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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56화 (15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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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화 - 혼자 먹는 밥이 최고다.

39. 혼자 먹는 밥이 최고다.

“그리고요?”

“아, 아니다. 것보다……. 해줄 거지?”

“아뇨. 그럴 생각 없어요.”

민성은 단칼에 잘라 말하며 그가 생각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긴장이라……. 확실히 안에만 있다 보니 다들 좀 지치긴 했어. 하지만…….”

“그쵸? 그럼 제 말대로 해요, 당분간은.”

“당분간?”

윤민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네, 당분간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요.”

“뭐? 그게 언제일 줄 알고?”

황당하다는 물음에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단정 짓기 어려워요. 아직 나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립니다. 나갔다간 분명 개죽음 당하겠죠. 하지만 이곳에서 가축처럼 밥만 먹으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단 그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

민성이 빤히 쳐다보자 말을 잃은 점장은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떨어댔다. 민성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잔혹하나 합리적이다.

“정말……. 정말 짧은 시간동안 많이 바뀌었구나…….”

어느 정도 감정을 수습한 점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게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도 여기서 점장님 영향력이 꽤 큰 것 같으니까요.”

민성은 점장의 고개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을 보곤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곤 구석에서 정비 중인 아루와 이신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가장 중요한 사항을 떠올리곤 급히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사람들한테 벽이나 물건 같은 거 거칠게 다루지 말라고도 해주세요.”

“……그래.”

행여나 잊을까 하여 몇 차례 더 신신당부한 뒤, 민성은 그의 일행에게로 다가갔다.

“민성아!”

“오랜만이에요.”

아루의 격한 환영인사에 민성은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긴 좀 지낼 만하셨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아서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루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도리질했다.

“아루는 좋았어.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잖아. 게다가 뭐, 이제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아무래도 좀 휑해졌지.”

민성은 눈인사를 건네는 지혜와 진우에게 미소를 던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활을 매만지던 이신은 손을 멈추고 민성을 가만히 쳐다봤다.

“잘한 일. 올바른 판단. 현명한 선택.”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밖은 어땠어? 좀 나아졌어?”

아루의 물음에 민성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똑같아. 여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어.”

민성은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어머, 세상에……. 그러니까 군인들이 안전지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았다고? 완전 미친 거 아냐?”

“다들 절박하니까 제 목숨 챙기기 바쁜 거지.”

“그래도 그게 말이 돼?”

아루는 얼굴이 새빨개져 목소리를 높였다.

“불합리하지만 합리적. 돈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다시 힘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회귀한 것 뿐.”

“그럼 군인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이신이 보일 듯 말 듯 머리를 흔들자, 아루는 새우 눈을 하고 그를 노려봤다.

“인간은 상시 경쟁사회 속에서 생존. 도태된 자는 뒤처지고 적응한 자는 나아간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이자 자연의 이치.”

이신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평소보다 말수를 늘려 대응했다.

“뭐?”

아루가 눈에 쌍심지를 세우자 민성은 재빨리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 그리고 아루야.”

민성의 물음에 아루는 고개를 쳐들고 그를 주목했다.

“뭔데?”

아직 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그녀의 말투는 상기되어 있었다.

“그……. 펫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은데.”

“펫?”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차분해진 모습을 보였다.

“물어봐. 아루가 아는 선에서 다 알려줄게! 크로스 소환.”

“크록?”

민성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커다란 입 주머니를 가진 괴조를 바라봤다.

“그냥 말로 설명해줘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꺼낼 필요는……

“표본이야, 표본!”

아루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민성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음음……. 어쨌든. 물어보고 싶은 게 정확히 뭐야?”

‘대놓고 성장에 대해 물어봤다가 역으로 질문 받으면 꽤나 골치 아프겠어.’

민성은 잠시 눈가를 긁적이며 머리를 굴렸다. 그의 펫에 붙어 있던 성장단계. 크로스에게도 존재한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그녀의 궁금증을 살 수도 있다. 그럼 결국 루비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그녀가 중요한 동료라 해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냥 펫과 연관된 전반적인 시스템에 관해서? 조만간 나도 상점에서 펫 상자 사려는데, 좀 더 정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민성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음…….”

잠시간 고민하던 아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친밀도는 저번에 알려줬으니까 생략할게.”

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남은 것 중 아루가 알고 있는 건 두 가지야. 첫째는 먹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아루는 크로스의 부리를 콱 붙잡았다.

“크롭…….”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으나 녀석은 고분고분했다.

“펫에게는 일정시간마다 먹이를 줘야 해. 먹이를 주지 않으면 친밀도가 깎이거든.”

“흠……. 친밀도는 얼마나 깎이는데?”

“1~2정도? 근데 이미 0인 상태라면 더 내려가지는 않았어. 믿어도 돼. 크로스가 협조해준 덕에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됐거든.”

‘짜식……. 한동안 굶고 다녔구나.’

민성은 부리를 잡혀있는 괴조를 애잔하게 쳐다봤다. 보아하니 꽤나 다양한 실험을 당한 게 분명했다.

“근데 소환하지 않았을 땐 굳이 안 줘도 되는 것 같아. 메시지가 안 떴었으니까 아마 맞을 거야.”

‘소환된 상태에선 관련 메시지가 뜨나 보네.’

