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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34화 (23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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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 브란&브론(3)

“잡담들 그만하고 빨리 진행해.”

“오호호호. 잡담이라니요. 그저 게임의 승리를 위해 상의를 조금 한 것뿐인데 반응이 상당히 거치시군요. 아. 아니면 혹시 격차가 벌어져 벌써 밑바닥을 보이시는 건가요? 그런 건가 보군요! 그렇지요, 브란?”

“그럴 만도 하다. 이제 놈은 꼴찌를 벗어나기 어려울 테니까.”

민성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브론과 브란은 길쭉한 주둥이 끝의 둥근 코를 씰룩이며 민성을 비웃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꼴찌를 하고 있다고 해서 발판이나 피라미드에 스킬을 사용하면 부정행위로 죽으니 자제 부탁드리지요. 오호호호호.”

브론은 이미 승리를 가정한 승리자의 미소를 흘리며 경고했다.

“왜 알려주는 거지? 놔두면 알아서 자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민성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브론을 쏘아봤다. 구태여 알려줄 필요가 없는 사항을 알려준 걸 봐선,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터였다.

“오호호호. 당연한 것 아닌가요?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니까요. 우리는 이 게임 그 자체를 즐기고 싶거든요. 그렇지요, 브란?”

브란이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브론은 괴기한 웃음을 흘리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는 놈들이 2:1 하자고 하는 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민성은 놈들이 처음 두루뭉술 넘어간 사항을 재차 걸고 넘어졌다.

“오호호호. 그건 예외사항이니까요. 그래도 오직 1등만이 생존할 수 있으니 상당히 합리적이지 않은가요? 뭐, 어쨌든 좋아요. 그럼 경고도 드렸으니 이제 2세트를 시작해 볼까요.”

브론은 뾰족한 주둥이를 씰룩이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2세트를 시작합니다.]

그러자 2세트 시작을 알리는 음성이 학교의 종소리처럼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에 따라 경기장 내부도 작은 변화를 보였다. 지면에 늘어져있던 주사위들은 다시 피라미드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세트가 종료되어 멈춰있던 말들도 투레질을 하며 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어디 보자.’

민성은 눈가를 긁적이며 필드를 지그시 응시했다. 노란 말 한 칸, 하얀 말 두 칸, 파란 말과 붉은 말은 각기 세 칸 전진한 상황. 아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붉은 말의 등 위에 파란 말이 올라가 있다는 점뿐.

‘이 빌어먹을 게임은 변수가 너무 많아.’

플레이어에게 변수가 많은 게임은 썩 좋지 않았다. 언제든 예상을 뒤엎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단순한 주사위 게임이라는 생각은 파란 말이 붉은 말 등에 올라타는 순간 접었다. 민성은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게임의 룰을 정리했다.

1. 똑같은 숫자의 주사위가 나올 경우 늦게 던진 말이 앞서 던진 말의 등에 올라탄다. 그럴 경우 순위의 우선권은 등에 타고 있는 말에 있다.

2. 배팅은 자신의 턴에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적중에 실패할 경우 동닢 5개를 토해내야만 한다. 섣부른 배팅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무서워 배팅을 안 할 순 없어. 주사위를 굴려봐야 얻는 동닢은 고작 1개. 역시 이 게임의 메인은 배팅이야.’

민성은 작게 한숨 쉬며 생각을 갈무리했다. 그리곤 허연 송곳니를 보이며 히죽이는 브론을 보며 입을 열었다.

“게임하는 개자식들 어디 갔나? 아니면 자기 차례도 잊어버릴 정도로 긴장한 건가?”

민성이 어서 게임을 시작하라는 듯 비꼬자 브론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민성을 바라보더니 곧 주둥이를 씰룩였다.

“오호호호. 설마요? 제 턴을 마지막으로 세트가 종료됐으니 2세트는 그쪽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요.”

