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캐쉬상점 쓴다-180화 (180/303)

# 180

180화 - 단품이 아니고 세트?

48. 단품이 아니고 세트?

‘좋았어.’

모든 일이 원만하게 마무리됐으니, 이제 남은 1분을 알차게 보낼 차례였다. 민성은 칼투나의 머리를 보고 경악하여 굳어 있는 암설들을 보며 히죽였다.

“이…… 이 해괴망측한 모습은 대체…….”

둥근 타원형 같은 머리통에 빽빽이 달린 눈알. 사람의 외관과는 동떨어진 칼투나의 머리는 암설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놈, 놈이 옵니다!”

역시 혼란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바라보던 남자는 부하의 고함에 고개를 쳐들었다.

“네놈은 누구냐…….”

“머리통은 남았으니까 원하는 대로 들고 돌아가면 될 텐데 뭐가 불만이야?”

민성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그리곤 친절하게 머리통을 주워 남자에게 휙 던졌다.

“으아아아아악!

“쯧쯧쯧…….”

민성은 괴성을 지르며 다급히 뒷걸음질하는 남자를 보며 혀를 찼다. 어지간히도 겁을 먹었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과 떨리는 팔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이해는 갔다. 겨우 기계에 적응했다 했더니, 별 괴상망측한 것이 굴러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놈은 와중에도 떨리는 팔로 소년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새끼……. 끝까지 정신 못 차리네.”

“귀공! 나는 괜찮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놈들을……컥!”

“닥쳐! 닥쳐!”

남자는 소년의 복부를 거칠게 걷어차며 충혈된 눈으로 민성을 쏘아봤다.

“이 괴물 놈! 가까이 오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이놈의 목숨은…….”

푹-

“어? 어어……?”

갑자기 가슴팍에서 격한 고통이 몰려오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가슴 정중앙에는 검은 검신이 박혀 있었고, 그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큭…….”

점차 흐려지는 눈 속에 대검 주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오자, 남자는 맥없는 웃음을 흘리며 떨리는 팔을 천천히 들었다. 수많은 괴물 놈들을 상대하고도 아직 이만한 움직임을 보이다니. 놈 역시 괴물이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

“내가 처음에 말했지. 분수 모르는 새끼는 금방 뒈진다고.”

“괴물……보다…… 더한…… 괴물…… 놈…….”

“칭찬 고맙네.”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남자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남자의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한 민성은 대검을 뽑아 가볍게 흔들었다. 검신에 묻은 피와 내장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갔다. 놈의 수하들은 남자가 고개를 떨구는 순간 줄행랑 쳤기에 이 이상 전투는 무의미했다.

“고생했다.”

민성은 대검으로 소년을 포박하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그리곤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과정이 어찌 됐건 안 죽고 버텨준 소년에 대한 나름의 성의표시였다.

“나는 귀공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르겠소…….”

소년의 낮은 중얼거림에 민성은 픽 웃으며 대검을 등에 이었다. 귀환까지 남은 시간은 30초. 짧은 인연을 갈무리하기에도 적절한 시간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거 뭐 있어? 네가 좋은 놈이라 생각하면 선인이고 나쁜 놈이라 생각하면 악인이지.”

“그렇긴 하오만…….”

“것보다 뭐 떨어진 거 같은데? 네 것 아냐?”

소년이 우물쭈물하자, 민성은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 앞에 떨어져 있던 가죽을 가리켰다. 가죽은 세로로 그어져 있는 검은 무늬만 없었다면 깨끗한 눈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하얬다.

“아니오. 이것은 귀공이 괴수를 죽이고 나서 갑자기 생겨난 물건이오.”

“그래?”

민성은 주섬주섬 가죽을 챙기는 소년의 손에 시선을 주었다.

‘설마 저게 비호 가죽인가? 보스를 잡은 보상으로 나온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왜 내가 아니고 소년한테 간 거지?’

일순간 가죽에 대한 탐욕이 들었지만,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코트를 활성화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가죽이 소년에게 간 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받으시오. 귀공이 괴수를 죽였으니 이것은 귀공의 것이오.”

