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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40화 (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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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 실화냐? (4)

“이 무슨…….”

다소 경망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남자의 행동에 좌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곳이 어떤 자리인가? 지도층 중에서도 핵심 인사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 아닌가.

“큰일? 북괴 놈들이 땅굴에서 기어 올라오기라도 한 건가? 녀석들 옛날부터 참호 파는 건 귀신같이 잘했지.”

“푸하하하!”

대통령의 시답잖다는 농에 좌중은 격하다 싶을 정도로 폭소하며 박수를 쳤다.

“아닙니다! 그…… 그것이!”

남자의 보고가 이어질수록, 대통령과 좌중의 표정은 점차 새까맣게 일그러져갔다.

“국정원에 연락해서 각 도시 CCTV 화면 확보한 거 이쪽으로 돌리라고 해! 당장!”

호령이 떨어지자, 좌중들 중 몇이 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의실 한쪽 벽면에 수천 개의 화면이 떠올랐다.

“크키키킥!”

“으아아! 살려줘!”

“도망쳐! 빨리! 빨리!”

어느 화면이건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괴이한 존재들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주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흘러나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괴이한 것들의 생김새만 다를 뿐.

“맙소사…….”

“저것들은 대체…….”

좌중들의 안색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갔다. 일부는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원인은?”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대통령만이 낮게 읊조렸다.

“예?”

“원인은! 원인이 있으니까 저런 결과가 생겼겠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았을 거 아냐!”

대통령은 테이블을 두들기며 보고한 남자를 노려봤다. 위에서 빠른 판단을 내려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했다.

“그것이…….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갑자기 떨어지듯 나타났다는 결론밖에는……. 죄송합니다. 그래도 현 상황이 저희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타국에서 전달된 급보에 따르면 아시아권 전체에 벌어진 유례없는 일이라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니까 그걸로 자위질 하라고? 후……. 이런 머저리 같은 새끼들.”

잠시 짙은 한숨을 내쉬며 영상을 지켜보던 국가원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현 시간부터 전시상황으로 간주한다. 각 부처들도 전시라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해!”

“예, 각하!”

정장 입은 무리가 급히 이동하자 대통령은 군복 입은 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전방 부대만 제외하고 전부 동원해! 그것만으론 부족할지도 모르니까 우방국가에게도 지원 요청하고!”

“예, 예! 각하!”

“아,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몰래 출국을 시도하는 비겁분자는 즉각 총살형으로 다루겠다. 그 가족까지. 한 명도 예외는 없어.”

원수의 으르렁거림에 좌중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해! 얼른 움직이지 않고!”

원수의 호령에 남아 있던 좌중들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흠…….”

홀로 남은 원수는 괴성과 비명소리가 흘러나오는 화면들을 바라보며 턱을 매만졌다.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잔혹한 광경들이 화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묘한 미소를 흘리며 화면을 주시했다.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모르겠어…….”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 잘만 하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기도 했다.

*

벌컥-

티노와 함께 ‘비밀스러운 집’ 안으로 들어온 민성은 낡은 나무문을 닫고 몸을 돌렸다.

“잘했다, 인간.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다.”

민성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자, 티노는 꼬리로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다독였다. 인간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놈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보단, 다른 인간들을 놔두고 이동하는 것이 맞았다.

“아뇨. 그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아직 상대하기 어려운 주민이 존재하는 게 좀 놀라워서요.”

“세상은 넓다, 인간.”

“그렇긴 한데…….”

민성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입을 닫았다. 그리곤 집 내부를 살피며 눈매를 좁혔다.

‘뭐지?’

분명 안으로 들어왔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연못부터 공터, 밭까지 돌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집 안으로 들어간 것 아닌가, 인간?”

“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건만 예상 외였다. 민성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티노와 함께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진짜 어떻게 된 일이지?’

집 안을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역시나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바한테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다.’

“시바 님! 시바 님!”

“드르렁!”

민성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채 코골고 있는 시바의 턱을 툭툭 건드렸다.

“음……. 음? 오오오! 싱싱한 주인이 돌아왔다! 냥냥!”

벽에 박혀 있는 고양이는 화색을 띤 채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깨워서 죄송한데, 혹시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못 보셨어요?”

“사람들……. 아! 침입자들을 말하는 거구나, 싱싱한 주인! 냥냥냥!”

“침입……자요?”

시바의 호쾌한 웃음에 민성은 멀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싱싱한 주인 외에 다른 존재들이 집으로 들어오면 침입자로 간주한다! 냥냥냥!”

‘설마…….’

“그럼 그 사람들은……?”

불길한 예감이 든 민성은 시바의 두 볼을 꽉 쥐고 소리치듯 외쳤다.

“인관둘은 줜부 놰 배쏙에 있돠!”

볼떼기를 꽉 잡고 있어 녀석의 발음이 부정확했지만,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예?”

민성은 황당함과 당황스러운 마음에 볼을 잡고 있던 손을 놨다. 벽에 박혀 있는 녀석의 배 속에 들어갔다니,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들어온 사람들을 먹어버리신 건 아니죠?”

시바는 냥냥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침입자들은 자동으로 임시 휴식처에 보낸다! 휴식처는 내 배 속에 있다, 싱싱한 주인!”

‘임시 휴식처?’

생소한 단어에 의문이 들었지만, 당장 그것이 급한 게 아니었다.

“그럼 그 사람들 이곳으로 꺼내줄 수 있어요?”