민성은 지팡이에 기대어 웃음을 쏟아내는 브론을 차갑게 바라봤다. 세트가 시작되면 턴도 초기화되는 줄 알았건만 아닌 모양이다.

“그것도 안 물어봤으니 내 잘못이다?”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물어봐야 이쪽도 답을 해드리죠. 그렇지요, 브란?”

“지극히 합리적인 말이다.”

민성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묻자, 아누비스들은 당연한 걸 묻느냐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만 호구 잡히고 병신 되는 법이지. 그치? 굴린다.”

놈들의 행태에 민성은 피식 웃으며 소리쳤다.

툭-

그러자 민성의 천칭 위 숫자가 6으로 바뀌며 피라미드에서 주사위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노란 주사위, 눈금은 두개였다.

“히히잉!”

발판 위의 노란 말은 힘차게 울부짖으며 앞으로 나아가더니, 파란 말과 붉은 말 위로 기어 올라가 파란 말의 등에 안착했다.

‘이러면 파란 말에 배팅해야 되나.’

민성은 1등을 해선지 힘차게 우는 노란 말을 보며 혀를 찼다. 현실적으로 2세트를 1위로 끝마칠 말은 붉은 말 혹은 파란 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존재했지만 말이다.

‘설마 밑에 깔린 말이 이동하면 위의 말들도 함께 이동하는 건 아니겠지?’

괜히 게임에 말이 말 위로 올라타는 행위가 존재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변수를 확인해야만 좀 더 안정적인 배팅이 가능해질 것이다.

“점점 더 재밌어지는군. 굴리겠다.”

브란은 자신의 턴이 되자 지팡이를 흔들어 피라미드를 뒤집었다. 그의 천칭 숫자는 15로 올라갔다.

툭-

파란 주사위, 표시된 눈금은 두 개였다.

‘과연…….’

민성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투레질하는 파란 말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히히잉!”

파란 말은 노란 말을 태운 채, 야자수와 오아시스가 있는 풍경을 지나 두 칸 앞으로 나아갔다.

‘설마 했는데.’

민성은 다섯 번째 칸에 안착한 말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로써 갖고 있던 의문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망할 새끼가.’

브론이 주사위를 굴릴 경우 주사위는 하나만 남을 것이었고, 셈 계산도 한결 수월해질 터였다. 하지만 브론이 도박에 가까운 배팅을 해버림으로써 변수폭탄은 그대로 민성에게 전가돼버렸다. 그러나 속내와 달리 민성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주사위를 노려봤다.

“이것 참 애매한 주사위를 뽑아버렸군요. 그렇지요, 브란?”

브론은 무언가 불만스러웠는지 낮게 으르렁거리며 브란을 노려봤다. 가장 만족스러운 상황은 브란이 붉은 주사위를 뽑는 것이었다. 그럼 어떤 숫자가 나오건 간에 붉은 말 위의 파란 말과 노란 말 역시 함께 전진할 것이고, 피라미드 안에 남는 것은 하얀 주사위와 노란 주사위뿐. 산술적으로나 확률적으로나 노란 말이 1등을 거머쥘 확률이 높았으리라. 하지만 브란이 파란 주사위를 뽑음으로써 변수가 대폭 증가해버렸다.

“어쩔 수 없다. 운이라는 요소는 언제나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다.”

브란은 조용히 항변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브론의 시선을 피했다.

“그 요소마저 통제해야 우리는 진정한 우리로 거듭날 수 있지요. 할 수 없군요. 버림 패인 제가 희생해야죠. 그렇지요, 브란?”

브론은 한숨을 푹 내쉬며 숫자 10이 박힌 붉은 카드를 집었다. 그 모습에 브란은 어딘가 불편한 표정으로 브론을 응시하더니 지팡이 끝에 달린 토파즈를 건드렸다.

[브론. 왜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지? 원래라면 내가 붉은색, 네가 하얀색을 집었어야 했다.]

