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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47화 (14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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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 퍼지는 씨앗들. (7)

‘이건…….’

다른 한쪽을 잡아먹어 그런지, 좀 더 선명한 빛을 띤 푸른 책이 눈앞에서 둥실거렸다. 언뜻 기묘한 기운마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민성은 홀린 듯 팔을 뻗어 책을 집었다.

[축하드립니다. ‘마나 브레이커’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마나 브레이커’가 ‘마나 디스트로이어’로 전환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이템 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집자 새로운 메시지가 연달아 흘러나왔다.

‘마나 디스트로이어?’

아이템 강화처럼 +1이 붙을 줄 알았다. 스킬강화는 아이템과는 약간 다른 듯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어 강화된 스킬을 확인하려 했다.

“오오오오오! 대박! 부럽다…….”

“미친……. 성공했어!”

‘뭐…… 뭐야, 이건.’

손님들의 환호성 탓에 당혹한 민성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언제 이렇게 이목이 쏠렸는지, 수많은 시선이 그를 쳐다보고 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에이, 젠장. 대박이 터졌으니 오늘 강화는 글렀네.”

“터져야 나도 강화하는데, 쯧.”

그의 실패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얼른 빠져나가야겠어.’

수많은 시선에 부담을 느낀 민성은 잽싸게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얼른 스킬을 확인하고 싶은 열망도 컸다.

“님! 성공하신 기념으로 코인 좀 주세요!”

“나였으면 코인 뿌렸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이 길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민성의 성공을 축하하며 그의 손을 잡으려했다.

“제가 거지라 그런데, 좀 비켜주시겠어요?”

민성은 두터운 털에 덮인 발을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코인이 있었다면야 1코인씩 뿌릴 의향도 있었으나, 갖고 있는 것이라곤 루비뿐이었다.

“거짓말! 무려 4성 스킬씩이나 강화하는 양반이 거지라니!”

“제발 10코인만 주세요. 제가 10코인만 있으면 최하급 스킬 상자를 살 수 있거든요. 제발…….”

그러나 거지들은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없다고 하면 없는 줄 알아야지.’

몇 번 친절하게 답하던 민성은 슬슬 짜증이 치솟음을 느꼈다.

“거지들은 비켜!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그때, 눈치만 살피던 일부 무리가 개평을 요구하는 이들을 뚫고 민성에게 다가왔다.

“저, 저기요! 저는 정당하게 구매하겠습니다! 5,000코인! 5,000코인에 삽니다!”

자그마한 요정이 날개를 퍼덕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스킬인지 알고 그렇게 거액을 불러! 이보게! 내가 5,500코인에 사겠네!”

“6,000! 6,000코인에 사겠어!”

“8,000!”

그러자 곧바로 다른 이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여 지불할 액수를 외쳤다.

‘이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야.’

생각보다 다량의 코인을 보유한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민성은 피식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소유자는 팔 생각도 않고 있는데, 저들끼리 금액을 부르짖는 꼴이 참 우습게 보였다.

“죄송한데 팔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까 길 좀 비켜주시겠어요?”

민성은 몰려든 손님들을 밀쳐내며 길을 열었다.

“크윽…….”

“재수 없는 새끼. 꼴랑 강화 성공한 것 가지고 기고만장하는 꼴 좀 봐.”

밀려난 이들은 민성의 등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밴 시샘과 질투는 사라지지 않았다.

‘멋대로 떠들어라.’

들려오는 욕에도 민성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 지나갑시다!”

민성은 앞길을 막는 이들을 계속 밀쳐내며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겨우 강화판을 벗어난 민성은 한숨을 내쉬며 상점의 중앙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많이 몰릴 줄이야. 7층에도 강화하는 곳이 있으면 편했을 텐데.’

광장의 쉼터에서 한숨 돌린 민성은 아이템 창을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아이템 창 한 칸에는 푸른색이 선명한 책이 자리하고 있었다.

‘좋아. 이제 방해꾼들도 없으니 확인을…….’

“오랜만일세.”

낯익은 목소리에 효과를 확인하려던 민성은 아이템 창을 닫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다.

‘응? 이 양반이 여긴 왜…….’

꽤나 익숙한 얼굴이 미소를 띤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눈가를 긁적인 민성은 곧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검마 님. 여긴 어쩐 일이신지…….”

민성의 물음에 검마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에 검은 롱코트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검자루가 가늘게 흔들렸다.

“허허, 이 사람. 공헌도 1위에 밀릴지는 몰라도 나 역시 10위 안에 든 사람 아니던가.”

“그렇죠. 제가 너무 당연한 질문을 했네요.”

“그나저나 자네, 꽤나 재밌는 일을 벌이고 있더군?”

민성이 멋쩍은 웃음을 보이자, 검마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넌지시 질문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끼! 노인을 놀려서야 쓰나. 그토록 이목 끄는 일을 벌려놓고 모른 척하다니.”

“……죄송합니다.”

민성이 슬쩍 고개 숙이자, 검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난일세.”

“……그렇군요.”

‘이 양반은 또 왜 이래?’

갑자기 나타나선 농이랍시고 장난을 건다. 하지만 민성은 미소를 유지한 채, 검마를 바라봤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저는 이만…….”