소년이 주저 없이 가죽을 내밀었지만 민성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난 됐고. 그보다 네가 입고 있는 도포,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장인이 만들어줬다고 했지?”

“그렇소만?”

“그 사람한테 가죽 맡겨서 멋있게 지어 달라 그래. 내가 입고 있는 옷 같은 걸로.”

남은 시간 10초. 민성은 걸치고 있던 코트를 흔들어 보이곤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건……?”

“이걸 몰라? 이게 요즘 명나라에서 유행하는 인사법이야.”

소년이 당황스러워하자 민성은 재차 웃으며 소년의 오른손을 꽉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 그렇소? 헌데 왜 지금 인사를 하는 것이오?”

당장이라도 떠날 듯 구는 민성의 태도에 소년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귀환합니다.]

“이제 가야 되니까. 어쨌건 덕분에 쓸데없는 고생 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민성의 몸이 빛에 휘감기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녕 신선이었단 말인가…….”

소년은 민성이 서 있던 자리와 한쪽에서 굴러다니는 칼투나의 머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

“인간! 정신 차려라, 인간!”

뺨을 후려갈기는 낯선 감촉에 민성의 눈이 움찔거리더니 슬며시 올라갔다.

‘흠…….’

민성은 반쯤 뜬 눈을 사방으로 굴렸다. 따듯할 정도로 평온한 방 안. 이불자락이 살짝 튀어나온 침대의 끝머리와 잔잔한 등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녀석의 꼬리가 보였다.

‘꼬리?’

찰싹-

“인간! 인간!”

“아, 좀! 일어났으니까 그만 때려요!”

쌓인 적금처럼 뒤늦게 몰려오는 고통에 민성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오! 일어났나, 인간! 몸은! 몸은 괜찮나, 인간?”

“네……. 괜찮긴 한데…….”

민성은 뺨을 어루만지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얼마나 때린 건지, 볼이 호빵처럼 빵빵해져 있었다.

“혹시 제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 알아요?”

“모른다. 몇 번 안 때렸으니 많이 지나진 않았을 거다. 벽에 박힌 고양이한테 물어봐라, 인간.”

“몇 번 안 때렸다고요?”

민성의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에 티노는 시큰둥한 얼굴로 꼬리를 들어 방문 밖을 가리켰다.

“좀 더 잠들어 있어도 됐는데…….”

낮게 중얼거리며 어딘가 아쉬워하는 녀석의 모습에 민성은 슬며시 양팔을 올렸다. 잠시 후, 민성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방문을 나섰다. 방을 나와 거실로 들어선 민성은 벽에 박혀 있는 시바에게 시간을 물었다. 그가 시련의 숲으로 넘어간 뒤 흐른 시간은 5분 정도였다.

“후…….”

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걸터앉았다. 항상 저쪽으로 넘어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혹여나 많은 시간이 흘렀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어지간히도 애먹이는구나.”

민성은 어깨 위에 걸친 코트를 어루만지며 빙긋이 웃었다. 이제 고생은 끝났고 롱코트는 온전히 그의 손에 들어왔다.

[피에 젖은 블랙 코트]

등급: ★★★★★ (귀속)

설명: 과거 일만에 달하는 사람을 죽인 비호의 껍질로 만들어낸 코트. 하지만 독특한 외관 탓에 입는 이가 없어, 유성룡이 곽재우에게 선사하기 전까지 조선왕실의 보고에 잠들어 있었다.

방어력: 485

특수능력: 색상변경 가능, 유령 출몰 사용 가능.

[유령 출몰]

등급: ★★★★★

설명: 습격에 능수능란했던 홍의장군 곽재우가 애용하던 스킬이다.

효과: 이용자와 이용자가 지정한 사람들에게 투명화를 부여한다.

쿨타임: 24시간

소모마나: 400

“크…….”

정보를 확인한 민성은 탄성을 내지르며 코트를 어루만졌다. 겨우 방어력 30을 올려주던 쓰레기에서 귀물로 탈바꿈했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민성이 기쁨을 이기지 못해 홀로 소파를 두들기던 그때,

띠링-

[피에 젖은 충의의 길과 피에 젖은 블랙 코트를 착용하셨습니다. 세트 효과가 적용됩니다.]

