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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87화 (18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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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화 - 기습공격(2)

“호오…….”

민성은 눈을 빛내며 주인장의 말에 귀 기울였다. 기습공격이라니. 그간 상점을 이용하면서도 전혀 얻지 못한 정보였다. 민성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자, 우쭐해진 주인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벤트는 벌어지는 시간도, 방식도 전부 랜덤이야. 덕분에 손님들도 전부 2층으로 몰려갔고. 궁금하면 직접 가서 확인해! 젠장……. 오늘 장사는 완전 종쳤네, 종쳤어.”

주인장은 툴툴거리며 좌판에 깐 물건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려드립니다. 지금 상점 2층에서 ‘강화석을 얻어라’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 1시간.]

상점에서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강화석을 얻어라? 그건 또 뭐지?’

“그래. 저거야, 저거.”

민성의 의문을 해결해주듯 주인장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민성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습공격이라……. 일단 2층으로 이동해볼까.’

무슨 이벤트인지는 몰라도 꽤나 흥미가 돋았다. 주인장의 말대로 직접 이동해 확인하는 편이 좋을 듯했다.

“고맙습니다.”

“장사 접을 거니까 이제 얼른 꺼져!”

“예.”

민성은 냉랭한 주인장의 인사를 뒤로한 채, 상점 끝자락에 위치한 원통으로 이동했다.

스륵-

“이건…….”

원통에서 천천히 내린 민성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황당하게 바라봤다. 고요하기까지 하던 1층과 달리 2층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응? 뭔가 예전보다 넓어진 것 같다, 인간!”

티노의 말대로였다. 본디 각 층은 모두 동일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확장작업이라도 했는지, 오늘의 2층은 평소의 3배에 가까운 넓이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수많은 손님들을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는데……. 일단 그 이벤트인지 뭔지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입구부터 가득 메운 손님들을 뚫고 지나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민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곤 이질적인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물결 속으로 뛰어들었다.

“좀 지나갑시다!”

“이 새끼가 어디서 새치기질이야! 대가리 날아가고 싶어? 엉?”

“뭐야!”

숫자가 숫자인 만큼 여기저기서 고함과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싸우면 사망이라는 상점의 천벌 덕에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망각한 이들도 있었는지, 간간이 허공에서 벼락이 떨어지기도 했다.

‘도대체 강화석이 뭐길래 이 지랄들이야!’

“좀 나와 봐, 이 자식들아!”

민성 역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어떻게든 무리 속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한참의 씨름 끝에, 길을 가로막고 있던 거인 둘 사이를 겨우 통과하고 나서야 움직임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

“죽겠네…….”

“인간! 저기! 저기에 잔뜩 몰려 있다!”

티노는 한숨을 내쉬는 민성의 머리를 꼬리로 두들기며 짧은 팔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일자로 된 기다란 카운터 뒤로 끝 모를 행렬이 늘어져 있는 것이, 꼭 어린이날 놀이공원으로 몰려든 사람들 같았다. 민성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행렬을 바라봤다.

“여기! 최하급 랜덤 소모품 상자 5개! 아니, 10개 주쇼!”

“난 하급 랜덤 소모품 상자 2개!”

‘뭐야. 강화석 이벤트라더니 고작 소모품 상자 사려고 이렇게 모여들었다고?’

흥분한 얼굴로 잔뜩 상자들을 사가는 손님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어차피 쓸모없는 물약이나 잡다한 쓰레기가 나올 확률이 높은 상자. 간간이 아이템이나 스킬 강화 확률을 높여주는 강화권이 나왔다며 소리 지르던 손님이 있었지만 그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실망한 민성이 몸을 돌리려는 찰나,

“인간! 저걸 봐라! 못 보던 게 있다!”

“뭔데요?”

민성은 무미건조하게 반응하며 티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녀석이 가리킨 곳, 카운터 앞에는 커다란 푯말이 있을 뿐이었다.

“뭐, 이벤트 안내문 같은 거겠죠. 어차피 강화석도 쓰레기일 게 뻔한데 이럴 시간에 그냥 루비로 상자나 뽑는 게……. 어?”

안내문을 읽어 내리던 민성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강화석 안내문]

[모두의 강화석]

등급: 이벤트

설명: 변함없이 상점을 방문하시는 손님들을 위해 상점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기회!

효과: 사용 시 등급에 관계없이 어떠한 아이템이건 100% 확률로 +1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손님이 원할 시 상점에 판매할 수도 있다(단! 한 번 판매하신 강화석은 재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판매가격: 20,000코인

횟수제한: 1/1

[강화석 등장 확률]

최하급 랜덤 소모품 상자: 극악

하급 랜덤 소모품 상자: 매우 낮음

중급 랜덤 소모품 상자: 보통

상급 랜덤 소모품 상자: 조금 높음

최상급 랜덤 소모품 상자: 높음

‘미친…….’

“이거 완전 밸런스 붕괴시키는 아이템 아니야!”

푯말을 모두 읽은 민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의 강화석.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본디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선 같은 아이템 2개가 필요했다. 하지만 똑같은 아이템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구했다 하더라도 강화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그간 터져나간 아이템 부스러기를 붙잡고 울부짖던 손님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하지만 강화석은 그 모든 과정단계를 생략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코인 없는 놈들은 한 방을 노리기에 적합하기도 하고.’

