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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50화 (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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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 퍼지는 씨앗들. (10)

‘인사가 늦었습니다, 지배자시여. 저는 고람 님의 뜻을 따라 락 골렘을 부흥의 길로 인도하는 신관들 중 하나인, 바르알이라 합니다.’

골렘은 머리를 숙여 보이며 전투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차 드러냈다.

‘진짜 알아들었어?’

놈이 반응을 보이자, 민성은 놀란 마음을 겨우 다독였다. 그리고 다시 시험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고람의 뜻이고 나발이고, 이제 와 이러는 이유가 뭔데? 지배자니 뭐니, 같잖은 헛소리만 늘어놓고 말이야.”

민성은 놈을 올려다보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일부러 모르는 척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저희가 그쪽 차원에 패배했다 하더라도 엄연히 한 문명을 이끌었던 자랑스러운 일족입니다! 저희는 지배자께서 일개 피조물의 형태로 숨어 계신다고, 눈치 못 챌 미개한 종족이 아닙니다.’

바르알의 그르렁거리며 억울해하는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진짜 알아듣네?

통역스킬을 갖고 있을 거란 가설에 무게가 실렸다. 민성은 더 이상 놈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 갖지 않았다. 지금은 내용에 집중할 때였다.

‘그나저나 이 새끼들…… 진짜 나를 지배자라 생각하는 건가? 어쩐지 급하게 말을 걸더라니…….’

바르알의 말본새를 보니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다급히 대화를 시도했던 놈의 반응도 조금 이해가 갔다. 지배자. 그의 능력은 보지 못했으나, 새로이 눈을 심어줬던 기적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았다. 헌데 그런 이와 같은 취급을 하다니, 어디서 그런 오해를 사게 됐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흠…….”

민성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미간에 힘을 팍 주었다.

‘역시…….’

근엄한 그의 모습에 지레 확신한 바르알은 무릎을 꿇어 예의를 표했다. 그리곤 민성의 눈에 최대한 시선을 맞추려했다.

‘어찌 피조물들을 이용하지 않으시고, 직접 나서셔서 저희를 핍박하시는 겁니까?’

아까와 달리 바르알의 목소리에서 공손함과 품위가 묻어나왔다. 그 모습에 민성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고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써야했다.

‘이거 진짜 웃긴 놈들이네. 지들끼리 착각하고 쫄려서 대화로 타협해볼 생각인가 본데…….’

아무래도 그를 지배자라 착각하고 승산이 없다 판단한 모양이었다.

‘가만있자, 이거 잘만 하면 놈들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적당히 지배자 흉내를 내면, 놈들이 지닌 정보를 살살 긁어오는 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민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뒤편에는 불안과 긴장이 가득한 시선들이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일부는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저들에게는 바르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민성은 다시 고개를 돌려 높다란 곳에 위치한 바르알의 두 눈을 노려봤다.

‘규율을 위반한 대가가 두렵지 않으신 겁니까?’

“그러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너희 설마…… 내가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성은 다시 확인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곧바로 바르알의 반박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시험은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다른 존재들은 몰라도 고람 님을 직접 대면하고 잠시나마 모셨던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고람 님의 그것과 같습니다.’

‘돌대가리 새끼들.’

확신을 얻은 민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기운이 느껴지는데?”

놈의 의미 모를 소리에 민성은 노골적으로 이죽거렸다.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과 죽음의 향기. 그것은 엄연히 지배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입니다. 이래도 모른 척하시겠습니까? 숨기신다고 규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바르알은 우람한 팔을 들어 민성의 눈을 가리켰다.

“우…… 움직인다!”

“도망쳐!”

다시금 전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새끼들아! 얼른 들여보내줘! 너희는 에미 애비도 없냐!”

잠시간 휴전상태를 이루던 경계선에선 피난민들과 군인들의 재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성의 관심사는 그들이 아니었다. 민성은 바르알의 말을 곱씹으며 눈가를 매만졌다.

‘이놈……. 설마 지배자가 새로 만들어준 눈 때문에 착각하는 거였나?’

그것 말고는 지배자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다. 민성은 지금 상황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렸다.

‘아직 규율의 제제를 받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현세에 간섭하시는 일을 멈추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공손함은 오간데 없고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민성은 조소를 머금었다. 착각한 것도 모자라 은근히 협박하는 꼴이란. 원래 적당히 정보만 얻고 도발해 전투를 일으키려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네놈들이야말로 초대받지 않은 존재들 아니더냐?”

민성은 한껏 목소리를 낮게 깔고 근엄한 표정으로 바르알을 노려봤다.

“그래도 일말의 자비를 베풀어 목숨만은 붙여줬건만, 내게 칼을 들이밀고 내 피조물들을 죽여?”

‘그…… 그건…….’

갑자기 달라진 민성의 분위기에 당황했는지, 바르알의 머리에서 땀방울 같은 돌멩이들이 떨어졌다.

“입이 있으면 얘기해보아라!”

연기에 심취해 있던 민성은 돌덩이로 가득한 놈의 얼굴을 보며 실소했다.

‘하, 하지만 애초에 약속을 어기신 분은 당신 아니십니까? 토토를 이용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저희는 그 말만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토토를 차지하기 위해 타 종족과 수많은 분쟁도 불사했습니다! 헌데……. 헌데……! 이게 무엇입니까?’

