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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43화 (14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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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 퍼지는 씨앗들. (3)

던전 탐사에 동행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편이 도움 될지도 모르겠다. 가자, 인간!”

“어딜요? 설마…….”

민성이 말꼬리를 흘리자, 티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간 놈들과 대면할 날이 올 거다, 인간. 미리 준비해둬서 손해 볼 건 없다.”

굳이 놈들을 마주해야 하나 싶었지만, 녀석이 저렇게 애써주는데 외면하기 어려웠다.

“후……. 갑시다. 근데 솔직히 말해봐요. 아까……. 혹시, 이중인격은 아니죠?”

민성은 무리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넌지시 질문했다.

“무슨 말은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인간.”

‘역시…… 아니겠지?’

멍청하게 머리를 흐느적거리는 녀석의 모습은 아주 찰나에 들었던 의심을 희석시켰다.

*

“케르악!”

탕- 탕-

빌딩과 빌딩 사이. 기다란 4차선 도로에서 거친 총성이 연신 울려 퍼졌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차들을 바리케이드 삼은 군인들은 몰려오는 괴물들을 상대로 미친 듯이 총질했다.

“뭐 해! 빨리 발포해! 계속 갈기라고!”

작은 전선을 담당하고 있던 중대장은 총성에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케륵…….”

바리케이드를 향해 달려오는 놈들 중, 작은 불덩이 같은 것이 탄환을 맞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탄환에 구멍 뚫린 뱃가죽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새어나왔다. 동시에 놈의 몸을 맴돌던 화염도 수그러들었다. 언뜻 보니 개처럼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좋아! 잘하고 있어! 1소대 뒤로 빠져서 탄환 갈고, 2소대 들어와!

중대장은 힘껏 박수치며 병력들을 독려했다.

“전부 죽여!”

“와아아아아!”

곧바로 교대한 2소대 병력들이 다시금 총질을 시작한다. 병사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치면서도 방아쇠를 당겼다.

“좋아! 망설이지 말고 계속 쏴! 앞에! 앞에 오는 저놈부터 조준사격 해!”

중대장은 계속 고함치면서도 빠른 속도로 전황을 읽어냈다.

‘시발…….’

그 역시 몸이 떨리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직위와, 병사들의 목숨이라는 무게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퍽-

“캭…….”

바리케이드로 달려오던 기괴한 것들은 탄환에 몸이 뚫려 픽픽 쓰러져갔다.

“계속 갈겨!”

“중대장님!”

중대장은 고개를 힐끗 돌렸다. 무전기를 이고 있는 통신병이 수화기를 들어 보였다. 통신이 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전을 치기엔 아직 분전중인 전선이 마음에 걸렸다.

“요점만 말해!”

“알파 측에서의 연락입니다! 이번 놈들이 마지막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

희소식이었다. 중대장은 슬쩍 고개를 쳐올렸다. 빌딩 한 층에서 언뜻 보이는 철모가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3소대! 2소대 지원해! 이번 놈들이 마지막이다! 계속 갈겨!”

중대장의 고함에, 병력들 역시 함성을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푸르륵…….”

잠시 후, 마지막 괴수의 대가리가 회전하는 탄환에 터져나갔다.

“상황종료. 좋아! 수고했다! 3소대 경계서고, 나머지 병력은 빠르게 재정비해!”

잠시 전황을 살핀 중대장이 명령하자, 그제야 병력들은 한숨 돌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시발. 첫 실전은 당연히 북한 놈들일 줄 알았는데.”

‘짜식들…….’

병력들의 작은 대화소리가 들려오자 중대장은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앳된 얼굴들. 그 역시 서른이 안 된 나이였지만, 목적이 달랐다. 돈 보고 군대에 투신한 그와 달리, 저들은 그저 사회의 법망에 얽힌 젊은이들이었다. 한껏 인생을 만끽해야 할 청춘들. 그저 지금의 상황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더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중대장은 공허한 도로를 바라보며 최초에 받은 명령을 떠올렸다.

“실제상황이다. 도시에 진입한 괴생명체들을 사살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해라!”

