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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35화 (13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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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 변혁의 시작 (9)

“쏴봐.”

“…….”

“쏴보라고. 자신 있으면.”

그러나 그들은 민성의 이죽거림에도 발포하지 못했다.

“…….”

만약 발포하고도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들 역시 누워 있는 시체들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았다.

“어차피 쏘지도 못할 거면서, 허세는.”

민성은 잘했다는 듯 싱긋 웃어 보이곤 방제실 안으로 들어갔다. 만약 저들이 발포했다면 죽이진 않더라도 무력화시킬 생각이었다.

딸칵-

‘역시.’

방제실 안으로 들어가자, 민성은 내부를 살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에는 빌딩 내부를 비추는 CCTV 화면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화면 뒤에는 자그마한 기계가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도 저게 화면을 저장하는 허브 같은 거겠지?’

민성은 기계를 응시하더니 대검을 들어 비스듬히 내려 그었다.

빠직-

두 동강 난 기계는 스파크를 튀기며 연기를 뿜어냈다. 이미 목격자가 있는 시점에서 CCTV를 없애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민성은 복원 가능성을 생각해, 기계가 가루가 될 때까지 대검을 휘둘렀다.

‘입소문보단 인터넷이 훨씬 무섭지.’

방제실을 나온 민성은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안전요원들에게 미소를 던져주곤 빌딩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중대자동차 본사 회장실에선 핸드폰 수신음 소리만이 울렸다.

뚜르르르-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

박 회장은 안내음성이 흘러나오는 휴대폰을 노려봤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동대문점 건물의 안전요원들을 잠시 밖으로 빼달라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아침 뉴스의 포문을 연 중대자동차 동대문지점에서 벌어진 대규모 살인사건은 그녀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설마 전부 놈한테 당한 건가?’

잠시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박 회장은 곧 실소하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놈이 특이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총 한 발이면 모든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었다.

“아니면 수 틀려서 도망친 건가? 하여튼 이래서 몰상식한 것들은…….”

도망간 놈을 잡아오기 위해선 아무래도 뒤처리반이 필요할 것 같았다. 여인은 냉혹한 미소를 머금곤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뭐가 몰상식해요?”

박 회장은 방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몸을 흠칫거렸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이게 누구야? 얘는, 말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니.”

대번에 침입자가 민성이라는 것을 알아 챈 박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테이블에 놓인 수화기에 슬그머니 손을 갖다 대려는 찰나,

콰직-

검은 대검이 날아와 수화기에 틀어박혔다.

“꺅!”

박 회장은 날 선 비명을 지르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놀란 마음에 잠시 심호흡하던 그녀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민성을 쏘아봤다. 오로지 둘만이 존재하는 공간. 원인은 뻔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요. 간만의 모자상봉인데, 훼방꾼이 들어오면 좀 그렇잖아요?”

민성은 피식 웃으며 다가가 대검을 뽑아냈다.

똑똑-

“회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여인이 지른 비명 탓인지, 문 밖에선 그녀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고 해요.”

민성은 눈빛으로 대검을 넌지시 가리키며 작게 속삭였다.

“……괜찮으니까, 볼 일 봐요!”

그녀의 고운 미성을 끝으로,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이내 잠잠해졌다.

“오랜만이에요, 어머니. 그간 잘 지내셨어요? 살찐 걸 보니 잘 지내신 것 같네요.”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박 회장의 냉랭한 말투에 민성은 킥킥거리며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예전이자 지금이나 연기력 하나는 일품이시네요. 이제야 좀 제가 알던 사람 같네요.”

“어떻게 들어왔냐고!”

“열쇠로요.”

과거 그의 아버지가 업무를 보던 사무실. 어릴 적, 그도 몇 번이고 놀러온 기억이 있었다. 그 덕에 ‘비밀스러운 집’ 문을 활용해 그녀가 출근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기다렸다.

“뭐?”

“제가 알려드려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

어이없어하는 그녀의 되물음에 민성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어쩐 일로 온 거니?”

“……설마 몰라서 물어보시는 건 아니죠?”

이번에는 민성이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당연히 모르지. 그걸 말이라고 하니? 상호 간의 약속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건 누구한테 배워먹은 버릇일까? 혹시 네 친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치셨니?”

박 회장은 목소리를 높여 민성의 행태를 한껏 비꼬았다. 그러자 민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목에 대검을 겨눴다.

“그쪽이 함부로 입에 올릴 만한 분이 아니에요. 말조심하세요. 죽기 싫으시면.”

“…….”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민성은 대검을 내리고 다시 의자에 몸을 붙였다.

“실장, 그쪽이 보냈죠?”

“실장?”

그녀는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다 알고 왔으니까 발뺌할 생각 하지 마세요.”

“도통 못 알아듣겠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녀의 모습에 민성은 헛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쥐 죽은 듯이 숨어 살면 건들지는 않겠다더니, 결국 건드시네요?”

“쥐 죽은 듯 살았다고? 쥐 죽은 듯 산 아이가 방송도 타고 그렇게 이슈가 됐니?”

민성의 비아냥거림에 여인은 코웃음 치며 두 손을 깍지 끼어 턱을 괬다.

“아니면, 설마 너…… 이제 돈 맛을 아는 나이가 돼서 그런가, 이제 와 회사에 관심이라도 생겼어? 그래서 그렇게 관심을 받으려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지?”