“안 된다! 안 된다! 이곳은 오로지 싱싱한 주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거처다! 다른 존재들은 들어올 수 없다!”

시바의 단호한 말투에 민성은 생각을 전환시켰다.

“그럼 제가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나요?”

“그건 가능하다, 싱싱한 주인!”

쭈악-

시바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아으러 드러가묜 대다! 히히하 쥐운!”

턱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입을 벌린 시바는 뜻 모를 소리를 뱉어댔다.

“그러니까……. 지금 입안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말씀이세요?”

눈알을 위아래로 굴리는 걸 봐선 정답인 듯했다.

‘그래도 집 주인인데 먹을 생각은 없겠지.’

민성은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티노와 함께 천천히 입안으로 들어갔다.

“우왓!”

잠시간 허리를 숙인 채 어둠을 헤매던 민성은 발이 꺼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미친!’

느낌이 아니었다. 정말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

티노는 순식간에 하강하는 민성을 급히 쫓았다.

“으아아아악!”

푹신-

‘응? 털?’

한참 추락하던 민성은 엉덩이에서 낯선 느낌이 들자 밑바닥에 도착했음을 알아챘다. 다만 충격이 아닌 묘한 부드러움이 느껴진 것은 의외였다.

“인간! 괜찮나!”

“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민성은 급히 뒤따라온 티노를 안심시키곤, 내부를 살폈다.

‘여기도 그냥 집인데?’

어디서 빛이 나오는지 은은한 빛이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거실. 그리고 방문 몇 개가 보였다. 단지 방 전체가 두터운 털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형!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여긴 어디예요?

비명을 듣고 방문을 연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곤 급히 달려왔다. 가장 먼저 달려온 진우는 내부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뒤따라온 이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그의 입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숨넘어가겠다. 한 가지씩 물어봐.”

그 모습이 다소 산만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민성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니까……. 억!”

“아, 좀 비켜봐! 지금 그게 중요해?”

그러나 진우는 곧바로 따라온 지혜의 팔에 옆으로 밀려났다.

“아, 누나!”

곧바로 진우의 타박이 따라왔지만 지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놈들……. 혹시 쫓아오진 않았지?”

지혜는 민성의 등 너머에 있는 문을 불안하게 바라봤다. 가게에서 벌어진 일 덕에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었다. 민성은 슬쩍 고개를 돌려 문을 살폈다. 평소 그가 이동을 위해 사용하던 낡은 문과 판박이일 정도로 같은 문이 있었다.

“혹시 저 문에서 나온 거예요?”

지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바의 말대로 아무래도 그와 달리 이들은 처음부터 이 공간으로 이동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들, 여기까지 쫓아오는 거 아냐?”

“그럼…… 어떡하지?”

새로운 환경에 취해 있던 다른 직원들도 그제야 경각심을 갖고 문을 쳐다봤다.

“안심하세요. 놈들은 이곳에 못 들어와요.”

“뭐? 정말로?”

“믿기 어려운데…….”

확신에 찬 민성의 발언에도 웅성거림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아니,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지는 못 믿겠어.”

그러나 지혜는 고개를 저으며 직접 문 앞에 다가가 섰다. 잠시간 두려움에 몸을 떨던 그녀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는지 문고리에 손을 갖다 댔다.

끼익-

“…….”

‘호오……. 타인이 열면 저렇게 되는구나. 아니면 여기가 임시 휴식처라 그런 건가? 시바한테 자세히 좀 물어봐야겠어.’

지혜의 옆으로 다가간 민성은 부드러운 털로 된 바닥을 내려다봤다.

“제 말이 맞죠?”

“……그러네. 의심해서 미안해.”

지혜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맴돌았다.

“그나저나 형! 여기는 어디예요? 서울에 이런 곳도 있었어요?”

지혜가 떨어진 틈을 타, 진우가 잽싸게 곁에 달라붙었다.

“타워에서 얻은 거야. 운이 좀 좋았어.”

민성은 간략하게 집에 관하여 설명해주었다. 물론 중요한 것들은 제외했다.

“우와……. 타워에서는 이런 집도 주는군요. 나도 소집됐으면 좋았을 텐데…….”

“녀석…….”

못내 아쉬워하는 진우의 모습에 민성은 잔잔한 웃음을 흘렸다.

“헐……. 들었어? 여기 있는 게 전부 민성이 거래!”

“나도 타워에 들어갔으면 이런 거 하나쯤은 얻어 갖고 나왔을 거 아냐.”

“미친놈……. 거기가 어떤 곳인지 알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던 직원들은 저들끼리 속닥거리며 민성을 주시했다.

“근데 집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가야 돼?”

“저런 무식한 인간을 봤나! 죽고 싶으면 돌아가라고 해라, 인간.”

직원들 중 하나가 질문하자, 티노는 꼬리를 휘두르며 꽥꽥 소리 질러댔다. 녀석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그 아수라장을 보고도 정신 못 차리는 인간이 답답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민성은 차분한 얼굴로 직원들을 바라봤다.

‘우리야 지금 이 사태에 관한 대강의 정보라도 갖고 있지만 저들은 아니니까.’

“아까들 보셨다시피 지금 밖은 그런 괴물 같은 것들로 가득해요. 어느 정도 정보가 모이거나, 사태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이곳에서 잠시간 상황을 지켜보는…….”

“왜!!!!”

그때, 한쪽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음성에 민성은 말을 멈추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니, 민성아…….”

직원들 사이를 빠져나온 윤민수는 슬프면서도 화가 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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