더욱이 당사자가 사용을 원치 않으면 상점에 판매할 수 있는 점도 상당한 메리트였다. 막말로 운이 좋아 100코인에 상자를 구매해 개봉했는데 강화석이 나올 경우, 200배에 달하는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왜 다른 손님들이 목숨을 걸고 상자를 구매하려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민성의 관심사는 코인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먹어야 한다!

민성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문장이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전력 강화의 기회. 다른 차원의 종족이 강해질수록 향후 전투가 벌어졌을 때 생존할 확률은 떨어질 게 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성은 등에 달고 있던 검은 대검을 슬며시 어루만졌다. 까끌까끌한 검신의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져왔다.

‘만약 강화석만 있으면……. 나도 드디어 강화를 할 수 있어!’

6성 무기와 코트. 그 하나하나가 파괴력 있고 안정감 있는 장비들이자, 남들은 평생을 소모해도 먹기 힘든 아이템들. 그러나 그런 아이템에도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원체 희귀한 덕에 같은 아이템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그러했다. 재료를 구하지 못하니 VIP 달성보상으로 받았던 강화권도 썩힐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귀속 장비들이니 구하려 해도 구할 수도 없었지…….’

간간이 상점을 방문했던 이유 중 하나. 혹시나 충무공의 랜덤 상자 같은 특수한 아이템을 보유한 이가 있을까 싶어 발품을 팔았다. 대검은 귀속 아이템이지만 상자 자체는 귀속 아이템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러한 아이템은 팔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다 상관없어!”

강화석만 있으면 재료 따윈 필요치 않다. 민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주변을 노려봤다. 강화석을 얻기 위해선, 일단 상자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까진 두 가지 문제가 존재했다.

첫째, 수중에 코인이 없다.

차원전쟁이 끝나고 나서 코인을 보급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둘째, 시간이 촉박하다.

“새치기 하지 말라고, 이 새끼야!”

“뭐, 이 자식아? 내가 그러는 거 봤어? 봤냐고!”

“빌어먹을! 시간 없다고! 샀으면 얼른 나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늘어져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줄.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뿐인데 예상 대기시간은 얼핏 봐도 3시간은 족히 돼 보였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만약 생각한 방법이 통한다면 박스 수급은 가능할 것이다. 카운터 점원들 뒤로 길게 뻗은 줄들을 둘러보던 민성은, 이윽고 눈을 빛내며 대열의 선두 부근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온몸을 보랏빛 갑주를 두른 존재에게 다가간 민성은 시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허나 투구 속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안광이 그를 매섭게 노려볼 뿐, 상대방은 반응이 없었다.

“저랑 잠시 얘기 좀 하는 건 어떠십니까? 그쪽에도 나쁜 대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약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알아……들었나? 꺼져라!”

민성이 포기하지 않고 재차 말을 걸자, 놈은 민성의 면전에 투구를 들이밀곤 기분 나쁜 쇳소리를 냈다. 그러나 민성은 아랑곳 않고 미소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1,000코인 드리겠습니다. 그 자리, 양보해주실 수 있습니까?”

“……불가하다.”

아주 짧은 찰나 붉은 안광이 떨렸지만 대답은 거절이었다. 하지만 민성은 히죽이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2,000코인.”

“…….”

“어, 이 금액도 별롭니까? 그럼 3,000코인.”

차츰차츰 액수가 올라갈수록 붉은 안광도 그에 따라 심하게 흔들렸다.

“이 액수면 괜찮은 3성 아이템 두 개 정도는 거뜬히 사고도 남을 텐데. 뭐, 할 수 없죠. 거래할 손님들은 많으니까.”

5,000코인까지 금액을 올렸으나 반응이 없자, 민성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자…… 잠깐……. 생각할 시간을…….”

“생각만 하다가 시간 다 갑니다. 늦었습니다.”

‘별로 이목 끌고 싶지는 않았는데.’

“자, 앞에 계신 분들 중에 5,000코인 받고 자리 양보해주실 분! 안 계십니까?”

민성은 안타까워하는 갑주를 뒤로하곤 큰 소리로 외쳤다. 5,000코인이라는 거금에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뭐? 5,000코인? 정말? 농담 아니지? 나! 내 자리 판다!”

“나! 나한테 팔아! 난 4,000코인만 받을게!”

여기저기서 손을 들며 강한 욕망을 내비쳤다. 민성은 그중 카운터 지척에 있던 손님에게 다가갔다.

“정말…… 정말 5,000코인 주는 거 맞지?”

반투명한 날개를 펄럭이던 요정은 반짝이는 눈으로 민성을 올려다봤다.

“당연히 드리죠. 그것도 선불로! 대신 확실히 비켜줘야 됩니다.”

민성은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요정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곤 작게 속삭였다.

“안 그러면 속인 대가로 죽일 거니까.”

“…….”

민성은 아이템 창에서 빳빳한 강화권을 꺼내 요정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면죄부라고 상점 안에서 살인해도 한 번 죽음을 면제받게 해주는 아이템이야.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지? 믿기 힘들면 돈 먹고 날라도 괜찮아.”

“……네.”

“어이쿠! 곧 차례가 오겠네요. 자, 그럼 서둘러 거래합시다!

요정이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떨어대자, 민성은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발렌시아 님께서 거래를 요청하셨습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겁먹은 요정이 그의 손을 겨우 붙잡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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