억울했는지 바르알은 떨리는 목소리로 항변을 이어갔다.

‘벽이 부서져 나와 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해괴한 조형물들과 당신이 만들어낸 피조물뿐이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정녕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긴 하는 것이었습니까?’

“음…….”

민성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굴렸다. 이놈도 그간 만났던 주민들과 같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토토. 분명 주민들이나 지배자는 그리 불렀다. 그리고 지금도.

‘도대체 그놈의 버섯에 무슨 접점이 있는 거지? 만난 놈들마다 그저 고향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그에게는 단지 루비 가득한 광산의 입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지배자에겐 아닌 듯했다. 저번에 지배자를 대면했을 때도 루크라는 관리인에게 토토의 제작을 서두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민성은 최대한 두뇌를 활용해 이들이 얽힌 이유를 찾아내고자 했다. 앞으로도 계속 루비를 채집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그가 모르는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면 들어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것 같았다.

‘일단 지배자가 루큰지 뭔지 하는 놈한테 시킨 걸 봐선 토토는 그쪽이 만든 걸 테고……. 그럼 지배자는 왜 토토를 만들어 냈을까? 주민들 말대로 그들의 고향에 돌려보내 주기 위해서? 아냐, 그랬으면 놈들이 저렇게 열 올릴 이유가 없겠지. 게임을 빙자한 살육장을 만들지도 않았을 거고……. 아!’

끝없이 고뇌하던 민성은 나름의 해답을 유추해내자 눈을 빛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지배자는 주민들을 죽이려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토토를 선택. 그 후, 지배자는 고향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달콤한 말로 주민들을 속이고 토토를 찾게 만든다. 더 생각해봐도 이만한 답안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두 가지 의문이 공존했다.

첫째, 어째서 지배자는 직접 나서지 않고 토토를 이용하는가?

첫 번째 의문은 금세 해결됐다. 바르알의 말을 들어보니, 아마 지배자는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한 모양이었다. 혹은 그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존재하거나.

‘문제는 두 번째란 말이지…….’

왜 자신은 토토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루비를 채집할 수 있는가? 이 부분만은 고민을 거듭해봐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보십시오! 결국 당신이 말했던 그 모든 것은 허구와 거짓에 불과했던 겁니다!’

침묵에 잠긴 민성의 모습에 확신을 얻은 바르알은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그어어어어어!”

그리곤 팔을 높게 쳐들어 그대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 반동으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발에 큰 떨림이 퍼져나갔다.

“꺄아아아아악!”

“지옥이야……. 지옥이라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민성은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점령한 눈을 털어냈다. 그리곤 서슬 퍼런 미소를 지으며 바르알을 노려봤다.

“그래서, 어쩌라고?”

‘…….’

“네가 흥분한다고 뭐가 달라져? 잘 들어, 돌대가리 새끼야. 그 이유가 너희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진 몰라도, 애먼 사람 족치는 게 용납되는 건 아니야. 아, 돌대가리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가? 화풀이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이 등신 같은 놈아.”

민성은 이죽거리며 그들의 행동을 비꼬았다. 어찌 됐건 지배자가 속인 것이지 인류가 그들을 속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상관없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저희는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당신이 만들어낸 피조물들과 세상을 파괴할 겁니다.’

바르알은 꿇었던 무릎을 펴고 가슴을 앞으로 활짝 젖혔다.

“그어어어어어!”

놈의 몸에서 터져 나온 거친 함성이 허공을 울렸다.

쿵-쿵-

그러자 멈춰있던 락 골렘들이 괴성을 지르며 육중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움직인다! 놈들이 다시 움직인다! 도망쳐!”

“꺄아아악!”

잠시간의 소강상태는 끝났다. 민성의 등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피난민들은 비명 지르며 살길을 도모했다.

“나와! 나오라고! 네놈들은 부모자식도 없냐?”

“이 이상 진입하실 수 없습니다.”

경계선은 다시금 피난민들과 군인들이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지켜보십쇼. 오늘부로 당신의 피조물과 그들이 만들어낸 문명은 멸망할 겁니다.’

바르알은 더 이상 거칠 게 없다는 듯 고함치며 골렘들을 이끌었다.

‘이 새끼 보게?’

놈의 작태에 민성은 툭 미소를 흘렸다. 규율과 제약을 언급해 행동에 제한을 걸었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어진 모양이었다.

“큭……. 그건 진짜 지배자한테나 해당되는 소리고. 일단 만 명만 채워보자!”

요란할 정도로 울리는 비명과 절규 소리. 퀘스트를 깨기 아주 적절한 환경이었다. 작게 중얼거리던 민성 역시 자리를 박차고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대가리만 없애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겠지. 그렇다면…….”

민성은 곧장 바르알의 팔에 올라타 그대로 내달렸다.

‘이……. 이 무슨! 제약이 두렵지도 않으신 겁니까!’

당황한 바르알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러나 민성은 더욱 속력을 높여 순식간에 놈의 어깻죽지까지 올라왔다. 아까보다 더욱 굽이지고 가파른 등산로 같은 코스였지만 스텟의 상당부분이 민첩에 몰린 민성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후…… 제약?”

민성은 잠시 숨을 고르며 불안에 찬 놈의 눈을 응시했다.

“그놈의 제약은 지배자한테나 통하는 거고. 난…… 평범한 인간이라서!”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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