갑자기 머릿속을 울리는 브란의 음성에 브론 역시 토파즈를 건드렸다. 아누비스들은 통신용 토파즈를 이용해 민성을 배제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차피 우리가 이길 게임, 기왕이면 제가 1등으로 끝내는 게 좋잖아요? 오호호호.]

[우리가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방심 때문에 우리는 과거 인간에게 패배했다. 그때의 기억을 잊어버린 건가?]

[설마요? 다만 기억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 그리고 알잖아요? 애초에 이 게임은 계획을 세워도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브론은 토파즈를 어루만지며 통신을 지속해 나갔다.

[거기다 상당히 눈치 빠른 놈이에요. 이미 룰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죠. 어차피 둘 중에 하나만 이기면 되니까요.]

브론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브란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통신을 끝냈다.

‘이 자식들. 또 무슨 개수작질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민성은 갑작스레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누비스들을 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무 빨리 배팅한 거 아냐? 아니면 벌써 포기한 건가?”

“오호호호. 설마하니 제가 굴릴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당연히 그렇게는 안 되지요. 제가 누구 좋으라고 그런 짓을 할까요? 뭐, 혹시 또 모르지요. 2 혹은 3이 나와 1등을 할지도. 그쪽이 주사위를 굴리면 알게 되겠지요.”

브론은 지팡이를 들어 민성의 면전에 삿대질하며 깔깔거렸다.

“대가리만 개인 줄 알았는데 뇌도 개랑 차이가 없네. 생각이 짧으니까 그런 발상밖에 안 나오는 거야.”

민성은 냉소하며 브론의 말을 받아쳤다. 주사위를 굴릴 생각은 없었다. 그럴 경우 브란-브론으로 이어지는 순서가 그의 목을 죄어올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호호호호. 그러는 그쪽은 기발한 생각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이거 참 기대됩니다.”

민성은 브론의 웃음을 묵살하곤 생각에 잠겼다.

‘현실적으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뿐이야. 나도 붉은 말에 배팅해서 배당을 노리거나 안전하게 노란 말을 선택해서 턴을 넘겨버림과 동시에 2등이라도 확보하든가.’

다만 최악의 상황도 존재했다. 하얀 말이 1칸 전진, 붉은 말 위에 탑승한 후에 붉은 주사위가 2 혹은 3이 나와버리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산술적으로 그럴 확률은 적었기에 민성은 곧바로 생각에서 지웠다.

“후…….”

잠시간 고뇌하던 민성은 이윽고 숫자 10이 박힌 노란 카드를 집었다. 실제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잘하면 1등, 2등이라도 확보할 확률이 높은 게 바로 노란 카드였다. 또한 턴도 브란에게 넘겨버릴 수 있다. 확률적으로 손해가 가장 적은 것이 노란 카드였다.

“오호호호. 대담한 선택이라도 할 것처럼 구시더니 결국 무난한 선택을 하셨군요?”

대담한 선택. 그것은 분명 숫자 10이 박힌 하얀 카드를 집는 걸 의미하는 것이리라.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걸 집으라고? 이 개자식 보게? 어지간히도 쓰레기네?”

브론이 그의 선택을 비웃자 민성은 중지를 쳐들어 보이며 옅게 히죽였다.

“내 차롄가.”

민성과 브론이 말씨름하는 와중, 차례가 돌아온 브란은 숫자가 박힌 카드들과 피라미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곤 이마를 찌푸리더니 지팡이를 휘둘렀다. 브란의 천칭 숫자는 16으로 바뀌었다.

곧 피라미드가 뒤집히기 시작하자, 아누비스들과 민성은 피라미드의 꼭짓점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번에 어떤 주사위가 나오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뒤바뀔 것이었다.

달칵-

붉은색 주사위, 눈금은 하나였다.

“오호호호……. 좋지 않군요…….”

“좋았어!”

“…….”

민성과 아누비스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민성은 주먹을 콱 쥐었고, 브론은 낮은 탄식을 뱉었다. 브란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주사위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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