‘세트 효과?’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민성은 번뜩 몸을 일으켜 아이템 내용을 확인했다. 아까는 없었던, 코트 설명 하단에 추가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죄악의 피로 얼룩진 세상]

[피에 젖은 충의의 길]

[피에 젖은 블랙 코트]

[?]

[?]

[2]세트효과

모든 스텟 40 증가.

코트 방어력 200 추가 상승.

스킬 ‘고독한 죽음’ 적용.

스킬 ‘불굴의 의지’ 적용.

“…….”

민성은 멍한 얼굴로 옵션을 확인했다. 모든 스텟 40. 루비를 쏟아 부어 만든 영겁나무에서 다시 루비를 부어 얻은 과실로 얻은 지력이 7이다. 그런데 순식간에 40을, 그것도 모든 스텟을 올려준다니 몰려오는 흥분에 몸이 떨려왔다.

‘방어력은 아직 확인한 게 없으니 패스하고…….’

방어력 수치 효능 확인은 나중에 유령 출몰 능력을 확인할 때 같이 하면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스킬 2개. 민성은 떨리는 마음으로 스킬을 차근차근 살폈다.

[고독한 죽음]

등급: 세트 아이템 전용 스킬

설명: ‘죄악의 피로 얼룩진 세상’ 중 2파츠 이상 모았을 시, 사용 가능한 스킬

효과: 타격 시마다 상대의 최대 체력 5%만큼의 피해를 입힌다.

[불굴의 의지]

등급: 세트 아이템 전용 스킬

설명: ‘죄악의 피로 얼룩진 세상’ 중 2파츠 이상 모았을 시, 사용 가능한 스킬

효과: 상태이상에 50% 확률로 저항한다.

“대박…….”

불굴의 의지는 쉽사리 이해 가지 않았으나, 고독한 죽음은 사기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상대방이 현재 보유한 마나 중 12%를 깎는 마나 디스트로이어와 달리 고독한 죽음은 최대 체력의 5%를 깎아내린다. 막말로 20번만 검을 맞대도 상대는 사망에 이르는 것 아닌가? 더욱이 마나 디스트로이어의 효능까지 가미되는 것을 생각하면, 상대방은 그와 검을 맞대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더욱 고무적인 것은 세트 중 2파츠를 모은 효능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었다.

‘물음표가 2개 더 있는 걸 봐선 피에 젖은 아이템이 2개 더 있다는 소리고 그걸 다 모은다면…….’

분명 새로운 세트효과가 추가될 것이었다. 물론 지금 갖고 있는 2가지 아이템을 얻는 데도 상당한 난항을 겪었지만, 아이템효과와 더불어 세트효과는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나머지 두 개도 어떻게든 얻고 만다!’

“푸하하하하하!”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반드시 손에 넣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민성은 미친놈처럼 웃으며 소파를 두들겼다.

“냥냥냥냥냥냥!”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던 시바도 그를 따라 미친 듯이 웃어댔다.

*

서울 어느 고층 빌딩의 옥상. 축구장만큼 넓적한 옥상에 세 명의 남녀가 서 있다.

“시작.”

“좋아!”

신의 고저 없는 목소리에 민성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능력을 얻은 뒤, 민성은 곧장 시바의 입을 타고 임시휴식처로 내려갔다. 그리곤 정비 중이던 신과 아루에게 가벼운 설명을 해줬다.

“널 공격하라고? 아루는…….”

“상당한 흥미. 하겠다.”

난색을 표하는 아루와 달리 신은 즉시 동의했다. 그의 눈에 맴도는 묘한 열기는 오히려 그 상황을 바라는 눈치 같았다. 결국 신을 따라 아루 역시 승낙했고, 둘의 동의를 얻은 민성은 곧장 그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일단은 방어력부터.’

민성은 검을 들고 달려오는 신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롱코트의 방어력 확인을 위해 대검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맨몸으로 검을 받아내자니 두려움이 들었지만, ‘성자의 기적’도 있었기에 감수할 만했다.

“부상당할 경우, 바로 중지.”

친절한 말과 달리 신은 매서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