 나설 것이다. 즉 게임의 종지부를 찍으려 주사위를 굴릴 확률이 높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주사위를 두 번 굴려 하얀 주사위가 나오지 않는다면, 민성에게 기회가 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부터군. 굴린다.”

명상을 끝낸 브란은 슬며시 눈을 뜨곤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브란의 천칭 위 숫자가 22로 바뀌며 피라미드가 거꾸로 뒤집어졌다.

‘제발 하얀색만은…….’

민성은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양손을 콱 움켜잡곤 간절히 기도했다. 곧 세모꼴 입구가 열리자 아누비스들과 민성은 눈을 부릅뜬 채 결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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