실제상황. 그 한마디에 부대에는 불이 떨어졌다. 세세한 명령이 내려온 건 정비를 마친 후였다. 명동 부근까지 진입한 뒤, 거대한 백화점 옆의 사거리 진입로를 차단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 덕에 급히 장갑차에 올라 곧장 명동으로 내달렸다. 오는 도중 타 부대에서 나오는 장갑차도 여럿 목격했다. 지금은 전장 어딘가에 투입돼 있을 것이었다.

‘후…….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그나마 머리를 돌려 유추한 결과,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구도는 이러했다. 주요 도시들을 확보하고 점차 안전지대를 늘린다. 듣기론 군단급 작전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었지만, 일개 대위에게 내려오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더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팠다.

“정비 끝난 소대가 경계 서고 3소대 정…….”

치이익-

“여기는 알파, 알파. 찰리 측 감도 체크 바람.”

옆에 있던 통신병의 등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수화기 가져와!”

통신병이 수화기를 건네자, 중대장은 낚아채듯 수화기를 채갔다.

“수신 감도 3. 양호.”

“아, 지금 찰리 측으로 일개 무리가 근접하고 있음. 숫자는…… 대략 알파 측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됨, 이상.”

“알았다. 수신 끝.”

다시 통신병에게 수화기를 건넨 중대장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한 무리 정도 더 올 것 같다! 숫자는 대략 120 정도! 전방 계속 주시해!”

“예!”

1소대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왠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중대장은 서둘러 바리케이드 앞으로 이동했다.

“놈들, 어디까지 왔어!”

“저기! 옵니다!”

“쌍안경 줘봐!”

옆 병사의 쌍안경을 낚아챈 중대장은 그것을 양 눈에 갖다 댔다.

스르륵-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무리들. 망토 끌리는 소리만이 적막한 도로를 울렸다. 인간 정도의 크기에 어딘가 힘없어 보이는 몸놀림.

‘뭐야, 설마 민간인들인가?’

망토로 가리고 있어 그렇지, 민간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인일 수도 있다. 조준만 해! 그리고 민간인이면 곧장 확보해서 감마 쪽으로 보내.”

저들이 어느 정도 근접하자, 중대장은 들고 있던 쌍안경을 다시 병사에게 건넸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

병사의 고함에 망토들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손들고 천천히 다가와!”

그러나 그들은 자리에 멈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대장님! 아무래도 민간인들이 겁먹고 오기를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직접 가서…….”

“아니야……. 뭔가 이상해…….”

1소대장의 외침에 중대장은 홀린 듯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민간인이라면 어린애 하나쯤은 섞여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지런할 정도로 같은 키. 갑자기 짙은 의심과 공포가 몸을 후려치는 느낌이 들었다.

“저 새끼들! 민간인이 아니야! 책임은 내가 진다! 지금 당장 발포…….”

탕-

명령하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명한 총소리가 바리케이드 안에 퍼졌다.

“뭐…… 뭐야! 어떤 새끼가…….”

화가 치민 중대장은 버럭 소리 지르다가 몸을 흠칫거렸다.

“으어……. 살……려…….”

“이게 무슨…….”

피가 낭자한 바닥. 배에 구멍이 뻥 뚫린 병사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저는 그게……. 제…… 제가 그런 것이…….”

그 앞에는 K-2소총을 들고 얼빠진 채 서 있는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야, 이 새끼야! 미쳤어? 미쳤냐고, 이 시발새끼야! 묻잖…….”

탕- 탕-

“커헉!”

“끄아아아악!”

그의 호령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동시에 몇몇 사병들이 피를 흩뿌리며 뒤로 넘어갔다. 그것을 기점으로 사병들은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총질을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중대장은 작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주…… 중대장님.”

고개를 돌리니 흐느끼며 우는 1소대장이 보였다. 다만 소대장의 손에는 그를 조준하고 있는 소총이 있을 뿐.

“이…… 이건 제 의사가…… 아닙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방아쇠에 갖다 댄 손가락이 부들거리는 걸 보아 사실인 듯했다.