여인은 그녀의 생각이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표독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봤다. 민성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 같아? 네가 아무리 똥물을 뒤집어쓰고 전 중대자동차 회장의 아들이라고 부르짖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알아들었니?”

속사포 같이 말을 뱉어낸 여인은 민성의 딱딱해진 표정을 보곤, 그제야 다시 온화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나? 그래도 잘 알아들은 것 같아…….”

“푸하하하하.”

더 이상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민성은 무릎까지 치며 미친 듯이 폭소했다. 한참을 웃던 민성은 겨우 웃음을 추스르고, 여인을 노려봤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설마 제가 회사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여인은 내심 초조한지,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 달리 민성은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일상을 만끽하며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었다.

“당연한 것 아니니? 나는 내 물건에 흠집이 나는 걸 상당히 싫어한단다.”

여인의 당당한 말투에 민성은 피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말은 똑바로 합시다. 언젠간 제가 물려받아야 할 것이었어요.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저까지 실종된 상황에 아주 잽싸게 가로채 가신 분이 그런 소리를 하니, 웃음만 나오네요.”

“부자가 칠칠치 못했던 걸 내가 수습한 것뿐이란다.”

‘이 미친년이, 말은 잘해요.’

피부가죽이 어지간히도 두꺼운 모양이다.

“그거 알아요?”

대화로 얻을 것은 대충 다 얻었기에, 민성은 질문을 던지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눈을 뽑았던 새끼, 아직 찾고 있어요.”

“…….”

느닷없는 민성의 발언에 박 회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갔다.

“아, 경영권엔 관심 없으니까 그렇게 보지 마시고.”

민성은 히죽이며 말을 이었다.

“찾으면 일단 양 눈을 빼려고요. 사지는 차근차근 잘라내고, 상처 부위는 불로 지져야겠죠? 과다출혈로 죽으면 안 되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솔직히 원흉은 대충 감이 오는데, 그래도 확신이 있어야 하잖아요? 나름의 확신을 얻고 나면 그땐…….”

그 말을 끝으로 민성은 대검을 번쩍 쳐들어 그대로 내려찍었다.

콰직-

테이블을 반 토막 낸 대검의 끝은 그녀의 복부에 닿을 듯 말 듯 근접해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주려고요. 확실히 힘이 있으니까 좋네요, 새어머니. 그쵸?”

민성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

아무렇지 않은 듯 냉랭한 표정과 달리 부들거리는 손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

쾅-쾅-

“회장님! 회장님!”

거칠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방금 일어난 소란으로 이목을 끈 모양이었다.

“슬슬 가봐야겠네요.”

민성은 대검을 아이템 창에 집어넣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실장을 보낸 대가론 부족했지만, 경고의 의미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확신만 얻으면…….’

지금이야 경고로 끝내지만 다음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되면 그땐, 지금처럼 화기애애하게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회장님! 회장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격해져갔다.

“그럼 강녕하세요, 새어머니.”

민성은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곤 아이템 창에서 열쇠를 꺼내었다. 그리곤 그녀가 열쇠를 보지 못하게 등진 채로, 문고리에 꽂아 넣고 돌렸다.

달칵-

문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자, 민성은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아아! 이 개새끼가……!”

뒤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악악거림에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직-

민성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곧 문에선 요란한 충격음이 울렸다. 문고리 부분이 무언가의 충격에 힘없이 떨어지더니, 이내 문이 벌컥 열렸다.

“회장님!”

얼굴이 새빨개져 땀까지 흘리는 남자들이 화급하게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들고 왔는지 그들 손에는 거대한 곡괭이와 커다란 망치가 들려 있었다.

“회장님, 괜찮으십…….”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온 사내들은 당혹스러운 장면에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했다.

“버러지 같은 새끼가 나를 농락해?”

신에 가까운 회장이 미친년처럼 발광하며 책장을 뒤엎고 화분을 집어던진다. 고고하기 이를 데 없는 평소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으아아아아!”

여인은 한참 괴성을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졌다.

“회장님…….”

“거기 비켜.”

그때, 회장의 발광을 불안하게 쳐다보는 남자들 사이를 비집고, 젊고 미색이 출중한 남자 한 명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김 부장? 수고했어. 너희는 나가봐.”

남자는 어물쩍 망설이는 남자들의 목에 걸린 사원증을 힐끗 보더니 손을 까딱거렸다.

“누…… 누구…….”

“예, 감사합니다. 그럼……. 뭐 해! 얼른 나가자!”

김 부장은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곤, 어벙한 표정을 짓는 사원들을 끌고 급히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부장님? 왜 그러신 겁니까?”

회장실에서 멀찍이 떨어지자, 부장은 그제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소문으로만 듣던 회장의 직속 비서 같아서 말이야…….”

“설마……. 회장님의 내연남?”

말이 비서지 회장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암암리에 소문나 있었다. 일각에선 회장의 내연남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는데, 무엇 하나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부장은 확신 없는 고갯짓을 해 보였다. 하지만 눈칫밥 먹어가며 부장직까지 기어 올라왔다. 반말에 대한 거부감보단 어서 그 자리를 뜨라며 경고한 본능을 선택했고, 결과는 저들만이 알 것이었다. 부장은 고개를 돌려 넌지시 회장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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