그 점은 확실히 편리할 것 같았다. 만약 소환을 해제했는데도 불구하고 관리해야 한다면 꽤나 골치가 아팠으리라. 민성은 자신감 없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계속 주시했다.

“그럼, 펫이 배고프면? 그것도 메시지가 떠?”

“응. 그리고 필요한 먹이도 옆에 같이 나오니까 알기 편할 거야.”

“필요한 먹이? 그건 또 뭐야?”

단순할 줄 알았던 펫 관리가 생각보다 요구하는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건 나중에 네가 펫을 갖게 되면 금방 알게 될 거야.”

아루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을 미루었다.

“쩝……. 간편한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번거롭네.”

민성은 작게 중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알아서 자라는 잡초인 줄 알았더니 손을 많이 타는 정원수였다.

“그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펫도 결국 살아 있는 생물이니까.”

민성의 푸념을 들은 아루는 크로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

“펫도 애완동물과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해. 우리가 아껴주고 사랑을 주는 만큼 이 아이들도 우리에게 되돌려주니까. 그치, 크로스?”

“크로?”

“크로스도 맞대.”

그녀의 말과 달리 가만히 두 눈만 껌벅이는 괴조의 모습에선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응…….”

민성은 모호한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 괴조와 노닥거리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야 두 번째 시스템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관리를 잘해서 친밀도를 올리면 전투할 때 더 유용하다는 소리 아니야?

“맞아.”

두 번째 시스템, 관리. 관리라 해봐야 결국 앞서 나눈 대화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민성은 추가로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을 더 질문했으나, 그녀 역시 알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뭐, 큰 기대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미지의 영역인 부분이었다. 그녀 역시 펫을 소유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정보가 몇 없을 것이었다. 그래도 먹이 시스템에 관련된 정보는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됐다.

‘영문도 모르고 친밀도 깎이면 억울했겠지. 그나저나 이거, 키우느라 꽤나 고생할지도 모르겠어…….’

민성은 저 혼자 심각해져 턱을 매만졌다. 그때,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이신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궁금한 것. 질문.”

“아, 응. 뭔데?”

“다른 사람 부모님 모셔왔다. 근데 네 부모님은?”

“아…….”

질문의 의도를 이해한 민성은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휴식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 역시 각자 대화를 나누었으나 귀와 시선은 민성들에게 향해 있었다.

“예전에 전부 돌아가셨어. 그래서 굳이 모시고 올 필요도 없었고.”

민성이 담담하게 사정을 얘기하자 이신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실언. 미안하다.”

“아냐! 네가 왜 미안해 해.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민성은 고개를 푹 숙인 신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럼에도 이신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들 식사하세요!”

‘식사?’

슬쩍 고개를 돌리자, 방 한쪽에서 중년 부부가 사람들에게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시장할 텐데 밥이나 먹으러 가요.”

“어, 어…….”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민성은 아루와 신의 손을 붙잡고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가운데를 비워놓고 둥글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민성은 고개를 들어 비어 있는 부분을 슬쩍 살폈다. 빈 부분에는 온갖 상표가 붙어 있는 통조림들과 즉석식품 따위가 놓여 있었다.

‘어쩐지 다들 얼굴 상태가 영 부실해 보이더라니…….’

여태껏 저런 것들만 먹었으니 제대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것이 그런 것들뿐이라, 저들이 내색은 안 했어도 꽤나 애로사항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서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씁쓸한 감정 위로 미소를 덧씌운 민성은 일행들과 함께 한 부부 사이에 있던 빈자리를 차지했다.

꿀꺽-

하지만 모두 침만 삼킬 뿐, 누구도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민성은 둘러앉은 사람들의 얼굴만 흘낏거렸다.

“왜 안 먹어요? 응? 배고파요.”

아이의 칭얼거림이 적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안 돼. 기다려.”

남아가 음식에 손을 뻗자, 당황한 어미는 민성의 눈치를 살피며 급히 아이를 제지했다. 아이가 계속 칭얼거림에도 어미는 아이를 더욱 세게 품에 끌어안았다.

‘아…….’

작금의 사태를 눈치챈 민성은 혀를 찼다. 저들은 분명 휴식처의 주인이자 식량 공급원인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틀림없었다.

“드시죠.”

민성은 연어가 담긴 통조림에 숟가락을 푹 찔러 넣으며 식사를 권했다. 그제야 하나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회용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이런 것만 먹고 끼니 해결이 돼?”

민성은 슬며시 숟가락을 내려놓곤 옆에 있는 이신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부족. 확보한 식량에 비해 인원 다수. 영양분도 제한적.”

이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용히 읊조렸다.

“역시…….”

“그래도 남은 사람들, 양심적. 생존자들 너의 노고 잘 안다. 그리고 이마저도 못 먹는 사람들 허다.”

이신의 차분한 말투가 귓속에 틀어박혔다. 저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조용히 식사에 열중하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성준 일행처럼 제 발로 나가려 하지 않는 이상 저들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

“식량 확보에도 더 신경 써야겠네.”

“현명하지만 어리석을 수 있는 선택, 무엇보다 목숨이 1순위.”

“그렇긴 하지…….”

사람들이 다시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민성은 재차 숟가락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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