“소대장…….”

“죄…… 죄송…….”

탕-

‘미친…….’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민성은 혀를 내둘렀다. 몰려오는 주민들을 상대로 잘 싸우더니,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것도 내부 분열로 인해.

“저게 저들의 능력이다, 인간.”

“총도 안 통하는 것 같던데요.”

살아 있던 일부 사병들도 즉각 발포했었다. 다만 어쩐 일인지 놈들은 죽지 않았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인간. 반대로 생각해보면 저기 누워 있는 주민들도 자신들이 인간의 무기에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거다.”

“그쵸.”

민성은 녀석의 말에 적당히 호응하며 머리를 굴렸다. 총이 먹히는 놈이 있고 그렇지 않은 놈이 있다. 이건 인간의 운명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설마 대검도 안 통하는 건 아니겠지?’

찝찝한 생각이 들자 민성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제발……. 안 돼! 안 돼!”

탕-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사병마저 중대장의 허리춤에 달린 권총을 꺼내 스스로 머리를 터트렸다.

“끝났군.”

티노의 말대로 생존자는 전무했다. 한 중대가 전멸하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스르륵-

망토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그대로 도시 안으로 사라져갔다. 민성은 이마를 좁히고 멀어져 가는 망토들의 후미를 노려봤다.

‘확실히 저것들이 상대하기 더 까다롭겠어.’

수명을 뺏는다는 데몬 레이스들은 몸에 안 닿으면 그만이었다. 거기다 신성력으로 요격할 수 있다니, 충분히 승산을 점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것들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저놈들에 대한 추가 정보 같은 건 없죠?”

“아두르의 권속들은 정보가 없다. 대신 이런 소문은 존재했다. 권속들을 맞닥뜨리는 날이 곧 죽는 날이라고.”

“자연재해 같은 놈들이네요.”

티노는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어디 가시게요?”

“잠시 놈들의 뒤를 밟으려 한다, 인간. 놈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돌아오겠다.”

티노는 의연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그래요. 그럼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그 역시 덤덤히 손을 흔들어 보였다. 물론 갑자기 떠난다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이 물고 올 정보가 훗날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더 이상 이 세상의 주인은 인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얼른 힘을 키워라. 돌아왔을 때 또 놀고 있다면 혼내주겠다, 인간!”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곧장 망토 놈들의 뒤를 쫓았다.

“것 참. 논 거 아니라니까.”

작게 중얼거린 민성은 멀어져가는 티노의 등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움직여볼까.’

급한 일은 전부 처리했으니, 이제 녀석이 신신당부한 일을 처리할 차례였다.

*

여의도, 거대한 타워 주변의 안전지대 외곽 부근.

“제발 저희도 들여보내 주세요. 제발요!”

“이 구역은 진입금지 구역입니다. 돌아가십쇼.”

“너희가 사람 새끼들이냐!”

‘이 정도일 줄이야…….’

민성은 입구 부근을 훑어보며 혀를 찼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막는 군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확실히 소식이 영향이 컸나 보네.’

주민들이 넘어온 다음 날, 서울을 강타한 소식. 안전지대는 괴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 말이 인파가 몰린 원인인 듯했다. 그러나 안전지대 안에 구축됐다는 임시정부 탓에, 사람들은 군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변이 발생한 첫날, 국민과 함께 생사고투를 함께하겠다던 정부의 발표는 하루도 안 돼서 뒤집어졌다.

“국민 여러분. 저희 정부는 좀 더 빠르고 원활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여의도의 안전지대에 임시정부를 꾸릴 계획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안전과 삶의 터전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금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얼마 전 발표된 대통령 성명을 떠올린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결국 정부의 결론은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조국에 남아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대처하겠다는 소리였다. 취지는 그럴싸했지만 속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비행 가능한 주민들이 하늘에 분포해 있어서 해외망명은 글렀다는 거지. 하긴 어떻게 보면 안전지대가 현 상황에선 가장 안전한 곳일 테니까.’

하여간 제 목숨 챙기기엔 아주 도가 튼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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