“아참, 자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잠시 시간 있나? 대화를 좀 나누고 싶은데.”

“네?”

민성은 멀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떤가?”

얼른 스킬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컸으나, 진지한 그의 표정을 봐선 쉽사리 놓아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냐.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나도 궁금했던 걸 물어보자.’

스킬 확인은 조금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좋습니다.”

민성이 승낙하자 검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내가 잘 아는 찻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지.”

‘찻……집?’

풀려난 주민 덕에 난리 난 현실에서 버젓이 영업할 카페가 있을까 싶었다.

“찻집이라……. 검마 님도 아시다시피 사회는 이미 난리 통이 됐습니다. 아직 운영하는 카페가 있겠습니까?”

의구심 가득한 민성의 물음에 검마는 재차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따라만 오게.”

민성은 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앞장선 검마의 뒤를 따랐다.

‘상점에 이런 곳이 있었나?’

검마를 따라 도착한 곳은 1층 구석에 박혀 있는 작은 카페였다. 민성은 두리번거리며 카페내부를 살폈다. 카페라 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점이 많은 곳이었다. 카운터도, 음료를 내리는 기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있는 것이라곤 입석용 테이블들이 전부였다. 다만 가지각색의 모습을 한 손님들은 자리에 서서 익숙하게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곳도 있었습니까?”

“상점에 꽤나 들렀을 사람이 이곳도 몰랐단 말인가?”

검마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구석까지 관심 가질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흠…….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어.”

잠시 검자루를 톡톡 두들기던 검마는 다시금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주문은 내가 하겠네. 가만있자……. 저기가 좋겠군.”

검마는 비어 있는 테이블 중 하나를 가리키며 걸음을 옮겼다.

‘카운터도 없는데 주문은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으나, 민성은 궁금증을 삼키고 뒤를 따랐다. 테이블 앞에 앉은 검마는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다.

“커험. 난 따듯한 녹차로 한 잔 주시고, 자네는 뭐로 할 텐가? 커피? 내가 사도록 함세.”

“……네. 전 커피로 하겠습니다.”

민성은 어정쩡하게 답했다. 테이블에 대고 중얼거리는 그의 행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 커피도 한 잔 주시게.”

검마의 주문이 끝나자,

‘응?’

슉-

찻잔 두 개가 테이블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허허. 놀란 모양이군.”

검마는 눈을 동그랗게 뜬 민성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별거 아니네. 여기에 손을 올리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되지.”

민성은 검마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동그란 원 모양의 그림과 그 옆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자판기랑 비슷한 시스템인 것 같기도 한데.’

“공짜입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한 잔에 1코인이라네.”

“비싸네요.”

어처구니없는 가격에 민성은 혀를 내둘렀다. 어딜 가나 물장사가 최고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자, 의문이 해결됐으면 식기 전에 어서 들게나.”

민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잡았다. 따듯했다. 한 모금 들이켜자 쌉싸래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감정처럼.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군그래. 상점 밖에서 만났다면 또 손주 놈의 되도 않는 실력을 빌렸어야 됐을 테니 말이야.”

검마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민성도 슬며시 웃어 보였다.

“먼저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몇 번 찻잔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던 민성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편하게 얘기하게.”

“이번에 벌어진 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성은 검마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는 현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 앞으로의 대책 등 꽤나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흠…….”

그의 의중을 파악했는지, 검마는 반쯤 남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노부의 생각이 듣고 싶은 건가, 아니면 마교의 생각을 듣고 싶은 건가?”

“검마 님의 개인적인 소견도, 마교의 향후 동선도 듣고 싶습니다.”

검마는 검집을 천천히 쓰다듬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 자네도 봤으니 알겠지만 세상이 괴수 천진데 내 생각이라 봐야 별것 있겠나? 다 쓸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게 전부입니까?”

“그렇다네.”

민성의 실망한 눈초리에도 검마는 찻잔을 입에 댈 뿐이었다.

‘특별한 대책이라도 세워놨을 줄 알았는데. 아니면 일부러 얘기하지 않는 건가?’

“마교도 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니, 오히려 대부분은 지금 상황을 반기고 있지.”

“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반기다니?

“생각해보게. 평화로운 시기가 길어지면 국민들은 군부를 축소시키라 하지. 내는 세금이 많아지니까.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어떻겠는가?”

“당연히 군부의 필요성이 올라갈 것이고……. 아!”

“이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 것 같군.”

검마는 한쪽 눈을 찡끗해 보였다.

‘확실히…… 군부와는 조금 다르지만 마교도 결국 전투 집단이야. 그것도 옛날부터 준비된 집단.’

서민들은 전쟁을 두려워하겠지만 준비된 자들은 아니었다. 빠르게 부와 명예를 쟁취할 수 있는 전쟁터를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예. 이해했습니다.”

“내 손자 놈도 자네 절반만 닮았으면 한시름 덜 텐데, 에잉.”

민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검마의 불평에 호응했다.

“그보다……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검마는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엇을 말입니까?”

“자네의 향후 행보 말일세.”

민성은 눈가를 살짝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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